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안·루시드…전기차 스타트업에 투자자 몰린다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독주가 막을 내릴까.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이들을 제치고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픽업트럭 전기차로 차별화에 나선 '리비안'에 투자자들이 몰리며 전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시가총액 3위에 올랐다. 1회 충전 주행거리 837km를 인정 받아 테슬라의 성능을 훌쩍 뛰어넘은 '루시드'의 경우 시총 8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리비안의 주가는 전거래일 보다 15.16% 오른 172.0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10일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주가가 120% 이상 폭등했다. 전기차 스타트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를 알 수 있는 사례다.

리비안의 'R1S'

이날 장 마감으로 리비안의 시총은 1519억달러가 됐다. 자동차 업계의 시총 순위로 테슬라(시총 1조달러), 도요타(시총 3000억달러)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심지어 시총 1370억달러의 폭스바겐을 가볍게 앞섰다.

다만 리비안은 아직 공식적인 판매 실적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기대심리만으로 지나치게 돈이 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사의 전기 픽업트럭 R1T, 전기 SUV R1S를 개발중인 리비안의 판매실적은 자사 직원들에게만 시험적으로 판매한 것이 전부다. 일반 판매가 시작되지 않았다. 리비안은 지난 2009년에 설립됐으며, 전기차 배송 실적은 지금까지 (직원 대상) 150여대에 불과하다. 매출 실적은 없고, 지난해 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만 20억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 9월 출시한 R1T가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4분기 실적에는 이것이 반영된다.

매출 제로의 전기차 스타트업의 시총이 폭스바겐을 넘어선 것에 대해 '거품론'이 고개를 들 수 밖에 없다. 폭스바겐은 연간 1000만 여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유럽 최대의 완성차 업체다. 생산량에서는 도요타에 이어 2위지만, 순이익 측면에서 보면 연간 3000억달러의 이익을 내는 세계 1위 업체다.

관련업계에서는 현재 시장 상황이 '전기차면 다 된다'라는 과몰입 현상이 있다고 진단한다. 이번 리비안의 시총 3위 기록 또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대규모 주식 매도로 인한 반짝 효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 투자업체 온다의 에드 모야 애널리스트는 "머스크의 주식 매도로 인해 전기차 투자자의 관심이 리비안 등 순수 전기차 업체로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리비안의 투자자 몰림 현상은 과도하다"라고 분석했다.

루시드의 '루시드 에어'

또 하나의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루시도 또한 이날 주가가 전거래일 대비 23.71% 폭등하며 55.5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 회사의 시총은 888억달러로 전세계 자동차 업계 중 8위를 차지했다. 리비안 보다 못하지만 포드(시총 791억달러)와 BMW(686억달러)를 뛰어넘은 대단한 기록이다.

루시드는 자사의 대표 모델 '루시드 에어' 세단으로 고급형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도전장을 냈다. 특히 1회 충전 주행거리가 테슬라를 크게 앞선다. 외형 디자인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는 '루시드 에어 드림에디션 레인지'가 1회 충전으로 520마일(837km) 주행이 가능하다고 인정했다. 이는 테슬라 모델S 롱레인지의 405마일(652km)를 훌쩍 넘어서는 기록이다.

다만 루시드 또한 리비안처럼 아직은 과대평가 시선을 받고 있다. 대규모 양산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어 내년 판매목표를 2만대 수준으로 잡았을 정도다. 루시드의 올해 3분기 실적은 5억24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미국의 모터트렌드에서 루시드 에어를 '올해의 차'로 선정하고, 3분기에만 1만3000대의 신규예약을 받는 등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성과를 최근 보여주고 있다.

경쟁사의 급부상에 대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리비안의 진정한 시험은 대량생산과 손익분기 달성이다"라며 현재의 과투자 현상에 대한 진단을 했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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