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인앱결제 강제 강행 하루 앞, 방통위 강력 규제 예고 했지만….

[AI요약]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시행을 예고한 4월 1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가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통과된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초유의 상황이다. 방통위의 조치로 개정되는 이행강제금 내용에 따르면 구글이 자료 제출 명령을 2회 이상 이행하시 않을 시 매일 최소 2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구글이 자사 앱마켓을 통한 인앱결제 강제 정책 강행이 내달 1일 본격화된다. 이에 방통위는 강력한 규제를 예고하며 압박에 나섰지만, 구글은 아랑곳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미지=픽사베이)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시행을 예고한 4월 1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가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통과된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초유의 상황이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이행강제금과 과태료를 상향 조종하며 강력히 규제할 것임을 경고하고 나섰다.

방통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구글을 정조준해 이행강제금 부과 내용을 일부 개정했다. 정부의 사실조사 자료제출 명령을 2회 이상 이행하지 않은 사업자에 대해 자료 제출을 할 때까지 매일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기존 이행강제금은 일회성 과태료였다.

방통위는 또한 사업자가 법에 위배되는 금지행위를 했는지에 대한 사실조사에 불응할 시 과태료도 최대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문제는 이러한 개정안이 적용되기까지는 대략 20여일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그 사이 구글의 앱마켓에 입점한 앱 운영사들은 어쩔 수 없이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따라야 하는 입장이다.

아쉬운 것은 이러한 구글의 대응에 대한 우려가 앞서 구글갑질방지법 제정 당시부터 적잖이 우려됐지만, 그에 대한 대비는 없었다는 점이다.

강도 높은 이행강제금 부과, 그럼에도 구글은 강행

방통위의 조치로 개정되는 이행강제금의 산정 기준은 하루 평균 매출액의 0.1~0.2%다. 지난해 기준 구글이 자사 앱마켓을 통해 국내에서 수수료로 벌어들인 매출액 추정치는 알려진 바에 따르면  대략 1조 4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역산해 보면 일 매출액은 대략 38억원가량이 된다.

개정되는 이행강제금의 세부 적용 내용에 따르면 일 평균 매출액이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매출액의 2000분의 2가 이행강제금으로 부과된다. 구글의 경우 내달 1일부터 인앱결제 강제를 강행하고 방통위의 사실조사 자료제출 명령을 2회 이상 이행하지 않을 시 매일 38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구글이 앱마켓을 통해 벌어들이는 매출은 우리나라에 매출액을 신고하고 법인세를 납부하는 구글 코리아와는 상관이 없다. 앱마켓 수익의 경우 구글 코리아가 아닌 싱가포르 소재 구글아시아퍼시픽 매출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구글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때도 적용 대상인 매출액을 두고 논란이 일 수 있다. 구글이 매출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 조차 제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매출액 산정이 곤란한 경우는 하루 2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더구나 방통위의 금지행위 사실조사에 필요한 자료, 물건 제출명령 거부·기피하는 사업자는 여기에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가 더해진다.

방통위는 금주 중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이 법에서 명시한 금지행위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유권 해석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구글 인앱결제 강제 정책에 대한 규제 여론은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서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시행하는 내달 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가 미디어업계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릴레이 간담회를 연다. 인수위는 이 자리를 통해 국내 OTT 사업자, 통신3사 등에게 업계 현황과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압박에 아랑곳 하지 않은 구글,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수도

지난해 세계 최초의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통과로 대·내외적인 압박이 이어지며 구글과 애플은  제3자 결제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기에 최대 26%의 새로운 수수료를 신설하며 꼼수 비판을 받았다.

문제는 지난해 11월 이와 같은 내용을 공지하며 한국 앱 개발사들에게 결제 단계에서 인앱결제와 제3자결제가 동등하게 노출되도록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을 개편해야 한다고 못 박은 것이다.

그간 앱 개발사들은 제3자 결제를 이용할 시에도 고율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니 아웃링크 방식으로 앱 외부의 웹페이지에서도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구글에 강하게 요구했다. 아웃링크를 통한 웹페이지 결제 시에는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라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구글 갑질 방지법이 통과된 지난해, 구글은 한국 진출 18주년 행사로 개최된 '구글 포 코리아'에서 '한국의 디지털 잠재력 실현: 디지털 전환의 경제적 기회와 구글의 기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구글이 한국 기업에 10조 5000억원, 한국 소비자에 11조 9000억원에 이르는 경제적 편익을 제공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같이 당시에는 유화책으로 대응하던 구글 태도는 최근 인앱결제 강제 정책 강행을 내세우며 강경하게 바뀌었다.

방통위에서도 지난 15일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시행하며 구글이 제3자결제에 별도 수수료를 책정한 것에 대응하기 위해 시행령에 ‘금지행위의 유형 및 기준’ 8호 ‘접근’ 표현을 추가하며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 뿐 아니라 접근하는 행위를 불편하게 하는 부분 역시 금지행위로 규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제3자 결제는 허용하지만 웹페이지 결제는 불허한다”며 기존 결제 시스템에 제3자 결제 시스탬을 앱 내에서 통합하라고 강제한 것이다. 원칙적으로 방통위의 시행령을 위배한 것이지만, 구글로서는 법 조항의 애매한 부분을 노린 셈이기도 하다.

더구나 구글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시행으로 자사가 공지한 결제 시스템 통합하는 앱 업데이트를 하지 않고 있던 국내 앱 개발사들에게 “가이드라인 대로 하지 않을 경우 앱을 삭제하겠다”고 통보하며 강수를 두고 있다.

이러한 구글의 행태는 법적공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구글 갑질 방지법 제정 당시 세심한 제도 설계가 미비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와 같은 구글의 대응이 충분히 예견됐지만, 간과했다는 것이다.

앱 운영사 줄줄이 가격 인상, ‘구글의 선택적 대응’ 이대로 두고 봐야?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은 스포티파이와 넷플릭스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방통위의 강력한 규제 방침에도 불구 내달 1일 시행되는 인앱결제 강제 정책에 직면한 앱 운영사들은 결국 줄줄이 가격 인상을 발표하고 나섰다.

지난 24일 국내 OTT 티빙은 이번달 31일부터 구글 인앱 결제 가입자에 한해 월정액 요금을 인상한다. 티빙 월정액 구독 요금제는 베이직 7900원에서 9000원, 스탠다드 1만900원에서 1만2500원, 프리미엄 1만39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인상된다. 단 PC·모바일웹·스마트TV에서 구매할 시 가격은 기존과 동일하다.

웨이브 또한 오는 29일부터 구글 인앱 결제 가입자에 한해 월정액 요금을 인상한다. 기존 베이직은 7900원에서 9300원, 스탠다드는 1만900원에서 1만2900원, 프리미엄은 1만3900원에서 1만6500원으로 올랐다. PC나 모바일 웹, 원스토어 등에서 이용할 때는 기존 가격 그대로이며, 기존에 정기결제하던 회원들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시즌은 상반기 중 세부 내용을 공지할 예정이며, 이전부터 인앱결제를 적용하고 있던 왓챠는 요금을 따로 인상할 계획이 없다.

업계에서는 OTT 요금 인상을 시작으로 다른 디지털 콘텐츠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멜론과 지니 같은 음원 서비스 역시 줄줄이 요금 인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책과 웹툰 역시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이 선택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구글은 미국 내에서 자신들의 정책에 반발한 글로벌 음원 서비스 스포티파이와 대립하는 대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인앱결제와 함께 개발자 자체 결제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구글과 함께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역시 자체 홈페이지 결제 기능을 고수하고 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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