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팅 저장장치로 쓰이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가격차가 점점 근접해 가고 있지만 SSD 가격이 여전히 높다. 전통적 저장장치인 HDD는 여전히 대용량 소비처인 기업용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테라바이트당 SSD대 HDD 가격비는 4.9:1에 이른다. SSD가 HDD의 4.9배의 가격이란 뜻이다. 언젠가 이 격차가 더욱더 근접하겠지만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임을 말하는 절호의 반격 수(手)가 HDD 업계에서 나왔다.
씨게이트가 마침내 SSD급 성능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상용화, 기업들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씨게이트가 지난달 22일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마하.2'를 발표하고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급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비결은 독립적으로 제어되는 두 개의 읽기/쓰기 헤드 세트가 있는 이 회사 고유의 '듀얼 액추에이터 하드 드라이브(Dual-Actuator HDD)'다.
그동안 여러 차례 출하 소식이 나왔지만 출하 선언에 그쳤는데 마침내 내놓았다. 일단 기업 고객들이 시게이트로부터 직접 마하.2를 구매할 수 있다.
이 HDD에 대해 알아본다.
시게이트, 읽기/쓰기 성능 높이기 위해 두 개의 액추에이터 팔(arm)사용
HDD 성능에서 용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용량, 면적 밀도 및 선형 읽기/쓰기 속도가 증가하는 동안 테라바이트(TB)당 랜덤 읽기/쓰기 아이옵스(초당 입출력 작동속도·IOPS) 성능이 저하돼 이를 적용하는 데이터 센터의 운영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단점이 발생한다.
씨게이트는 지난 수년간 독립적으로 제어되는 두 개의 읽기/쓰기 헤드 세트가 있는 듀얼 액추에이터 하드 드라이브(Dual-Actuator HDD) 개발 작업을 해 왔다. 하나의 선회 축에 두 개의 독립된 액추에이터 팔을 탑재한 HDD가 순차적 읽기/쓰기 속도를 높이고 테라바이트(TB) 당 아이옵스를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
마침내 3.5인치 패키지 하나에 두 개의 액추에이터 암(arm)을 채택한 고성능 HDD 마하.2를 모든 기업 대상으로 출하한다고 발표할 수 있게 됐다. (씨게이트는 지난 2017년 말 자체 개발한 MAT(Multi-Actuator Technology)를 최초로 선보인 데 이어 지난 2019년 쯤 선별된 소수 기업 고객들에게 엑소스(Exos 2X14)마하.2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씨게이트는 이날 발표를 통해 마하.2의 지속적 순차적 전송 속도가 최고 524MBps(초당 524MB)라고 밝혔다. 이는 일반적으로 빠른 HDD의 2배속이자 SATA(Serial Advanced Technology Attachment) SSD에 맞먹는 수준의 성능이다.
성능은 랜덤 입출력(I/O) 영역으로도 확장되면서 ‘304 아이옵스 읽기/384 아이옵스 쓰기, 그리고 4.16밀리초(1밀리=1000분의 1)의 평균 지연시간’을 보일 정도로 향상됐다. (일반 하드 드라이브의 100/150 아이옵스를 2배 이상으로 실현했다. 평균 지연 시간은 거의 같다.)
성능향상 따른 전력 소비는?
성능 향상에는 추가 전력이 요구된다. 즉, 마하.2 드라이브는 아이들링 소비전력 7.2W를 소비한다. 이는 씨게이트의 표준 아이언울프 계열의 아이들링 소비전력 5W보다 높다.
씨게이트는 마하.2 사양을 자사의 ‘아이언울프’와 다르게 규정하기 때문에 부하 전력 소비량을 비교하기란 쉽지 않다. 마하2의 전력 소비량은 몇가지 랜덤 I/O 시나리오에 대해 명백하게 평가되는 반면, 아이언울프 라인은 데이터 시트에 정의되어 있지 않은 ‘평균 작동 전력’에 대해 평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씨게이트는 마하.2를 전력 소비량이 비슷한 경우를 가정해 경쟁사의 기존 드라이브와 비교했고, 이 경우 경쟁사 HDD 사용 때의 약 144% 전력비용으로 약 200%의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력 효율성에서 탁월한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전력비용에 민감한 사용자도 씨게이트의 전력균형(Power Balance)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 기능은 순차 성능을 50% 줄이고, 랜덤 성능을 10% 줄인다.
씨게이트 마하.2 HDD 성능 뒷받침하는 HAMR
HDD 성능 향상을 위해서는 읽기/쓰기 속도 개선 외에 용량을 늘리기 위한 기술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디스크의 기록 밀도를 빽빽하게 해야 한다. 문제는 이 때 자성 효과가 일어나 저장된 데이터 안정성이 급속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씨게이트는 열 보조 자기 기록(HAMR, Heat-Assisted Magnetic Recording) 기술로 데이터를 자기 디스크에 쓸 때 일시적으로 열을 가함으로써 데이터 안정성도 확보했다.
지난 2018년 이 기술이 처음 소개됐을 때 씨게이트 자체 테스트에서 HAMR 기술로 만든 HDD가 오동작 없이 6000시간 동안 3.2PB(3200TB) 데이터를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씨게이트는 당시 오는 2023년까지 40TB HDD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올들어 지난 1월, 씨게이트는 20TB HAMR HDD를 발표하면서 HDD 기술에 대한 지속적 기술 진전이 이뤄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때도 모든 기업들에게 출시한다는 내용이 없이 HAMR 기술이 적용된 HDD의 상용 출하를 시작했으며, 표준 HDD의 두배에 이르는 높은 성능을 제공하는 듀얼 액추에이터 마하.2 HDD 평가 프로그램을 확대했다고만 밝혔다.
이번 발표에서는 조금 달랐다. 제프 폭트맨 씨게이트 비즈니스 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은 “우리는 지난 2019년부터 마하2 HDD를 대량 출하해 12개 이상의 주요 기업 고객에게 듀얼 액추에이터 프로그램을 공급해 오고 있다. 오늘 광범위한 출시는 씨게이트의 ‘선택된’ 나머지 고객까지 포함할 수 있는 잠재 고객 기반 확대차원이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본격적인 SSD급 HDD 출시 선언인 셈이다. 아쉽게도 일반 엔드유저들은 더 기다려야 한단다.
씨게이트의 마하.2 기술은 한층더 향상된 성능 대비 가격을 앞세워 속도와 내구성에서 앞서는 SSD와의 경쟁에서 좀더 버틸 수 있게 해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렌드포스와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HDD시장 빅3 점유율은 씨게이트 43%, 웨스턴디지털 36%, 도시바 21% 등의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