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용진 ‘멸공’ 파장... ‘소통 리더십’이 ‘관종’이 되기까지

[AI요약]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발 ‘멸공’ 논란의 파장이 거듭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 오너가 이념 성향을 언급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문제는 논란이 시작된 이후에도 정 부회장의 발언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사회적 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기준 신세계그룹은 45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11위 대기업이다. 관련 업체 등을 합치면 그의 발언에 영향을 받을 사람들 수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 이후 신세계그룹 관련 주가 하락과 함께 관련 계열사 불매운동과 구매운동이 이어지며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발 ‘멸공’ 논란의 파장이 거듭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게시글을 올리며 시작된 논란은 이후 정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멸공’관련 게시물을 게재하며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정치권까지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 오너가 이념 성향을 언급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문제는 논란이 시작된 이후에도 정 부회장의 발언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사회적 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 부회장 발 ‘멸공’ 논란은 급기야 중화권 매체에까지 소개되며 대중국 외교와 무역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되고 있다.

‘멸공’ 발언에 담긴 의미는?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의 배경에는 남북 대치상황과 북한 발 미사일 이슈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픽사베이)

자신의 발언과 관련된 파장이 커지자 정 부회장은 다시금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멸공은 누구한테는 정치지만 나한테는 현실”이라며 “왜 코리아 디스카운팅을 당하는지 아는 사람들은 나한테 뭐라고 하지 못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남북 대치 상황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사실 오래전부터 언급된 이슈다. 하지만 제일 큰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기업지배구조와 그에 따른 경영의 불투명성이었다. 상당부분 개선 됐다고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외국 평가기관들은 여전히 한국만의 독특한 기업 형태인 ‘재벌’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주된 지적은 ‘기업은 주주들의 소유’라는 자본주의적 인식이 부족하고 재벌 가문의 개인 자산으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실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인위적인 주가 조작 의혹, 오너가 100%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등은 최근까지 우리나라 재벌가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목돼 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정 부회장의 주장처럼 북한 발 미사일 이슈가 발생하거나 관계 악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증대될 때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글로벌 투자 유치나 금리에 차별을 겪어온 경우도 있다.

정 부회장도 “사업하면서 북한 때문에 외국에서 돈 빌릴 때 이자도 더 줘야하고, 북한이 미사일 쏘면 투자도 다 빠져나간다”며 “어떤 분야는 우리나라와 일본만 보험 할증이 있는데, 그 이유가 전쟁위험과 지진위험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발언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기업을 가문의 자산으로 보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치적 발언은 아니지만… 확대되는 오너 리스크

‘멸공’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두고 정 부회장은 “내 일상의 언어가 정치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까지 계산하는 감이 사업가 자질이라면 이를 함양할 것”이라며 일각에서 정치적 발언으로 인식하는 것을 경계하는 태도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지난 10일 신세계 주가는 전일 대비 6.8% 하락한 23만 3000원에 마감했다. 이후 2%가량 반등하긴 했지만 정 부회장 발언 리스크는 지속되고 있다.

정 부회장의 발언을 두고 온라인 상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불매운동과 지지하는 구매운동이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 부 회장은 더 이상 ‘멸공’ 관련 발언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NO,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신세계 불매운동 이미지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누가 업무에 참고하란다"라며 비꼬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 보란 듯이 다시금 북한 탄도 미사일 관련 게시물을 올리며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발언의 파장은 정치권으로 옮겨 붙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정 부회장을 비판하고 나섰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AI윤석열’을 통해 “윤석열은 이마트, 위키윤은 쓱닷컴에서 주로 장을 본다”며 “오늘은 달걀, 파, 멸치, 콩을 샀다. 달파멸콩”이라고 답한 것이다. 이마트와 쓱닷컴(SSG닷컴)은 신세계그룹 계열로 정용진 부회장 발언과의 상관성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윤 후보의 ‘북한 선제타격’ 발언이 이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는 초기 신세계 계열 불매운동이 확산되는가 하더니 이에 반하는 구매운동 움직임이 일며 이념 대결 양상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정 부회장이 SNS 계정에 불매 운동 이미지와 함께 올린 발언에 동조하는 이들로 인해 8시간 만에 좋아요가 4만 8200개 넘게 달리는가 하면 스타벅스 구매를 독려하는 말들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정 부회장이 맡고 있는 이마트 계열사 중 스타벅스의 영업이익이 이마트 전체 영업이익의 55%를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 글과 함께 불매 여론이 형성된 데에 반발하는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AI윤석열'을 통해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을 이어받은 듯한 '달파멸콩' 발언을 이어갔다.

양날의 검과 같은 오너의 발언, 증권가에서는 ‘법적 제재 필요성’까지

정 부회장의 ‘멸공’ 관련 발언이 이어지며 신세계를 비롯한 관련 자회사들의 주가에 미치는 악영향이 현실화되자 증권가에서는 오너 리스크로 인해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당할 경우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때 SNS를 기반으로 한 정 부회장의 발언으로 신세계그룹과 그 계열사의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때도 적지 않았다. 외식업계 유명 기업가이자 방송인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감자, 고구마, 바다장어 등 판로에 어려움을 겪는 생산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 부회장에게 SOS를 치자 이를 즉시 자사 매장에 입점시켜 도움을 준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당시 그에게는 소탈한 기업가 이미지와 함께 ‘완판남’이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였다.

앞서 언급된 경영권 승계 관련 그간 재벌이 보인 행태에 대해서도 정 부회장은 예외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경영권을 넘겨 받을 당시 정 부회장 등은 편법을 쓰지 않고 3500억원가량의 증여세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멸공’ 발언을 계기로 그의 이미지는 단숨에 ‘핵인싸 완판남’에서 ‘관종’으로 뒤집어지고 있다. 2021년 기준 신세계그룹은 45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11위 대기업이다. 관련 업체 등을 합치면 그의 발언에 영향을 받을 사람들 수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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