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에서 모빌리티로!

2009년 우리나라에 최초로 아이폰이 공식 출시되면서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벌써 12년 전의 일이니 시간 참 빠르다. 아이폰 출시와 함께 스마트폰은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불가능할 것 같던 일들이 '내 손안의 휴대폰'에서 이뤄지면서 모바일 혁신이 일어났다. 

그 10여 년 동안 우리가 모바일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다. 모바일 뱅킹으로 은행에 가지 않아도 되자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이 등장했고, 금융 산업의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전자상거래 산업이 오프라인 유통망을 뒤흔들고 있다. 그 뿐인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들. 그리고 각종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스마트폰과 같은 내 손안의 기기를 통해 제공된다. 

너무 많은 혁신이 일어나서 일까. 모바일 시대라는 표현은 이제 구시대적인 느낌마저 든다. 시장은 모바일 대신 모빌리티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모빌리티의 핵심은 이동수단이다. 스마트폰 안의 혁신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기에, 그 연장선 상에 있는 모빌리티로 첨단 기술과 서비스들이 옮겨가고 있다. 

국내만 놓고 보면,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7070만여명에 달한다. 국민 1인당 1대를 넘어섰다. 그리고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는 2437만여대로 국민 2.13명 당 차량 1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지=어드밴티지 오스트리아
이미지=어드밴티지 오스트리아

기술의 발전과 함께 모바일 혁신은 스마트폰 보다 더 큰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 자동차, 즉 모빌리티로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내연 기관 차량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의 빠른 기술 전환에 나선 상태다. 테슬라의 사례에서 보듯이 전기차는 단순 이동수단을 넘어, 전기를 생산해 내고 데이터를 모아서 비즈니스화 하는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vs UT, 국내 모빌리티 시장 전쟁 시작

전기차 플랫폼에서만 혁신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모빌리티 기반 서비스로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일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에 구글의 투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내 금액으로 565억원의 대규모 투자다. 양사는 사용자경험(UX)을 강화하기 위한 서비스 혁신과 시장 성장에 기여할 신규 비즈니스 발굴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들의 협업으로는 어떤 일들이 가능할까. 모바일의 개념이 휴대폰에서 자동차로 넘어가면 더욱 풍부한 서비스 창출이 가능해 진다. 구글-카카오모빌리티의 예를 들면 ▲클라우드 기반 AI 기술 고도화 ▲ 모빌리티를 매개로한 사물인터넷(IoT) 기술 적용 ▲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과 구글 서비스 결합에 따른 시너지 ▲ 모빌리티-모바일 UX 향상을 위한 운영체제(OS) 고도화 등이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SK텔레콤의 자회사 티맵과 우버의 합작법인 '우티(UT)' 공식 출범일이었다. UT는 탈통신을 선언한 SK텔레콤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그 동안 국내 시장에서 규제 탓에 제대로 사업을 하지 못한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의 야심작이다. 무려 5700억원을 투자 받은 UT는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메기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초기 비즈니스 형태는 '우버택시+티맵택시' 통합으로 운송 서비스 기반이지만, 티맵의 지도 데이터와 SK텔레콤의 네트워크, 우버의 모빌리티 노하우를 통해 향후 다양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다. 기본 사업은 역시 택시호출이지만, 카카오와 경쟁 구도를 이루면서 대리운전과 주차, 마이크로모빌리티(전동킥보드, 자전거) 등으로 확장이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더 많은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스마트폰 개화기에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으로 지금의 모바일 혁신을 이끌어 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2800만명의 카카오톡 가입자를 기반으로, 칼라일과 같은 투자사에서 2억달러(22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끌어왔다. 또 국내 택시호출 시장의 80%를 장악했고, 자동차 관리와 주차장 서비스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최근 수입차는 물론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를 포함한 수입전기차 상용화 추세에 따라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은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내연 기관으로 이루어진 운송 기계에 전자 장비를 얹는 것이 아닌, 전자장비-플랫폼으로의 이동수단(전기차)에 IT 서비스를 융합한 모빌리티 시대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와 SK텔레콤이 모빌리티 사업에 전력을 쏟고 있는 것은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동수단과 서비스를 엮은 MaaS(서비스형 모빌리티) 플랫폼이 미래의 먹거리로 가치가 크다는 것이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 규모 전망 또한 2023년 2조 8630억원 수준(정보통신기획평가원)으로 급성장이 예상된다고 하니, 우리는 향후 10년간 어떤 모빌리티 혁신을 거치게 될까.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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