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가 요구한 반도체 공급망 정보를 제출했다.
9일 미국 연방 정보 사이트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 공급망 관련 설문지에 답변해 제출했다. 다만 그동안 논란이 됐던 영업기밀 정보 등 민감한 내부 정보는 제외하고 자료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백악관과 상무부는 지난달 24일 삼성전자, TSMC, 인텔,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대해 이달 8일(현지시간)까지 반도체 재고량, 매출, 주문, 경영계획, 판매 등 공급망 정보 제공에 답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는 글로벌 경제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 정부의 '사실상의 압박'이기에, 해당 기업들 입장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일찌감치 미국에 자료를 제출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또한 민감한 정보를 제외한 최소한의 자료를 제출한 뒤 미국 정부와 추가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의 명분은 최근 반도체 수급난과 관련해 주요 기업의 반도체 공급과 수요 관련 설문조사를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만, 해당 설문에는 각 기업의 고객 리스트와 예상 매출, 제품별 매출 비중 등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을 노골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기업은 물론, 기업이 속해 있는 국가 차원에서도 기밀 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미국 측이 요구하는 반도체 공급처와 핵심 고객, 생산 계획 등은 기업의 기밀 사항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반도체가 주요 수출품목이기도 하다. 이러한 기업의 기밀 사항이 경쟁사에게 유출될 경우,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미국 정부가 이를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
대외 명분이 부족한 미국 정부의 압박에 해당 기업들의 우려가 이어졌고, 결국 미국 상무부는 자동차, 휴대폰, 컴퓨터 등 각 산업별 반도체 자료를 제출해도 된다고 수위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TSMC의 경우처럼 민감한 정부를 빼고 제출하는 방식으로 선회한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에 민감한 부분을 제외하고 일단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정부가 추가 자료 제출을 비공식적으로 요청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특히 우리나라 정부도 나서서 미국 정부와 협상을 벌여왔다. 기업들의 자료 제출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9~11일 동안 미국을 방문해 반도체 공급망 관련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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