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요약]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우리나라 게임의 판호 발급은 거의 중단됐다. 4년간 지속된 한 한한령 속에 판호를 받은 것은 3년 넘게 4년이 넘게 판호가 나오지 않다가 ' 증거는 좋은 신호로 볼 수 있지만, 중국 게행법들이 벤치마킹을 할 기간이 충분했고, 트렌드 면에서 최신 게임에 비해 떨어지는 면이 있어 '신작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난 28일 중국 판호 심사를 주관하는 국가신문출판서는 총 44종의 외국 게임이 포함된 판호 발급 리스트를 공개했다. 한국 게임으로는 유일하게 펄어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이 포함됐다. 신청한지 무려 2년 3개월 만에 발급된 판호였다.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우리나라 게임의 판호 발급은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다. 4년간 지속된 한한령 속에 판호를 받은 것은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2020년 12월), 핸드메이드의 ‘룸즈’ 콘솔버전(PS4)(올해 2월) 단 2건이다.
한한령 이후 3년이 넘게 판호가 나오지 않다가 ‘서머너즈 워’이후 2개월, 4개월 간격으로 판호가 나온 것은 좋은 신호로 볼 수 있지만, 보름간 170여개의 판호가 나오던 2000년대 중반에 비하면 100분의 1수준도 안되는 발급량이다.
더구나 ‘검은사막 모바일’은 2018년 출시된 게임으로 중국에 공식 출시만 안됐다 뿐이지 이미 중국 게임사들이 표절에 가까울 정도로 벤치마킹을 할 기간이 충분했고, 트렌드 면에서 최신 게임에 비해 떨어지는 면이 있어 이른바 ‘신작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펄어버스는 이미 차기작 개발을 진행중이다.
판호(版號), 대체 무엇이길래?
판호는 중국에 게임을 출시하게 위해 필수적으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받아야하는 신규 게임 허가증이다. 중국게임사의 게임은 ‘내자 판호’, 해외게임사의 게임은 ‘외자 판호’가 발급된다. 문제는 이 판호를 받기 위한 조건이 해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 게임을 비롯한 해외 게임사는 판호를 발급을 받아도 중국법에 따라 중국 시장에 게임을 직접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외국 게임의 중국 진출은 허용했지만, 현지 운영은 반드시 중국 게임사에 맡기도록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게임이 중국에 인기를 얻을수록 중국 게임사도 이익을 보게끔 해 놓은 구조다.
이미 한한령이 시작되기 전인 2016년부터 중국은 판호를 관리했던 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에 의해 권고 사항이었던 ‘모바일게임’ 판호 발급이 의무사항으로 달라졌다. 2018년 광전총국이 해체된 이후 지금의 중국공산당중앙위원회선전부(중앙선전부)가 판호를 관리하며 신청 기회를 3번으로 제한하는가 하면, ‘게임총량제’를 도입하며 규제의 고삐를 더욱 죄어 왔다. ‘게임총량제’는 시장에 유통되는 게임의 총량을 정해 통제하는 방식이다.
올해 4월부터 중앙선전부에 의해 실시된 ‘게임 심사 채점제’는 더욱 심각하다. 중국 당국자가 지정한 전문가가 게임에 점수를 부여하는데 심사 기준은 △관념지향 △원조창작 △제작품질 △문화적의미 △개발정도 등 5개이다. 점수는 평균 3점 이상이 돼야 하며, 한 항목이라도 0점을 받게 되면 게임을 출시할 수 없다.
문제는 이 심사항목의 세부 사항에 있다. 예를 들어 관념지향 세항으로는 ‘게임 주제, 플레이어의 역할, 메인 플레이 방식’ 등이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에 부합해야 한다. 제작품질 역시 ‘게임장면, 캐릭터 설정, 게임 시나리오’ 등에서 ‘역사적 사실 또는 합리적인 상상’을 기반으로 디자인을 한 것인지를 따진다. 문화적의미로 넘어가면 더욱 당황스럽다. ‘중국문화를 전파하거나 확산 가능 여부’가 기준이다. 만약 심사위원이 보기에 ‘부적절한 국가, 민족, 종교, 역사, 문화’ 등이 포함돼 있을 시 감점을 받는다.
이와 같은 기준은 얼마전 한복과 김치 등을 중국 문화라고 우기며 논란을 일으켰던 점을 두고 봤을 때 더욱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제 중국은 일본 게임사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게이머들이 방독면이나 마스크를 쓴 캐릭터를 만들고, 우산을 씌우거나 우한 폐렴이라는 단어를 게임 화면에 등장시키자 이렇다 할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중국내 판매를 금지시켰다. 이는 홍콩의 우산혁명, 코로나19와 관련된 중국의 부정 이슈에 대해 연상될 수 있는 어떤 묘사도 불허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크래프톤의 중국 내 게임 서비스 기술 지원, 내막은?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크래프톤의 ‘기술 서비스 제공’으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중국 게임사 텐센트가 서비스 중인 모바일 게임 ‘화평정영’에 기술 서비스를 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지난 16일 크래프톤이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 예비투자설명서를 제출하면서 알려졌다.
그런데 그 내막을 살펴보면 단순하지 않다. 크래프톤은 자사의 흥행작 ‘배틀그라운드모바일’의 중국 버전 ‘절지구생’의 판호 발급이 지연되자 지난 2019년 5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상한 것은 ‘절지구생’ 서비스는 중단됐다고 하지만 업데이트를 하면 텐센트의 ‘화평정영’으로 바뀐다 점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크래프톤이 우회적으로 ‘배틀그라운드’를 출시한 게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크래프톤 측은 “두 게임은 관련이 없는 별개의 게임”이라면서도 로열티 계약 관련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최근 화평정영에 수수료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업계에서는 다양한 말들이 나오고 있다.
몇 가지 사실을 짚어보면, 텐센트는 크래프톤의 2대주주로 15%가 넘는 지분을 가지고 있다.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텐센트의 영향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화평정영’의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달라진 게임 요소가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와 묘하게 비슷하면서도 중국의 판호 발급 기준에 부합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텐센트는 ‘화평정영’을 ‘군사 경쟁 훈련’으로 표기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는 ‘배틀로얄’ 장르다. ‘배틀그라운드’에 처음 등장하는 미국산 전술 수송기는 중국 수송기로 변경됐다. 캐릭터 사망 시에도 ‘배틀그라운드’에서는 피를 흘리며 죽지만, ‘화평정영’은 캐릭터가 손을 흔들며 사라진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며 텐센트 측은 중국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찌됐든 크래프톤과 텐센트 측은 ‘화평정영’의 기술 서비스 명목으로 오가는 돈은 ‘로열티’가 아니라 ‘수수료’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판호 발급이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 진출을 포기 못하고 다양한 방식을 모색하는 이유는 50조원에 가까운 중국의 게임 시장 규모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게임백서’에 따르면 중국의 글로벌 게임 시장 점유율은 미국에 이은 2위로 올라섰다. 우리나라 게임사들로서는 이러한 판호 발급의 어려움과 함께 여전히 이어지는 중국게임사와의 표절 관련 법적 공방, 좁아지고 있는 게임 제작 기술 격차 등을 풀어야할 난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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