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보고서에서 보듯 화웨이는 트럼프정부의 대중국 제재 이후 중국시장에서조차 비보와 오포에게 밀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제 화웨이는 한물가고 있는 기업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화웨이에게는 숨겨온 비책이 있었다. 표나지 않게 개발해 온 스마트카 기술이 있었다. 화웨이는 최근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용 ‘하모니 OS’를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에서 판매될 스마트카용 OS용으로 바꿔 중국차에 적용했다. 이 차에 클라우드와 연계한 콘텐츠 앱 서비스를 접목시켰다. 스마트 콕핏(운전석)은 물론, 자율주행의 핵심인 라이다와 4D영상레이저도 중국 2개 자동차 회사 전기차에 적용해 내놓았다. 올연말에는 화웨이의 이런 기술이 중국 최대 자동차 회사의 스마트카에 적용돼 양산된다.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스마트폰에서 힘을 잃은 화웨이가 암암리에 준비해 온 스마트카(자율주행차) 산업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그리고 숨겨둔 비장의 수들은 중국 스마트카 시장에서부터 뿌리내리려 하고 있다.
놀랍게도 화웨이는 자체 레벨4 자율주행 핵심 기술이 들어간 중국 스마트카에 이미 ‘화웨이 인사이드(Huwei Inside·HI)’ 로고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만큼 중국 자동차업체가 그 기술을 인정했다는 의미가 된다. 스마트카의 ‘화웨이 인사이드’ 전략은 연간 차량 판매 3000만대를 기록중인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국에서라면 가능한 얘기다.
마치 PC 전성시대에 최고의 CPU로 군림하던 인텔칩이 들어간 PC에 ‘인텔 인사이드’ 로고를 붙이던 것을 연상시킨다. 1980년 전후부터 2000년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날 때까지, 그리고 길게는 윈텔(윈도-인텔)연합 붕괴가 공식화된 2011년 라스베거스 가전쇼(CES) 때까지 30년 간 PC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 PC산업의 대명사는 누구나 아는 PC용 인텔 CPU가 들어간 컴퓨터였다. 즉 ‘인텔 인사이드’ PC였다. 세상이 바뀌어 향후 5~10년이면 스마트한 자동차인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할 전망인 가운데 화웨이는 세계 스마트카 시장에서 과거 인텔이 누리던 30년 영화를 향후 스마트카 시대에서 실현하려는 듯 ‘화웨이 인사이드’ 로고를 붙이는 스마트카 시대의 전략을 착착 실행해 나가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분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세계적 인포테인먼트 전장업체 하만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 캐나다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업체 마그나와 조인트벤처를 만들고 있는 LG전자가 모두 초긴장해야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외신을 통해 잇따르는 화웨이 관련 스마트카 소식을 바탕으로 이 놀라운 상대의 스마트카 관련 전략, SW·HW 제품, 생태계 구축 노력, 자동차업체들과의 협력 관계 등을 살펴본다.
화웨이, 중국 스마트카 생태계 접목 위한 모든 준비 이미 끝냈다
화웨이의 거대한 중국 스마트카 진출의 신호탄은 2021년 상하이 국제자동차전시회(4.21~28)를 앞둔 18일 자신있게 발표한 대규모 레벨4 자율주행차(스마트카)용 신제품 군이다.
새로운 스마트카 디지털 아키텍처와 스마트 콕핏(조종석·운전석), 그리고 4D 영상 레이더,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AR-HUD), MDC810 같은 5가지 신세대 부품과 솔루션이 그것이다.
이들 제품은 중국최대 자동차회사인 북경자동차(BAIC)와 함께 만들어 17일 공개한 스마트카 ‘아크 폭스’와 ‘아크 폭스 알파S’에 탑재됐다. 화웨이의 최신부품은 올해말 테슬라와 경쟁하기 위해 생산될 이 두 자율주행 전기차에 양산용으로 탑재된다.
화웨이의 지능형 솔루션은 클라우드 기술뿐만 아니라 주행, 연결 및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제어하는 새로운 컴퓨팅 및 통신 아키텍처가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 가운데 화웨이의 스마트 콕핏 솔루션은 컴퓨팅 플랫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는 화웨이의 자율주행차량용 운영체제(OS)인 하모니OS와 핵심 서비스, 디스플레이 플랫폼,소프트웨어/하드웨어(SW/HW) 생태계가 포함된다. 이는 자동차 제조업체, 티어1(Tier-1) 부품 공급사,애플리케이션 파트너가 사용자 요구에 맞는 서비스와 기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스마트콕핏은 차량 앞유리를 70인치 고화질 화면으로 변환해 탑승자들이 자율주행중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고, 화상회의를 할 수 있게 해 준다. 마치 스마트폰 생태계처럼 사용자가 좋아하는 앱에 연결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는 화웨이의 신경망칩(NPU)을 가진 기린(Kirin)칩 모듈은 복잡한 최종 프로세싱을 담당한다.
화웨이의 AR-HUD는 사용자의 눈 위치에 따라 투영 면적을 조절한다. 자동차 일반 앞유리에서 사용할 수 있고 시야각은 13°x5°에 이른다. 70인치 화면으로 몰입감 있는 시각적 경험과 주행 안전 보조 기능을 제공한다.
자율주행차의 핵심으로 꼽히는 시각 센서인 4D 영상 레이더와 라이다도 빼놓을 수 없다. 화웨이의 고해상도 4D 영상 레이더는 대형 12T 24R 안테나 어레이(12개 전송 채널, 24개 수신 채널)를 사용한다. 화웨이에 따르면 기존 밀리미터파 레이더 3T4R 안테나 구성보다 24배 높다. 업계의 일반적인 영상 레이더보다 채널 수신 효과가 50% 향상됐다.
4D 영상 레이더는 기존 밀리미터파(30기가~300기가헤르츠(GHz)) 대역 레이더의 우수한 범위 및 속도 측정 기능을 이어받으면서도 빛·눈·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한 감지 대상의 해상도를 크게 향상시켰다.
함께 소개된 4D 고밀도 포인트 클라우드 라이다는 레이더 여러 개의 포인트 클라우드 레벨 융합을 통해 차량 주변 전방향(360°)을 감지할 수 있고, 전체 목표물, 적용 범위, 여러 작업 조건 및 전천후 인식 등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킨다.
화웨이는 이 4D 영상 레이더가 하이라인 카운트 라이다·고해상도 카메라와 함께 고급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필수 무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MDC810 자율주행차 플랫폼도 있다. 이 플랫폼은 400 TOPS(1TOPS=초당 약 1조 바이트 연산)의 고밀도 컴퓨팅 성능을 갖추고 있다. 교통정체시안내(Traffic Jam Pilot·TJP), 고속순항(HWP), 자동주차(AVP) 등 고난도 자율주행 응용 시나리오는 북경자동차(BAIC)와 제휴해 만든 양산모델 아크폭스 알파S 스마트 전기차에 최초로 탑재돼 판매되고 있다.
화웨이의 자율주행차용 오픈 플랫폼인 ‘옥토퍼스(Octopus)’도 빠질 수 없다. 이 플랫폼은 자율주행 데이터, 고정밀 지도, 알고리즘의 핵심 HW를 지원한다. 이 개방형 플랫폼은 자동차-클라우드 협업 기능을 캡슐화, 라벨링, 업그레이드해 준다. 결과적으로 옥토퍼스는 가상 시뮬레이션 안전 및 준수기준을 클라우드를 통해 원스톱으로 서비스함으로써 개발 문턱을 낮춰준다. 즉, 제로(0) 기반에서 시작하는 자동차업체들도 자율주행차 개발 능력을 갖도록 지원한다.
이제 화웨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시장에서 그야말로 ‘화웨이 인사이드’를 노릴수 있을 만큼 만반의 준비를 모두 마친 듯 보인다.
화웨이, 북경자동차, 샤오캉그룹 자회사 사이러스와 합작 전기차 발표
이같은 HW와 SW생태계 구축 전략이 있더라도 이를 적용하는 기존 자동차 회사가 없다면 공염불이다. 그런데 화웨이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던 듯 하다. 지난해 10월 말 ‘화웨이 HI(Huawei Inside)’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중국 자동차업체들과 ‘화웨이 인사이드(HI)’모드를 만들기 위한 심도있는 협력을 시작했다.
그 결실이 지난 17일 중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북경자동차(BAIC)와 손잡고 발표한 ‘아크 폭스 알파S’다.
아크 폭스 알파S 화웨이 HI(Polar Fox Alpha S Huawei HI)는 3개 모델로 나왔다. 최고급 버전은 주행거리가 708km다. 공식 출시 가격은 기본버전이 25만1900위안(약 4362만원), 일부 기능이 추가된 버전이 38만 8900위안(약 6698만원), 고급 버전인 아크폭스 알파S가 42만2900위안(약 7404만원)이다.
‘아크 폭스 알파S 화웨이 인사이드’ 버전의 주요 판매 포인트는 화웨이의 자율운행기술이다. 당연히 화웨이의 라이다 솔루션이 들어갔다. 화웨이에 따르면 이 기술들은 스마트카가 도로 상황을 판단하고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아크폭스 알파S 화웨이 HI 버전에는 3대의 96와이어 차량 게이지 라이다, 6대의 밀리미터(mm)파 레이더, 12대의 카메라, 13대의 초음파 레이더가 탑재된다. 352 TOPS(1TOPS=초당 1조 연산 속도) 연산성능을 갖춘 화웨이 칩도 들어간다. 최대 출력은 160kW, 320kW이며 최대 토크는 360N·m(뉴턴미터)와 720N·m다. (1N·m는 1m 길이의 모멘트 암의 끝에 수직으로 작용하는 1Newton의 힘에 의해 발생하는 토크와 같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로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2초다. 세 모델의 주행거리는 각각 525km, 603km, 708km다.
화웨이는 또 18일 중국 샤오캉(中国节能环保集团公司) 자회사인 시러스(Cyrus)와 공식 협력해 만든 새로운 HI(Huawei Inside) 버전 스마트카 ‘시러스 화웨이 스마트 셀렉션 SF5(Cyrus Huawei Smart Selection SF5)’도 출시했다. 판매가격은 21만6800~24만6800 위안 (약 3106만~3536만원)이다. 이 차는 현재 화웨이 몰에서 판매되고 있다. 최고 출력은 405kW, 최대토크는 820뉴턴미터(N·m)다. 정지상태에서 4.68초 만에 시속 100km로 가속할 수 있다. 시러스 화웨이 스마트 셀렉션 SF5는 한번 충전으로 최대 1000km를 달린다.
사용자들은 화웨이의 HI 스마트카의 물리 버튼으로 화웨이의 음성비서 기능을 깨울 수 있다. 또 중앙 제어 화면에 있는 스마트 음성 아이콘을 터치해도 같은 기능을 한다. 이 차에는 듀얼 맵 모드가 있어 오토내비(AutoNavi)와 바이두맵을 자유로이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 음악과 오디오북 같은 특별한 서비스가 제공되는데 여기에는 화웨이뮤직(Huawei Music), 쿠구(Kugou), 미구(Migu), 그리고 클라우드뮤직, 히말라야 같은 넷이즈의 개인화헤드앱 등 24개 앱이 있다.
화웨이 스마트카 기본전략은 자동차 제조업체와 경쟁 대신 협력
화웨이는 자동차 제조 사업에 진출하려는 기업들과 경쟁하지 않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샤오미, 바이두, 디디 같은 업체들이 스마트카 사업에 뛰어들었거나 곧 뛰어든다. 그러나 화웨이는 “이들은 우리의 고객이고, 우리는 부품 사업에 새로운 힘을 많이 가지고 있다. 우리는 부품, 티어1(Tier 1), 또는 콕핏 티어2를 만들기 때문에 그들과 협력한다”는 입장이다.
화웨이는 스마트카용 부품 공급 사업이 충분히 잘되면 굳이 차를 만들 필요가 없고 이것만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애플의 휴대폰이 진정한 스마트폰으로 전통적 휴대폰 산업을 뒤집은 것처럼 자율주행차가 진정으로 실현될 때 (우리 기술이)자동차 산업을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스마트카 기술을 제공할 주요 협력업체 3곳을 확보하고 있다. 앞서의 북경자동차(BAIC·北京汽车工业) 신에너지를 비롯, 충칭창안자동차(重庆长安汽车), 광저우 자동차(广州汽车集团)다.
쉬즈쥔 화웨이 부회장에 따르면 화웨이 부품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자동차에는 화웨이의 ’HI(Huwei Inside)’로고가 들어간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화웨이의 자율주행 솔루션을 사용하는 모델에서만 ‘HI’로고가 사용된다.
중국은 매년 3000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더 커질 것이다. 화웨이는 이 시장만 잡아도 되기에 당장 중국 외 시장에 진출하는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의 스마트카 시장 본격 진출은 기존 중국 경쟁자들에게도 적잖은 파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기즈차이나는 지난 12일 선전 본사에서 회의를 가진 쉬즈준 화웨이 부회장의 말을 인용, “우리 팀은 최선을 다하고 있고, 나는 그들이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자랑을 해도 될지 모르겠다. 그들은 우리 차가 도시지역에서 테슬라보다 훨씬 나은 1000km의 무정차 자율주행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테슬라 모델 Y는 약 35만 위안(약 6028만원)에 팔리고, 한번 충전에 갈 수 있는 주행거리는 594km다.
니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왕쥔 화웨이 지능형 자동차 솔루션 사업부의 사장은 18일 발표회때 기자들에게 “우리는 약 200개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 및 업계 파트너들과 광범위한 협력을 구축했다. 자신은 연구원들로 구성된 5000명의 인력을 이끌고 있으며, 그 중 2000명은 자율운행기술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 화웨이는 스마트폰 아닌 스마트카 기술로 전세계 자동차 업계를 긴장시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