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확정...'삼성 대규모 투자 시동 vs 불공적 특혜' 팽팽

국정농단 공모 사건으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가석방된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두고 정재계에서는 주로 환영하는 목소리가, 반면 시민단체 등에서는 '불공정 특혜'라며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경제 및 빅테크 차원에서 환영의 목소리를 낸다. 특히 최근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 심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복귀로 삼성이 총수 공백을 해소,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또한 샤오미에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맹주자리를 내주는 등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전략 재정비에도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부문 중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최근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로 인한 압박은 물론, 경쟁사인 대만 TSMC와 점유율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삼성전자의 입지를 크게 흔들었다. 삼성 및 재계에서는 총수 공백을 아쉬워 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가 총수 한 명의 부재로 흔들리면 말이 안된다는 소리도 있었지만, 사실상 총수가 지배하는 기업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공백은 대규모 투자 결정에 분명한 제한 요소인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복귀로 삼성전자가 미국 등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진척 상황이 드러나지 않았다. 주요 외신은 이 부회장이 출소 이후에야 삼성의 주요 투자와 M&A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삼성SDI의 미국 배터리 공장 신설 및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등도 탄력을 받고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법무부,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최종 확정

법무부는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이재용 부회장을 8.15 가석방 대상으로 확정했다. 위원회 결과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최종 허가했다. 위원회 가석방 심사 통과로 이 부회장은 13일 출소하게 된다.

박 장관은 위원회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서 사회의 감정과 수용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특혜시비가 없도록 복역률 60% 이상의 수용자들에 대해서 가석방 심사의 기회를 부여하도록 했다는 것이 법무부 입장이다.

다만 이 부회장이 사면이 아닌 가석방이므로, 관련법에 따라 5년간 취업 제한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박 장관은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라고 언급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올해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에 앞서 이 부회장은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1심 당시 1년간 구속 수감된 바 있다. 형기의 60%를 채웠고, 형기만료는 2022년 7월 예정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가운데)

가석방 환영 측, "경제 위기 돌파를 위한 선택"

이 부회장의 가석방 소식에 대해 재계, 여당 일각 및 제1 야당인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는 "세계는 반도체 패권전쟁 중이며 인텔과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져 우리 경제의 먹거리를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우리나라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나아가 새로운 경제질서의 중심에 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은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절실하다는 경영계 입장과 국민적 공감대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여당에서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로 수감된 만큼, 공식적으로 가석방 환영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을 고려했다'는 박범계 장관의 언급처럼, 삼성전자가 가진 글로벌 반도체 시장 파급력 및 대선 상황까지 고려한 당정청 차원의 결정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공식 입장을 냈고, 대선주자인 윤석렬, 최재형, 원희룡 예비후보는 환영의 입장을 전했다. 먼저 윤석열 예비후보 측은 “오늘 법무부 가석방 심사위원회의 결정은 정해진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고,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을 고려하여 결정된 것인 만큼 이 부회장과 삼성은 국가경제에 대한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예비후보 측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경제살리기에 결초보은, 분골쇄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석방 비판 측, "재벌 총수에 대한 불공정한 특혜"

반면, 여당 일부 의원과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박용진 의원은 이번 가석방 결정에 대해 "재벌 총수에 대한 0.1% 특혜 가석방은 공정한 일이 아니다"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정의당 또한 "오늘 결정은 촛불로 세워진 문재인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공정과 평등, 정의의 가치를 스스로 짓밟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사실상 하나의 사건 중 일부에 해당하는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가석방된 전례를 찾기 어려운바, 명백한 특혜”라며 “완화된 가석방 심사기준을 이재용 부회장이 가장 먼저 적용받은 것도 석연치 않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가석방 절차와 원칙 그 어떤 것에도 맞지 않는 재벌총수에 대한 특혜”라며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도 정의롭지 못한 명백한 재벌총수에 대한 특혜 결정이며 사법정의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사회적 특수계급에 대한 특혜”라고 전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또한 "이 부회장 범죄사실은 삼성 회사 자금 86억원을 횡령해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이런 중대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재벌이라는 이유로 쉽게 가석방되면 우리 사법제도의 공정성을 중대하게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또 "검찰이 관례적으로 다른 사건 재판을 하는 경우 가석방 동의 의견을 제출하지 않는 점, 중대범죄에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가석방이 이뤄진 선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 비춰볼 때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석방을 허가한 것은 재벌에 대한 특혜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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