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안 나오는 ‘5G’, 왜 그런가 봤더니…

국내 이통3사의 5G 요금제는 월 5만5000원부터 최고 13만원에 달한다. 이 요금제는 LTE보다 평균 2만원쯤 비싸다. 하지만 5G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LTE보다 낮다. 5G 서비스가 요금이 LTE보다 비싼 이유는 이론적으로 속도가 20배쯤 빠르기 때문이다. 현실은 다르다. 5G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비싸고 느린 서비스에 이용자들은 속이 터진다. 5G 서비스의 현주소를 알아본다.

 

‘오지’도 아닌데 속도가 오지게 안 나오는 이유

값비싼 핸드폰 요금에 입이 쩍 벌어지는 요금제로 5G 스마트폰을 구입했는데 대부분의 서비스는 4G 기반인 LTE라면? 가격이 저렴한 요금제로 바꾸려 해도 부가 비용이 들고 그마저도 어려움이 따른다. 이동통신사의 설명만 믿고 계약했다가 낭패를 본 5G 이용자들은 대체로 통신서비스 품질과 이용요금 관련 불만을 표출한다. 

소비자단체도 이와 관련된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서비스 시작 이후 1년 동안 접수된 5G 서비스 관련 상담 2055건 중 63%는 품질 불만에 따른 계약 해지를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불만 사항은 통화 시 끊김 현상과 LTE 전환 등이다.

그 이유는 턱없이 부족한 기지국 탓이다. 5G는 상용화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5G 통신 신호를 교환하는 기지국 수가 한참 모자른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준공 신고된 5G 기지국은 올 5월 기준 11만5386개다. 87만개에 달하는 LTE 기지국의 13%에 불과하다. 

설비 투자에 대한 계획도 요원하다. 이통3사는 올 상반기 4조원을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1분기 설비투자는 SK텔레콤 3066억원, KT 4069억원, LG유플러스 3746억원으로 총 1조881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 투자금액인 SK텔레콤 3313억원, KT 5521억원, LG유플러스 2768억원의 1조1602억원보다 721억원이나 줄었다.

자료=오픈시그널
자료=오픈시그널

 

이통3사 5G 서비스 허위광고 공정위 고발

참여연대는 5G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은데도 이동통신 3사가 허위·과장 광고로 소비자를 오인하게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참여연대는 8일 기자회견에서 "5G '전국 상용화'가 발표된 지 14개월이 지났음에도 광고에서 나온 삶의 변화는 체감되지 않고 있다"며 이통3사를 비난했다.

5G 네트워크는 4세대(4G) LTE나 와이파이보다 높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해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정보를 전송할 수 있다. 그러나 전파의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 통과율이 비교적 낮아 서비스 범위가 좁은 특징도 갖고 있어 전파를 중개하는 기지국이 4G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올해 3월 기준 5G 기지국은 10만여곳으로 LTE 기지국 약 80만곳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참여연대의 설명이다.

참여연대는 또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콘텐츠는 5G 서비스가 아닌 LTE, 와이파이, 심지어 3세대에서도 이용이 가능하지만 5G 전용 콘텐츠로 홍보해 5G 휴대폰 구매를 유도하는 행위를 했고 최근까지도 이 같은 홍보를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5G 쓸 수 있는 시간은 전체의 15%

실제로 영국의 무선통신서비스 시장조사기관인 오픈시그널이 올해 1∼4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이통 3사 이용자들의 평균 5G 접속시간은 하루 24시간 중 3.4시간가량(약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5G 스마트폰을 쓰더라도 실제 5G망에 연결되는 경우는 이용 시간의 15%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통신사별 5G 가용성은 SK텔레콤이 15.4%로 이통 3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어 LG유플러스는 15.1%, KT는 12.5%였다. 5G 가용성은 5G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5G망에 연결된 시간의 비율을 의미한다. 한국은 지난해 4월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후 1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5G 가용성은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친다. 즉 5G폰을 사용해도 대부분 4G 이하의 망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오픈시그널은 5G에 연결됐을 때 앱, 웹 등에 접속 및 다운로드할 때의 평균 속도를 비교한 결과도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LG유플러스(237.2Mbps)의 5G 속도가 가장 빨랐다. 다음으로 SK텔레콤(220.4Mbps), KT(214.8Mbps) 차례였다.

오픈시그널은 한국은 고주파 주파수 대역(28GHz)이 아닌 중간 대역에서 5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중간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국가의 5G 평균 속도 110∼170Mbps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통신사별로 자사 4G 평균 속도와 비교한 5G 속도는 LG유플러스가 5.2배로 가장 높았다. 이어 KT는 4.8배, SK텔레콤 3.5배로 조사됐다. 5G 이용자가 3G~5G망 등을 통해 경험하는 전반적인 접속 및 다운로드 평균 속도는 SK텔레콤(110.0Mbps)이 가장 빨랐다. 이어 LG유플러스(95.8Mbps), KT(82.2Mbps) 순으로 집계됐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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