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판 위로 올라온 한 마리의 바다거북은 코에 무언가가 끼어있는 상태였다. 배에 있던 사람들은 집게로 바다거북의 코에 삐죽이 나와 있던 물체를 힘껏 당겼고, 얼마간의 사투 끝에 나온 그것은 기다란 플라스틱 빨대였다.
빨대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 길었고, 바다거북을 고통스럽게 찌르고 있었것 것이다. 빨대가 뽑혀 나오면서 코피를 흘리던 바다거북의 모습은 후련함을 넘어서 고통과 안타까움,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큰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 이 영상은 몇 년 전, SNS를 강타하게 되었고, 플라스틱 빨대는 퇴출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그 후, 많은 기업이 플라스틱 빨대를 대신할 대체품을 고안하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사례가 바로 2018년부터 바뀐 '스타벅스'의 종이 빨대이다.
플라스틱 빨대가 주었던 미끈하고 깔끔한 느낌은 종이 빨대로 대체되면서 사라졌다. 몇 사람들은 불평하였지만, 그래도 이를 통해 환경보호에 일조하고 있다는 일말의 자부심으로 환경오염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냈다. 근래 대부분의 소비자는 이제 친환경을 소비의 선택지 중심에 놓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의 31.6%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기업의 친환경 활동 여부를 고려하고 소비자 셋 중 1명(34.4%)은 5~10% 추가 비용을 지급하더라도 일반 제품보다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의사를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종이 빨대는 실제로 친환경적일까? 기대가 무색하게도,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보다도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폐기물 저감 모델(Waste Reduction Model)'에 따르면, 플라스틱 빨대를 만들 때는 폴리프로필렌 907.18kg당 1.55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같은 무게인 일반 혼합지로 종이 빨대를 만드는 경우 이보다 5.5배 많은 8.45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킨다고 한다. 이에 국가기후환경회는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사용하지 말라고 안내하고 있다. 게다가 종이 빨대의 재활용도 크기와 코팅 재질 등으로 인해 거의 이루어지기 어렵다. 결국 두 빨대 모두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처럼 친환경적이 아니거나, 심지어 반환경적인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를 현혹해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며 이익을 보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위를 그린 워싱(Green Washing)이라고 한다.
종이 빨대와 같은 작은 눈속임부터, 거대 기업들에 이르기까지 그린워싱의 예는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 일례로 몬산토(Monsanto)는 유전자 조작 씨앗과 독성 살충제를 판매하면서 동시에 자신들이 기아와 싸우는 데 기여한다고 말하거나, 음료 시장의 대기업 코카콜라는 가난한 나라에서 모든 샘물이 마를 때까지 물을 퍼 쓰면서도 자신들이 비축된 세계 지하수를 보호하는 주인공으로 표현한다. 심지어 기후 위기의 주범인 석탄 화력발전소 또한 '친환경'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눈속임은 실제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림으로서 실제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시장의 질서를 교란시킨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시장의 흐름은 지속가능성을 위한 ESG(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 환경, 사회, 기업 지배구조)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우리 눈앞에 당도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 중립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에서, 전 세계 ESG 투자 규모는 2020년 말을 기준으로 45조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그린 워싱은 ESG 투자 및 경영을 위해 사용되는 자산을 실제 환경 개선이 아닌 엉뚱한 방향으로, 심지어 환경오염의 방향으로 몰아갈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이는 결국 친환경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나 녹색 제품에 대한 개발 의지를 저하시키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 손실을 불러일으켜 시장이 환경보호로 나아갈 단초를 없애 버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그린 워싱은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에서 발생한다. 기업 및 정부가 소비자보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독점하거나 보유한다. 이 과정에서 정보를 마음대로 조합, 배열하고 축소, 과장 및 은폐가 일어나고 소비자의 오인이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EU는 '비재무 정보공개지침(NFRD)'을 '기업 지속 가능성 보고지침(CSRD)'로 개정하여 2023년부터 강화할 방침이다. 우리나라도 환경과 사회 관련 정보공개를 2030년까지 코스피 전체 상장사에 의무적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보수적인 한국의 정보공개 속도 속에서, 소비자로서 계속해서 속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린 워싱의 피해자인 소비자는 어떻게 그린 워싱을 알아볼 수 있을까?
한국소비자원이 캐나다의 친환경 컨설팅사인 테라초이스(TerraChoice)의 분류를 재가공해 2012년에 발표한 다음의 그린 워싱의 7가지 유형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1. 친환경적 일부 속성만 초점을 맞춰 전체적인 환경 여파를 감추는 '상충효과 감추기'
2. 증거가 불충분하지만 친환경을 주장하는 '증거 불충분'
3. 정확한 의미 파악이 어려운 광범위한 용어를 사용하는 '애매모호한 주장'
4. 무관한 애용을 연결해 왜곡하는 '관련성 없는 주장'
5. 취득하지 못하거나 인증되지 않은 마크를 도용하는 '거짓말'
6. 친환경적 요소는 맞지만, 환경에 해로운 상품에 적용해 본질을 속이는 '유해상품 정당화'
7. 유사 이미지를 공인 마크로 위장하는 '부적절한 인증라벨'
이처럼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로서 소비자 주권을 실천하기 위해서 앞선 그린워싱의 유형을 기억하고 다양한 교육과 신념을 공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방식으로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다. 이탈리아 비영리 환경단체 세이브 더 플래닛이 알칸타라 사(社)의 제품 광고가 그린워싱 관련 표현을 했다며 낸 소송에서 승소한 것이다. 이는 기업의 그린워싱을 문제삼은 유럽의 최초 판례이다.
거짓된 친환경적 이미지는 결국 해당 기업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초래한다는 것을 현실화한 사례이다. 그린워싱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날카로운 통제와 감시 그리고 처벌은, 진실하고 정확한 기업 행동이야말로 환경보호라는 가치뿐만 아니라 당장의 '기업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소비자와 꼭 지켜야 하는 유일한 약속임을 천명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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