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제외될라" 민감해진 ESG, IT업계 떨고 있다

ESG가 기업 경영 아젠다로 주목 받는 가운데, 주요 IT 기업들의 이슈가 ESG 악재로 반영되고 있다. 이전까지는 비재무적 요소로 인한 비용 처리 차원의 단순 리스크였다면, 이제부터는 ESG 관점에서 볼 때 미래 투자 대상에서 배제될 위험성이 커진 셈이다.

(ESG :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

지난 7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삼성전자, 네이버 등 주요 IT기업의 ESG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삼성전자를 공정위의 삼성웰스토리 관련 부당지원행위로 검찰 고발 및 과징금 부과를 이유로 ESG 중 G(Governance, 지배구조) 부문을 B등급에서 C등급으로 조정했으며, 네이버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발생한 개발자의 극단적 선택 등 조직 내 만연한 부조리 사례를 들어 S(Social, 사회) 부문 등급을 기존 'A'에서 'B+'로 하향했다.

이러한 기업의 ESG 리스크는 기업 투자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오는 2022년까지 책임투자 비중을 운용자산의 5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2년부터 국민연금은 거래 증권사, 위탁 운용사를 평가할 때, 해당사가 기업 투자에 있어 얼마나 ESG를 잘 반영하는지 살필 예정이다.

결국 국민연금의 주문과 위탁 운용 규모를 고려한다면, 당장 투자 기업에 대한 ESG 평가 점수를 반영해야 하는데, 앞서 네이버 등 IT기업의 ESG 리스크는 곧장 투자 유무로 반영될 전망이다.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ESG를 고려하는 상황에서 기업 역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됐다.

'서로 다른' ESG 평가 기준 두고 갈등도 발생

기업의 ESG가 투자와도 연결됨에 따라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평가를 둘러싼 논란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 ESG 평가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쿠팡의 장기적 기업가치를 위한 ESG분석’ 보고서를 통해 쿠팡은 "사회(S)와 지배구조(G)가 상당히 취약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쿠팡의 계속된 근로자 사망사고와 산재 신청률이 높다는 점은 안전 체계가 미흡한다는 것이고, 오픈마켓에서의 '아이템위너' 제도를 통한 판매자 콘텐츠 무단 사용 행태는 불공정 거래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또 쿠팡의 차등의결권을 통한 경영권 확보 역시 지배구조에 문제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러한 지적을 들어 "쿠팡은 ESG 측면에서 미흡한 요소들이 장기적 기업가치에 하방 위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쿠팡은 해당 보고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미 노사협의회는 설치됐으며, 인정된 산재 사고는 1건에 불과하고, 오픈마켓 판매자의 '저작권 침해' 역시 허락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서스틴베스트의 보고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다. 차등의결권이 ESG 중 지배구조(G)를 저해한다는 지적 역시 국내 벤처 시장에서 최근 적극적으로 도입이 고려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ESG 투자에 있어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 전략이 강조됨에 따라 쿠팡과 같은 각 기업들의 ESG 평가 방어 기조 역시 점점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네거티브 스크리닝'은 투자에 있어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기업·섹터·산업을 투자에서 배제해 ESG 관련 위험을 관리하는 방식을 뜻한다. 배제 대상의 예로 무기와 담배, 도박, 주류 등이지만, 노사 관계나 환경 관련 이슈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즉, 기업 입장에서 ESG 리스크로 인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배제될 최대한 가능성을 줄여야만 하는 셈이다.

다음 갈등은 SI업계

하지만 '높은 ESG 위험'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ESG 리스크에 있어 가장 현안으로 떠오른 IT분야는 SI 업계다.

공정위는 오는 2022년 5월까지 대기업 SI 내부 거래 비중 현황을 공시하도록했다. 이 내부 거래 비중이 높을수록 공정위는 ‘부당지원 등의 개연성이 크다’고 판단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만약 해당 조치가 시행될 경우, 관련 기업은 ESG 중 G(지배구조)에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앞서 공정위는 삼성전자의 삼성웰스토리에 급식 일감 몰아주기를 부당지원행위로 판단해 과징금을 부과했고, ESG 평가에 영향을 준 바 있다.

이미 공정위는 SI 업계를 다음 타깃으로 공언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올해 업무계획에 대기업 내부거래 일감을 중소기업과 나누는 일감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일감나누기 자율준수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며, ‘정보기술(IT) 서비스 일감개방 자율준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기도 했다.

공정위의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2019년 기준 30대 기업집단의 SI 내부 거래 비중은 60.2%에 달한다. 국내 1위 SI기업은 삼성SDS는 내부거래율이 61.4%이며, 현대오토에버의 경우 95.8%, 롯데의 경우 롯데정보통신이 전체 매출 85.5%을 그룹 내부거래로 채웠다. 포스코ICT는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의 76.3%를 그룹 내부거래로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내 시스템을 다른 기업에 맡길 수 없다는 SI 특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공정위가 나선 이상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시작은 삼성일까?

이러한 움직임에 삼성부터 움직이는 모양새다. 삼성그룹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통해 17일 최고경영진의 준법위반리스크를 유형별로 정리하고 지표화해 평가하기로 결정했다. 6가지 유형으로 정리된 삼성의 준법위반리스크에는 삼성전자 등 7개 계열사 최고경영진의 준법 위반 점검 사항과 함께 대외 후원·내부거래 등에 대한 대책과 그룹 지배구조 문제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삼성전자는 이사회 내 ‘거버넌스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개편해, 기존 거버넌스위원회가 추진한 ESG 관련 지속가능경영 분야 활동을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석대건 기자

daegeon@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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