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vs SK 배터리 분쟁 종결됐지만...내상 입은 K-배터리

지난 일요일 아침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년 여 동안 벌여왔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서로 합의하고 화해를 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에 대해, 2조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당초 SK측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 철수 카드를 빼들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하라며 압박했습니다. 영업비밀을 침해 당한 LG가 3조원대의 배상금을 요구했고, SK는 1조원대의 배상금을 고집했죠.  

양사가 미국 시장에서 싸움을 벌이는 동안 소송비용과 로비에만 수천억원을 써야했고, 국산 배터리 업체 간 싸움으로 중국 배터리 회사가 반사이익을 얻는 등 심각한 내상을 입었습니다. 

2년 간의 긴 싸움 탓에 이들의 배터리를 공급받아야 하는 자동차 업체들로 부터 신뢰를 잃었습니다. 안정적이었던 공급망에 불안감이 형성되자, 자동차 회사들은 중국 등의 업체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CATL이 점유율을 높였습니다. 지난해까지 점유율에서 박빙의 경쟁을 벌이던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 CATL에 비해 큰 폭으로 점유율일 하락했습니다. (CATL의 점유율은 지난해 24%에서 올해 1~2월 31.7%로,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23.5%에서 19.2%로 변경) 

양사의 화해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앞으로 서로 간이 모든 분쟁과 소송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LG는 지식재산권을 인정 받았고, SK 역시 불안요소를 떨쳐냄으로써 고객사 유지 및 미국 조지아주 공장 건설도 계획대로 설립하기로 했죠. 양사가 각각 명분과 실리를 챙겼다고 억지로 자화자찬을 했습니다.

미국 행정부도 적극적인 중재와 함께, 분쟁 종료를 환영하는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미국으로서는 자국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 안됐고 조지아주 공장 설립 차질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우려했죠. 더 큰 이유는 한국 업체의 분쟁으로, 중국 업체에 손을 벌려야 하는 사태를 막아야 했습니다. 

중국 배터리 업체 반사이익...자동차 업계는 배터리 내재화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LG와 SK는 적지 않은 내상을 입었습니다. 전기차 시장이 이제 막 태동하는 시기에 벌어진 분쟁은, 자동차 업계에게 안정적인 공급망에 대한 믿음을 깍아 내렸습니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2위 업체 폭스바겐이 배터리 내재화를 발표한 이유 중 하나로 양사의 분쟁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주장합니다. 폭스바겐은 자체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고, 배터리 부분 협력사로는 중국 CATL을 선정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테슬라 외에도 포드, GM, 토요타 등 역시 전기차에 자체 배터리 생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 토요타의 전고체 배터리 탑재 테스트도 배터리 업계에는 큰 파장을 주었습니다.

이처럼 분쟁을 끝냈지만 배터리 시장에서 LG와 SK의 앞길은 더 험난해 졌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분쟁이 종료된 것은 다행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차전지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으로 성장한 LG와 SK가 법적분쟁을 종식키로 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LG와 SK도 화해 후 K-배터리의 글로벌 위상과 경쟁력 강화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사내 메시지에서 "30여년간의 투자로 쌓아온 당사의 배터리 관련 지식재산권을 인정받고, 이를 법적으로 확실하게 보호받을 수 있게 된 것도 무엇보다 큰 성과"라며,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대규모 배터리 공급확대와 전기차 확산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사내 메시지를 통해 "불확실성이 사라졌으니, 우리 기술과 경쟁력으로 저력을 보여주자"며,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점에서 소모적인 소송 절차에 얽매이기보다 사업의 본원적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것이 회사와 국가 전체의 산업 경쟁력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해 합의키로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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