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테크 이슈 점검, 핵심 키워드는 역시 ‘AI’

생성형 AI의 등장과 함께 급성장하는 AI 서비스 시장, 키워드는 ‘AI 경량화’
AI 기술 발전과 궤를 같이하는 반도체, 크라우드 생태계의 성장… 업종 경계가 사라진 무한 경쟁 시대 도래
모빌리티, 로봇 분야 ‘자율행동체’ 진화 시동, 2024년은 ‘앰비언트 디지털 환경’ 실현 되는 전환점
(이미지=픽사베이)

2023년은 끝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극대화가 지속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4년 역시 러·우크라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비롯해 미국발 고금리 여파는 지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 경기 부진은 심화되고, 미국 긴축정책이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요인들이 모두 우리나라에는 악재로 작용할 리스크라는 점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내년 4월 총선이라는 국가적인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결과적으로 경제·사회적인 모든 이슈들이 총선 정국 뒤로 미뤄진다는 의미다. 이때를 전후해 각종 공공 요금 인상을 시작으로 물가 인상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지난해부터 몰아 닥친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 상황도 이러한 불확실성과 함께 ‘차츰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분야는 기술(Tech)다. 역사적으로도 위기의 시대에 기술의 발전은 더욱 빛을 발했던 것처럼, 지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가속도가 붙은 기술·ICT 분야의 혁신은 2024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 중심에는 기존 산업 패러다임을 바꿔 가고 있는 ‘인공지능(AI)’가 자리하고 있다.

올해 생성형 AI가 각 산업분야에 적용되며 본격화되기 시작한 ‘AI 시대’로의 전환은 2024년 모든 곳, 모든 분야로 더욱 깊고 넓게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AI를 기반으로 진행될 2024년 ICT 분야의 주요 이슈와 더불어 기술이 경제산업 전반에 미칠 변화를 알아봤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매년 선정하는 ‘ICT 10대 이슈’, 한국정보산업연합회의 ‘2024 디지털 비즈니스 트렌드 전망’ 등을 참고했다.   

AI 경량화와 서비스 경쟁 본격화

챗GPT의 등장과 함께 올해 ‘AI 서비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고, 2024년에는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AI 기술을 어렵고 전문적인 영역에서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범용 기술로 바꿀 전망이다. 그렇기 위해 필요한 것이 'AI 경량화'다. (이미지=픽사베이)

현재도 진행중인 초거대 AI 모델 경쟁은 2024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올해 챗GPT의 등장과 함께 ‘AI 서비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며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마켓앤마켓의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은 오는 2027년까지 현재의 약 4.6배 수준인 4070억달러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추세는 AI 기술이 어렵고 전문적인 영역에서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범용 기술이 된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러한 예측을 기반으로 업계에서는 2024년을 ‘생성형 AI의 전성시대’로 보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는 비즈니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용도로 많이 활용된다는 것이다. 이미 올 3월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는 생성형 AI가 전세계 GDP를 7% 향상시킬 것이라는 전망한 바 있다. 6월 발표된 McKinsey & Company의 보고서 역시 생성형 AI가 모든 근로자의 작업시간을 60~70% 절감할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다.

물론 이를 위해서 수반되야 할 것은 AI 경량화다. 이제까지 높은 운영비용, 오랜 훈련시간, 막대한 전력 사용 등의 문제는 AI 혁신의 걸림돌이 돼 왔다. 올해 생성형 AI 붐의 주역인 오픈AI 역시 지난해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매개변수의 크기를 크게 줄여 비용 절감을 하면서 성능은 유지되는 소형언어모델(small Large Language Model, sLLM)과 같은 AI 경량화 시도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특히 이러한 AI 경량화는 AI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의 출현에 마중물이 되고 있으며, 2024년에는 그러한 분위기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도체·클라우드 등 기반 기술 혁신 지속

산업 전반에 AI 기술이 적용된다는 것은 결국 클라우드 전환 및 확산을 전제로 하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 네이티브(Cloud Native)’ 개념이 확산되며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전년 대비 20.8% 증가한 4조2549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16.9%의 견조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마이아100' 
엔비디아는 자체 인프라를 통한 기업용 AI 서비스 판매를 통해 빅 클라우드 기업들과 경쟁에 나서고 있다.

또 다른 특이점은 시장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클라우드 전문 기업인 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은 물론 비 클라우드 기업이었던 엔비디아 등이 경쟁에 가세하는 방향으로 급변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는 자체 인프라를 통한 기업용 AI 서비스 판매를 통해 빅 클라우드 기업들과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맞춤형 AI 반도체를 공개하며 엔비디아의 주력 시장에 발을 들이는 모양새다.

이와 같은 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혁신을 이어가고 있는 AI 기술을 뒷받침하는 고성능, 대용량 반도체 수요가 커지는 상황과도 필연적으로 연결 돼 있다. 즉 AI 혁신과 하드웨어 발전은 궤를 같이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AI 반도체 생태계는 범용적 학습·추론을 위한 GPU(Graphics Processing Unit)와 특정 분야 특화 추론을 위한 NPU(Neural Processing Unit)를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24년에는 여기에 더해 각각 기능과 역할이 다른 GPU, NPU, 메모리 등을 결합하며 비용절감과 고성능을 구현하는 첨단 패키징 방식인 ‘이종집적(Heterogeneous Integration, HI)'이 새로운 혁신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와 함께 반도체 패권 선점을 위한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모빌리티·로봇 분야 ‘자율행동체’ 가시화

현대차그룹이 개발하는 UAM 모델.

기술의 발달은 모빌리티, 로봇 분야의 혁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24년은 자율주행, UAM(도심항공교통)의 고도화 및 상용화를 위한 시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는 모빌리티 생태계 전반의 전동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자동차를 비롯해 물류, 서비스, 제조 각 분야의 ‘움직이는 모든 것’의 전동화다.

이는 앞서 언급한 AI 기술, 센서 기술이 더해지며 장기적으로는 ‘자율행동체(자율지능형기기)’로 진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물론 모빌리티의 ‘자율행동체’로 진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도로, 공유서비스와 같은 사회 인프라와 산업구조의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2024년은 그러한 인프라와 산업구조의 변화가 미래 모빌리티에 걸맞게 전환되는 원년이라 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5년 인천공항과 서울 주요 도심을 오가는 ‘에어택시’ 시범 사업 개시를 예정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와 연계한 관광서비스의 일환으로 UAM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 등 민간기업과 협력해 2024년 하반기부터 김포공항~여의도(18km), 잠실~수서(8km) 구간 실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실증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UAM 기반 시설인 버티포트(수직 이착륙 정거장) 조성이 추진된다.

테슬라 옵티머스(Optimus)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본 구조 (사진=테슬라 유튜브)

이러한 자율행동체의 진화는 로봇 분야에도 특화돼 발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산업 분야에 적용되기 시작한 협동로봇, 서비스 로봇은 기술의 발달로 가반하중(들어올릴 수 있는 최대 무게)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3D 센서 등 역시 고도화되며 일반 서비스를 넘어 의료, 보건, 국방, 건설 등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율행동체의 정점은 테슬라 등의 기업에서 시도하고 있는 ‘휴머노이드’라 할 수 있다. 이미 지난 9월 테슬라는 고 난도 동작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선보였다.

네트워크의 진화… 앰비언트 디지털 시대 개막

앰비언트는 '주변의' '에워싼'이라는 의미로 스마트폰과 같은 디바이스 조차 필요하지 않은, 마치 공기와 같이 눈에 띄지 않고 알아서 상황을 인지하고 개인의 수요를 예측해 자동으로 편의를 제공하는 디지털 환경을 의미한다. (이미지=픽사베이)

AI 기술의 발달은 네트워크 기술의 진화도 촉발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유비쿼터스(Ubiquitous,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한 정보통신 환경)’ 시대가 비로소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 앤 설리번’의 예측에 따르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전세계의 기기 수는 2022년 기준 304억개 규모에서 오는 2030년 2000억개로 급증한다.

이는 AI를 중심으로 한 AIoT, 엣지 컴퓨팅 등 디지털 기술의 혁신이 총 집합되는 형태로 진행될 것이고 그 끝에는 앰비언트 디지털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앰비언트는 '주변의' '에워싼'이라는 의미로 스마트폰과 같은 디바이스 조차 필요하지 않은, 마치 공기와 같이 눈에 띄지 않고 알아서 상황을 인지하고 개인의 수요를 예측해 자동으로 편의를 제공하는 디지털 환경을 의미한다.

이는 앞서 언급된 ‘AI 경량화’와 반도체 기술의 진보와 연결돼 있다. 특히 모든 사물에 AI를 적용하는 방식으로는 ‘온디바이스 AI’가 부상하고 있다. 온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 기반의 고성능 AI 기술을 발휘하지는 못하지만 사용자가 필요로하는 적정 성능을 발휘하며 안전하고 끊김없이, 개인맞춤형 AI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외에도 AI 기술은 2024년 역시 헬스케어, 핀테크, 친환경을 비롯한 사회 및 산업 각 분야에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각국 정부는 기술 격변에 대응하는 법과 제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더구나 무역전쟁으로 일컬어지는 미국과 중국 간의 대결은 디지털 전환과 AI 기술 선점을 둘러싼 패권 경쟁으로 비화되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의 블록화 추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렇듯 점점 더 복잡해져 가는 불확실한 글로벌 정세 속에 우리나라의 생존은 ‘기술력’ 확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2024년은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한 시기가 될 듯하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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