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이 비만을 부른다? 먹방의 불편한 진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음식들이 화면 가득하고, BJ가 등장해 먹음직스럽게 먹는다. 한 끼 식사로는 양이 너무 많아 보이지만 먹다보면 어느 새 다 먹어치운다. 사람들은 이런 방송을 '먹방' 이라고 부른다. 먹방으로 많은 시청자를 보유한 유튜버 햄지의 경우 구독자 수는 900만명에 달하는데, 영상당 평균 조회수는 400만회 정도로 월 추정수입은 약 2억 5000만원에 이른다.

이미 먹방은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많은 사람들이 먹방을 보며 허기를 달래기도 하고, 구하기 어려운 음식을 먹는 걸 보며 대리만족을 하기도 한다. 혼자 밥을 먹으면서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먹방을 보기도 한다. 우리가 먹방에 열광하는 이유는 생존본능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어 눈길을 끈다. 찰스 스펜스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교수팀은 안전하고 영양가가 높은 음식을 얻으려는 인간의 생존본능 때문에 사람들은 음식의 이미지를 자꾸만 보려한다고 발표했다. 원숭이 실험 등 음식과 관련된 각족 뇌 영상 연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먹방이 비만을 부른다? 먹방의 불편한 진실


원래 우리 뇌의 인지 시스템은 독성이 있는 물질은 피하고 영양가 높은 안전한 음식을 찾도록 설계되어있다. 하지만 충분한 먹거리가 존재하고 수렵과 채집 생활을 이어나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필요 이상으로 안전하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찾으려 한다.

우리는 이제 허기로 인해 음식을 먹는데서 그치지 않고, 식욕이 올라서, 혹은 날이 추워서, 그리고 기분이 안 좋거나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음식을 더 찾게 되기도 한다. 맛있는 음식은 기분을 좋아지게 하고 활력이 생기게 만든다. 독일 막스 플랑크 대사연구소의 헤이코 벡스 교수와 공동 연구원들의 국제 공동연구 결과, 음식을 먹으면 기분을 좋게 만드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두 번 방출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음식 섭취할 때 입안으로 들어가 맛을 느낄 때 한번, 위장에 닿았을 때 한 번 더 느끼는 것이다.

먹방을 통한 대리만족은 여기서 가능해진다. 음식 사진을 본 후 실험자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하니, 욕망과 보상중추를 담당하는 두뇌 부위가 24% 증가된 활성도를 보이는 것이 밝혀졌다. 즉, 먹방을 보는 것으로도 뇌는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도파민이 분비되어 만족감을 느끼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이 착각을 통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게다가 혼자 밥을 먹을 때, 내 앞에서 음식의 향을 맡고 손으로 음식을 집어서 입으로 가져가 씹는 BJ의 모습을 보면서 공감의 뉴런 회로가 작동한다. 밥을 함께 먹는 친구로서 위로와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이는 혼자 음식을 먹는데서 오는 우울감을 진정시키고 불안감을 감소시킨다.

실제 음식의 맛은 상상한 것처럼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옥스퍼드대학교 실험심리학 교수인 찰스 스펜스는 모든 것이 예측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뇌는 맛을 예상할 뿐이며, 식사 도중 보고 있는 먹방 속 이미지에 뇌가 집중하고, 화면 속 음식 에너지의 함량과 음식을 즐긴 후의 보상을 예측하는 것이다. 더불어 뇌의 일부 영역은 화면 속 음식을 먹는 것처럼 움직인다. 뇌가 착각을 하는 것이다.

스펜서 교수는 수많은 연구 결과들을 분석했을 때, 먹방이 과식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평소보다 식사량은 1/3 더 증가하고 과식 뒤에도 배고픔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먹방을 보며 분비되었던 신경 신호에 중독될 확률도 높다. 보고 난 뒤 과식을 하며 쾌감을 느끼는 하나의 과정이 반복된다. 이 과정이 지속되면 비만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먹방은 한창 좋은 먹는 습관을 만들어나가는 어린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영국 리버풀대 애나 콧츠 박사 연구팀은 9세에서 10세 사이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실험했는데, 몸에 좋지 않은 정크 푸드 먹방을 시청한 집단과 건강한 음식을 먹는 모습을 시청한 집단, 그리고 먹방이 아닌 다른 방송을 본 집단으로 나누었다. 이후 세 그룹 모두에게 초콜릿과 젤리 등의 간식을 주었다.

그 결과 정크푸드 먹방을 시청한 아이들이 다른 방송을 본 아이들보다 평균 32% 더 높은 칼로리의 음식을 섭취했다. 게다가 건강한 음식을 먹는 모습을 시청하든, 정크푸드 먹방을 시청하든 먹방 그 자체를 시청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26% 더 높은 칼로리의 음식을 섭취하는 경향을 보였다. 결국 시청했던 먹방 영상에 영향을 받아 생각보다 더 많은 음식물을 섭취하게 되며, 심지어 몸에 좋지 않은 정크푸드 먹방의 경우 더 좋지 않은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음식 사진이나 방송을 꾸준히 보는 일은 실제 과식으로 이어져 비만이나 당뇨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먹방의 좋은 점들은 취하면서 나쁜 점들을 보완할 수 있을까? 만약 지금 먹방을 보며 폭식의 사이클에 들어가 있다면, 먼저 자신이 먹고 있는 음식을 건강한 음식으로 바꾸어 섭취할 것을 권한다.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이 높고, 열량이 낮은 음식을 섭취함으로서 폭식을 완화하는 것이다. 또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습관을 들여 몸을 위하는 식단 관리를 실천해야 한다. 더불어 먹방을 지나치게 많이 보고 있을 경우, 하루에 20분 시청, 혹은 일주일에 3번 시청 등 자체적인 시청 기준을 정해두어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관리한다.

무엇보다도, 먹방이 불러일으키는 스트레스 완화와 우울증 감소의 역할을 고려했을 때, 다른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 먹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지 않고 운동 등 다른 활동을 통해 정서를 보살핀다면 먹방이 자신의 삶에서 너무 많은 지분을 차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적절한 방식으로 스스로 조절해 가며 먹방을 본다면, 분명 삶의 활력소로 기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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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오베이션 대표

insu@weinteract.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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