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 넓히는 비거니즘, “고기 먹어도 괜찮아요”

비건=채식이 아닙니다!

‘비건(Vegan)’이라고 하면 무엇이 생각나나요? 아마도 고기와 같은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를 떠올릴 것 같은데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스스로를 ‘채식주의자’라고 밝힌 사람의 60%조차 ‘비건의 정의’를 모른다고 대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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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도 정의를 잘 모른다니,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설문조사의 결과는 비건과 비거니즘(Veganism)을 혼재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는데요, 과거에는 ‘비건’을 ‘완전한 채식주의자’ 정도로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먹을거리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동물성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철학이자 삶의 방식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조금 더 넓은 개념을 포함하고 있어요.

‘비건’과 ‘비거니즘’
“비거니즘(Veganism)은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동물성 제품의 사용을 포기하는 것으로 정의되며, 동물을 생명이 아닌 공공재로 취급하는 것을 거부한다.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이들을 비건(Vegan)이라고 하며, 이들은 동물성 제품의 섭취, 구매, 사용을 기피한다”
More Than Just A Diet: An Inquiry Into Veganism, Sarah E. Mann

그래서 요즘 ‘비건’이라고 하면 ‘동물을 착취해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거부해야 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동물권을 옹호하며 종 차별에 반대하는 사상과 철학’을 가진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비건’의 정의가 넓어졌다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이 그만큼 확대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식생활을 넘어 라이프스타일까지 영역을 넓히며 점점 우리 삶의 중요한 화두로 자리 잡아 가는 비거니즘에 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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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을 넘어 라이프스타일로

‘비건’의 정의가 확대된 것은 ‘비건’과 ‘비거니즘’에 관한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비건’과 ‘비거니즘’ 키워드와 관련도가 높은 기사 2,000개를 분석하여 빈도수가 높은 상위 50개의 키워드를 도출한 결과, ‘채식, 식품, 푸드’ 등 식품에 관한 키워드 이외에도 ‘친환경, 그린, 보호, 실천, 지구’ 등 환경과 연관된 키워드나 ‘브랜드, 제품, 출시, 인증’ 등의 키워드도 여럿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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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확대, 확산, 열풍, 관심’ 등 키워드를 통해서는 현재 비건과 비거니즘을 바라보는 시각을 알 수 있고, 이를 주도하는 것은 MZ세대라고 불리는 2030세대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비건’이 단순히 채식주의자를 의미한다면 식품군에 관한 키워드가 대부분을 차지해야 하는데, 환경, 브랜드, 제품 등 다양한 단어가 눈에 띄는 것으로 보아 비건의 정의가 채식주의자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비거니즘으로 확대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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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라이프스타일까지 확대된 현상은 2004년부터 현재까지 ‘비건’과 ‘채식’의 키워드 검색량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전까지의 비건의 정의가 식품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면 2018년 5월을 기점으로 ‘비건’이 ‘채식’을 앞서며 이후 비건 키워드의 검색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 들어 비건은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동물성 제품의 사용을 지양하는 비거니즘으로서 관심을 받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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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움직임은 비건과 비거니즘에 관한 도서의 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데요, 해외 도서의 경우 2012년과 2022년을 비교하여 4.3배 증가했고, 국내 도서의 경우 19배 증가했습니다. 비거니즘이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 주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한 만큼 해외에서 더 많은 도서가 출간됐지만, 국내의 경우 1권에서 19권으로 19배나 증가한 것으로 보아 관심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어요.  

유연한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2030세대

그렇다면 왜 비거니즘이 확산되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걸까요? 2019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대전망 2019(The World in 2019)’에서 2019년은 비건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이는 현실이 되었죠. 건강을 위해 시작된 소수의 비건은 2019년 11월 시작된 코로나19와 팬데믹 등으로 환경에 대한 의식이 강화되면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코로나 대유행으로 친환경주의가 조명받게 되고, 이로 인해 비거니즘 시장이 크게 성장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무엇보다 비거니즘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은 2030세대(MZ세대)입니다. 2030세대는 사회적으로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고자 비거니즘을 지향하는데요, 이들의 비거니즘을 한 단어로 정의하면 ‘유연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채식을 지향하지만, 선택적으로 유연하게 육식을 섭취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라는 신조어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엄격한 수준의 채식을 실천하지 않으며 채식주의자 중 가장 낮은 단계의 식습관을 지닌 사람을 일컫는 말로, ‘유연한’을 뜻하는 플렉시블(Flexible)과 베지테리언(Vegetarian)의 합성어.
육식을 완전히 배제하는 엄격한 수준의 채식을 실천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채식을 지향하며 상황에 따라 간헐적인 고기와 생선, 유제품 등의 섭취를 허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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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2022년까지 구글 트렌드의 일간 ‘플렉시테리언’ 검색량을 보면 2016년 말쯤부터 늘어나기 시작했고, 특히 13세~29세가 단연 높은 비율을 나타냅니다. 검색량 추이는 2019년 말 다시 한번 급격하게 늘어나는데요, 비거니즘에 관심이 커진 ‘비건의 해’로 지정된 시기(2019년)와 맞물린 것으로 보입니다. 

2030세대는 곡물과 콩 등으로 만든 식물성 대체육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데요, 전 세계 채식주의자에게 식물성 대체육을 섭취하는 빈도를 물어보니 연령이 높아질수록 섭취 비율이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30세대의 25%가 섭취한 경험이 전혀 없는 비율인 것에 반해 특히 60대 이상은 과반인 51%의 사람들이 ‘전혀 없음’이라고 대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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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전혀 없음’의 비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2030세대는 채식을 유지하기 위해 식물성 대체육 등 동물성 식품을 대신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반응이 빠르고, 또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고기 없는 월요일, 일주일에 한 번 채식하기, 고기를 덩어리째 먹지 않는 비덩주의(非덩어리 주의)’ 등을 실천하고 인증하는 것에서도 비거니즘을 대하는 2030세대의 유연함을 엿볼 수 있어요.

트렌드를 타고 커지는 비거니즘 시장

비거니즘이 트렌드가 되니 이와 관련한 산업도 성장하고 있는데요, 해외에서는 비욘드미트, 오틀리, 임파서블 푸드 등 식물성 기반 대체식품 기업이 큰 관심을 받았고, 농심, 풀무원, 오뚜기 등 국내 대기업에서도 비건 식품의 라인업을 늘리는 것은 물론 비건 레스토랑을 오픈하기도 했어요.

식품을 넘어서서 동물성 원료 사용과 동물실험을 배제한 화장품, 모피나 천연 가죽을 대체한 패션뿐만 아니라 음식, 침구, 어메니티 등을 비건으로 배치한 호텔이나 가죽 시트를 제외한 비건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비거노믹스(Veganomics)에 관심이 높은 상황입니다. 

비거노믹스(Veganomics)
채식주의자(Vegan)에 경제(Economics)를 합친 신조어. 채식주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란 뜻으로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고 물건을 만드는 전반적인 산업을 뜻하는 말.
밀과 콩의 식물 단백질을 고온 고압으로 변형시켜 만든 대체 고기뿐 아니라 산업 전반적으로 동물성 재료를 안 쓰면서 지금처럼 제한 없이 동물성 재료를 쓸 때만큼의 품질을 내는 제품을 만드는 기술과 이를 소비하는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비건’ 인증 제품도 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는 한국비건인증원, 비건표준인증원 등의 인증기관이 있으나 민간조직이고 비건의 법적 기준과 명확한 요건은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두 기관에서 직간접적으로 동물성 원료나 동물 유래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제품의 성분은 물론 제조⋅개발 등에서 어떠한 동물실험도 없어야 하며 동물성 원료 및 동물 유래 성분과 교차 오염되지 않도록 관리해야한다는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건의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유행에 맞춰 허위표시 또는 광고를 하기도 하고, 몇몇 대기업에서는 비건 제품이라고 홍보했는데 소고기, 달걀, 우유 등 동물성 성분을 포함했다는 사실이 밝혀서 논란이 된 사례가 있습니다. 최근 식약처에서도 비건 인증받은 제품을 조사하고는 있으나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어 곤란하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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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비건인증원의 비건 인증 품목별 비중을 보면 화장품이 50%를 차지하는데요, 화장품이 사업성이 높기 때문에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이 많은 것은 아닐까요? 비건을 마케팅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비건이 식품으로 시작했지만, 인증 받은 비건 식품의 비율이 적은 것에는 ‘비건 음식은 맛없다’는 편견의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대부분의 술은 제조 과정에서 동물성 원료나 동물 유래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 비건 제품이나, 비건 인증 계획은 없다고 합니다. 비건 인증을 너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어요.

윤리적 소비를 이끄는 비거니즘

하지만,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비건이라고 해서 무조건 소비하지는 않습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나의 소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윤리적으로 판단해 소비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윤리적 소비에는 동물복지와 친환경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육류를 소비해야 할 경우라면 공장식 축산을 지양하고 동물의 스트레스와 불필요한 고통을 최소화하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 펫샵등을 소비하지 않는 것도 윤리적 소비입니다. 

또한, 제품 자체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행동까지도 고려 대상에 포함하는데요, 산미구엘 맥주는 제조과정에서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제품이지만, 투우 경기를 후원하고 있기 때문에 반 비건제품으로 분류합니다.

환경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아보카도는 ‘숲속의 버터’라고 불리며 대표적인 비건식으로 주목받았지만 아보카도 1kg을 키우고 수확하는 데는 물 1,164ℓ가량이 필요하고, 우유 대용품으로 많이 먹는 아몬드 음료도 비건식이기는 하나, 아몬드 1kg을 키우고 수확하는 데 물 16,119ℓ가량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주로 미국과 남미에서 재배하는 아보카도와 아몬드를 운송하는데도 상당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에 비건식이지만 환경오염에 영향을 미치는 제품들을 소비하지 말자는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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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비건 고객의 공공자전거 이용 경험이 3.5배 높게 나타나기도 하는 등 일반 고객과 다른 소비 양상을 보이는 것이 주목할만한 부분입니다. 공공자전거 이용 경험이 높다는 것은 다양한 비거니즘 노력의 일부라고 볼 수 있는데요, 우리 생활에서 쉽게 친환경적인 소비를 실천하는 비거니즘의 작은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기 먹어도 비거니즘이에요!

지금까지 비건과 비거니즘에 관해 살펴봤는데요, 비건은 단순하게 고기를 먹지 않는 식습관이 아닙니다. 동물복지, 환경보호 등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과 연관됩니다. 그래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비거니즘이 높은 관심을 받는 것 같아요. 우리의 삶과 이어지는 문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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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비건 라이프 참여 의향을 묻는 설문조사를 보더라도 ‘어렵지만, 비건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와 ‘비건을 지속하기는 어렵지만 짧은 기간 한 번쯤 비건의 삶을 살아볼 수 있을 것 같다’와 같은 긍정적인 의미가 70%에 가까울 정도로 높게 나타납니다. 비거니즘을 대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비거니즘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고기를 먹어도 비거니즘을 실천할 수 있어요! 나를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 유연한 비거니즘을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요?


*참고 및 데이터 출처
– Sarah E. Mann, More Than Just A Diet: An Inquiry Into Veganism, University of Pennsylvania, 2014
– Plant-Based Producers Have Demographics On Their Side, EUROMONITOR INTERNATIONAL, 2021. 08. 19.
–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 – 비건식품,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22. 02 18.
– Water Footprint, GRACE Communications Foundation
– 비건 고객의 친환경 모빌리티 이용 경험 비중, 신한카드

본 글의 원문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뉴스젤리 브랜드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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