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 애니메이션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로봇?

<러브, 데스+로봇> 그리고 다시 돌아온 '3대의 로봇'!

넷플릭스 오리지널 <러브, 데스+로봇>은 성인용 애니메이션 앤솔로지로 2019년 처음 스트리밍 되었다. 개인적으로 미국의 디즈니나 픽사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세계관을 비롯하여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의 아기자기함마저 사랑하는 애니메이션 덕후인데 본래 SF(Science Fiction, 공상과학) 장르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사랑과 죽음 그리고 로봇이라는 메시지를 SF 애니메이션에 꼭꼭 눌러 담은 이 작품은 더할 나위 없이 취향저격이었다. 2019년 18개의 각기 다른 에피소드를 담은 시즌1 이후 2년을 기다렸다가 2021년 시즌2를 만났다. 고작 8개의 스토리라는 점이 가장 아쉬울 정도였지만 충분히 반가웠다. 그리고 1년이 흘러 시즌3으로 돌아온 <러브, 데스+로봇>은 9개의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우리에게 다시 찾아왔다. 시즌1에서도 <세 대의 로봇(Three Robots)>이라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3년 만에 '출구전략(Exit Strategies)'이라는 부제를 달고 다시 돌아왔다. <러브, 데스+로봇> 내에 존재하는 에피소드 중 유일하게 후속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세 대의 로봇>은 'K-VRC'라는 작고 귀여운 친구와 안드로이드형 로봇인 'X-Bot 4000' 그리고 자율주행이 가능하면서 여러 정보를 쉴 새 없이 읊어대는 '11-45-G' 등 세 친구들의 조합이다.

(역시 TMI지만) 참고로 <러브, 데스+로봇>은 영화 <데드풀>의 감독 팀 밀러(Tim Miller) 그리고 <세븐>, <나를 찾아줘>로 유명한 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가 제작한 작품이다.

디스토피아가 된 이 세상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는 세 친구들(왼쪽부터, '11-45-G', X-bot 4000, K-VRC ) 출처 : 넷플릭스

3대의 로봇 친구들은 인간들이 멸종했다고 과언이 아닐 디스토피아 세상을 천진난만하게 들여다보며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해골들은 각자 나름대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쳤으리라. 그러나 살점은 하나 없이 뼛조각만 남아 부서지고 나뒹군다. 처절한 생존 사투 끝에 사라져 버린 이 땅 위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세 대의 로봇은 인간의 멸망을 주제로 탐구하고 농담 따먹기 하듯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이기적이고 오만한 인간 습성을 비판한다. 세 대의 로봇 모두 눈에 띄는 구석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11-45-G'는 가장 투박하면서 가장 현실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역시 TMI지만 'K-VRC'와 'X-bot'은 키덜트용 피규어로 판매까지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있고 주변 환경을 감지하며 이동하는 자율주행 로봇에 가깝다. 정보가 얼마나 담겨있는지 알 수 없지만 아주 세세할 정도로 정보를 쏟아낸다.

외형상으로는 네이버랩스(Naver Labs)에서 개발한 자율주행 로봇 '어라운드(Around)'와 닮은꼴이다. 네이버랩스는 자율주행, 로보틱스,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요한 키워드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사내 연구 조직이었는데 2017년 독립법인으로 세워진 네이버 계열사다. 독립법인으로 우뚝 자리매김했던 그 해에 자율주행이 가능한 로봇 어라운드 등 9종이나 되는 로봇을 선보인 적이 있다.

네이버랩스의 자율주행 로봇, 어라운드. 출처 : 네이버랩스

어라운드는 실내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사람들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탄생한 로봇이다. 주변 환경을 스스로 매핑하고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등 공간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와 더불어 경로를 생성하고 장애물을 회피할 수 있는 핵심적 기능이 탑재되었다. 주방에서 손님이 있는 테이블까지 음식을 실어 나르는 용도로 탄생한 KT 서비스로봇도 이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겠다.

어라운드의 경우는 서점에 들러 책을 읽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한다. 실제로 어라운드의 목표는 손님이 아니라 손님이 읽은 책이다. 이미 다 읽은 책을 어라운드 상단에 위치한 적재 공간에 넣어 수거하게 되는데 일정한 무게에 도달하면 지정된 장소로 이동해 직원이 직접 처리하는 형태로 사람과 협업한다. 직원과 대화를 하면서 농담을 주고받거나 또 다른 특정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노동력에 충분히 일조하는 중이다.

최근 네이버는 분당 사옥을 하나 더 세우기도 했다. 네이버 제2사옥을 '1784'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정자동 178-4의 숫자와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던 연도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 사옥에는 어라운드를 고도화 한 루키라는 로봇이 존재한다. 루키는 임직원들에게 커피를 배달하기도 하고 택배 상자를 담아 자리로 가져다주기도 한단다. 대략 40여 대의 루키가 이 사옥에 존재하는데 이 로봇들과 연동되는 네트워크와 클라우드가 따로 존재하고 원활한 임무 수행이 가능할 수 있도록 인프라가 구축되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곳곳에 자리한 빌딩이라고 봐야겠다.

네이버 1784의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루키. 출처 : 네이버랩스

네이버 1784 홈페이지에서 이런 문구를 볼 수 있다.

"기술은 혼자 존재할 때보다 서로 연결되고 합쳐질 때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기술만 동떨어져 홀로 존재하고 있다면 살아 숨 쉬는 것이 없는 폐허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빛만 번쩍이는 것과 같다. 결국에 인간의 삶에 기여하고 서로 융합되어야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네이버는 공간과 테크놀로지, 사람과 로봇이 서로 연결되고 융합되는 테크놀로지 컨버전스 자체를 유토피아로 이루려고 한다. '궁극적인 기술 친화'가 <러브, 데스+로봇>의 디스토피아와 굉장히 상반되긴 하지만 결국에 테크놀로지는 발전을 거듭하게 될 것이고 인간의 삶에 거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 아래 사이트를 참고했습니다.

  • (2022.5.19), cosmicbook.new
  • <네이버랩스의 자율주행 로봇 어라운드>, naverlabs.com/around
  • <네이버 1784>, navercorp.com/naver/1784
  • 네이버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루키, naverlabs.com/rookie
  • 단대신문 1493호에 실린 글이며 위 본문의 내용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http://dknews.dankook.ac.kr/news/articleView.html?idxno=18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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