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상용화된지 어느덧 4년차에 접어들었다. 상용화 당시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은 미국과 중국 등 보다 앞서 '세계 최초의 5G 서비스' 개통을 위해 무리했던 탓일까. 지금까지도 5G 서비스 품질과 요금제에 소비자의 불만이 상당하다. 최근 5G 특화망 서비스가 추진되는 등 서비스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지만, 느린 속도에 대한 품질 이슈와 더불어 5G 주파수 추가 할당에 따른 이통사 간 갈등으로 미완의 서비스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는 이동통신 대역 주파수 가운데 일부 남겨뒀던 구간을 통신사들이 사용하도록 추가적인 할당을 결정했다. 3.5㎓ 대역 20㎒폭(3.40∼3.42㎓) 5G 주파수의 경매에 대한 LG유플러스의 요청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지금 보다 5G의 주파수 대역을 넓혀서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그동안의 5G 품질이 부족했음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5G 주파수 추가할당을 두고 이통사 끼리 잡음도 있다. 4년 전 5G 상용화를 앞두고 이통사들은 주파수 경매를 통해 280MHz(메가헤르츠) 폭의 주파수를 할당 받았다. SK텔레콤과 KT가 각각 100MHz씩, LG유플러스가 80MHz 폭을 가져갔다. 당시에는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주파수와의 혼선을 우려해서 5G용 20MHz폭의 일부 구간을 할당하지 않았었고, 지금은 기술적으로 혼선 문제가 해결되면서 정부가 이를 추가로 할당키로 했다.
그렇지만 이번 주파수 할당은 사실상 LG유플러스만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할당하는 3.5㎓ 대역 20㎒폭(3.40∼3.42㎓)은 LG유플러스가 기존에 받은 주파수(3.42~3.5㎓(80㎒ 폭) 대역과 인접해 있어 큰 투자 없이 바로 활용이 가능하다. 반면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는 이 주파수를 할당 받더라도 비인접 대역 주파수를 하나로 묶는 캐리어 애그리게이션(CA) 기술을 적용하는 등 추가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이번 주파수 할당은 LG유플러스 단독 입찰이 유력하다. 경쟁사들은 이를 두고 '특혜'라고 비난하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5G 서비스 품질 강화로 국민 편익을 증진하고, 유휴 주파수 대역을 이통사에 빌려줘 재원 마련을 할 수 있다. 그러나 LG유플러스 한 곳에 특혜성 할당을 해준다고 전체 5G 서비스 품질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기에, 공정 경쟁 정책 기조에 흠집을 낸다는 비난은 감수해야 한다. SK텔레콤과 KT도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이번 할당 주파수의 사용 시기 및 지역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5G 서비스 품질 개선도 해결해야 할 주된 과제 중 하나다. 현재 이통사들은 5G에 대해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고 있어, 반쪽 서비스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5G 서비스 활성화에 따른 경제적인 효과와 복지 및 문화적인 효과가 뚜렷하기에 정부로서는 통신 서비스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
특히 5G 서비스는 수도권에 비해 지방 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에서 더 열악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속도 저하와 같은 품질 뿐 아니라 서비스 지역에도 제한이 많다. 정부가 특정 통신사에게만 유리한 남은 대역폭을 할당하는 이유도 이해는 된다. 농어촌 지역의 경우 이통3사가 5G 공동망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할당을 통해 서비스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기존 5G 주파수에 대한 이통사들의 설비 투자 강화 등 미진했던 인프라를 보충해서 서비스 질을 개선하는게 우선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론적으로 5G는 LTE(4G) 이동통신 서비스 보다 20배 정도가 빠른 속도를 가진다. 소비자들 역시 이를 기대하고 LTE 요금제 보다 평균적으로 월 2만원 정도 비싼 5G 요금제에 가입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5G 속도는 빠르지 않고 요금만 비싸졌다. 이통사의 투자 지연 등으로 5G 기지국 수가 부족한 것이 그 원인이다.
다만 지난 2021년은 전년도(2020년)에 비해 5G 품질이 다소 향상됐다.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85개 시 옥외에서 통신 3사의 5G 사용가능 지역 평균 넓이는 1만 9044.04㎢로, 지난해 하반기 5409.3㎢의 3.5배로 확대됐다. 이통 3사 평균 5G 다운로드 속도는 801.48Mbps로, 지난해 690.47Mbps보다 16.1% 향상됐다.
5G 망의 안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도 개선됐다. 5G 커버리지 내에서 5G 이용 도중 LTE로 전환된 비율은 3사 평균 1.88%로, 지난해 5.49%보다 3.61% 포인트 낮아졌다. 또한 접속 지연시간은 3사 평균 18.61ms(밀리초)로, 지난해 30.62ms보다 39.2% 개선됐다.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조금씩 개선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통3사의 LTE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50.30Mbps로, 지난해 153.10Mbps보다 느려지며 2년 연속 하락했다. 통신사별로 비싼 5G 요금제에 대해 소비자 불만이 높은 가운데, 어린이/청소년 및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하는 LTE 서비스에 대한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소비자 복지 측면에서 안타까운 소식이다. 통신사들의 경우, 돈이 안되는 LTE에 대한 투자 보다 5G 투자에 집중하면서 '통신 복지의 사각지대'를 키워간다는 비판도 있다.
한편, 지난해 말 네이버클라우드는 5G 특화망 주파수 할당 및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하면서 5G를 기반으로 한 첨단 산업의 첫 이정표를 찍었다. 5G 특화망은 주파수를 받아서 건물, 시설, 장소 등 특정공간에 한해 기업이 도입하고자 하는 서비스에 특화된 맞춤형 네트워크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를 통해 네이버 제2사옥에 클라우드 인프라 기지국을 구축하고, AI(인공지능) 서비스를 적용하는 서비스를 추진한다. 특히 네이버랩스가 개발한 '5G 브레인리스(두뇌 없는) 로봇'을 운용하는데, 정부는 5G 브레인리스 로봇이 대규모 트래픽을 활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28㎓를 포함 신청 주파수 대역 전체를 네이버에 할당했다.
네이버의 사례에서 보듯이, 5G(특화망) 서비스는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5G는 이처럼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핵심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아 가는 중이다. 향후 산업 분야에서는 자율주행과 스마트빌딩, 로봇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기대된다.
그러나 막상 국민 대다수가 누려야 할 5G 통신 서비스는 사업자 간 갈등과 투자 지연 등 상용화 4년차에 접어든 서비스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부침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영 불확실성에 직면한 이통사의 투자 지연도 이해할 수 있지만, 이통사들의 호실적을 봤을 때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통사들이 미래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국가 기간 산업의 핵심이자 소비자 통신 복지를 위한 5G 투자와 서비스 개선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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