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스타트업 수출 현황 및 수출 활성화 정책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창업 7년 미만)의 수출은 지난 2017년 2억7000만달러에서 지난해 24억2000만달러(약 3조 3187억원)로 9배가량 급증했다. 이를 성장률로 환산하면 48.3%에 달한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총 수출액의 연평균 증가율이 1.6%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세다.
한국 전체 수출액에서 창업 10년 미만의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벤처기업의 수출 비중은 2017년 2.3%에서 2023년 3.3%로 증가했고, 2017년 0.0%였던 스타트업의 수출 비중은 2023년 0.4%로 늘어났다.
다만 수출 품목을 보면 기계류(30.1%)가 가장 많고 화학공업 제품(25.5%), 전기·전자 제품(24.8%) 등이 뒤따르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과 관련이 있는 벤처·스타트업이 주류를 이룬 셈이다. 스타트업의 기술과 사업모델은 기존에 없던 신산업이나 틈새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성이 특징이라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그간 국내에 머물러 왔던 혁신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스타트업들 역시 AI(인공지능),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글로벌로 확산되고 있는 ‘K-컬처’의 영향으로 동반 성장하고 있는 푸드, 문화예술, 스포츠 분야에서 사활을 걸고 글로벌 진출에 나서는 모양새다.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 스타트업계에도 부는 ‘글로벌’ 바람은 최근 개최된 ‘2024 C-포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의 스타트업 정책 ‘벤처투자촉진’ ‘혁신기술 스타트업 육성’ 그리고 ‘해외진출 지원’
앞서 언급한 스타트업의 성장세는 정부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다양한 정책적인 지원 방안을 밝히며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를 중심으로 민관이 협력하는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스타트업 생태계, 투자자의 생각을 읽어라’를 주제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개최된 ‘2024 C-포럼’에는 중기부 오영주 장관이 직접 참석하며 정부의 더욱 높아진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오 장관은 올해 1분기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이른바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를 극복하고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 강조했다. 바로 ‘벤처투자촉진’ ‘혁신기술 스타트업 육성’과 ‘해외진출 지원’이다.
“중기부는 올 4월 중소벤처기업 도약 전략을 발표하며 스타트업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튼튼한 벤처 투자 생태계를 조성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대기업과 금융권, 정부가 함께 출자하는 ‘스타트업 코리아펀드’도 올해 4월 출범했죠. 2027년까지 2조원 규모로 조성될 예정입니다. 특히 해외 투자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글로벌 펀드 역시 매년 1조원을 추가적으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다음으로 혁신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2027년까지 1000개 이상 키워내겠습니다. 더 나아가 국내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업의 장을 마련하고, 우수한 스타트업들이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이 외에도 오 장관은 한국인이 설립한 국외 창업기업을 ‘외국 창업기업’으로 정의 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한 점을 비롯해 해외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한 ‘글로벌 팁스’ 신설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오 장관은 모더레이터로 나선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초기투자AC협회 협회장)과의 패널 토의에서 올 1분기 스타트업 투자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관련해 “모태펀드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 주요했다”면서도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어렵다는 말씀도 듣고 있다”며 즉각적인 정책 효과를 내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임을 설명했다.
특히 오 장관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내 창업은 활발한 반면 해외 창업은 미미한 상황을 언급하며 “아웃바운드(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하는 것)도 지원하고 인바운드(해외 스타트업이 국내로 들어오는 것)도 열심히 하겠다”며 이달 팁스타운에 개소할 ‘글로벌 스타트업 센터’를 설립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서울은 전 세계 300개 주요 도시에서 스타트업 하기 좋은 도시 9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스타트업을 하기 좋은 도시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인바운드는 그렇게 많이 일어나고 있지 않죠. 일본의 경우 최근 스타트업 정책을 통해 해외 많은 스타트업을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싱가포르 역시 87%가 넘는 스타트업들이 인바운드로 유입돼 있죠. 우리나라 역시 인바운드 활성화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과 해외 스타트업이 교류하고 동반 성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SaaS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 노려야
한편 이날 행사는 푸드테크, SaaS, 공간/관광/문화예술, 스포츠 등 각 분야의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에 나서는 AC, VC 업계 대표들과 성공 스토리를 써 나가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함께한 토론 세션이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SaaS를 주제로 한 세션2에 패널로 참여한 황병선 빅뱅엔젤스 대표는 “진정한 SaaS 기업으로 성장할 생각이 있다면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겟해야 한다”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소프트웨어 회사에 투자하는 미국 VC의 포트폴리오, 특히 대중 생활 시설 쪽의 소프트웨어 투자사는 사실상 B2B SaaS밖에 없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예측이 가능한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B2B 서비스의 시장 예측은 100% 할 수 있다는 것이 제 믿음입니다. 타겟팅하는 기업 고객의 수가 예측되기 때문이죠.”
함께한 이지애 KB인베스트먼트 상무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SaaS가 부각됐다”며 “현재는 SaaS를 위한 SaaS 서비스가 나올 정도로 보편화 된 상황”임을 언급했다.
다만 문제는 국내 시장, 특히 금융권과 같이 보안이 강조되고 보수적인 분야에서 SaaS 도입을 꺼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은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고 해도, 그런 이유로 많은 국내 SasS 스타트업들이 클라우드 기반 SaaS 서비스와 함께 온프라미스(소프트웨어를 외부와 분리된 서버에 직접 설치해 사용하는 방식)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황 대표는 “SaaS 업계가 대기업을 공략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며 다시 한번 글로벌을 언급했다.
“대기업도 물론이고 글로벌도 역시 쉽진 않습니다. 글로벌이 어렵다고 해서 국내 산업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역시 문제죠. 1인당 3000~4000원 비용을 과금해서 유의미한 매출 성장을 기대하긴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같은 비용을 받더라도 전 세계 1억개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한다면 얘기가 달라지죠.”
스타트업으로서 패널로 참여한 시큐어링크의 고준용 대표 역시 차세대 통합 보안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 글로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보안 시장은 국내 시장보다 글로벌 시장이 굉장히 큽니다. 그래서 저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미국 뉴욕에 지사를 설립해 사업을 시작했고 현재는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에 미국인들이 운영하는 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일본을 비롯해 최근에는 필리핀에 SaaS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죠. 결론적으로 저희는 국내 시장 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주력으로 공략 중입니다. 지속적으로 호주, 프랑스 등의 회사들과 MOU를 맺으며 매출 200억을 목표로 노력 중입니다.”
이날 세션에 앞서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는 “스타트업이 투자자의 생각을 읽어야 투자를 끌어낼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고려하는 ‘4 WHY’를 강조하기도 했다. ‘4 WHY는 ‘WHY YOU’, WHY NOW’, ‘WHY THIS IDEA’, 그리고 ‘WHY ME’를 포함한다.
“투자자의 생각을 읽어라’가 이번 행사의 부제인데요. 저는 이를 ‘4 WHY’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4 WHY는 ‘왜 당신에게 투자를 해야 하는지’ ‘왜 지금 투자해야 하는지’ ‘왜 이 아이디어에 투자해야 하는지’ ‘왜 나에게 투자를 받으려 하는지’를 의미합니다. 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이 어떤 경험치를 쌓았는지, 또 어떤 시장으로 갈 것인지, 왜 이 아이디어인지를 투자자를 상대로 명확하게 설명하고 설득해야죠.”
한편 이날 행사는 푸드테크를 주제로 김진영 더인벤션랩 대표, 송진호 마그나인베스트먼트 부사장, 권미진 애그유니 대표, 구교일 그랜마찬 대표가 함께한 세션1을 시작으로 열기를 더했다. 세션2에서는 황병선 빅뱅엔젤스 대표, 이지애 KB인베스트먼트 상무, 최영현 스쿼드엑스 공동대표, 고준용 시큐어린크 대표가 SaaS 주제로 전문적인 의견을 공유했다.
이어 공간/관광/문화예술을 주제로한 세션3에는 김태용 이오스튜디오 대표, 고성재 NBH캐피탈 상무, 차해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대표, 김채원 달라라네트워크 대표가 참여했으며, 스포츠를 주제로한 세션4는 김종책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교수, 신진오 와이앤아처 대표, 황정윤 플레져 대표, 이용희 이엑스헬스케어 대표가 참여해 인사이트를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