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질환에 걸렸을 때,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 중 하나는 문제 원인인 병든 심장을 건강한 새로운 심장으로 바꾸는 것이다. 즉, 심장이식이 심장병 환자들에게 있어 궁극적이고도 근본적인 치료법인 셈이다.
하지만 병원마다 이식 수술자 대기 명단에 올려놓아도 바로 수술이 가능하진 않다. 그나마 아주 짧게 걸린다는 중환자의 상태, 즉 상태가 안정되지 않고 중증도가 심해 급하게 심장이식이 필요한 경우라도 1~4개월 정도의 대기기간이 필요하다. 이식을 기다리는 동안 병이 악화해 사망하는 사례는 빈번하다. 이렇듯 필연적으로 기증자가 부족상황을 겪고 있는 심장이식 수술은 이식에 성공하더라도 면역 거부 반응이 올 수가 있어 면역 억제 치료를 해야 하며 이는 환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만약 환자 본인의 세포와 생체재료로 새 심장을 바로바로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어떨까? 본인 것으로 만들었으니 거부 반응에 대한 위험이 적고 원할 때 제작할 수 있어 신속하게 심장이식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러한 상상력을 실현할 목표로 2019년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팀이 환자 세포를 이용한 인공심장을 3D 프린터로 출력하는 데에 성공했다. 환자 고유의 세포와 생체재료로 만든 이번 심장은 비록 토끼의 심장 크기밖에 되지 않고 혈액을 온몸으로 보낼 수 있을 정도의 펌핑력을 갖추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10년 이내에 전 세계 병원에서 일상적으로 환자에게 심장을 이식하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마중물로 꼽히는 3D 프린팅 기술은 의료산업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는 전문 분야이다. 특히 지금은 정형외과, 성형외과, 치과에서 인공관절이나 성형재료, 기능 복원을 위한 의수 등 환자 맞춤형 의료기기 제작에 사용되고 있다. 덕분에 기존에 범용으로 대량 생산됐던 제품 중 환자가 가장 자신에게 편한 제품을 고르는 방식에서 벗어나 환자 자신의 신체정보를 기반으로 제품 자체를 환자에게 맞추는 개인 맞춤형 제작이 가능해졌다.
이번 텔아비브대 연구팀이 심장 제작에 사용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살아있는 세포를 쌓아 인체의 장기를 만드는 기술을 '3D 바이오 프린팅'이라고 한다. 3D 바이오 프린팅에 사용되는 바이오잉크는 인쇄 후 세포를 부착하고 증식, 분화를 지원하기 위해 세포 외기질 환경을 모방한 살아있는 세포와 생체소재를 포함하고 있다.
심장 3D 바이오 프린팅의 경우, 환자의 지방조직에서 콜라겐과 당단백질 등의 생체재료와 세포를 분리하고 세포가 줄기세포가 될 수 있도록 재프로그래밍을 한다. 그 사이 생체재료를 인쇄용 잉크 역할을 하도록 하이드로겔 형태로 가공한 후 세포를 혼합하여 심장 세포와 내피세포로 분화시켜 환자 면역체계에 적합하도록 심장혈관과 함께 프린트한다.
3D 바이오 프린팅은 앞으로 심장뿐만 아니라 각막, 간, 피부, 혈관 등도 만들어 이식할 수 있는 첨단 의료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CT, MRI 등 의료영상정보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의료제품을 제작할 수 있어 반복하여 제작하기 쉽고, 재현성이 뛰어나며 정밀도가 높다. 이러한 재현성과 정밀도 덕분에 실제로도 의료인력 교육 현장에서는 3D 프린팅으로 만든 인체모형을 이용해 교육하고 있으며, 숙련도를 높여 수술시간을 줄이고 성공률을 높이는 데 이용되고 있다.
게다가 기존 이식형 의료기기와 다르게 살아있는 세포를 이용해 결손난 조직이나 장기의 형상을 제조할 수 있기에 앞선 심장의 경우처럼 거부반응도 적고 쉽게 인체와 친화적으로 수용될 확률이 높다. 인간이 자신의 손상된 인체를 복원하려던 노력은 유구한데, 2006년에 공개되었던 사람의 귀를 등에 달고 있는 쥐의 사진이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던 사건이기도 하다. 이는 복원 세포를 이용해 쥐의 등에 사람의 귀를 자라게 하는 방식으로, 동물 학대 문제와 거부반응의 우려가 컸다.
이후 비약적인 유전자 연구의 발달로 환자 자신 세포에 기반해 자기 신체 내에서 장기를 키우거나 외부에서 키워 이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고 환자 몸의 일부로 생착해 성장하기 쉽지만, 여전히 '자라나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3D 바이오 프린팅 덕분에 인체 세포의 능력을 최대한 사용해 프린팅하면 된다. 생체 세포는 사진석판술, 자기 3D 생체 인쇄법, 직접 세포 압출성형법 등 다양하게 개발된 프린팅 방법들을 이용해 단축되고 있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도 이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인공장기의 활약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약물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은 평가를 위해 체외평가를 하게 되는데 이때 인공장기를 활용해 평가한다면 인체에서의 재현성을 높여 실제 사람이 위험을 무릅쓰고 진행하지 않아도 실험이 가능해진다. 만들어낸 장기이기에 동물실험 등 윤리적으로 충족되기 어려운 의학 연구에서도 이용할 수 있어 문제 해결을 위한 뛰어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3D 바이오 프린팅에서 더 나아가 4D 바이오 프린팅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이는 3D 프린팅한 물체가 환경과 시간에 따라 스스로 변형할 수 있도록 만든 출력 방법으로, 여러 외부적 요인에 대처하기 어렵던 3D 바이오 프린팅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이때 자가 변환과 자가조립이 가능한 특수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다.
김근형 성균관대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팀은 미국 웨이크포레스트 재생의학연구소와 전남대 공동연구진과 함께 인공 근육으로 실제 근육을 되살리는 4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돼지 골격근 세포와 사람 다리 부위의 근육 세포를 넣어 바이오 잉크를 만들었다. 이를 근육이 손상된 쥐에게 주입했고, 8주 뒤 실제 정상 근육의 90%가 되살아나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바이오 프린팅 시장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평균 27.4% 성장을 이룩해 올해는 13조 3,260만 달러의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 획기적인 기술의 발전에 프린트한 장기의 구조적 문제는 없는지, 장기의 부품화로 생명의 소중함이 퇴색되거나 고가의 가격으로 인해 빈부격차의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 정보 부족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 우려 등 법률 및 사회복지 부분의 문제도 함께 발전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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