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우주 원자력로켓' 개발 박차···화성까지 단 1개월·달 광물 채굴로봇 동력 보급

우주 강국들이 우주식민지 개척을 위한 중요 에너지원으로 원자력 로켓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주클럽’ 국가인 영국의 롤스로이스 홀딩스가 화성 유인 우주선의 여행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은 물론, 달과 화성의 광물 채굴 로봇용 전력 공급에도 사용될 원자력 로켓을 개발중이라고 최근 밝혔다.

그런가 하면 미항공우주국(NASA)도 민간기업 에이디 아스트라를 통해 화성 도달 시간을 단 1개월로 줄여 줄 원자력 로켓 개발을 진행 중이다. 미 국방부도 2025년 지구저궤도에 원자력 로켓으로 위성을 쏘아올리고 싶다고 밝혔다.

영국은 1971년 10월 블랙애로우 로켓으로 프로스페로 위성을 발사해 ‘우주클럽’ 국가, 즉 ‘우주비행 역량을 실질적으로 입증한 국가’가 됐다. 자동차 회사로 유명한 롤스로이스 홀딩스는 영국을 대표하는 중공업 회사로, 방위산업체 중 매출 세계 2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영국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블루스트릭’ 개발에 참여한 바 있다.

▲롤스로이스 홀딩스가 달과 화성으로 가는 시간을 줄여 줄 엔진으로도, 한편으로는 광물 채굴용 로봇에 전력을 공급할 에너지원으로도 활용될 우주 원자로를 개발 중이다. (사진=롤스로이스 홀딩스)

왜 원자력일까.

인류에게 우주여행의 꿈을 키워준 로켓의 아버지인 로버트 고다드 박사의 로켓은 액체연료로부터 시작했고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달까지 가는데 필요한 로켓용 액체 연료의 부피는 엄청나지만 유용했다.

하지만 이제 인류는 7개월이나 걸리는 화성 여행거리를 줄이고 달이나 화성에서 얼음과 광물을 채굴하는 계획까지 세워 실행하려 하고 있다. 이에 따른 고효율 동력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들이 추진하는 원자력 로켓 원자로는 우주에서만 사용된다. 이는 대개 지구에서 일반 로켓에 실려 발사돼 지구 궤도로 올라간 후 지구 궤도에서 달이나 화성까지 이동하기 위한 추진력을 제공하는 추진 로켓으로 전환될 수 있다.

아마존을 설립한 억만장자 제프 베조스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의 민간 우주 여행 성공 덕분에 원자력 우주 로켓과 우주 기지 전력 보급용 원자로도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게다가 핵 시스템은 이전에 달에서 사용된 적이 있다. 1969년 아폴로 12호 우주비행사들은 과학 측정 도구 작동용 전기를 제공하기 위해 핵 발전기를 사용했다.

우주탐사용 원자력 에너지원 사용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영국, 달 채굴 로봇에 에너지 공급할 ‘원자로’ 개발중

향후 달 지상 탐사로봇과 드론은 달의 물과 광물 채굴에 사용될 것이다. 달에 묻혀있는 물얼음은 생명유지는 물론 로켓 연료로 전환될 수 있고, 다양한 희토류 광물은 전자제품에 빠질 수 없으며, 특히 헬륨-3는 더 먼 우주로 인류를 이동시켜 줄 핵융합에 사용된다.

▲달 기지 상상도. 오른쪽으로 태양광 전지판이 보이지만 이것만으로 달 채굴작업용 로봇에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태양과 더멀리 떨어진 화성에서 고효율 에너지 공급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진=ESA)

미국은 오는 2024년 12월에 1972년 아폴로 계획 종료 이후 처음으로 인류를 달에 다시 보낸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다. 기존 우주강국을 이를 따르는 국가들이 2024년을 전후해 다양한 달 탐사 로봇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NASA와 계약을 맺은 민간 우주회사 애스트로보틱, 인튜이티브 머신 등이 달의 물과 토양을 탐사하는 로봇을 보낸다. 이들은 내년부터 오는 2025년까지 달 남극 등에 얼음상태로 묻혀있는 물과 토양분석 작업을 수행한다. 이후 로봇들이 보내져 본격적인 달 광물 채굴에 나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NASA가 2019년 공개한 우주 채굴 로봇인 ‘라소르(RASSOR·Regolith Advanced Surface Systems Operations Robot)’. NASA 케네디 우주 센터의 늪지에서 테스트되고 있다. 달 무중력 조건하에서 채굴한 광물을 필요 원소를 추출하는 가공 공장으로 가져가게 된다. (사진=NASA)

롤스로이스 홀딩스는 자사가 개발중인 원자력 로켓 우주선이 달에 착륙한 후 원자로가 달 광물 채굴용 로봇용 에너지 공급원으로 전환되게 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롤스로이스는 달 기지용 원자로 에너지원을 준비하고 있는 대표적 회사다.

보도에 따르면 롤스로이스의 마이크로 원자로는 실리콘으로 코팅되고 금속에 들어 있고 스털링 엔진에 연결돼 열이 전기로 변환되도록 하는 양귀비 씨앗 크기의 우라늄으로 구동된다.

이 회사의 데이브 고든 방산 본부장은 우주 공간에서 엄청난 속도로 로켓을 추진하기 위해 마이크로 핵 원자로가 어떻게 사용될지 연구하는 한편, “달 채굴(Moon mining)로 불리는 달 광물 굴착, 가공, 저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기 위해 이 기술을 재배치할 수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든은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질수록 태양에너지는 덜 유용하다. 핵처럼 밀도가 높고 신뢰할 수 있는 자원이 있다면 믿을 만 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수억 파운드(수천억원)가 들 것이지만 초기 단계 작업은 훨씬 적은 비용으로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든은 롤스로이스가 2029년 말까지 이 시스템 시연 로켓 본체를 생산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원자로가 영국 공급망에서 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유인 화성우주선용 핵 로켓으로 여행시간 단 1개월

세계 최고 우주강국 미국도 인간이 화성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존의 7개월에서 단 1개월로 줄여 줄 원자력 로켓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롤스로이스가 말하는 3~4개월 정도가 아닌 무려 6개월을 줄이는 게 목표다. 이는 미래 화성행 우주 비행사들의 장시간 여행 중 발생할 우주선 기계 고장과 다른 치명적 우주 여행의 위험성을 크게 줄여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미국과 코스타리카에 기반한 에이디 아스트라 로켓(Ad Astra Rocket Company)은 지난 여름 80kW의 바시머(Vasimr) VX-200SS 플라즈마 로켓으로 기록적인 88시간의 고출력 내구성 테스트를 완료했다고 이달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휴스턴 부근 연구소에서 실시된 테스트 결가 바시머는 전기 추진력의 출력과 지구력에서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

▲미국은 기존 화학연료 로켓으로 평균 7개월 걸리는 화성여행 기간을 6개월이나 줄여 줄 원자력 로켓을 개발 중이다. 이는 화성까지 단 1개월 만에 가게 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미국 우주기업 에이디 아스트라의 원자력 로켓 기반 우주선 운항 모습 일러스트. (사진=NASA)

프랭클린 창 디아즈 에이디 아스트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시험은 큰 성공으로, 수년 간 테스트 시행 착오와 세부사항에 대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온 노력의 정점이며, 팀의 끈기와 헌신에 대한 훌륭한 보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사 우주비행사 출신으로서 7개의 각기 다른 임무를 수행하며 우주에서 1601시간을 보냈다.

‘바시머(Vasimr)’로 불리는 ‘가변 특정 임펄스 자기 플라즈마 로켓(Variable Specific Impulse Magnetoplasma Rocket)은 원자로를 이용해 플라즈마를 200만 ℃까지 가열하는 엔진으로 비행하도록 설계됐다. 뜨거워진 가스는 자기장을 통해 도관을 통과해 엔진 뒤쪽에서 분출되면서 추진력을 가진다. 이 엔진은 이론적으로 최대 시속 12만3000마일(약 19만8000km, 일반 로켓은 시속 3만 9600km, 여객기는 시속 900km)의 추진 속도를 갖는다.

에이디 아스트라의 목표는 바시머 로켓이 놀라운 속도로 핵 원자로를 우주로 돌진시키는 것은 물론 훨씬 더 빠르면서도 훨씬 더 안전한 우주 비행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 회사는 “비록 바시머 발사체가 궤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화학연료 로켓이 필요하지만, 일단 궤도에 오르면 플라즈마 엔진이 작동돼 승무원의 안전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 여행 단축시 엄청난 이점

NASA는 인간을 화성으로 보내는 데에도 지금까지의 무인 화성탐사선들처럼 대략 7개월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으며, 많은 재앙적인 실패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디아스 에이디 아스트라 CEO는 이미 지난 2010년 “화학 로켓이 우리를 화성에 데려가지 못할 것이다. 여행이 너무 길다. 재래식 로켓은 화성을 향해 추진하기 전에 발사 중 하나의 제어된 폭발로 모든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화학연료 로켓의 단점으로는 발사를 도중에 중단할 없고, 우주선 항로 변경이 불가능하며, 만에 하나 장애가 발생할 경우 우주비행 관제소와 (우주의 거리로 인해) 10분 간의 통신 지연이 있게 되며, 이는 우주비행사들이 서서히 사망하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보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원자력을 사용하는 바시머 전기추진 엔진 작동 모습.(사진=에이디 아스트라)

반면 에이디 아스트라의 플라즈마 로켓 ‘바시머’는 화성으로 가는 여정 내내 추진력을 유지한다. 이 로켓은 발사 23일째 되는 날 초속 54km의 최고 속도에 이를 때까지 가속된다. 이는 기존의 어떤 화학연료 로켓보다도 4배 더 빠르다. 이는 7개월의 화성 여행기간을 무려 6개월이나 줄여준다.

그 이익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우주 여행 시간이 단축되면 우주비행사들의 태양 복사 노출 시간이 적어지게 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화성 우주비행사는 안전을 위해 여행중 태양 복사(solar radiation) 노출 기간이 4년을 넘으면 안 된다.

게다가 비행시간이 짧으면 우주선의 기계적 고장 위험은 물론 장기 무중력 상태에서의 근육 위축 효과로 인한 건강상 위험도 줄어든다. 또한 우주선의 플라즈마 엔진은 언제든지 추진력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항로를 변경할 수도 있다.

디아스 에이디 아스트라 CEO는 지난 7월 성공적인 플라즈마 로켓 내구성 실험에 이어 “이미 제조 단계에 있는 새로운 엔진을 수정해 올해 안에 100 kW의 열 안정 상태를 시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같은 다른 기관들도 핵추진 로켓을 개발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올들어 오는 2025년 지구 저궤도에서 열핵 추진 시스템을 시연하고 싶다고 발표했다.

핵 로켓이 인류의 새로운 우주식민지 시대를 보다 안전하게 앞당겨 주는 날을 기대해 본다.

아래 동영상은 원자력을 사용하는 바시머 전기추진 엔진 작동 모습이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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