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에 열광할 최소한의 소비자를 찾다

도난 방지용 염색약을 가지고 하는 위험한 장난이 있다. 이 염색약은 가루 형태로 팔리는데, 소량으로도 효과가 강력해서 피부에 닿으면 밝은 보라색으로 변하며,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수영장에 한 스푼만 넣어도 온통 진한 보라색으로 물든다. 하지만 이 염색약을 바다에 넣으면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 최고의 일, 최고의 이야기를 나누고 변화를 위한 시도를 할 때는 널리 확산되고 지속적인 효과를 볼 수 있도록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아무리 탁월하다 해도 바다에서 시도하면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다 대신 수영장을 찾아야 한다.

– 세스 고딘, 마케팅이다 中

화장품 산업은 갈수록 롱테일 산업이 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스타트업 그리고 인플루언서 브랜드까지 브랜드의 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는 산업이 되었고 꼬리에 있는 틈새상품이 머리에 있는 히트상품에도 영향을 미치는 예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오프라인 유통이 위축되고 유통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되리라고 생각된다.

다변화되는 세상에서 소비자들의 취향은 더욱 세분화될 것이다. 그리고 세분화된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더욱 다양한 브랜드의 등장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를 알게 되었다. 모베러웍스는 제품을 파는 브랜드가 아닌 제품을 통해 새롭고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브랜드라고 스스로를 정의한다. 그리고 시즌별로 일에 관한 메시지를 담은 상품을 디자인해 판매하거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브랜드 제작기를 공유하고 있다. 모베러웍스의 유튜브 채널인 모티비(MoTV)는 구독자 4만 명(5월 10일 기준 3.97만 명)을 눈앞에 두며 영향력을 키워 가고 있다. [1] 분명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는 브랜드인데 브랜드가 아닌 메시지를 판매한다고 말하며 일하는 모든 과정을 유튜브 채널에 올려 공유하고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연대를 통해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모쨍이’라고 하는 모베러웍스의 팬들과 적극적인 소통은 물론 이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이를 실제 반영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지난 5월 1일 출간되었는데 이미 예약판매에서 2쇄를 찍는 기염을 토했고 출간 직후 바로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이제 론칭 2년이 된 모베러웍스를 관찰하며 브랜드의 미래에 대해서 좀 더 선명하게 그릴 수 있었다.

모베러웍스 인스타그램(@mobetterworks)과 책 ‘프리워커스’

“우리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로 론칭한 첫 번째 시즌 ‘As Slow As Possible’, 명확한 페르소나와 함께 한 두 번째 시즌 ‘Do Nothing Club’, 그리고 실험적인 세 번째 시즌 ‘Money Talk’를 전개하면서 배운 건 더 ‘좁혀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시장은 점점 양분화되고 있다. 공룡 기업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매스(mass)해지고 있고 스몰 브랜드들은 작아지는 것 이상으로 마이크로(micro)해지고 있다. 우리 같은 브랜드가 주제 파악 못 하고 대형 브랜드처럼 움직이다간 가랑이가 찢어질 수밖에 없다. 좁히고 또 좁혀야 한다.”

– 책 프리워커스 中

모베러웍스는 대기업에 근무하던 직원이 퇴사를 하고 시작한 스타트업으로 힘들어서 퇴사는 했지만 일은 좋기 때문에 새롭고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는 메시지가 선명하다.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또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에 공감을 했고 반응을 했다. 이들은 모베러웍스의 메시지에 공감하고 취향을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에 모베러웍스의 굿즈를 구입했고 모베러웍스의 유튜브 채널인 ‘MoTV’를 구독하고 시청했다. 모베러웍스가 만약 제품을 먼저 만들고 유튜브 채널에서 제품의 특장점에 대해서 떠들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지금과 같은 성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모베러웍스의 성과는 그들의 메시지에 반응한 팬덤이 이루어냈다. 철학과 스토리인 메시지가 먼저였다. 그리고 그에 공감한 팬덤이 그들의 성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제주맥주 인스타그램(@jejubeerofficial)

지난 몇 년간 맥주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한 ‘제주맥주’는 시작부터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해 팬덤을 모았다. 맥주업계 최초로 직접적 지분 투자 방식을 활용해 수제 맥주 팬층에게 ‘주주’가 될 기회를 제공했다. 2017년 펀딩을 시작한 제주맥주는 당시 한국에서 진행된 주식형 크라우드 펀딩 중 역대 최단 시간인 11시간 만에 목표 금액 7억 원을 달성했다. 당시 펀딩 ‘대란’으로 입소문이 난 제주맥주는 2017년 매출액 7억 원에서 2018년 74억 원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2019년에도 매출액 84억 원을 기록했다. 수입 맥주가 차지하고 있던 수제 맥주 시장에서 제주맥주 탄생 취지에 공감한 팬덤은 기업에 직접 투자까지 단행하며 함께 성장했다. [2]

우리는 더 이상 경쟁 브랜드가 의미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확신한다. 소비자의 취향은 더욱 세분화되고 있고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대형 자본을 들여 투자한 브랜드보다 철학과 스토리가 선명하고 이에 공감하는 확실한 팬덤이 있는 작은 브랜드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과 소득 증가는 이런 현상을 더 가속화하고 있다. 다른 브랜드와의 경쟁은 끝났다. 브랜드가 더욱 브랜드다워지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브랜드가 더욱 브랜드다워지는 여정을 팬들과 함께 해야 한다. “모든 것이 아니라 특정한 것을 대표해야 하며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삼겠다는 오만에서 벗어나면 모든 일이 수월해진다.”라고 말한 세스 고딘의 말을 새겨야 할 때이다.


[1] [김호이의 문화현장] 자유롭게 일하고 싶은 프리워커스들이 모인 모베러웍스의 ‘501 Work-shop’, 웰페어뉴스, 2021.05.04

[2] ‘취향’과 ‘경험’ 저격… 팬덤 만드는 스몰 브랜드의 힘, 한경 비즈니스, 2020.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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