[AI 요약] 최근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빨라진 디지털 전환을 겪으며 우리는 급격한 시대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IT기업으로 불리던 인터넷, 기술 기반 서비스 기업들은 저마다 특정 사업 영역에서 시작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무한경쟁을 시작하고 있다. 오프라인 분야, 제조업 등에서 굳건한 아성을 구축한 기업들 조차도 이제는 정도의 차이일 뿐 너나 할 것 없이 플랫폼화를 구상하고 있을 정도다. 문제는 초기 무료 혹은 낮은 수수료나 사용료로 진입 장벽을 낮춰 다수의 생산자 혹은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를 확보한 플랫폼들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뒤 돌변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플랫폼 규제 이슈는 여론을 넘어 본격적인 제도화 수순을 밟고 있다.
최근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빨라진 디지털 전환을 겪으며 우리는 급격한 시대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금융, 유통, 콘텐츠, 엔터 등 다양한 분야에 디지털이 접목됐고, 그로 인해 기존 굳건하게 유지됐던 분야 별 경계가 의미 없어지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IT기업으로 불리던 인터넷, 기술 기반 서비스 기업들은 저마다 특정 사업 영역에서 시작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무한경쟁을 시작하고 있다.
데이터가 중요한 시대가 되며 인터넷, 온라인 분야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엄청난 데이터를 모아온 기업들은 물론이고, 오프라인 분야, 제조업 등에서 굳건한 아성을 구축한 기업들 조차도 이제는 정도의 차이일 뿐 너나 할 것 없이 플랫폼화를 구상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한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는 가운데 올 한 해는 무한 경쟁 상황에 놓인 플랫폼 기업들이 무리한 사업 확장을 하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 갑질 논란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특히 시장 우위를 점한 몇몇 기업들은 막강한 플랫폼 파워를 바탕으로 무리한 수익화를 추구하며 문제가 되거나, 기존 영역과 불공정 문제 등으로 마찰을 빚기도 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디지털 전환은 이미 이전부터 진행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그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고 이야기한다. 실제 글로벌 시장을 비롯해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막강한 플랫폼 파워를 과시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지난 2년간 엄청난 성장을 거듭해 왔다. 세계적으로는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현 메타, 아마존)의 기업가치가 전통적인 글로벌 기업들의 가치를 압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빅테크 대표 주자인 네이버의 기업가치가 4대 금융지주사의 기업가치 합보다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성장 비결은 양면 시장을 공략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징 덕분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대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데이터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 빅테크들이 모두 금융분야에 진출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GAFA는 미국내 금융기업의 힘이 막강하고 규제로 인해 은행라이선스까지는 취득하지 못하고 있지만, 진입장벽이 낮은 간편결제 영역은 GAFA도 이미 막강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달 시범 서비스기간이 끝나고 내년 1월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사업자에도 많은 빅테크 기업들과 금융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이 금융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소비자의 금융 거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커머스, 콘텐츠 플랫폼, 포털까지 아우르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은 이를 금융 거래 정보와 결합해 보다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금융업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 빅테크가 진출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환경도 뒷받침 돼야 한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초기에는 신사업 육성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규제를 낮추고 육성 정책을 적용했다. 오픈뱅킹, 인터넷전문은행, 마이데이터, 종합지급결제업 등이 빅테크, 핀테크들에 적용된 육성책이었다.
빅테크들의 비즈니스는 빠르게 진행된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엄청난 확장력을 과시하며 성장했다. 가려운 곳을 긁듯,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자들이 경험하던 페인 포인트(Pain Point,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 절묘하게 짚어내고 즉각적으로 이를 해소해 주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 덕분이기도 했다. 문제는 초기 무료 혹은 낮은 수수료나 사용료로 진입 장벽을 낮춰 다수의 생산자 혹은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를 확보한 플랫폼들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뒤 돌변했다는 점이다.
기업으로서 이윤 추구라는 목적을 내 세우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그 정도는 심했고, 부작용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점적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뒤 수수료를 올리거나 이용료를 올리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플랫폼 노동자로 전략한 종사자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근무 환경이 강요됐고, 리스크는 전가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올해 이러한 플랫폼 지배력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 카카오였다. 스타트업으로 창업한지 12년만에 금융을 비롯해 이머커스, 엔터테인먼트, 모빌리티 등 전방위 사업 확장으로 100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리고 시가총액 5위권 기업으로 급성장한 과정에서 시도한 무리한 수익화가 문제였다.
부정적인 여론을 파악하고 이를 반영해 개선할 기회도 있었지만 이를 놓친 카카오는 ‘악덕 플랫폼’으로 지목되며 쉽지 않은 성장통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는 비단 카카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각각의 플랫폼 기업들이 수익화에 골몰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갑질 논란은 이어졌다.
각 분야에서 플랫폼 사업화를 추진하는 빅테크와 기존 기업 간 역차별 문제도 논란이 됐다. 특히 금융 분야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 이슈다. 빅테크의 금융업이 기존 금융기업의 방식과 거의 동일함에도 규제 수준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금융기업은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비금융회사 지분 취득이 20% 이내로 제한되는 반면 빅테크들은 비금융회사와 금융회사를 모두 소유할 수 있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모빌리티를 모두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본격화를 맞아 데이터 공유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기업은 빅테크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금융거래 등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빅테크는 금융기업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전자상거래 내역 등의 데이터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 업계간 협의를 통해 빅테크 측의 정보를 가전·전자, 도서·문구, 패션·의류 등 12개 항목으로 범주화해 거래정보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금융사와 핀테크 등은 “제공되는 정보가 구체적인 상품 품목이 아닌 12개 항목으로 뭉뚱그려져 있는 상황에서 활용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여전히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올해 카카오 등의 빅테크 플랫폼들은 여론의 역풍은 맞은 이후 골목상권 침해 논란 사업을 철수하고 소상공인, 플랫폼 노동자와의 상생안을 밝혔다. 지적을 받았던 꽃·간식 배달 등 일부 사업은 철수했고 기존에 계획했던 전화대리 업체 인수도 철회했다. 가장 문제가 됐던 택시는 유료 택시 호출 서비스 ‘스마트호출’는 즉시 폐지됐고, 기사 대상 멤버십 상품의 가격도 절반으로 깎았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웹툰·웹소설 작가 처우 개선을 위한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인 이슈들이 존재한다. 택시 업계는 카카오 가맹택시의 콜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 유료 멤버십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고 대리운전 서비스에 대한 중소 대리 업체들의 반발도 여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플랫폼 규제 이슈는 여론을 넘어 본격적인 제도화 수순을 밟고 있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이 대표적이다. 목적은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그간 관행처럼 이뤄진 플랫폼 기업들의 사업방식을 규제하는 것이다. 카카오,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는 물론이고 쿠팡,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플랫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들도 대상이 된다.
규제 기관도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여러 곳이 나서고 있다. 특히 방통위는 치근 2022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대선 정국으로 국회에 계류된 온플법은 물론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다.
밥안에는 대규모 플랫폼 기업의 검색과 추천정보 노출 기준 공개, 이용사업자와의 정보공유 의무 등이 규정될 예정이다. 또한 플랫폼 이용사업자에게 불합리하게 차별적인 조건을 부과하거나 손해를 전가하는 행위를 불공정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플랫폼 규제 법안들의 입법 과정이 심도 깊은 논의 없이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축이 돼 지난달 출범한 디지털경제연합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무리한 온플법 규제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 노력이 우선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 배경에는 온플법 등의 플랫폼 규제가 여론에 밀려 무분별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
실제 플랫폼 규제 법안 입법에 나서는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법안이 만들어지기까지 평균 4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온라인 플랫폼 규칙’을 만들며 실태조사, 공청회, 영향력 평가 등 4년 동안 논의를 거쳐 2020년 12월에 초안을 마련하고 현재도 수정·조정 단계를 거치고 있다.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 역시 2017년부터 플랫폼 기업 및 시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이는 2025년까지 예정돼 있다. 미국 역시 2019년 하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반독점 조사가 시작돼 현재까지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온플법이 지난해 9월 입법 예고 후 올 1월 국회에 발의되는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 급속도로 법안 처리가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플랫폼 기업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 덕분에 업계에서는 “이미 내년도 정부기관들의 방침이 규제로 포커싱됐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하지만 이미 우리 사회에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플랫폼 산업이 자칫 과도한 규제로 경쟁력을 잃는 상황 역시 모두가 원하는 바는 아니다. 또한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국내 진출이 앞다퉈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규제가 국내 기업들에게만 역차별로 적용되는 사례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신속’도 좋지만 ‘신중’이 그 어느때 보다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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