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인 줄 알았더니…금광으로 부상하는 ‘19금 웹툰’

[AI요약] 특정 장르를 공략해 규모화 된 콘텐츠 산업에서 돌파구를 찾는 기업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19금 콘텐츠’다. 콘텐츠에 19금이라는 단서가 붙는 경우 대개는 여성의 성을 상품화한다는 고정관념이 앞서곤 한다. 하지만 최근 19금 웹툰의 주제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가볍게 무시하는 수준으로 장르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남성 간의 사랑을 그린 BL(Boy's Love) 장르다.

최근 19금 콘텐츠를 무기로 틈새 시장을 공략해 온 플래폼들이 큰 성과를 거두며 카카오웹툰 등도 동참하고 있다.

카카오, 네이버를 필두로 한 우리나라 웹툰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막강한 콘텐츠 IP(지적재산권) 확보를 통해 웹툰, 웹소설 등의 원작을 바탕으로 드라마, 영화로 이어지는 콘텐츠 산업의 성장 잠재력은 앞으로도 유망하게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분야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는 규모화하기 힘든 산업이라는 의미기도 하다. 다시 말해 후발 주자, 혹은 빅테크에 비해 규모가 작은 중소 업체들이 경쟁하기에는 어려운 시장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장르를 공략해 규모화 된 콘텐츠 산업에서 돌파구를 찾는 기업들이 있다. 디지털화가 진행되며 이전 매스컬처(Mass culture) 시대에 비해 콘텐츠 소비 방식이 다양성을 띄고 있는 상황도 이들에게는 유리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중소 콘텐츠 업체들의 다양한 시도 덕분에 대중들은 획일적인 콘텐츠 소비에서 벗어나게 됐고, 서브컬처(Subculture, 소집단 문화)를 향유하고 즐기는 이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서브컬처 중에는 과거 터부시 됐던 분야도 사회적 고정관념의 벽을 넘어 확산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19금 콘텐츠’다.

금기의 한계를 넘어선 19금 웹툰, 이젠 당당하게 즐긴다

콘텐츠에 19금이라는 단서가 붙는 경우 대개는 여성의 성을 상품화한다는 고정관념이 앞서곤 한다. 하지만 최근 19금 웹툰의 주제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가볍게 무시하는 수준으로 장르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남성 간의 사랑을 그린 BL(Boy's Love) 장르다.

BL은 남성의 동성애를 소재로한 여성향의 웹소설, 웹툰, 게임 등의 콘텐츠로 만들어지고 있다. 놀라운 것은 ‘여성향’이라는 단서에서 짐작할 수 있듯 주 독자층이 여성이라는 사실이다. 세대의 폭도 수위에 따라 10대부터 40대층까지 아우르고 있다.

BL 장르의 19금 웹툰이었던 '시맨틱 에러'는 올 2월 왓챠에서 수위를 조정해 12세 이상 관람가 드라마로 공개됐다. 이후 리디에서는 포토집, 대본집까지 판매됐다. (이미지, 사진=리디)

이러한 BL 장르의 콘텐츠는 웹소설이 원작인 IP를 기반으로 웹툰, 다시 드라마로 제작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사회적인 인식과 달리 터부시 되던 이 장르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양지화’에 성공한 것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콘텐츠 플랫폼 리디에서 연재된 ‘시맨틱 에러’를 꼽을 수 있다.

웹소설 원작의 이 BL 작품은 웹툰, 애니메이션에 이어 제작사 래몽래인에 의해 올 2월 16일 OTT(인터넷동영상서비스) 왓챠의 오리지널 드라마로도 선보이며 8주 연속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성공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는 것은 특정 집단에서 향유되던 19금 웹소설이 웹툰, 드라마로 이어지는 제작 단계를 거쳐 ‘대중화’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시맨틱 에러’는 왓챠에서 공개된 시점 전후로 트위터에서는 무려 110만번 이상 언급되는 기록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포토에세이는 8만부 이상 판매됐고, 대본집까지 출간돼 베스트셀러가되기도 했다.

후발 주자의 무기였지만… ‘대중성’을 획득하니 빅테크도 주목

BL 등 여성향 콘텐츠는 사실 웹툰 시장의 후발 주자인 중소형 업체, 이를테면 리디, NHN코미코 등이 빅테크 계열 콘텐츠 기업 중심으로 플랫폼화된 구도에서 틈새를 공략하기 위한 무기였다. 하지만 그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실제 전자책 플랫폼으로 시작한 리디의 경우는 여성향 웹툰, 웹소설에 집중해 1조 6000억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NHN코미코의 글로벌 웹툰 플랫폼 ‘포켓코믹스’ 역시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 대신 프랑스 시장을 먼저 공략해 카카오 픽코마를 넘어 프랑스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카카오웹툰에서 연재중인 BL 장르 웹툰 '비밀 사이'는 최근 드라마 제작이 추진되고 있다. (이미지=카카오웹툰)

시맨틱 에러의 성공 이후 BL 장르는 이제 빅테크 계열 콘텐츠 기업도 성공 가능성을 타진하는 주제가 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인 크래들스튜디오를 통해 카카오웹툰에서 연재중인 BL웹툰 ‘비밀 사이’의 드라마 제작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도 드라마 ‘태양의 후예’ 제작사인 NEW가 지난 3월 ‘블루밍’을 시작으로 4편의 BL 웹드라마 라인업을 선보인다. 이들 작품은 네이버 시리즈ON을 비롯해 IPTV 등 VOD 플랫폼으로 최초 공개된다.

이렇듯 터부시 되던 BL 장르가 대중성을 띌 수 있는 것은 남성 간의 사랑이라는 소재에 집착하기 보다, 요리, 일상생활 등의 주제를 부각시키고, 등장인물의 관계성과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탑재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된 ‘시맨틱 에러’의 경우도 원작은 19금이었지만, 드라마는 12세 이상 관람가가 가능한 수위로 조정되며 대중화에 성공한 사례다.

틈새시장에서 금광이 된 19금 콘텐츠… 신생 유니콘들의 탄생

리디는 올해 초 싱가포르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 주도로 산업은행, 엔베스터,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참여해 1200억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 냈다. 리디의 누적 투자유치액은 3855억원으로 알려졌다. 리디의 성공 요인은 여러가지로 언급되지만, 그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서브컬쳐로 인식됐던 BL 등의 장르를 ‘양지화’한 것이다. 리디는 앞서 언급된 ‘시맨틱 에러’ 외에도 2017년 출간된 성인 소설 ‘상수리 나무 아래’를 영문판으로 출간, 미국은 물론 프랑스, 이탈리아, 멕시코에서 베스트셀러로 성공시켰다. 올 4월 리디의 매출은 2000억원을 돌파한 리디는 최근 프리미엄 BL 출판 브랜드 '블랙디(BlackD)'를 론칭하기도 했다.

리디의 경우처럼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예상을 넘어서는 성공을 거두는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봄툰에서는 자사 웹툰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모아 굿즈를 제공하는 이벤트 '봄툰탕아'를 진행해 독자들의 뜨거운 받응을 얻었다. (이미지=봄툰)

키다리스튜디오가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 ‘봄툰’의 경우는 성인 여성, 웹툰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다양한 BL 장르의 웹툰을 선보이고 있다. ‘하숙집 오!번지’의 경우는 드라마로도 제작돼 KT시즌을 통해 올 4월 공개됐다. BL이나 19금 원작이라는 특징만 빼면 성공 방정식은 일반 웹소설, 웹툰고 다르지 않다. 원작 IP의 드라마화 등을 통해 수백억원의 수익을 거두는 것이다.

키다리스튜디오의 경우 지난 2분기 매출은 517억원이다. 카카오, 네이버 계열 웹툰 플랫폼 등에 비하면 대단하지 않지만 전년 동기 대비 성장율은 65%에 달한다. 영업이익 역시 70억원을 기록 282% 급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키다리스튜디오는 이러한 ‘봄툰’ 외에도 ‘레진코믹스’ ‘델리툰’ 등의 여성향 콘텐츠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탑코는 지난해 7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론칭한 '탑툰플러스'는 론칭 9개월만인 지난 3월 가입자 150만명을 돌파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이미지=탑코)

탑코가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 ‘탑툰’은 남성향 웹툰을 무기로 19금 웹툰 분야 1위 플랫폼이됐다. 전세계 가입자 4500만명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진출에 나선 탑코는 지난해 7월 영미권을 겨냥한 웹툰 플랫폼 ‘탑툰플러스’ 론칭에 이어 지난해 말 인수한 탑코미디어(전 디엠티)를 내세워 일본 시장에 진출, 지난 1월 일본 내 자회사 ‘탑코재팬’을 설립했다.

탑코는 앞서 웹소설 플랫폼인 메타크래프트를 인수하기도 했다. 탑코, 탑코미디어, 메타크래프트는 최대주주가 유정석 대표 동일인이다. 최근에는 이 세 회사를 합병하는 방식, 별도 IPO(기업공개)하는 방식 등을 고심하는 중으로 알려져 있다. 결과적으로 시기상의 문제일 뿐 탑코는 웹툰 플랫폼 탑툰, 메타크래스트의 웹소설 플랫폼 ‘노벨피아’, 탑코미디어의 ‘탑코재팬’을 모두 포함하는 약 1조원 규모의 미디어 기업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탑코미디어는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 중국판 유튜브 빌리빌리 등과 투자 유치 협상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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