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엄호하라” 전장의 게임 체인저될 음성 인식 군용 드론

훈련중 드론을 날리는 이스라엘 병사. (사진=이스라엘 국방부)

“나를 엄호하라.”
“앞으로 전진하라.”

드론에게 이런 말을 하면 드론이 그대로 따를 수 있을까. 가능하다. 이 거짓말 같은 기술이 이스라엘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미국 디펜스 뉴스는 드론강국 이스라엘 군이 목소리로 내린 명령을 따르는 드론을 작전에 투입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드론 기술 분야의 선두주자인 이스라엘 군은 음성 명령을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는 무인항공기 1단계 개발을 마쳤다. 프로젝트 명은 ‘캐스퍼’(Casper)다. 2년 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꽤 진척됐다는 게임 체인저가 될 이 드론은 과연 어떤 것인지 알아봤다.

음성 명령 드론은 게임체인저, 높아지는 병사의 상황 인식 능력

미국 네바다주 팔론 해군 비행장(NAS)에서 사막구조11이란 이름으로 수행중인 전투 수색 구조(CSAR) 훈련에 참가중인 이스라엘제 합동 전술 무인 항공기(드론) 헌터. 헌터는 미 육군이 운용 중인 이스라엘의 다역할 단거리 무인항공기(드론)시스템이다. (사진=미국방부)

지난 2월 24일 러시아군 침공으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다양한 이란,미국의 대형 드론들이 정찰 및 폭격 등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소형 드론 또한 전투에 유용하다. 특히 음성으로 이 드론을 제어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게임 체인저다.

말로 명령하면 공중으로 솟아오르고 그밖에 전방 엄호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이스라엘군의 드론이야말로 조만간 전쟁의 양상을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음성 제어방식 드론은 전투중 양손으로 컨트롤러를 통해 드론을 제어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준다. 전장에선 단 몇 초 간의 주변 상황 인식 여부에 따라 삶과 죽음, 작전의 성패가 결정된다. 그런 만큼 말을 알아듣는 드론 ‘캐스퍼’야 말로 엄청난 지원군이자 자원이 될 수 있다.

캐스퍼가 실용화된다면 사람(병사)과 드론이 즉시 반응하고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할 수 있게 돼 업무나 전투 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브래들리 보먼 이스라엘 민주국방재단 군사정치권력센터의 선임 이사는 “전장에서는 몇 초가 생사의 차이, 임무 수행과 임무 실패의 차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태블릿을 내려다 볼 필요가 없는 음성 명령은 중요한 시간을 절약하고 병사들의 상황 인식을 높일 수 있다. 그것이 생명을 구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단순비행제어는 물론 정찰 등 임무 제어까지

이스라엘 이스라엘 하이파 소재 방산업체 엘빗 시스템즈는 이미 각각 10kg과 5kg의 최대 이륙 중량을 가진 두 대의 회전익 드론, 토르 및 녹스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은 헤르메스 450 공격 드론. (사진=엘빗시스템)

음성 명령 조작이 가능한 드론은 의심할 여지없이 전 세계 최첨단 기술이다. 이스라엘 군에게 이 무기의 가장 큰 효용은 지상군을 지원하는 데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이 드론을 음성으로 직접 조종해 전장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전투할 수 있도록 제어함으로써 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즉, 이 시스템을 사용해 지상군의 넓은 면적을 커버할 수 있다면 전투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이스라엘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 기술이 주로 두 부분으로 나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드론 비행과 공중 비행 등 기본적인 비행 통제에 사용되며, 다른 하나는 정찰(사람지휘에 따른 목표물 조사 및 탐지 등) 업무에 직접 관여하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기술 능력의 80%는 드론을 띄워 일정 높이까지 비행하는 등 기본 능력을 제어하는 것이다. 나머지 20%는 드론을 지휘해 목표물을 조사하거나 탐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전쟁터에서 새로운 운영 체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했다”면서 “이러한 종류의 음성 명령이 이미 민간 세계에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또 “전장에서는 주변을 의식해야 하고, 앞을 내다보고 제어장치[화면]가 아닌 무기를 손에 넣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은 군인들이 여러 시스템이 서로 통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인 센서에서 사격자에게로 가는 루프(sensor-to-shooter loop)를 닫는 것뿐만 아니라 목표물을 더 쉽게 식별하고 조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우리가 실시간으로 정확한 증강기술을 가지고 있고, 인간과 드론이 동일한 C4I 시스템 상에서 공통 언어 및 동일한 지도를 가지고 있다면 캐스퍼에게 가서 조사하고 허술한 곳을 막으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유일한 결점은 드론 시스템이 이륙할 수 있도록 제어하기 위해서는 히브리어로 구사하는 음성 명령으로만 입력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기술 발전에 따라 향상될 여지가 충분하다.

향후 지상군 전투 양상도 바뀐다…유-무인 팀(MUM-T) 구성으로

엘빗 시스템즈는 소대뿐 아니라 준군사 및 낮은 수준의 단속 기관에도 통합된 공중 감시 및 정보 자산을 제공하기 위해 2.5kg 최대이륙중량을 갖춘 훨씬 더 작은 페이로드 350g 드론인 매그니를 개발했다. 지상전투시스템(GCS)에서 약 3km의 거리까지, 30분간 비행을 할 수 있는 쿼드콥터다. 이 드론의 최고 시속 40km이며, 최고 고도 4000피트(1200m)로 비행할 수 있다. 주간 및 야간 카메라가 탑재된다. 모든 데이터를 BMS(Battle Management System)에 입력할 수 있다. (사진=엘빗 시스템)

이 드론은 향후 지상군 전투 양상도 바꾸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안상의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관리는 “우리는 ‘캐스퍼’로 불리는 이 시스템이 팀의 일원이 되기를 원했다. 전장에서 인간과 비인간(기계)으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팀이 함께 작전하고 협력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앞으로 가’라고 하거나 ‘나를 엄호하라’고 말할(지시할) 수 있는 팀원 드론이 필요했고, 드론은 예를 들어 우리로부터 ‘90도 떨어진 목표를 관찰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캐스퍼 드론을 사용하는 이러한 종류의 협력은 종종 유-무인 팀 구성, 또는 ‘MUM-T’로 불린다.

이 기술은 이스라엘 관리가 말한 대로 더 큰 지상군이 이 기술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희망 아래 우선적으로 특수 부대인 ‘조기 적응자’(early adapters)’들이 먼저 사용하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이러한 점진적 접근은 이스라엘군이 미래에 널리 채택하기를 희망하는 더 큰 유-무인 팀을 향한 단순한 구성 요소라고 말했다.

관리자의 음성 명령 시스템은 다양한 무인 시스템과 함께 사용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이 기술은 첫 번째 개발 종료 단계에 와 있으며, 이를 위해 약 20개의 명령을 사용했다. 이 시스템은 향후 몇 년 이내에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도에 따르면 미 의회는 첨단 드론 개발에 어려움을 겪음에 따라 이미 이스라엘과 협력해 음성 조종 드론을 현실로 바꾸는 속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 워킹 그룹을 설립했다. 이스라엘은 세계적으로 앞서가고 있는 드론 기술 강국이다.

한편 이스라엘 방산업체 가운데 엘빗 시스템즈는 이미 ‘엣지 오브 투모로우’라는 정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며, 이 프로그램은 상황 인식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결합하고 있다. 엣지오브투모로우는 다양한 미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첨단 기술에 초점을 맞춰 개발에 매진중인 프로젝트다. 여기에는 치사율, 상황인식, 생존 가능성, 스태미너, 인지 부하, 적 노출, 성능 분석 및 시뮬레이션, 명령 및 제어 등이 포함된다. 이 기술에는 증강 현실(AR), 인공지능(AI) 및 디지털화의 또다른 측면이 포함된다.

이러한 음성 명령 노력은 에지오브투모로우의 다음 단계를 의미하지만, 어떤 공급업체가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이사회와 협력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현재 예루살렘 전략 안보 연구소의 선임 펠로우이자 3명의 국방장관 아래서 소장을 지낸 아이탄 단고트 예비역 소장은 “이스라엘 국방부는 특히 도시 지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지상군을 위한 기동력 향상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성명령을 듣는 드론은 이스라엘이 2006년 레바논 전쟁에서 직면한 대전차 위협뿐만 아니라 2014년 가자 분쟁 동안 배운 교훈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제 대대급에서 여단급에서 중대급에 이르기까지 지역 지휘관들에게 도구를 제공하는 방식을 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다른 차량에서 나오는 화재를 보고 화력지원이 필요할 때를 인식함으로써 그들에게 전투 지역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관계자는 다음 단계는 “무엇이 임무에 적합한 자산인가를 결정하는 것과 같은 몇 가지 요소에 달려 있다고 말했는데 ”로봇이나 드론, 아니면 인간이 항상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운영상의 한계와 능력을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원을 나누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를 겨냥할 수 있는 강력한 인공지능(AI) 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만간 우리는 조련 병사의 말을 따르는 셰퍼드 군견을 연상시키는 드론을 보게 될 것 같다.
미국이 이스라엘 정부와 공동으로 드론 챌린지를 열 만큼 열심히 협력하려는 배경도 읽힌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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