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기 동안 두 번의 주목되는 시도가 있었지만 상업용 초음속 비행기는 결국 중단됐고 약 20년간 아무런 후속 개발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구 소련의 투폴레프 초음속 항공기가 1977년 몇십 회의 상업적 운행 끝에 퇴역했고 1976년 영국-프랑스 합작으로 운항되기 시작한 콩코드도 운항시 나는 시끄러운 소음(소닉 붐) 문제, 2000년 발생한 치명적인 사망 사고, 그리고 경제적 문제 등으로 경영악화를 겪으면서 결국 2003년 퇴역했다.
그러나 새해 연초부터 다시 초음속 항공기가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두 정부 기관 주도의 초음속 항공기 관련 시험 성과와 민간 개발회사 투자 결정 소식이 이 초음속 비행기를 다시 볼 수 있게 되리라는 희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항공기 개발에 나선 미항공우주국(NASA·나사) 관계자는 올연말 이 새로운 세대의 상업용 초음속 항공기 시제품으로 시험비행을 할 예정이며, 미공군의 투자를 받은 붐 슈퍼소닉이란 회사는 2025년에 소닉붐이 없는 비행기를 내놓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물론 상업적 서비스 개새는 2030년쯤이나 돼야 할 것 같다.
새해부터 주목을 끄는 미국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큰 초음속 항공기 개발 현황을 알아본다. 나사가 전한 초음속 여객기 개발의 중요한 성공 성과는 어떤 것인지, 소닉붐은 왜 발생하는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설계를 하고 있는지,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상용화하게 되는지 등에 대해 알아본다.
미국의 양대 항공우주 기관 주도
초음속 여객기(항공기) 개발에 나선 것은 미국의 양대 항공우주 기술 개발을 담당한 기관과 기업들이다. 즉, 나사와 록히드 마틴, 미공군과 이의 지원을 받는 민간 기업 붐 슈퍼소닉이 그 주목받고 있다.
우선 나사가 연초 소형 초음속 비행기 X-59 시제품의 풍동 테스트에 성공해 연말까지 실제 크기 모형을 만들어 실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고, 민간 개발 기업 붐 슈퍼소닉은 또다른 주도 그룹인 미공군으로부터 3년간 자금 지원을 받게 됐다고 새해들어 공식 발표했다.
NASA, 풍동시험 성공이어 올연말 실물 크기 초음속기 테스트
우선 미항공우주국(NASA)는 올해 말 실물 크기 테스트를 앞두고 최근 조용히 초음속 제트기에 대한 풍동 비행 시험에 성공소식을 전했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나사 글렌 연구센터 내 2.4⨯1.8m 규모의 초음속 풍동에서 이뤄진 성과다.
기술진들은 여기에 ‘콩코드의 아들’로 불리는 X-59 퀘스트(X-59 QueSST) 축소 모델을 넣고 시험해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과 마찬가지로 소음없는 비행이 이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X-59 엔진은 초음속 운항시 나는 ‘쿵’ 소리를 낮추기 위해 기체의 상부 쪽에 장착되도록 설계됐다.
연구진은 풍동에서 이 모델로 몇 주 동안 테스트를 했고, 특수 ‘슐리렌(schlieren)’ 카메라로 시험중 생성된 충격파를 촬영했다.
슐리렌 사진은 다양한 밀도의 유체 흐름을 포착하는 데 사용된다. 카메라가 포착한 이미지들은 엔지니어들에게 충격파와 공기가 모델 주위를 통과할 때의 위치를 시각화할 수 있게 해 준다.
나사에 따르면 이 모델에 의해 생성된 충격파는 위치나 강도면에서 이전의 소음이 적게 나는 초음속 비행기 모델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와 일치했다.
존 월터 X-59 소닉 붐 풍동 테스트의 수석 연구원은 “이번 시험은 우리가 더 조용한 항공기 설계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항공기 소음을 예측하는 데 필요한 정확한 도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클레이튼 마이어스 나사 상업용 초음속 기술 프로젝트 부 매니저는 “이 시험은 낮은 소리 수준에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번에 나사 글렌 연구센터 풍동에서 성공적으로 시험을 마친 초음속 비행기 시제품 모델은 다음달 일본 도쿄로 보내지며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보잉사 공동의 풍동 검증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나사의 다음 단계는 올해 공중에서 이뤄질 실물 크기 초음속 X-59 항공기 시험이다.
이를 위해 현재 나사와 록히드 마틴이 캘리포니아 팜데일 스컹크웍스에서 이 비행기를 제작하고 있다.
완성된 기체는 일단 지난 2003년 퇴역하기 전 콩코드처럼 음속보다 빠르게, 그리고 물론 붐소닉 소음없이 공중을 비행하게 된다.
이어 미 항공당국으로부터 상업적 여행허가를 받게 되면 X-59 퀘스트는 런던에서 뉴욕까지 3
시간 만에 비행할 수 있다. 비행중 큰 폭발음을 내지 않는다는 점이 같은 항로를 27년간 운항하다가 결국 퇴역한 콩코드와 차별화된다.
나사는 최종 버전의 축소된 모방된 최종 테스트용 항공기 버전 시험 결과를 온라인에 업데이트해 게시했다. 이 버전은 길이가 2.7m, 날개 폭이 9m에 이른다.
나사와 록히드마틴 올해 말 이 항공기의 감항능력(堪航能力·airworthiness), 즉 항공기가 자체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능력을 입증하기 위한 초기 비행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나사는 비행시험에 이어 이 항공기에 적용된 조용한 초음속 기술이 설계한 대로 비행 중 성능을 발휘하는지 검증하고 이어 ‘지역사회 상공 비행 단계’로 전환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X-59 항공기가 (아직 선택되지 않은) 지역사회 상공을 비행하고 주민들에게 초음속 비행 중 발생하는 소리에 대한 반응을 공유하도록 요청하게 된다.
엔진위치를 바꿔 소닉붐 감쇠 효과
소닉 붐은 음속보다 빠르게 공기 속을 이동하는 물체의 충격파가 땅에 닿기 전에 서로 합쳐질 때 발생한다.
이 현상은 폭발음이나 천둥이 치는 소리처럼 약 110데시벨(dB)에 이르는 엄청난 양의 소리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콩코드가 음속을 돌파할 때마다 울려 퍼지는 굉음은 사람들의 불안감을 불러왔고 이 때문에 1976년 승객을 태우기 시작했을 때 궁극적으로 이 항공기 운항노선도 대서양 상공 비행으로 제한됐다.
이에 나사는 소닉 붐의 소리를 멀리서 우르릉거리거나 이웃이 문을 닫는 듯한 조용한 소리로 줄인 초음속 항공기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궁극적으로 X-59 프로젝트는 마하 1.4 속도로 이동하는 동안 콩코드 시대에 도시 위로 울려 퍼졌던 시끄러운 소닉 붐을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X-59는 콩코드와 달리 초음속 항공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합쳐지는 공기 입자의 움직임으로 발생하는 충격파를 차단하도록 설계됐다.
무엇보다도 X-59의 엔진이 비행기 윗부분에 장착돼 마하 1.4(시속 1,728km)로 비행할 때 나는 ‘쿵’하는 큰 소음을 낮추게 된다.
항공기 기체 노즈 길이도 늘려
기존의 초음속 항공기에서는 비행중 노즈, 조종석, 후미, 날개 및 기타 특징에서 오는 충격파들이 대기를 통과해 움직일 때 합쳐져 노즈와 꼬리로부터 강한 충격이 나온다.
이것들은 각각 기수 충격(bow shock)과 꼬리 충격(tail shock)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충격파가 지상을 지나가면 기압이 급격히 상승했다가 낮아지고, 다시 급상승한다. 바로 이것이 전형적인 ‘더블뱅(double-bang)’ 소닉 붐을 만들어낸다.
나사와 다른 기관들은 더 길고 날렵한 모양으로 항공기를 개조하고 있다. 노즈를 늘리는 것이 기수충격을 일련의 약한 충격파로 부서뜨리는 데 있어 특히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강한 기수 충격과 꼬리 충격을 만들지 않는 더 낮고 더 균일한 강도의 충격파를 발생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나사 X-59의 노즈가 9m 길이인 것역시 항공기가 음속 (시속 1,234km)보다 빠르게 이동할 때 공기 입자의 움직임에 의해 유발되는 충격파를 최소화하도록 특별설계된 것이다.
이는 결국 초음속 비행기의 비행 초기 압력 피크를 낮추고 분산시켜 소닉 붐의 첫 번째 뱅을 부드럽게 한다.
미공군-붐 슈퍼소닉, 2025년 고위층 이송·특수작전·정찰용 초음속기 내놔
미 공군도 나서고 있다. 물론 이 경우 군사적 목적을 위해 이뤄지는 개발작업이다. 고위층이송, 특수작전, 정찰용, 물류용도가 그것이다.
붐 슈퍼소닉(Boom Supersonic)이란 회사에 초음속 여객기 개발 비용으로 6000만달러(약 723억원)를 지원함으로써 상업용 초음속 비행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콜로라도에 본사를 둔 붐 슈퍼소닉은 공군이 자사 오버추어 여객기 연구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3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달 11일 발표했다.
이와는 별도로 붐은 지난달 말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스보로 소재 피드몬트 트라이어드 국제공항을 첫 번째 본격 제조시설 부지로 선정했다. 붐은 오는 2024년 생산을 시작, 2025년 첫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승객을 태우는 것은 2029년 시작된다.
붐은 65~88명의 승객을 수송할 수 있는 초음속 여객기 오버추어를 설계하고 있다. 지상에서는 음속 이하 속도(아음속)로, 수상에서는 초음속으로 비행하게 된다. (이는 현재 운항되고 있는 상용 항공기보다 2배 이상 빠르다.) 붐은 이 항공기는 100% ‘지속 가능한’ 연료로 작동하도록 설계됐으며 운항 첫날부터 ‘넷제로’ 비행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군은 고위 지휘관 수송, 특수 작전, 정찰 같은 잠재적 응용 분야와 함께 신속한 전세계 여행과 물류를 위한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공군은 군 내부의 혁신을 촉진하고 상업 기술을 보다 신속하게 작전 상태로 끌어올리기 위한 이른바 ‘AFWERX 프로그램’을 통해 이 분야 투자를 하고 있다. 전략 자금 증액(Strategic Funding Increase·Stratfi)으로 알려진 붐에 대한 자금 지원은 초음속 항공에 대한 상당한 베팅인 셈이다.
미 공군의 이번 자금지원 소식은 상업적 여객 서비스를 위해 초음속 항공기를 개발하기 위해 일하는 많은 신생 기업들 중 하나인 붐에 대한 적절한 시점에서의 신뢰를 보여준다.
붐 슈퍼소닉은 “구매와 옵션을 포함한 오버추어 주문 장부상 항공기 수는 70대이며 붐은 미 공군과 함께 오버추어를 정부에서 사용하는 초음속기로 적용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60억~80억달러(약 7조2000억~9조6000억원)라는 막대한 오버추어 초기 개발비 확보를 위한 미간 자본 유입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물간 발명으로 평가된 초음속 항공기가 이제 다시 도래하고 있다.
몇 년 후면 일반인들도 우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초음속 비행기 세계여행은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콩코드의 역사
콩코드는 지난 1976년부터 2003년까지 운항된 터보제트 초음속 여객기였다.
최대 속도는 마하 2.04마일(순항 고도에서 시속 2,180km)로 음속의 두 배가 넘었고 92~128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었다.
1969년에 처음 비행했지만, 상업용 항공기만큼 실용적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험이 필요했다. 콩코드는 1976년에 상용 서비스에 들어갔다.
콩코드는 상업적으로 운용된 두 종류의 초음속 운항기중 하나였다. 다른 하나는 구 소련이 제작한 제작한 투폴레프 Tu-144였는데 1970년대에 안전 문제로 인해 몇 년 동안만 여객기로 운항되다 콩코드에 앞서 퇴역했다.
콩코드는 영국-프랑스 조약에 따라 아에로스페이셜과 브리티시에어크래프트코퍼레이션(BAC)이 공동 개발하고 제조했다. 화합, 또는 연합을 의미하는 ‘콩코드’의 이름은 영국과 프랑스 간 프로젝트 협력을 반영해 지어졌다.
그러나 콩코드는 2000년 활주로에서의 사고, 2001년 9·11 테러로 인한 상용 항공 산업의 하락세, 아에로스페이셜과 BAC의 계승자인 에어버스의 정비 지원 중단 결정으로 2003년 퇴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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