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룰 시행 한 달, 시행착오 속출에 투자자 혼란만 키워

[AI요약] 지난 3월 25일, 트래블룰(Travel Rule)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 업계의 자금 추적을 위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표준화된 기준 없이 무리하게 시행한 결과 곳곳에서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래블룰 시행 후 한 달이 되어가지만 암호화폐 시장의 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지난 3월 25일, 트래블룰(Travel Rule)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그러나 송수신인의 개인정보를 교환하는 트래블룰 솔루션 연동도 되지 않아, 거래소 간 송금이 막히거나 지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표준화된 기준 없이 무리하게 시행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암호화폐) 업계의 자금 추적을 위한 시스템이다. 전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지난 3월 25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이제 국내 투자자들은 100만원 이상의 자산을 송금할 때, 송금인과 수취인의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암호화폐 사업자는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 송금 정보를 보관, 정부에 보고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암호화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마다 트래블룰 정책이 다르고, 원활하지 않아 이용자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개인지갑으로의 송금은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거래소들은 자율적으로 트래블룰 정책을 적용 중이다. 거래소 간 입출금이 가능한 지갑 종류도 모두 다르다. 설상가상으로 트래블룰 솔루션 연동도 한 달이나 지연되고 있다. 우려했던 상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지연되는 솔루션 연동, 송수신 막힌 투자자들

지연되는 솔루션 연동으로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조차 제시하지 않은 금융당국의 행정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트래블룰 솔루션 연동은 오는 25일이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행된 지 한 달이 되어가지만 아직까지 업비트 관계사 람다256의 솔루션 베리파이바스프(Verify VASP)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 3사가 공동 개발한 코드(CODE) 간 시스템 연동이 되지 않아서다.

정부는 트래블룰 시행을 한 달 앞두고 코드와 베리파이바스프의 솔루션 연동을 요구했다. 블록체인 기반 솔루션인 코드와 비(非)블록체인 기반인 베리파이바스프는 호환이 어렵다. 금융위는 이런 기술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연동만을 강조했다.

양측은 자사 솔루션 적용을 주장하며 대립하다 코드가 비(非)블록체인 기반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트래블룰 시행을 며칠 앞둔 시점이었다.

베리파이바스프와 코드 간 연동이 늦어지면서 암호화폐 이동이 막히는 사고도 일어났다. 타 거래소나 개인지갑으로 암호화폐를 보내려 했지만 등록이 되지 않거나, 송금 및 반환 처리도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트래블룰이 없는 해외 거래소와의 거래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두 솔루션 간 연동은 오는 25일로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안정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 개발 후 안정성 테스트를 통해 수많은 변수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송수신자 정보를 안전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변수 데이터를 쌓을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25일에 연동이 성공해도 이후 안전하고 정확하게 암호화폐를 이전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트래블룰 시행 후, 업비트 독주 강화

암호화폐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트래블룰 시행 이후,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의 독주는 심화되고 있다.

암호화폐 분석 플랫폼 코인마캣켑에 따르면 국내 암호화폐 원화거래 시장에서 업비트는 지난 18일 거래량 기준 77.3%(3조6183억원)을 차지했다. 반면 빗썸과 코인원 코빗 등 3대 거래소의 점유율 합은 22.7%에 불과하다.

관계자들은 업비트가 4개 거래소 중 유일하게 국내 거래소 간 송금이 가능하고, 솔루션 연동이 늦어지면서 업비트로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독주 체제가 심화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독주 체제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수수료와 서비스 경쟁이 사라질 수 있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또한 특별금융정보법(특금법)과 트래블룰 의무화가 오히려 독과점 현상을 부추겼다고도 지적한다. 높아진 시장 진입장벽에 거래소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9월 특금법 시행 이후에는 금융당국에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마친 거래소만 원화거래가 가능하게 되면서 중소 거래소들의 타격이 컸다. 현재 4대 거래소 외 실명계좌를 확보해 원화거래 시장 진출이 유력한 업체는 고팍스뿐이다.

조인숙 기자

aloh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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