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된 페이스북, 변화가 필요한 이유는?

[AI 요약] 미국 현지시간 28일 개최된 ‘페이스북 커넥트 2021’에서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메타’로 사명 변경을 선언하며 자사의 미래가 메타버스에 있다는 것을 공식화했다. 이와 함께 이날 ‘페이스북 커넥트 2021’에서는 차세대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기술을 대거 공개하며 향후 페이스북(이하 메타)가 모색하는 메타버스 시대의 사업 방향을 짐작케했다. 이러한 메타의 행보는 향후 전개될 메타버스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조금 다른 관점에서 해석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연이어 새로운 VR 디바이스를 내 놓는 메타의 행보를 두고 지난해 6월 애플이 발표한 ‘개인 정보 보호 정책’ 이후 패닉에 빠진 메타(당시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시대에서는 결코 애플 등의 기업에 영향을 받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미국 현지시간 28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자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로 회사 로고 역시 무한을 의미하는 수학 기호로 변경했다.

미국 현지시간 28일 개최된 ‘페이스북 커넥트 2021’에서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메타’로 사명 변경을 선언하며 자사의 미래가 메타버스에 있다는 것을 공식화했다. 회사의 로고도 무한을 뜻하는 수학 기호 ‘∞’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이날 ‘페이스북 커넥트 2021’에서는 차세대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기술을 대거 공개하며 향후 페이스북(이하 메타)가 모색하는 메타버스 시대의 사업 방향을 짐작케했다.

앞서 저커버그는 “향후 10년 안에 10억명의 사람들이 버추얼 리얼리티에서 살아갈 것”이라며 “메타버스를 모바일 인터넷의 후계자”로 지목한 바 있다.

애플에 타격 입은 후 ‘디바이스’ 강화, “메타버스에서는 당하지 않겠다” 결심한 듯

이날 메타는 야심 차게 차세대 메타버스 디바이스를 선보였다. 이는 지난해 발표한 오큘러스 퀘스트2를 잇는 것으로 다른 VR 헤드셋과 착용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커버그가 처음 발표한 VR 프로젝트 ‘캄브리아(Cambria)’가 주목되는 이유는 ‘착용자의 감정을 감지하는’ 새로운 기능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감정이 메타버스 세계로 인입되며 다양한 가상현실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저커버그는 “기존 VR 헤드셋의 스펙트럼에 들어가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라는 말로 캄브리아를 설명했다. 아직 가격이나 공식 출시일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년 출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어 저커버그가 언급한 또 다른 프로젝트는 지난 9월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과 협업을 통해 선보였던 AR 글래스 ‘레이밴 스토리’를 잇는 완전 AR 글래스 ‘나사레이(Nasaray)’ 개발이다. 이는 애플이 지속적으로 암시하고 있는 AR 글래스에 대응하는 디바이스로 점쳐지고 있다. 애플은 새로운 개념의 AR 글래스 출시를 다양한 방식으로 암시하고 있지만 그 출시일은 애초 2022년이라고 알려져 있다가 최근에는 그 이듬해라고 하는 등 정확하지 않다.

페이스북은 현재 주력하는 VR 디바이스인 오큘러스 퀘스트2를 이용한 고전 게임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콘텐츠 확장에도 힘쓰고 있다.

한편 이날 메타는 현재 주력하는 자사 VR 디바이스인 오큘러스 퀘스트2를 이용한 고전 게임 리메이크 프로젝트도 발표했다. 첫 리메이트 게임은 지난 2004년 발매해 큰 인기를 기록한 ‘GTA:산안드레아스(Gand Theft Auto: San Andreas)’다.

이러한 메타의 행보는 향후 전개될 메타버스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조금 다른 관점에서 해석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연이어 새로운 VR 디바이스를 내 놓는 메타의 행보를 두고 지난해 6월 애플이 발표한 ‘개인 정보 보호 정책’ 이후 패닉에 빠진 메타(당시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시대에서는 결코 애플 등의 기업에 영향을 받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애플의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은 그동안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내장해온 IDFA(ID for advertisers)를 통해 수집·제공해 온 사용자의 트래킹 정보를 더는 기본 제공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애플은 올해부터 자사 기기의 공통 운영체제인 ‘iOS’ 갱신 시 앱이 IDFA에 접근하려 할 때마다 사용자에게 개인 정보 수집 허용 여부를 묻게끔 시스템을 바꿨다. 문제는 경쟁사인 구글 역시 이달 초 “웹사이트 방문 이력 등을 수집해 만드는 맞춤형 광고 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며 애플의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을 뒷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은 광고 업체가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는 유저 트래킹 정보 파일(제삼자 쿠키) 지원도 내년 초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메타로서는 엄청난 데미지를 주는 변화가 아닐 수 없었다. 그간 지속적으로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발생시켰던 기업이라는 원죄가 있는데다, 애플 등이 막은 사용자 트래킹 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 수익은 메타 매출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 데이비드 워너 페이스북 최고재무책임자는 구글과 애플의 조치로 매출이 반 토막 날 수 있다는 언급까지 했다.

애플은 올해부터 iSO 운영 체제에서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을 적용, 사용자 트래킹 정보 제공 중단과 함께 사용자에게 개인 정보 수집 허용 여부를 묻게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사진=아이폰 광고 영상 캡처)

이에 대한 각계의 논쟁은 뜨거웠다. 실상은 구글이나 애플의 조치가 진정으로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구글은 인터넷 이용 통계 분석 서비스 ‘구글 애널리틱스’나 검색어 기반 맞춤형 광고 ‘애드워드’ 등 개인 데이터를 활용하는 자사 핵심 사업은 고수하고 있다. 또 유저 트래킹 정보 파일 지원을 중단하면서도 ‘프라이버스 샌드박스’라는 새로운 맞춤형 광고 기술을 발표했다. 애플 역시 자사 앱스토어나 디바이스 등 ‘iOS’ 플랫폼을 통해 수집된 개인 정보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듯 애플, 구글 등이 메타를 좌우할 수 있는 것은 플랫폼과 디바이스, 앱 마켓이라는 생태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과거 페이스북은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이들이 마련해 놓은 생태계를 똑똑하게 활용한 플랫폼 기업의 한계를 지니고 있었던 셈이다.

페이스북이라는 사명까지 버리며 향후 5년 내에 전체 비즈니스 방향을 메타버스로 할 것임을 발표한 메타의 선택은 결국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 굴레를 벗어 던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내부 고발 역풍 ‘증오 조장’ 논란, 이름 바꿨다고 피할 수 없어

다가올 메타버스 시대에 선제적 대응에 나선 메타의 새로운 출발은 짙게 드리우고 있는 페이스북 시절의 과오로 그리 축복받지 못하고 있다.

페이스북 제품 관리자를 지낸 프랜시스 하우건이 최근 페이스북 내부자료를 ‘월스트리트저널’에 제보해 대대적인 이슈가 되고, 급기야 지난 5일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 페이스북이 행하고 있는 반사회적 수익모델에 대한 폭로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또한 하우건은 앞서 3일(현지시간) 미국 CBS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60분’에 출연 자신을 2006년부터 구글, 핀터레스트 등에서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해 온 정보 기술 전문가로 밝히며, 페이스북에 기대를 품고 입사해 가짜뉴스 알고리즘 관련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했으나 ‘이용자 안전보다 돈벌이를 우선하는 경영진’에 분노해 내부고발자로 나섰음을 주장했다.

월스트리트 등 미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이 10대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특히 10대 소녀들이 자신의 몸에 대한 불만과 비참함을 느끼도록 만든다는 조사 결과를 알면서 이를 조장하는 알고리즘을 방치했다. 더구나 이러한 내용은 저커버그 CEO 등 경영진에게 보고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과 내부고발 이슈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운동에는 데이터업체를 통해 8700만명의 유출된 개인정보가 활용된 바 있다. 이에 2018년 저커버그는 공식 사과를 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내부 고발자 이슈로는 2017년 페이스북 초기 부사장을 지낸 차마트 팔리하피티야가 스탠퍼드 강연에서 페이스북을 “도파민에 의해 작동하는 단기 피드백 순환고리”라며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파괴하는 도구”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하우건의 내부고발이 미국 사회에서 큰 파장을 낳고 있는 것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의 알고리즘이 극단주의와 증오 확산을 폭증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미국 정치의 양극화 심화는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말 두드러졌다. (이미지=픽사베이)

지난해 9월에는 페이스북 데이터 과학자로 일했던 소피 장이 버즈피드를 통해 수천만원의 퇴직금을 포기하면서까지 “페이스북이 가짜 계정과 가짜 좋아요를 방치하며 여론 조작에 눈감아 왔다”는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하우건 발 폭로는 과거 폭로들과 그 위력을 달리하고 있다. 하우건은 자신이 밝힌 문제를 야기하는 알고리즘의 작동구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머신러닝을 통해 댓글, 공유, 화나요 버튼 등 이용자 참여를 극대화하도록 설계 됐고, 그 결과 이용자에게 극단주의와 가짜정보를 더 많이 노출 시켜 클릭을 유도했다”고 고발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페이스북은 자극적인 콘텐츠에 참여를 유도하는 추척알고리즘을 적용해 ‘증오를 확산’ 시킨 셈이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말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 등이 발생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문제는 페이스북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이용자 참여도가 낮아질 것을 우려해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이와 같은 내부고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미 상원 상무위원회는 조만간 페이스북이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가 청문회를 열 계획이다.

모바일 인터넷 시대의 기회를 잡은 페이스북은 세계 인구 29억명이 사용하는 플랫폼이 됐다. 계열사로 거느린 와츠앱 사용자는 20억명, 인스타그램은 14억명에 달한다. 메타로 사명을 바꾸고 새출발을 알린 지금, 과거의 영광은 무거운 추를 메단 족쇄가 되어 메타버스로 향하는 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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