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꿰뚫어보는 홀로그래픽 카메라

길 모퉁이 사각지대 부근, 안개, 심지어 사람의 몸속 모습에 이르기까지 육안으로 잘 보기 힘든 거의 모든 것을 빠른 속도로 촬영해 보여주는 강력한 홀로그래픽 카메라가 개발됐다.

언뜻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지만 이 시스템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해 숨겨진 시야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 사용하던 일반적인 광파 대신 합성파를 이용해 홀로그램 이미지를 처리함으로써 가능해졌다. 이른바 ‘합성 파장 홀로그래피(synthetic wavelength holography)’다. (홀로그래피란 둘 이상의 빛의 파동이 교차할 때 생기는 빛의 간섭현상을 이용해 3차원으로 만들어 낸 입체적 시각정보를 기록하고 재생하는 기술이다. 홀로그램은 이를 통해 구현한 3차원 입체 시각 정보다. 홀로그램을 만들려면 2개의 레이더 광선의 간섭효과를 이용한다.)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 대학 연구원들이 개발한 장치는 ‘합성 파장 홀로그램’이라는 기술을 사용해 발전소터빈이나 비행기 터빈엔진내부(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각지대의 빠르게 이동하는 물체, 심장과 뇌속의 모습까지 촬영해 보여준다. (사진=노스웨스턴대)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까지 보여주는’ 홀로그래픽 카메라를 개발한 주인공은 미국 일리노이주 에반스톤의 노스웨스턴대 연구원들이다.

이들은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최신 홀로그래픽 카메라를 자율주행차량의 사각지대 탐지는 물론 내시경 카메라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연구자들은 이 특별한 카메라가 시제품이며 의료인증 등에 드는 기간 등을 감안할 때 상용화까지 10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공상과학(SF) 영화같은 이 진일보한 기술 개발은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빛 산란후 다시 산란…AI로 서브mm 수준의 원래 물체형태 구현


노스웨스턴대 팀은 이른바 가상 검출기를 사용해 숨겨진 물체의 빛을 간접적으로 산란시킨 후 이를 다시 카메라에 산란시켰다. 그런 다음 인공지능(AI)으로 이 광신호를 원래 물체 형태의 홀로그램으로 재구성했다.

이는 ‘비시선(non-line-of-sight NLoS) 영상’으로 알려진 비교적 새로운 연구 분야인데, 이 기술로는 넓은 영역의 전체 필드 영상을 신속하게 캡처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 같은 이미지를 밀리미터 미만(sub mm) 수준의 정밀도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는 AI기반 홀로그래픽 카메라가 피부를 통과해 보고, 심지어는 아주 작은 모세혈관 모습까지 보여줄 수 있을 정도의 초고정밀 해상도다.

기존에도 비시선(NLoS) 기술을 사용해 숨겨진 개체의 이미지를 복구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해상도가 매우 낮고 시야가 작다는 문제에 맞닥뜨렸다. 이전 시도의 또다른 문제는 스캔에 걸리는 시간이 매우 길거나 산란광을 측정하기 위해 매우 큰 조사 영역이 필요했다는 점이었다.

노스웨스턴대 팀의 최신 기술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모퉁이 주변, 피부나 금속과 같은 다른 형태의 매체를 통과해 더 높은 해상도로 이미지를 찍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팀의 홀로그래피 카메라 기술은 높은 공간 해상도, 높은 시간 해상도, 작은 조사 영역 및 넓은 시야각을 결합한다.

이는 카메라가 꽉 막힌 공간의 작은 특징들은 물론 더 큰 영역의 숨겨진 물체들을 더 높은 해상도로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로 사각지대 모퉁이에 다른 차가 있는 경우처럼 목표물이 움직일 때도 그렇게 할 수 있다.

▲복합광파 홀로그래픽 기술을 이용한 고해상도 광시야를 갖춘 급속 비시선 영상 촬영의 원리. 노스웨스턴대 팀은 이른바 가상 검출기를 사용해 숨겨진 물체의 빛을 간접적으로 산란시킨 후 이를 다시 카메라에 산란시켰다. 그런 다음 인공지능(AI)으로 이 광신호를 원래 물체 형태의 홀로그램으로 재구성했다. (사진=노스웨스턴대)

다만 빛은 직선 경로로만 이동하기 때문에 새로운 장치가 모퉁이 주변을 볼 수 있으려면 벽, 덤불, 자동차와 같은 불투명한 장벽이 있어야 한다. 즉, 센서 장치에서 방출된 빛이 물체의 (불투명한 물체의) 장벽에서 튀어 나온 다음 모퉁이 주변의 물체와 부딪친다. 그런 다음 빛이 장벽으로 반사돼 최종적으로는 센서 장치의 검출기로 되돌아간다.

윌로미처는 “이 기술은 벽을 거울로 바꾼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이 밤이나 안개 낀 날씨에서도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좋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세상을 표면의 관점에서 보기 위해 모든 외딴 것의 표면에 가상의 컴퓨터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의료, 산업,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기대

연구진은 향후 이 홀로그래피 카메라 기술이 특히 의료용 내시경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예를 들어 대장내시경 검사시 대장 내부의 접힌 부분을 보기 위해 광파를 모으면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이는 방사선 피폭없이 뇌, 심장 또는 다른 장기의 이미지를 촬영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의미여서 비침습적 의료 영상에 대한 분명한 잠재력을 말해 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기술은 고해상도를 도출해 낼 수 있기에 자동차에 장착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촬영할 수 있는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 이는 물론 사고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실시간으로 구석을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이 홀로그래픽 AI 카메라 시스템은 길모퉁이에서 과속하는 자동차나 도로의 사슴 등 사각지대 뒤에 있는 물체를 보고 조기 경보하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또한 꽉 막힌 공간에서의 산업점검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예를 들어 발전기 터빈을 중단시키지 않고도 내부 이미지를 변형 없이 촬영할 수 있다.

▲복합광파 홀로그래피기술을 이용한 검색기를 차량에 탐재하면 고해상도 광시야를 갖추면서 도로 모퉁이 사각지대를 볼 수 있다. (사진=코다와이어리스)

끝없는 활용 잠재력

연구원들은 이 홀로그래픽 카메라의 잠재적 적용 가능분야는 끝이 없다고 믿고 있다.

플로리안 윌로미처 제 1 저자는 “현재 이 센서 시제품은 가시광선 또는 적외선을 사용하지만 그 원리는 어느 파장에나 적용될 수 있어 다른 파장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주 탐사용 전파나 수중 음향 영상처리에도 동일한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그것은 많은 분야에 적용될 수 있고, 우리는 이제 간신히 시작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연구팀은 “이 홀로그램 카메라로 모퉁이를 둘러보든 몸 안에서 뛰는 심장을 보든 사실 그 솔루션들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말한다. 이는 둘 다 빛이 물체를 닿아 직접적인 이미지처리가 더 이상 불가능한 방식으로 산란하는 매체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 기술이 이미지 처리 능력의 새로운 물결을 이끌 것”이라고 확신한다.

▲연구진은 향후 이 홀로그래피 카메라 기술이 특히 의료용 내시경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예를 들어 대장내시경 검사시 대장 내부의 접힌 부분을 보기 위해 광파를 모으면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사진=노스웨스턴대)

연구팀 프로젝트의 목적은 빛의 이동 시간을 포함한 빛 정보를 재구성하기 위해, 즉 빛을 재구성해 홀로그램을 구성하기 위해 산란된 빛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비싼 감지기를 사용하는 대신 두 개의 레이저에서 나오는 광파를 병합해 ‘합성 광파’를 생성함으로써 이를 실현할 수 있었다.

이들은 “이것은 다른 산란 시나리오에서는 홀로그램 영상에 맞춰질 수 있으며, 만약 물체의 전체 빛 장을 홀로그램에 포착할 수 있다면 3D 형태를 완전히 재구성할 수 있다. 우리는 일반적인 광파 대신 합성파로 홀로그램 이미지처리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11월 17일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지에 실렸다.

한편 앞서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벽에서 레이저 빔을 튕겨내 시야에 가려진 물체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시스템역시 AI 기술을 사용해 숨겨진 시야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이 연구는 미국 정부 기관 미국방 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자금 지원을 받았으며 현재 개발되고 있는 여러 유사 기술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 기술은 또한 군인들이 벽 주변을 둘러보고, 구조대원들이 사람들을 수색하고, 심지어 우주여행에서 소행성의 내부 동굴을 조사하기 위해 사용될 수도 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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