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AI가 단순히 기술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가진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고 해도 그 쓰임새를 끊임 없이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를 우리는 소셜 임팩트라 부르고, 수익 창출을 넘어 더 나은 사회로의 변화를 시도하는 기업가 정신의 기반입니다. AI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고 비즈니스로 시도하는 딥헬릭스의 김종락 대표를 만나 그 방법에 대해 물었습니다.
Q. 5년차 AI 스타트업이다. 서강대 교수로도 재직 중인데, 어떻게 딥헬릭스를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창업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업이 생기는 것인데, 문제도 없는데 나와서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니까요. 2015년 창업 당시 수학포기자 문제가 굉장히 심각했거든요.
그 즈음에 유명한 해외 수학자가 말하길, 자신의 나라에도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 문제는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아닌 수학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하더군요. 수학 자체를 연구하는 이들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대학교 수학만 했는데, 그 이후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했고, 이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마음으로 창업하게 됐습니다.
Q. 문제 의식에 공감이 된다. 해결을 위해 어떻게 접근했나
프랑스 보드게임 중에 '도블(Dobble)'이라는 카드 게임이 있습니다. 각 카드에는 여러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는데, 참가자가 자신의 카드를 내면서 상대방 카드 속 캐릭터 중에 공통되는 걸 먼저 찾는 사람이 가져가는 게임입니다. 간단해 보여도 점을 연결해 선이 된다는 수학적 원리는 설명하는 유한기하학 개념이 담겨 있습니다. 나와 상대방의 카드 속 공통된 캐릭터가 연결 가능한 점이 되어 연결되는 것이죠.
도블을 보면서 수학적 원리가 들어간 보드게임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16년 감성수학 레드(RED)'라는 이름을 법인을 설립하고 인수분해, 정육면체 전개 같은 중고등학교의 수학 개념을 담은 게임 '메트리킹'을 출시했습니다. 이게 저희 딥헬릭스의 시작입니다.
Q. 그렇다면 딥헬릭스는 어떻게 수학 보드게임에서 AI 스타트업이 됐나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전과 비슷합니다. 이세돌의 수에 따라 알파고도 수를 바꾸지 않습니까? 이 수학 게임 역시 절대적인 승리 해법이 없습니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컴퓨터도 상대적으로 판단해 전략을 바꿔 답을 제시하는 것이죠.
'게임의 룰을 인간보다 AI가 잘 이해하기 때문에 더 잘 할 것이다'라는 전제로 알고리즘이 개발됐습니다. 딥헬릭스도 자연스럽게 답을 찾아가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이를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동시에 사업화 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 AI 스타트업으로 피보팅(외부 환경에 따라 사업의 아이템이나 방향을 전환하는 것)한 것이죠.
Q. AI 비즈니스가 혈액암 분석 진단인 점도 상당히 의외다. 헬스케어 분야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딥헬릭스의 AI 알고리즘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헬스케어였습니다. 관련 데이터도 상당히 많았죠. 그래서 혈액암 분석 진단 분야에 도전했고 TIPS 과제에도 선정됐습니다.
Q. 혈액암 분석 진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혈액암은 의사가 혈액 속 백혈구를 보고 판정을 합니다. 물론 현미경을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촬영된 현미경 이미지를 보고 판별해주는 소프트웨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백혈구가 5종이나 되다 보니 정확도가 75%에 수준에 그쳤습니다. 결국 의사가 직접 보고 구분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죠.
우리는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백혈구 분석 정확도를 95% 이상으로 올렸습니다. 게다가 직접 백혈구 촬영이 가능하도록 하드웨어까지 제작했죠. 현미경 스스로 각각 다른 백혈구를 찾아 여러 컷을 촬영하는 기기입니다. 중복되는 백혈구를 구분해 촬영하고, 이미지를 AI 알고리즘이 분석하는 시스템입니다. TIPS에 선정된 것도 소프트웨어만이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연동된 시스템을 개발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Q. 분석 기기를 현미경에 탈부착할 수 있나
아직은 시제품입니다. 아무래도 현미경마다 사이즈가 다르다 보니 규격화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코어라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Q. 의료계 종사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분당 서울대병원 진단의학과를 비롯해 5개 기관과 의료 데이터 협력을 하고 있고 조만간 병원 시연이 예정돼 있습니다. 진단 기기에 대해서는 의료계에서 반응이 좋습니다.
혈액암 판정에서는 의사가 직접 눈으로 보기 전에 화학 분석을 하는데,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10~20%는 다시 봐야합니다. 이 때문에 현미경을 보고 백혈구를 판단하는 시간이 10분 이상 걸립니다. 특히 혈액 검안의는 큰 병원에만 있다 보니 지역의 혈액 검사 수요가 계속 몰리고 있습니다. 진단의학과에서 필요한 기술입니다.
딥헬릭스의 솔루션은 혈액만 넣으면 기계가 알아서 백혈구를 찾아 촬영하고 AI가 구분해 줍니다. 의사가 현미경을 보는 단계를 줄여서 스트레스를 해결하고 효율성을 높여줍니다.
이를 기반으로 의료 전 분야의 데이터로 확장해서, AI가 이미지를 인식하면 '폐암 1기' 등 환자의 상황을 분석해 의사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영역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Q. 딥헬릭스는 의료 외에 산업군 데이터 분석 비즈니스와 교육 플랫폼 사업도 추진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AI 분석 솔루션이니, 의료 외에도 기업의 데이터 분석을 의뢰하는 곳이 꽤 많습니다. 프로젝트 비즈니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의 데이터를 받아 제조 기업이라면 판매량 예측, 구인구직 플랫폼이라면 유저 매칭 최적화 등을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제공하는 것이죠. 주로 스타트업에서 많이 의뢰합니다. 이렇게 데이터를 가지고 실험한다는 것은 비즈니스 문제를 고민한다는 의미이고 딥헬릭스의 방향과도 맞습니다.
AI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엄청나게 많습니다. 교육 플랫폼 사업은 교육자(교수) 입장에서 기존 헬스케어 사업과 별개로 진행하는 AI 관련 사업입니다. 지난 5월 말 '위줌(wezoom)'이라는 교육 플랫폼을 론칭했습니다. AI 관련 강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회원은 약 400명입니다. 교육 오픈 플랫폼으로 꾸려갈 계획입니다.
Q. 교수직과 창업을 같이하려면 힘들 것 같다. 딥헬릭스의 목표는 무엇인가
딥헬릭스 대표까지 맡고 있으니 교수직만 할 때보다 훨씬 힘듭니다. 교수는 연구와 교육만 하면 되지만, 대표는 월급 줘야 하는 직원이 있고 그들과 함께 새로운 것을 만들고 창조해야 합니다. 그래서 창업은 단순히 하나의 일이 아니라 계속 양분을 주고 키워야 하는 하나의 생명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교수 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스스로 도전이라고 여기고 감내하고 있습니다.
딥헬릭스에서 딥(Deep)은 AI를, 헬릭스(Helix)는 이중나선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AI 기술만 파고드는 기업이 아니라 이중나선을 따라가듯 우리 사회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것이죠. 딥헬릭스의 AI를 의료나 교육 아이템에 활용한 이유도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영향을 주고자 했습니다. 딥헬릭스는 AI로 계속 발전해 나가면서 사회적인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기업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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