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는 거니?”
‘GAFA(Google·Apple·Facebook·Amazon)’로 불리는 미국의 글로벌 IT공룡(Big Tech)들에게 좋은 시절은 다 간 것 같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GAFA로 대표되는 빅테크의 비공정적·반독점적 관행을 손보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그 첫 신호탄은 바이든이 지난 5일 팀 우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를 국가경제위원회 기술 및 경쟁정책 담당 대통령 특보로 임명한 것이다. 사흘 만에 이어진 두 번째 소식은 바이든이 이미 리나 칸 미 컬럼비아대 로스쿨 부교수를 미국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연방거래위원회(FTC)위원장으로 내정했다는 미발표 소식이다.
팀 우 교수는 미국내, 아니 전세계에서 반독점법과 부의 격차와 불평등 문제를 논할 때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만큼 줄기차게 이를 거론해 온 인물이다. 리나 칸은 이미 대학시절(2017)에 아마존 독점을 비판한 논문으로 스타가 된 컬럼비아대 부교수로 아마존에겐 당연히 저승사자 같은 인물이다.
팀 우, 리나 칸 두 사람 모두가 공정거래를 내세우며, 대기업의 독점을 반대하고, IT공룡이 분할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GAFA에겐 기피 인물일 수 밖에 없다.
막강한 영향력만큼 엄청난 갑질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는 미국 4대 IT공룡(빅테크)들을 초긴장시키는 두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알아봤다.
‘망중립성’이란 말을 만든 팀 우 교수가 바이든의 경쟁 반독점 특보
백악관이 IT공룡에 대한 불공정 경쟁 및 반독점 관행 근절의 고삐를 죄겠다는 정책 추진의지는 지난 5일(현지시각) 팀 우 교수의 바이든 행정부 합류 발표로 시작됐다
백악관은 이날 오전 팀 우 교수가 국가경제위원회(National Economic Council)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기술 및 경쟁정책 특별 보좌관으로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 특보는 트윗을 통해 이 소식을 확인했다.
그는 그동안 반독점 단체들과 진보적인 민주당원들로부터 폭넓게 지지받아 온 인물이기도 하다. 팀우는 대만 독립운동가인 아버지와 영국계 캐나다인 면역학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난 미국인이다.
IT업계에서는 팀 우 특보를 2000년대 초 ‘망 중립성’이란 용어를 만든 사람으로 가장 잘 기억하고 있다. 망중립성(Network Neutrality)은 데이터 트래픽의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사용자에게 동등하고 차별없이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인터넷 생태계 운영 규범이다. 이는 GAFA가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가 연방정부에서 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국제무역위원회(ITC)와 국가경제위원회 자문역을 맡은 것을 포함, 여러 연방정부 직책을 역임했다. 팀 우는 지난 2006년부터 컬럼비아 대학교 로스쿨에서 전임교수로 재직하며 수정헌법 제1조와 독점금지법을 가르치고 있다.
팀 우는 지난 2010년 자신의 저서 ‘마스터스위치’(*국내에선 2012년 같은 제목으로 출간)에서 열린 인터넷이 폐쇄적이고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같은 미래로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8년 그는 또 다른 책인 ‘거대함의 저주(The Curse of Bigness)(*국내에선 지난해 말 ’빅니스‘란 제목으로 출간)란 책에서 미국 규제당국이 독점금지법을 시행하지 않은 것이 ’새로운 금도금 시대‘와 그에 수반되는 모든 문제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저명한 몇몇 진보적 민주당 의원들도 그의 이런 움직임에 박수를 보내며 동조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은 “팀은 오랫동안 독점금지법 옹호자였으며, 공무원들에게 공룡IT기업들(빅테크)을 해체하고 고삐를 죄라고 밀어 부쳤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대선 경선 낙선 당시 빅테크 분리 해체를 요구했던 워런 의원은 “그가 이 역할을 맡게 되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최근 1976년 이후 최대 규모의 반독점규제개혁 법안을 발의한 에이미 클로부차르 상원의원(민주·미네소타)도 팀 우의 새로운 새 직책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녀는 “이 정부가 미국에서의 경쟁을 촉진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미국은 긴급히 해결해야 할 주요 독과점 문제를 안고 있다...팀과 함께 반독점법을 현대화해 우리 경제를 강화하고, 노동자와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팀 우는 이전에 국가경제위원회가 억제되지 않은 거대 IT기업 성장을 허용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나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했고, 독점금지법에 관해 일했기 때문에 여기서 개인적인 책임을 지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합병에 대해 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가끔 우리는 실리콘 밸리에 대해 지나치게 장밋빛 시각을 가졌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거대 IT기업들이 사용자 데이터를 보호하고 중소 경쟁업체들을 공정하게 다루고 플랫폼에서 잘못된 정보를 근절하는 데 실패했다고 믿는다.
아마존엔 거의 저승사자인 ‘리나 칸’까지···FTC 위원장 유력설
로이터,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8일(현지시각) 전한 두 번째 불길한 소식(IT공룡들에게)은 백악관이 ‘리나 칸’ 컬럼비아대 부교수를 미국의 공정위원회 격인 연방거래위원회(FTC)위원장에 지명할 계획이란 소식이었다. 그녀는 반독점을 강력히 주장해 온 학자이며 특히 아마존을 강력하게 비판한 책으로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다. 그녀는 파키스탄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났고 영국에서 태어나 11살 때 미국으로 이주한 미국인이다.
백악관이 칸을 지명할 계획이라는 소식은 미행정부가 팀 우 컬럼비아대 교수를 국가경제위원회 기술 및 경쟁정책 특별보좌관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한 지 불과 2일 만에 나왔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아마존을 비롯한 다른 빅테크 기업에 대해 공격적 반독점 규제를 할 생각임을 보여주는 또다른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워싱턴 정가의 소문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 이후 줄곧 칸의 이름이 FTC 위원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백악관이 칸에게 FTC 위원장을 지명하더라도 그녀의 임명에는 상원 인준이 필요하다.
칸은 법대생 시절인 2017년 자신의 블록버스터 논문인 ‘아마존의 반독점 패러독스’를 예일대 법학저널(Jale Law Journal)에 발표하면서 반독점과 관련해 슈퍼스타덤에 오른 인물이다.
칸 교수는 ‘아마존의 반독점 패러독스’에서 기업이나 합병이 반경쟁적인지를 판단하는 핵심 벤치마크로 소비자 가격을 활용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며, 아마존의 규모와 크기가 이 기업을 반경쟁적으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논문 요약문에서 “특히 현재의 원칙은 약탈적 가격책정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기업들을 통합(인수합병)하는 것이 어떻게 반경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썼다.
그녀의 논문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민주당 로히트 초프라 FTC위원은 공정위가 공정위 반독점 집행 심사에 착수하던 2018년 그녀를 자문위원으로 찾았다. 당시 초프라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리나 칸과 같은 법률 신동과 마주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녀의 경력에서 전형적인 것은 없다. 이처럼 큰 영향을 미친 획기적 법률 연구나 연구성과를 이렇게 빨리 출판하는 법대생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그녀의 이론을 “힙스터(자기네 부류의 최신 유행에 따르는) 독점 금지”라고 불렀다.
2019년과 2020년 두해 동안 칸은 IT공룡들과 독점 금지 조항 간의 연관성을 파헤치는 대규모 블록버스터 보고서를 작성한 하원 소위원회 직원 중 한 명으로 활동했다. 위원회는 16개월에 걸친 청문회, 연구, 분석 끝에 지난해 가을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이 모두 어떤 식으로든 경쟁법을 어기고 있으므로 고삐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FTC는 이미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과 와츠앱)을 분리 해체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고, 아마존에 대해서도 2년 넘게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칸을 FTC위원장에 임명하는 것은 이 기관이 향후 몇 달 내에 관련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전조로 해석된다.
이미 더 거세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빅테크 공세
앞서 지난 4일 외신들은 미 애리조나 주 하원이 구글이나 애플의 인앱 결제 대신 다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더라도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켜 상원으로 이관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애리조나 주 하원이 구글이나 애플같은 IT공룡들의 ‘인앱 결제 강제 금지’를 골자로 하는 ‘HB2005’ 법 개정안을 31대 29로 통과시킨 것이다. 이 법안은 구글이나 애플처럼 100만 다운로드를 초과하는 앱마켓이 애리조나 주에 거주하는 개발자에게 인앱결제를 강요하는 것을 금한다. 또 구글이나 애플이 타사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기로 한 개발자에 대한 보복도 금했다. 한마디로 구글 애플 같은 IT공룡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을 못하게 못박는 내용이다.
아무리 기고만장한 IT공룡들이라도 어찌 두려워 하지 않을 수 있으랴.
이러한 바이든 행정부와 미국내 공정경쟁·반독점에 대한 강경 분위기는 IT공룡들을 움직여 몇 가지 선제적 대응 조치를 취하도록 만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사용자들이 아이폰에서도 타사 메일과 브라우저 앱을 기본으로 설정할 수 있게 한 애플의 조치도 빼놓을 수 없다. 애플은 최신 iOS 베타 버전에서 시리에게 음악 재생을 위해 경쟁사의 어떤 앱을 선호하는지도 알려줄 수 있도록 했다.
이 대목에서 궁금해지는 것은 이런 미국내 정책 기조가 우리나라에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올 것인가다.
최근 야당 국민의 힘은 구글이 가까운 시일 내 대·중소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수수료를 (30%에서)15% 이하 수준으로 인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과방위 위원들은 구글의 갑질(인앱 결제)을 막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야당에 요구했다.
여야가 합심해 글로벌 공룡IT업체의 인앱결제 금지와 수수료 인하를 이끌어 내게 될까. 그렇게 된다면 모처럼 칭찬과 웃음 릴레이가 쏟아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