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 완전 소멸 방법 알아냈다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에는 직경 약 180km, 깊이 약 20km인 거대한 운석 분화구가 있다. 이른바 ‘칙술루브 분화구(Chicxulub crater)’다. 분화구 중심이 멕시코 유카탄주 칙술루브에 가깝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이 분화구는 직경 10~15km 정도인 운석이나 혜성의 충돌로 인해 생겨난 것으로 추정되며, 그 시기는 약 6500만년 전으로 보인다. 이 충돌로 당시 지구전체에 기후 변화가 생겼고 공룡을 포함한 생물종의 약 75%가 절멸된 대멸종을 초래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직경 약 180km인 칙술루브 분화구. 운석 충돌 흔적. 직경이 10~15km되는 운석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위키피디아)

그렇다면 이보다 또다른 대멸종을 가져올 수 있는 소행성이 지구로 돌진해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영화 아마겟돈(1998)에서처럼 특공대를 보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메가톤급 핵폭탄을 쏘아 충돌시키면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소행성의 99%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폭파한 후 파편이 다시 지구로 오게 될 경우다. 다행히 미 존스 홉킨스대 연구진이 슈퍼컴 시뮬레이션을 통해 방법을 찾아냈다. 최소 6개월 전에, 최종적 긴급 상황에서는 한달 전에 핵폭탄과 소행성을 충돌시키는 것이다. 이들은 그 결과 나올 파편의 방향까지도 슈퍼컴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지구 소행성 문제는 이제 잊어도 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과연 존스 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APL)가 인류의 대멸종을 가져올지도 모를 소행성과 지구 충돌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하는지 궁금해진다. (이 연구소는 지난 1957년 10월4일 구 소련의 인류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위성의 궤적을 찾아낸 권위있는 연구소다. 위성 궤적 발견은 곧바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미 국방부의 GPS위성 발사로 이어졌다.)

어쨌든 2차 세계 대전 때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에 투하돼 수십만 명을 죽게 만든 핵폭탄이 인류 절멸이 아닌 인류구제를 위해 보다 정확한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얘기를 따라가 봤다.

재난영화의 주요 소재로 사용된 소행성 충돌

소행성이 지구로 돌진해 오는 위기 상황은 영화 ‘아마겟돈’(1998)으로 만들어져 지구인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브루스 윌리스와 해양 유정을 파는 드릴러들이 거대 소행성으로 보내져 소행성을 폭파시키는 장면으로 가장 유명하다.

▲영화 아마겟돈(1998)에서 소행성이 지구로 돌진하는 모습. (사진=부에나비스타)

영화에서는 텍사스주 크기의 거대 소행성이 시속 2만2000마일(약 3만5400km)의 속도로 지구를 향해 돌진한다. (현재 인간이 만든 가장 빠른 우주선은 지난 1976년 태양을 향해 발사한 미국의 헬리오스 2호로 초속 70km로 난다. 이는 시속 2만8440km다.) 댄 트루먼 NASA 국장(빌리 밥 손튼 분)은 소행성에 800피트(약 243m)의 구멍을 뚫어 그 속에 핵탄두를 파묻고 폭발시켜 행성을 쪼개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에 세계 최고의 유정 굴착 전문가인 해리 S. 스탬퍼(브루스 윌리스 분)가 소행성 중앙에 구멍을 뚫어 핵폭탄을 장착하고 귀환하는 작전을 맡는다. 소행성 굴착 작업은 완료되지만 핵폭탄 무선 폭파 장치의 고장으로 누군가 한명이 남아 수동버튼으로 핵폭탄을 터트려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결국 주인공의 희생으로 소행성 폭발임무가 완수된다.

NASA, 핵폭탄 발사해 소행성 폭파시키지만 파편이…

과학자들이 찾은 ‘지구 근접 물체’는 최소 2만 6000여 개에 이르며 이 중 4700개가 ‘잠재적 위험 물체’로 분류된다. 지구로부터 약 750km 이내로 지나가는 지름 150m 이상인 소행성은 주의 대상이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2년에 한 번씩 큰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위험에 대비한 모의 실험을 한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지구근접 물체 연구 센터(Center for Near Earth Object Studies)가 2년마다 소행성 충돌의 결과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올해의 가상 시나리오에서는 ‘2021년 PDC’로 불리는 가상의 329피트(100m) 짜리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기 겨우 6개월 전에서야 감지됐다. 이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우주선을 충돌시켜 진행방향을 바꾸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에 충분치 않은 시간이다.

▲타이탄 핵미사일.(사진=위키피디아)

이들은 올해 이 가상의 우주암석(소행성)을 향해 핵무기 발사 모델을 만들었고 경로를 추적했다. 그 결과 심지어 소행성이 지구를 강타하기 두달 전에 핵을 발사하면 대재앙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NASA나 다른 행성 과학자들이 다가오는 소행성을 파괴하기 위해 핵을 사용할 생각을 조사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문제는 지난 5월 NASA 자금지원으로 이뤄진 모의 훈련 결과였다. 이 결과 과학자들은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기 6개월 전에 우주 암석을 향해 핵을 발사해도 파편들까지 없애지는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이전까지의 연구와 거의 같았다. 설령 거대한 우주 암석을 폭파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파편들 중 일부가 여전히 지구의 도시를 파괴하고 대량 파괴를 일으킬 정도로 충분히 클 것이라는 얘기다.

존스 홉킨스대, 지구 도달 한달 전에 폭파시켜야

핵폭탄이나 다른 강력한 장치가 소행성을 파괴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새롭지 않다.

그러나 존스 홉킨스 대 연구팀의 최신 연구는 소행성 파괴 이후에 대한 다행스러운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팀의 새로운 슈퍼컴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인류는 지구에서 소행성을 향해 핵탄두를 발사하는 것만으로 그 위협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패트릭 킹 존스 홉킨스 대학 응용물리학연구소(APL) 물리학자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신 논문에서 핵 폭파된 소행성에서 쏟아져 나오는 파편들의 궤도의 경향을 연구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또한 킹 박사는 “지구와 충돌하기 최소 한 달 전까지 강력한 핵 파괴 기술을 사용한다면 충돌하는 지구와 충돌하는 소행성 질량의 99% 이상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파괴된 소행성 파편들의 진짜 경로를 이해하기 위해 메가톤 핵폭발에서부터 태양 주위의 궤도에 이르기는 궤도와 궤적을 추적하며 시뮬레이션했다. 여기에는 금성과 화성 등 태양계 내 다른 행성들의 중력의 충격이 파편들의 궤적에 영향을 미치는지, 파편들을 지구와 충돌하게 유도할 수 있는지까지도 포함됐다.

▲지름 수 km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핵탄두 수백만개가 동시에 터진것과 맞먹는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사진=위키피디아)

연구에는 킹의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시절 동료인 마이클 오웬스가 개발한 ‘스페럴(Spheral)’이라는 프로그램이 사용됐다. 이는 핵으로 파괴된 가상 소행성 파괴후 끼치는 영향(지체효과)을 모델링한 것이었다.

‘스피럴’프로그램은 파편들을 폭발 순간부터 추적해 이들이 태양의 궤도를 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시뮬레이션은 심지어 다른 행성체들의 중력 효과까지 고려했다. 또 100m 길이 소행성 표면 근처에서 터진 1메가톤 핵폭탄의 효과를 입증했다.

과학자들은 다섯 개의 다른 궤도를 따라 이동하는 소행성에 대해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실행했다. 그리고 이것이 모든 경우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따라서 정말로 지금 당장 불시에 경로를 예상하지 못하던 소행성이 지구로 돌진하고 있다면 이들의 방법이 막판의 실행 가능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행성 파편들이 다가오는 최악의 경우 2주 전까지 교란시켜야

킹 교수는 논문에 “하나의 충격 요인을 여러 조각으로 만듦으로써 우리는 위협을 배가시킬 수도 있다”면서도 “마지막 순간에야 소행성이 다가오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충돌 2주 전까지 물체를 파괴한다면 재난의 규모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소행성이 지구로 돌진해 올 때) 아주 늦게 핵폭탄을 충돌시키더라도 이것이 매우 효과적 지구 방어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그리고 이는 효과적인 백업 전략으로 간주되어야 하며, 긴 경고 시간을 필요로 하는 방법이 실패할 경우 선호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는 어떠한 소행성에도 핵탄두를 쏠 준비가 돼 있지는 않지만 소행성 방어선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존스 홉킨스대의 연구는 우리가 갑자기, 그리고 예기치 않게 우리의 레이더에 나타나는 다가오는 소행성과 싸울 기회와 수단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이 연구결과는 악타 아스토로티카(Acta Aspirca) 저널 최신호에 게재됐다.

▲디디모스의 쌍성계에 충돌하기 전 NASA의 DART 우주선과 이탈리아 우주국(ASI)의 릴리카 큐브. (사진=나사/존스 홉킨스 APL)

한편 NASA는 오는 11월 24일 실제 소행성과 충돌해 궤도를 바꿀 우주선인 DART (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발사를 앞두고 있다.

이 우주선은 소행성의 속도와 궤적을 바꾸는 테스트 차원에서 내년 10월 2일 디디모스의 쌍성계 달 중 하나인 디모포스와 충돌해 궤도를 변경시키게 된다. 이 임무는 특히 비상시 인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소행성에 충격용 우주선을 발사해야 하는 경우에 대비한 것이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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