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로봇 이슈]② 휴머노이드 로봇 이렇게 발전해 왔다

2022년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들이 인간 사회에 훨씬 더 가까이 다가온다는 신호탄을 쏘아올린 한해로 기억될 것 같다. 샤오미와 테슬라가 지난 8월과 9월에 각각 사이버원과 옵티머스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내놓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의 외모를 닮은 2족 보행 로봇이 로봇 전문업체나 연구소가 아닌 세계적 규모의 비 전문 로봇 업체에서 나왔다는 점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들의 가세는 현실과 다소 멀게만 느껴졌던 휴머노이드 로봇이 더가까와졌고, 양산 임박과 보편적 사용 시대가 가까이 다가왔음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들에 앞서 이미 나온 바퀴형 휴머노이드 로봇들도 더 향상된 기능으로 주목받았다. 전문업체들은 자사의 휴머노이드 로봇 성능을 향상시켜 훨씬더 리얼하게 인간처럼 표정짓고, 대화하고, 그림을 그려내게 하면서 조명을 한몸에 받았다. 소피아, 아메카, 에이다 등이 그들이다.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인공지능(AI) 및 클라우드와 결합하고 진화를 거듭해 날로 인간을 닮아가는 존재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훨씬더 정교해진 인간같은 외모와 표정에 인간과 고도의 대화까지 나눌 정도로 지능이 높아지면서 더 다양하고 많은 분야에서 인간을 대신해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기존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향후 시장도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리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각 시장조사기관은 2021년부터 2026년, 길게는 2028년까지 연평균 23~49%대의 높은 성장세를 점치고 있다. 한해를 보내며 올해 가장 뜨거운 뉴스 중 하나였던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해 정리해 봤다. 향후 시장 성장 전망, 휴머노이드 로봇의 역사, 올해 가장 주목을 끈 로봇들의 면면을 3회에 걸쳐 정리해 본다.

①[2022 로봇 이슈] 2028년까지 연평균 40% 안팎 성장 예고

②[2022 로봇 이슈] 휴머노이드 로봇 이렇게 발전해 왔다

③[2022 로봇 이슈] 올해 주목받은 휴머노이드 로봇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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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체코의 카렐 차펙이 ‘로봇’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R.U.R(로섬의 유니버설 로봇)’이라는 희곡을 쓰고 이듬해 상연한 이래 인간형 로봇은 꾸준히 발전해 왔다. 사진 왼쪽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아틀라스, 휴보2, 아시모, WA-10RD, 와봇-1,일렉트로, 알파, 에릭의 모습이다. (사진=각사, 위키피디아,, 타임, 런던 일러스트레이티드)

지난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사람모양의 휴머노이드 로봇 모습을 선보이고 올해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많은 사람들이 갸웃했다.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 넘쳐났다. 언론들도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올들어 진정됐다. 일론 머스크가 비록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진 않았지만 제조현장에서 성인 남자도 들기 버거울 무게 9kg의 소포를 나르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제품을 보여준 것이다. 그보다 몇 주 앞서 샤오미가 인간의 표정 수십 개를 이해한다는 사이버원을 만들어 내놓은 것도 많은 사람들을 놀래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두발로 걷거나 바퀴달린 휴머노이드 로봇을 보게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에게 휴머노이드 로봇이 정말로 SF속이 아닌 현실속으로 들어왔다는 느낌을 준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우리가 모르는 새 발전을 거듭해 왔고 부지불식 간에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고 있다. 사실 우리는 이미 2000년 개발된 일본 혼다의 2족 보행 로봇 아시모에서 혁신을 본(봤다고 생각한) 이래 바퀴형 휴머노이드와 수많은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발전을 지켜봐 왔다.

1921년 체코의 카렐 차펙이 ‘로봇’이란 말을 처음 사용한 ‘R.U.R.(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이란 희곡 작품을 초연한 이래 100년간 등장한 휴머노이드 로봇 발전 모습을 아래의 13개 주요 로봇을 통해 살펴봤다.

1▲아메카(Ameca·2021)=영국 엔지니어드 아츠

2▲에이다(Ai-Da·2019)=영국 엔지니어드 아츠

3▲소피아(Sophia·2016)=홍콩 핸슨 로보틱스

4▲아틀라스(Atlas·2013)=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

5▲휴보(Hubo·2004)=한국 KAIST(카이스트)

6▲아시모(ASIMO·2000)=일본 혼다

7▲P-2(1996)=일본 혼다

8▲WL-10RD(1987)=일본 와세다대

9▲와봇-2(WABOT-2·1984)=일본 와세다대

10▲와봇-1(WABOT-1·1973)=일본 와세다대

11▲일렉트로(Electro·1939)=미국 웨스팅하우스

12▲알파(Alpha·1932)=영국 해리 메이 교수

13▲에릭(Eric·1928)=영국 윌리엄 리처즈, 앨런 레펠

아메카(Ameca·2021)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된 두개골을 가진 생생한 표현과 사람에 대한 반응으로 관심을 모으는 아메카. (사진=엔지니어드 아츠)

영국 엔지니어드 아츠가 제작한 아메카의 얼굴 표현은 놀랍도록 생생하고 감정적이다. 이 로봇의 몸은 모두 금속과 플라스틱이고, 얼굴은 의도적으로 성별이 없고 회색이다. 움직임과 표현을 제어하는 17개의 개별 모터가 반투명 플라스틱 두개골 안에 있다. 엔지니어드 아츠사는 이 로봇이 서비스되기까지 최소 10년이 걸릴 것으로 봤다.

에이다(Ai-Da·2019)

에이다와 그녀가 그린 자화상. (사진=위키피디아)

영국의 에이다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선구자인 영국의 작가이자 수학자인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이름을 딴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는 세계 최초의 초정밀 휴머노이드 로봇 예술가로 인정받고 있다. 갤러리스트인 에이단 멜러가 엔지니어드 아츠, 코니시 로보틱스 컴퍼니와 함께 개발했다. 특별히 작성된 그림 그리기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그리고 생체 공학적 손과 눈에 있는 카메라를 활용해 손과 붓으로 사람처럼 그림을 그린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서거 이전에 그녀의 초상화도 그렸다.

소피아(Sophia·2016)

소피아(왼쪽)와 홍콩 소재 핸슨 로보틱스의 창업자이자 CEO인 미국 로봇공학자 데이비드 핸슨. (사진=위키피디아)

소피아는 미국의 로봇공학자 데이비드 핸슨이 홍콩에 핸슨 로보틱스를 설립하고 개발한 “사회적 행동을 모방하고 인간에게 사랑의 감정을 유도할 수 있는” 소셜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소피아는 인간의 몸짓과 표정을 흉내내며 특정한 질문에 대답하고 날씨처럼 미리 정의된 주제에 대해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다. 소피아는 알파벳의 음성 인식 기술을 사용하며 노래를 부른다. 양로원에서 노인들에게 동반자가 되거나 큰 행사장과 공원에서 군중들을 도울 수 있다. 지난 2017년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세계 최초로 시민권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틀라스(보스턴 다이내믹스 2013~)

아틀라스 로봇. (사진=보스턴 다이내믹스)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로봇은 당초 다양한 수색과 구조 작업을 위해 설계됐으며 2013년 대중에게 공개됐다.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국방기술연구소(DARPA) 감독하에 개발됐다. 로봇 손 중 하나는 샌디아 국립 연구소에 의해 개발됐고 다른 하나는 아이로봇에 의해 개발됐다. 2013년에는 외부전원 공급장치에 묶여 있었지만 전동 유압식으로 발전했다. 2015년 DARPA 로봇 결승전에서 한국 팀 카이스트의 DRC-휴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후 아틀라스는 꾸준히 개량되면서 모바일 조작에 특화돼 눈 위에서도 미끄러지지 않으며 걷는 등 광범위한 지형을 걷는 데 매우 능숙해졌다. 몸과 다리의 센서를 이용해 균형을 잡으며, 머리의 라이다와 스테레오 센서를 이용해 움직이는 장애물도 피하고 지형을 평가하며 내비게이션을 돕고 물체를 조작한다. 스스로 공중 제비돌기를 하고 음악에 맞춰 유연하게 춤출 정도로 꾸준히 성능을 발전시켜 왔다. 이 버전의 아틀라스는 높이 150cm, 무게 80kg다. 팔다리는 총 28 자유도를 가지고 있다.

휴보(Hubo 2004~)=KAIST

KAIST 오준호 교수팀이 개발한 2족보행형 휴머노이드 로봇 가운데 앨버트 휴보. (사진=위키피디아)
카이스트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의 진화.

아시모 개발에 자극을 받은 KAIST 오준호 교수팀이 개발한 2족보행형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키 120cm, 몸무게 55kg의 로봇으로 2족 보행을 할 수 있다. 걷기, 계단 오르기, 문 열기, 악수하기, 밸브 잠그기, 장애물 피하기, 운전하기 등의 동작을 할 수 있다. 관절모터 41개에 손가락 5개가 따로 움직인다. 가슴 내장형 배터리를 탑재해 한번 충전으로 90분간 움직인다. 보행속도는 시속 1.3km이며 주행속도(휴보2)는 시속 3.6km에 이른다. KHR-3 휴보, 앨버트 휴보 등 다양한 모델이 있다. 2015년 DARPA가 주최한 세계재난로봇대회(DRC)에서 DRC-휴보를 가지고 출전해 1위를 차지하며 우승, 200만 달러의 상금을 거머쥐며 한국 휴머노이드 로봇의 실력을 전세계에 과시했다. DRC는 지난 2011년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서 영감을 얻어 재난관리시 대응하는 로봇의 성능을 겨루는 대회였다.

아시모(ASIMO·2000)

혼다의 2족 보행로봇 아시모. (사진=혼다)

일본 혼다는 2000년 제작한 아시모(ASIMO)를 2002년 공식 발표한다. 이 휴머노이드 로봇(키 120cm, 무게 50kg)은 약 30개의 호출 신호를 알아듣고 이에 반응하며 사람의 얼굴이나 음성을 인식할 수 있다. 또한 다음 단계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해 자유롭게 보행하는 ‘아이워크(i-WALK)’기술로 평지는 물론 계단과 경사면에서도 자유롭게 걸어 다닌다. 평균 보행 속도는 시속 2.7km, 달리기 속도는 시속 7km 정도다. 일본의 2족 보행로봇 아시모는 2002년 일본과학미래관에 채용된 지 20년 만인 지난 3월 말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아시모는 지난 3월 초 졸업식에서 한발로 뛰고 걷고, 목소리를 내고, 수화로 노래를 부르는 등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외신은 꽃다발을 받은 아시모가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20년 동안 감사했다”고 인사했다고 전했다.

P-2(1996)

혼다의 ‘P-2’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혼다)
혼다가 다리만 있는 로봇에서 시작해 P-2를 거쳐 아시모로 진화한 휴머노이드 로봇 진화 과정. (사진=혼다)

일본의 혼다가 발표한 P-2는 키 180cm에 무게가 무려 210kg에 이른 로봇이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의 획기적 발전을 보여준 상징적 로봇으로 인정받는다. 1970년대와 1980년대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P-2는 소형화되지 않은 전력시스템·모터 드라이버·컴퓨터·비전 등을 모두 탑재한 로봇이었다. 이후 부품들의 경박 단소화에 따라 훨씬 가벼워진 자율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가 열렸다. P-2는 이전 로봇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인간친화적 외모를 지녔다는 특징과 함께 계단 오르내리기·옆걸음·곡선보행 등을 모두 할 수 있었다.

WL-10RD(1987)

와세다대가 개발한 다이내믹한 걷기를 실현한 ‘WL-10RD’. (사진=와세다대)

와세다대는 와봇-2에 이어 다이내믹한 걸음걸이를 실현한 휴머노이드 로봇 WL-10RD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에서는 발목과 엉덩이 관절에 토크 센서를 부착하여 토크 피드백을 이용하여 전환 단계(한 쪽 다리로 서 있는 상태에서 다른 쪽 다리로 서 있는 상태로 전환 단계)를 유연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결과적으로 동적 완전 보행이 실현되었으며, 이러한 보행은 세계 최초로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한걸음을 옮기는 데 1.3초가 걸렸다.

와봇(WABOT-2·1980~1984)

와세다대가 개발한 시각센서로 피아노 악보를 읽어내려 가며 피아노를 치는 ‘와봇-2’. (사진=와세다대)

와세다대는 1980년 학내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와봇-2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건반 악기를 연주하는 것과 같은 예술적 활동은 인간과 같은 지능과 손재주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와봇-2가 성취하려는 지능적 작업을 이루기 위해 키보드 연주가 설정됐다. 따라서 와봇-2는 와봇-1과 같은 다목적 로봇이 아닌 ‘전문가 로봇’으로 정의됐다. 로봇 음악가 와봇-2는 사람과 대화하고, 눈으로 정상적인 악보를 읽을 수 있으며, 전자 오르간으로 평균 난이도의 곡을 연주할 수 있다. 와봇-2는 또한 사람이 노래하는 것을 듣는 동안 그와 함께 있을 수 있다. 와세다대는 이 로봇이 “개인용 로봇”을 개발한 최초의 이정표가 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와봇(WABOT-1·1973)

지금으로선 엉성하게 보이지만 이 로봇(와봇-1)이 세계 최초의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와세다대)

가토 이치구로 일본 와세다 대학교 교수팀이 개발한 와봇-1은 두 발로 걷는 세계 최초의 현대적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인정받는다. (물론 1939년 나온 웨스팅 하우스의 일렉트로를 꼽기도 한다. 와봇-1은 두 발로 걸을 수는 있었지만 불안정하게 겨우 몇 걸음 떼는 정도였다. 미리 입력된 간단한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지능을 갖췄다. 1984년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는 와봇-2가 개발됐는데 악보를 읽고 페달을 밟으며 건반을 쳤다. 와봇-1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재미있는 규모의 의인화된 로봇이다. 이 로봇은 사지 조절 시스템, 시각 시스템, 대화 시스템으로 구성됐다. 일본어로 사람과 소통할 수 있었고 외부 수용체, 인공 귀와 눈, 인공 입을 사용해 물체까지의 거리와 방향을 측정할 수도 있었다. 와봇-1은 두 다리로 걸었고 촉각 센서를 사용하는 손으로 물체를 잡고 운반할 수 있었다. 이 로봇은 한 살 반 된 아이의 정신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와봇-1은 WAM-4(인공 손)와 WL-5(인공 다리)로 구성돼 있다.

일렉트로(Electro·1939)

미국 웨스팅 하우스가 1939년 뉴욕 세계 박람회에 처음 소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일렉트로’. 의 내부(왼쪽)과 외관. (사진=리서치게이트)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1939년 뉴욕 세계박람회에 소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키 2.1m, 무게 120kg짜리의 커다란 로봇이다. 음성명령에 따라 보행했다. 이 로봇은 78RPM의 레코드 플레이어를 통해 700단어 가량을 말했다. 담배를 피울 수 있고 풍선을 터트릴 수도 있었으며 팔과 머리를 움직였다. 몸체 외부는 알루미늄 판이고, 내부는 금속 기어, 캠, 모터로 이뤄졌다.

알파(Alpha·1932)=1932년

영국의 해리 메이 교수가 1932년 제작한 알파 로봇. 일제 강점기인 1932년 우리나라에서도 당시 신동아 5월호에 로봇 특집이 소개됐는데 그 기사 속 사진 주인공 로봇이 바로 ‘알파’다. (사진=핀터레스트)

인간 모양을 갖고 있으며 최초로 인간과 상호작용한 로봇이다. 이 로봇은 영국의 해리 메이 교수가 제작했으며 수년에 걸쳐 여러 가지 외관으로 등장했다. 램프가 꽂힌 넓고 동그란 눈과 마이크가 달린 큰 귀 모습, 곱슬머리에 가슴판에 젖가슴을 가진데다 머리에 절연체를 얹은 여성형까지 다양한 모양으로 나왔다. 로보터(ROBOTER), 알파(ALPHA),아스트라(Astra), 메리 앤(Mary Ann), 에릭(Eric), 앨비/앨기(Albi/Algi)같은 다양한 이름을 가졌다.

1934년 미국 메이시 백화점에서 소개됐을 당시 ‘타임’지는 알파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인간이 고안한 가장 기발한 오토마톤(로봇) 중 하나로 키가 6피트 4인치(190cm)인 음울하고 빛나는 괴물이다. 알파는 개발자이자 주인이자 기획자인 런던의 해리 메이 교수에 의해 맨해튼으로 옮겨져 R.H. 메이시 백화점 5층에 설치됐다. 크롬 도금 철갑옷을 입은 알파는 한 발을 바닥에 단단히 고정시킨 채 특수 제작된 높은 단에 앉아 기자들과 백화점 관계자들 앞에서 시연했다. 알파는 한 주먹에 권총을 움켜쥔 채였다. 메이 교수가 일어나!”라고 하자 일어났고 오른팔을 들어라고 하자 나치식 경례를 했다. “몇 살이지?”라고 묻자 “14이라고 답했다.

몸무게가 어떻게 되지?”라고 묻자 “1이라고 답했다. 그밖에 십여 개의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고, 일부는 정교하게 익살스러운 내용이었다. 메이가 오토마톤에게 무엇을 즐겨 먹는지 묻자 메이시의 자동 전기토스터로 만든 토스트의 장점에 대해 1분간의 담론으로 답했다. 마지막으로 메이가 로봇에 팔을 들어 권총을 쏘라고 요청했을 때, 팔은 올라가고, 금속 집게손가락은 방아쇠를 당겼다. 메이 교수는 매장 관계자들이 그에게 빈 카트리지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알파의 주인은 그의 방청객들에게 정확히 같은 단어를 사용해 질문과 명령을 내릴 것을 요청했다. 어떤 때는 로봇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고, 어떤 때는 메이 교수가 그 말을 반복해야 했다. 이전까지 할리우드영화사들은 킹콩과 같은 영화를 위해 할리우드는 알파보다 더 복잡한 움직임을 할 수 있는 오토마톤(로봇)을 고안했지만 인간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오토마톤은 없었다. 알파의 가슴판 속은 일반 라디오의 내부와 같은 메커니즘을 갖고 있었고 알파의 답변 레퍼토리가 옛날 축음기에서와 같이 왁스 실린더에 있는 20~30개의 녹음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는 제어 캐비닛에서 실행되어 로봇의 가슴에 있는 큰 스피커에서 재생됐다고 설명했다. 알파는 언어를 정말로 이해할 수 없지만, 그는 미리 준비된 다양한 정해진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 이 로봇은 한번은 예고 없이 권총을 발사해 손목부터 팔꿈치까지 교수의 팔 피부를 날려 버렸다. 또 한 번은 갑자기 팔을 내려 조수의 어깨를 때리고 심하게 타박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했다.

에릭(Eric·1928)

지난 2016년 복원된 에릭. 가슴에 R.U.R.이라고 써있다. (사진=사이언스 뮤지엄, 위키피디아)

영국의 에릭은 1차대전 참전용사인 윌리엄 리처즈 대위와 비행기 엔지니어 앨런 레펠에 의해 1928년 만들어졌다. 1928년 9월 런던 왕립원예홀 연례 기계전시회에 목소리를 내는 에릭(키 1.8m, 무게 63kg)이 소개됐다. 알루미늄 몸체에 갑옷을 입은 중세 기사의 외양을 가졌다. 가슴 내부에 확성기와 무선장치로 된 발성장치가 있다. 모터, 케이블 구조로 의자에서 일어났고, 도르래를 이용해 팔을 들어올렸다. 발 받침대 아래 로봇을 움직이는 12V의 축전지가 들어 갔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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