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중간요금제 도입 현실화… 알뜰폰 업계는 ‘긴장’

[AI요약] 尹정부 출범과 함께 5G 중간요금제 도입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중심의 소위 ‘브랜드 통신 서비스’와 중저가 요금제 중심으로 영역을 확대해 온 ‘알뜰폰’ 구도로 유지되던 이동통신 시장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가 알뜰폰 진흥정책을 추진하며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를 통해 만든 대국민 알뜰폰 포털 사이트 '알뜰폰 허브'.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에서 5G 중간요금제 신설안이 우수 국민제안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이종호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화를 통해 재차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며 尹정부 출범과 함께 5G 중간요금제 도입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중심의 소위 ‘브랜드 통신 서비스’와 중저가 요금제 중심으로 영역을 확대해 온 ‘알뜰폰’ 구도로 유지되던 이동통신 시장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실상 알뜰폰 업계도 통신 3사의 자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피해가 우려되는 것은 그 외에 중소 알뜰폰 업체와 소규모 사업자들이다.

통신비 인하 요구로 2010년 등장한 ‘알뜰폰’ 1000만 가입자 돌파까지

과기정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11월 알뜰폰 가입자 1000만명 달성을 기념해 이벤트 전용 요금제 판매, 최신 경품 제공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알뜰폰은 지난 2010년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서비스로 시작됐다. 중소 사업자들이 기존 이통사에게 통신망을 도매가로 빌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초기에는 주로 비싼 통신비에 부담을 느끼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이후 우체국을 통해 판매되는 유통 방식이 적용되며 점차 가입자를 늘려갔다. 이어 사물지능통신(M2M)에도 알뜰폰이 적용되며 빠르게 가입자가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출범 당시 40만명 수준이었던 가입자는 2015년 500만명 달성 이후 지난해 11월 결국 1007만명을 기록하며 ‘알뜰폰 가입자 1000만 시대’를 열었다.

이러한 알뜰폰 시장의 성장 배경에는 높은 통신비를 책정하고 있는 기존 통신 3사에 대한 반발심이 적잖이 작용했다. 그리 나쁘지 않은 수준의 이동통신서비스면서도 가격은 기존 단말기 구입과 연계된 이통사 통신비에 비해 월등히 저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실상을 보면 알뜰폰 역시 통신 3사 중심으로 판이 짜여져 있다. 알뜰폰 사업자는 기본적으로 통신 3사에 망 대여료를 지불해야 한다. 어찌됐든 통신 3사가 수익을 얻는 구조다. 통신사 별로 봤을 때 SK텔레콤의 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 사업자는 15개사, KT는 36개사, LG유플러스는 40개사다(2021년 말 기준). 가입자 기준 점유율은 KT이 1위였지만 최근 LG유플러스가 역전했고, 그 뒤를 SK텔레콤이 있고 있다.

문제는 이통 3사가 망 대여료만 받는 것이 아니라 자회사를 통해 직접 사업자로 뛰고 있다는 사실이다. SK텔레콤은 SK텔링크, KT는 KT엠모바일과 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과 미디어로그를 자회사로 두고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 통신 3사의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尹정부 의지에 통신사들 입장 바꿔 도입하기로… 방향은?

5G 중간요금제 도입과 관련해 절충안으로 언급되는 것이 통신 3사가 알뜰폰 시장에서 철수하고 5G 요금제를 알뜰폰 업계에 넘기는 방안이다. (이미지=픽사베이)

5G 중간요금제 신설 시 문제는 그간 저가 요금으로 이용자를 확보해 왔던 알뜰폰의 존재 가치가 무색해진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이통통신 요금제는 10GB 수준의 5만원대 요금제, 110GB~15GB 수준의 6만원~7만원대 요금제로 양분돼 있다. 중간구간이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더 비싼 대용량 데이터 요금제를 쓰거나 알뜰폰을 쓰는 것 밖에 없었다.

업계에서 예측하는 5G 중간요금제 방식은 약 30~4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5만원~6만원대의 일반 정규요금제, 4만원대 선택약정 할인 등이다. 이처럼 최근 거론되는 5G 중간요금제안 대로라면 사실상 알뜰폰의 입지는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2~7만원대 5G 요금제를 통해 최소 3GB에서 최대1200GB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사실상 경쟁력은 ‘가격’ 뿐인 상황에서 알뜰폰 업체들은 대기업인 통신 3사와 직접 경쟁 구도가 형성될 시 오프라인 유통망 부재, 열악한 고객센터 인프라, 이용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각종 부가 서비스 부재 등으로 대규모 고객 이탈을 예상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5G 중간요금제 신설과 더불어 알뜰폰 시장 문제를 해결하는 절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형 통신사들 입장에서도 지속적인 망 인프라 투자가 이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5G 중간요금제는 남는 게 없는 장사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예상할 수 있는 절충안은 무엇일까.

업계에서 유력하게 점치는 안은 통신 3사가 정부와 협의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서 철수하고 5G 중간요금제라는 부담스러운 공을 알뜰폰 업계로 넘기는 방안이다. 얼마전 과기정통부와 국회에서 알뜰폰 시장의 이통 3사의 자회사 독과점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언급되기도 했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이를 주시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LG유플러스의 경우 이해관계가 다르다. 기존 이동통신 시장에서 만년 3위를 기록해 온 LG유플러스는 그간 LTE 서비스 중심의 알뜰폰 시장 공략에 공을 들여왔고, 최근 1위에 등극하는 등 성과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안으로는 통신 3사가 신설하는 5G 중간요금제를 알뜰폰에 신속하게 도매하는 것이다. 이 경우 알뜰폰 업계는 RS(수익분배형 요금제) 제공시점, RS 도매대가 산정 기준을 명확하게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尹 정부 출범과 함께 이 같은 5G 중간요금제 도입 논의는 더욱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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