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삼쩜삼은 불법인가요?" 세무사법 개정으로 세무 스타트업 길 막혔다

"한국에서 스타트업 못하는 이유가 있다. 스타트업이 개척하면 기득권이 강탈하거나 막는다."

지난 2019년 '혁신'의 명목으로 모든 금융권이 오픈 뱅킹을 시작하자, 핀테크 스타트업 관계자가 작심하고 내뱉은 말이다. 각기 다른 앱을 옮겨 다니며 사용해야 했던 금융 사용자들은 오픈 뱅킹이 시작된 이후, 10개의 대형 은행 앱에서도 잔액 조회부터 입 · 출금 등을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핀테크 스타트업 업계의 속사정은 달랐다. 말이 혁신이지 기득권 금융사가 핀테크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가져갔다는 것이다.

삼쩜삼 겨냥한 '스타트업 금지' 1호 법안

기득권이 스타트업을 저지한 또 하나의 사례가 늘었다.

국회는 11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세무사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개정안에는 세무 대리 업무의 소개·알선을 금지하는 내용의 ‘세무 대리 업무의 소개·알선 금지’(제2조의 2) 조항이 신설됐다. 이에 따라 '삼쩜삼', '찾아줘세무사', '세무통' 등 세무 스타트업이 운영 중인 서비스 자체를 중단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특히 삼쩜삼 서비스를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는 사업의 기로에 섰다. 삼쩜삼 서비스는 신청인의 홈텍스 정보를 받아 최근 5년 간 쌓인 미환급 세금까지 환급 받을 수 있는 세금을 조회해 이를 환급 절차를 대리해준다.

자비스앤빌런즈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삼쩜삼 누적 가입자는 500만명을 상회하며, 환급 금액 역시 1503억원을 돌파했다. 매일 3억 6000만원, 매시간 1500만원이 환급되는 규모다. 예상치 못한 소비자 반응에 자비스앤빌런즈는 올 연말정산 서비스도 제공하기 위해 최근 대규모 개발 인력을 충원하기도 했다.

개정안에 대한 우려는 이미 지적된 바 있다. 기획재정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 업체가 세무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바 개정안이 적용되는 경우 이들 플랫폼 업체 활동의 위법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 보고서 내용이 현실화 됐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세무사협회는 자비스앤빌런즈의 환급금 수수료를 수취 행위에 대해 불법적 세무 대리 업무 수행이라고 주장하며 경찰에 고발·고소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세무사들과의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 불법이라고 지적 받은 환급 수수료 역시 무료로 전환하는 방안 고려 중이라 전했다. 서비스 사용료 격인 수수료는 예상 환급세액의 10~20%다. 그러나 세무 대리 금지 조항에 따라 서비스 자체를 못 하게 됐다.

물론 가능성은 있다. 개정안에서 금지하고 있는 '소개·알선'의 의미가 모호하다는 것. 삼쩜삼 서비스의 경우, 사용자가 플랫폼을 통해 세무사와 연결되기 때문에 '소개·알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다. 김범섭 대표 역시 정확한 법원의 해석에 따라 사업 지속성을 검토할 방침이다.

(출처: 자비스앤빌런즈)

"결국 보이지 않는 피해는 소비자에게 갈 것"

지난 9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 간담회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스타트업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거대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 추진되면서, 덩달아 다수의 스타트업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되자 반발을 막기 위해 나선 것이다. 하지만 공염불에 그치게 됐다.

한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정부나 국회에서 매번 이렇다 할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한 순간에 불법화되어 아쉽다"라며, "결국 보이지 않는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겠냐"고 전했다.

석대건 기자

daegeon@tech42.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인터뷰] 윤거성 펄스애드 대표 “셀러의 광고 효율을 높여주는 글로벌 리테일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설립 직후 시드 투자 유치에 이어 아마존 광고 기술 분야 파트너 선정, 이어진 CJ ENM으로부터 전략적 투자 유치, 팁스 선정 등이 모두 지난 몇 개월 사이에 펄스애드가 이뤄낸 일들이다.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펄스애드의 전략과 무기, 다가오는 새해의 계획은 무엇일까? 오는 28일 개최되는 ‘디지털 마케팅 인사이트 2025(DMI 2025)’에서 ‘리테일 미디어의 성장과 브랜드의 채널 전략 변화’를 주제로 발표를 앞둔 윤거성 대표를 만나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2024 빅테크 성적표’ AI 지출과 기업 점유율 보기

올해 빅테크의 AI에 대한 기업지출이 올해 500% 급증해 약 19조원을 쏟아부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AI 시장의 선두에 있었던 오픈AI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50%에서 올해 34%로 줄어들었으며, 이는 경쟁사인 앤트로픽의 챗봇 모델 클로드 3.5의 활약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I부터 암호화폐까지 ‘트럼프 2기’ 변화할 핵심 ‘기술 정책’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복귀하고 공화당이 양원을 장악하면 의심할 여지 없이 기술 분야가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철학과 함께, 규제보다 혁신에 기반한 그의 행정부 정책은 AI, 사이버 보안 및 기타 핵심 기술 정책 분야의 글로벌 역학을 크게 바꾸면서 급속한 기술 발전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타워즈에서 영감을 받은 킬러 위성이 등장했다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1977)에 등장한 ‘데스스타’(죽음의 별)는 가상의 우주 정거장이자 슈퍼무기다. 이 영화에 영감을 받은 중국 과학자들이 실제로 ‘데스 스타’를 만들었다. 스타워즈에서 영감을 받은 이 무기는 마이크로파 빔을 집중시켜 적의 위성을 쓸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