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감집'으로 급부상한 게임사들

넥슨 "초봉 5000(개발 직군), 전 직원의 연봉을 800만원 인상"

넷마블·게임빌·컴투스·스마일게이트 "헐...그럼 우리도"

크래프톤 "받고, 2000만원 일괄 인상...신입 대졸 사원 초봉도 6000만원!"

웹젠 "올해 연봉 및 인센티브, 전사특별성과급 200만원 더해 직원 1인당 평균 2000만원 총보상"

네오위즈 "600만원 일괄 인상"

...그리고 엔씨소프트 "초봉 5500만원, 정기 인센티브에 CEO 특별 인센티브 800만원 별도"

2월 첫날부터 업계를 뜨겁게 한 넥슨발 연봉 인상 랠리가 엔씨소프트를 끝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경제적 타격이 심각한 가운데, 게임은 비대면 산업의 대표 주자로 성장세를 계속하고 있죠. 게임 전문 시장조사기관 뉴주(Newzoo)는 2020년 전체 게임산업 성장률은 9.3%로 2019년 말 전망치보다 2% 증가했고 모바일게임은 13.3%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다.

돈 번 만큼, 직원들에게도 돌려주겠다는 건데요. 사실 게임 개발자들의 연봉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습니다. 2020년 콘텐츠산업 창의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게임 업계 상용근로자의 초임 연봉은 2613만원으로, 전체 상용 근로자의 평균 연봉(3242만원)보다 적습니다.

게임 업계가 야근, 특히 크런치모드로 악명 높은 것을 생각하면 더 열악한 셈이에요. 크런치(Crunch)는 으스러지는 소리를 뜻하는데, 게임 출시 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야·특근을 반복하는 것을 크런치모드라고 합니다. 꽤 무서운 별명이죠?

개인 사정을 제외한 주된 퇴사 이유를 사업체의 장르별로 살펴보면 게임과 캐릭터는 적은 보수를 이유로 꼽았다.(출처: 한국콘텐츠 진흥원 2020년 콘텐츠산업 창의인력 실태조사)
개인 사정을 제외한 주된 퇴사 이유를 사업체의 장르별로 살펴보면 게임과 캐릭터는 적은 보수를 이유로 꼽았다.(출처: 한국콘텐츠 진흥원 2020년 콘텐츠산업 창의인력 실태조사)

"마감 이슈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보고회 출시일 등 마감기간이 임박하면 지속적으로 새벽에 근무하는 일이 발생하여 근로자에게 피로부담 및 일상생활에 타격을 주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던 것 같습니다. 최근 노동법 개정으로 인하여 시간이 보장되어 상황은 많이 좋아졌지만 이 법을 우회하여 업무를 진행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합니다."(게임 소속근로자 A씨, 이하 출처: 2020년 콘텐츠산업 창의인력 실태조사)

"게입 업계 관행 중 크런치모드라고 불리는 강제 야근 무리한 작업 강행에 대해서도 아주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재작년쯤 이슈가 되어 게임업계 크런치 모드를 줄이자는 움직임이 잠깐 있기는 했었지만 사실 작업자 입장에서는 아직도 바뀐 것이 크게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캐릭터 소속근로자 B씨)

주 52시간제도가 연착륙되고 게임 업계에서도 노조(넥슨, 스마일게이트, 엑스엘게임즈)가 생기면서 근무 여건이 나아지는 듯합니다. 그래도 24시간 돌아가는 게임 세계를 가꾸기엔 많은 품이 들어갈 수밖에 없겠죠.

그러다보니 게임 업계에서 연봉이 이직 사유가 되는 일이 빈번합니다. (많은 직장인의 사유도 비슷하겠지만요) 또, 게임 개발자들은 아무래도 게임에 대한 흥미로 진로를 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직할 때도 게임사로 가게 됩니다. '좋은 개발자 모시기'가 업계 내의 경쟁인 거죠. 게임사들이 비슷한 수준으로 연봉을 올린 이유입니다.

게임/캐릭터 회사 종사자들은 현 직장과 동일한 분야로 이직할 것을 희망하는 응답자가 타 콘텐츠 장르 대비 높았다.(출처: 한국콘텐츠 진흥원 2020년 콘텐츠산업 창의인력 실태조사)
게임/캐릭터 회사 종사자들은 현 직장과 동일한 분야로 이직할 것을 희망하는 응답자가 타 콘텐츠 장르 대비 높았다.(출처: 한국콘텐츠 진흥원 2020년 콘텐츠산업 창의인력 실태조사)

"게임 업계의 경우 대기업, 넥슨·엔씨소프트 등등을 제외한 중소기업들은 포괄임금제 계약이 평균화 되어있고 노동조합마저 없기 때문에 정당한 추가 임금을 지원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당장 제가 다녔던 게임 회사만 하더라도 야근을 한다고 하여 추가임금을 지급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워라밸을 보장하되 그것이 개발 일정상 되지 않을 경우에는 법적으로 단속하여 확실하게 추가 수당 및 보상을 지급하게 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캐릭터 소속근로자 B씨)

"게임 업계의 업무 관행과 노동 환경에 대해서는 회사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과거 몇몇 대기업들의 경우 굉장히 무리한 작업량을 요구하고 그에 비해 금전적 보상은 굉장히 적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에 반해 최근 대다수 스타트업들은 더 나은 조직문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자면 점심시간을 시간을 주는 곳도 있고 자율 출퇴근제와 재택근무를 도입한 회사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게임 소속근로자 C씨)

물론 이번 연봉 인상 발표들이 모두 굵직한 국내 게임사인 것은 사실입니다. 1인 개발사부터 시작해 아주 소규모로 게임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회사가 더 많습니다. "역시 대감집 노예가 낫다"는 우스개 소리도 들리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모두가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유다정 기자

yoodj92@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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