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T 일반·가맹 택시 배차 차별 없다지만… 명확한 한계만 확인

[AI요약]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가 카카오 T 택시 배차 알고리즘 소스코드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는 카카오 T 운영 플랫폼의 배차 알고리즘 상 영업거리에 따른 차별을 뒷받침하는 로직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차별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일반 기사들의 수익성에 중심을 둔 장거리 호출 선호 행태 때문이라는 것이 요지다. 하지만 공정위가 카카오모빌리티 측에 지난 4월 이번 ‘콜 몰아주기’ 의혹 관련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상황에서 제재는 확정적인 상황이다.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 전문가들. (왼쪽부터) 여화수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 이진우 KAIST 조천식모빌리티대학원 교수, 김현 한국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위원장), 김진희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김인희 공주대 도시융합시스템공학과 교수. (사진=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는 6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카카오 T 택시 배차 알고리즘 소스코드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반 택시와 가맹 택시 사이에 배차 차별은 없었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이는 그간 서울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등의 조사 결과와 배치되는 부분이 적지 않아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카카오 T 서비스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20년부터 택시업계와 공정위 등으로부터 자사 가맹택시에 유리한 콜 몰아주기 행위를 의심받아 왔다.

이에 택시단체의 의혹 제기를 받아들인 서울시 역시 지난 2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카카오택시를 대상으로 조사원이 승객을 가장해 직접 택시를 호출하는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 방식 등을 통해 이러한 의혹을 검증하는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적극 반박하며 지난 4월에는 택시 배차 시스템 원리를 전격 공개함과 동시에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어 ‘상생적 혁신’ 기반의 사업전략을 밝히기도 했다.

독립성을 보장한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라지만…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가 제시한 역할과 활동 범위. (이미지=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 1월 카카오모빌리티가 사회적 책임 강화 행보의 일환으로 택시 배차 시스템에 대한 객관적 진단을 위해 발족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당시 활동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대한교통학회가 추천한 학계 교통분야 빅데이터 및 AI 전문가 5인으로 구성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활동에 들어간 위원회는 앞서 카카오모빌리티 측에 알고리즘 핵심 원리에 대해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외부 공개를 권고했고, 이에 따라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4월 알고리즘을 외부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 위원회는 “카카오 T 택시 배차 진행에 대한 모든 과정 공개와 함께 알고리즘의 차별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배차 로직 ▲소스 코드 ▲소스코드와 서버 운영의 일치성 ▲배차 실적 데이터에 기반한 배차 로직 운영 현황 등 4가지 관점에서 정밀하게 검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위원회 측은 “이번 활동은 국내에서 택시 배차 시스템을 대상으로 이뤄진 첫 진단 및 연구로, 특히 외부 전문가 집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기업의 알고리즘 소스코드 전반을 직접 확인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위원회 위원들이) 카카오모빌리티를 불시 방문해 서비스가 구동되고 있는 실 운영서버 내의 소스코드를 확인하고, 17억 건에 달하는 택시 콜 발송 이력 데이터를 전수 분석하는 등 회사가 공개한 배차 알고리즘이 실제로 시스템에 반영돼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봤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렇듯 독립성을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위원회를 구성하는 전문가들을 대한교통학회가 추천했다는 점에서 그간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장에 배치되는 입장을 밝혀온 택시단체와 서울시, 공정위 등을 비롯한 시민단체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대한교통학회 주최로 진행된 '택시대란, 어떻게 풀 것인가' 학술토론회에서는 일반 택시 종사자를 중심으로 한 택시단체의 '가맹택시 중심의 정책 추진'에 대한 반발이 이어졌다. (사진=테크42)

앞서 지난달 심야택시 대란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대한교통학회 주최로 진행된 ‘택시대란, 어떻게 풀 것인가’ 학술토론회에서도 이와 같은 입장차는 극명하게 드러난 바 있다. 당시 패널로 참석한 일부 전문가들이 현 상황을 ‘택시대란’이 아닌 ‘인력대란’으로 규정하며 택시 요금의 전반적인 결정 체계, 구조, 수준을 모두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내 놓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토론회 흐름은 플래폼 택시 중심의 탄력요금제를 뒷받침하는 논리를 내세우는 식으로 진행된 바 있다.

이에 현장에서는 다수의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가맹택시 돈 벌어 줄 연구만 하는거냐” “플랫폼에 가입하지 않은 택시도 많은데 전체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 아니냐”고 외치며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독립성을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위원회 설립이 카카오모빌리티에 의해 추진됐다는 점에서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부 시민단체 측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진정으로 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고려했다면 반대 의견을 냈던 서울시와 택시사업자 등을 위원회에 포함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배차 기회 공평하게 제공되고 있으니… 어쨌든 차별은 없다

위원회는 “카카오 T 택시 배차 진행에 대한 모든 과정 공개와 함께 알고리즘의 차별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배차 로직 ▲소스 코드 ▲소스코드와 서버 운영의 일치성 ▲배차 실적 데이터에 기반한 배차 로직 운영 현황 등 4가지 관점에서 정밀하게 검증했다”고 밝혔다. (이미지=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

이날 위원회는 택시 영업 방식에 대한 의도적인 차별성을 검증한 결과를 발표했다. 김현 위원장(한국교통대 교수)는 "가맹 기사에게 수익성이 높은 장거리 배차 기회가 집중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알고리즘상 가맹·비가맹 택시를 구분하는 변수는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김 위원장은 “"일반 기사는 목적지를 확인할 수 있고, 가맹 기사는 확인이 불가하기 때문에 일반 기사의 선택 자유도가 가맹 기사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라며 “이 때문에 오히려 일반 기사 장거리 배차 비중이 높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카오 T 플랫폼 운영 실적에 근거한 배차 순서에 있어 99%에 달하는 대부분의 콜카드는 AI 시스템이 아닌, 기사의 과거 운행 행태가 반영되지 않는 ETA 스코어 배차에서 발송되고 있으며, 영업 방식에 관계없이 충분한 콜카드가 발송되고 있어 많은 기회가 고루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일반 택시 기사의 대기시간당 콜 카드 발송 건수는 10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회 측은 카카오 T 운영 플랫폼의 배차 알고리즘 상 영업거리에 따른 차별을 뒷받침하는 로직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차별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일반 기사들의 수익성에 중심을 둔 장거리 호출 선호 행태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지=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맹 택시와 비가맹 택시 사이에는 기사들이 체감하는 차별은 뭘까. 위원회는이를 “일반 기사의 콜 수락 행태에 따라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적지와 상관없이 자동배차를 받는 가맹기사보다 목적지와 예상 운행거리를 콜 카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비가맹 기사의 장거리 호출 수락률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일반 기사들이 수익성이 좋은 장거리 호출을 선호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위원회 측은 일반 기사의 배차 수락률이 가맹 기사보다 낮은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 요인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일반 기사의 경우 선택의 자유도가 가맹 기사에 비하여 높을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기사 선택의 자유도’의 문제를 차별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즉 카카오 T 운영 플랫폼의 배차 알고리즘 상 영업거리에 따른 차별을 뒷받침하는 로직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차별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일반 기사들의 수익성에 중심을 둔 장거리 호출 선호 행태 때문이라는 것이 요지다.

카카오모빌리티 주장 뒷받침하는 결과에도 불구… 공정위 제재는 확정적

테크42는 이번 위원회 측의 조사 결과 발표에서 “앞서 서울시에서 조사한 방식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하지만 위원회 측은 ‘위원회가 조사한 내용에 대한 답변만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월과 3월 시민 중심의 택시 이용문화 정착을 위해 택시단체와 공동으로 ‘플랫폼 택시 실태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서울시 조사 결과에 대해 정면 반박하며 자체 자료를 통해 서울시의 실태조사가 조사방식과 표본수의 한계로 실제 택시 운행 트렌드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월과 3월 서울시는 '플랫폼 택시 실태조사'를 통해 카카오택시의 '콜 몰아주기' 의혹이 일정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미지=픽사베이)

당시 서울시가 밝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카오택시는 목적지 표출에 따라 평일 밤 시간대에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단거리 승객의 호출 성공률이 23%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같은 조건에서 장거리를 이동하는 경우에는 성공률이 54%에 달해 비도심, 단거리 승객이 약 2배 이상 카카오택시 호출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드러났다.

택시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역시 서울시 조사에서 일부 의심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특히 승객이 많은 ‘평일 밤’ 시간대,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일반택시 호출의 경우 가맹택시 비율이 16.7%로 가장 낮게 나타난 반면, 승객이 평일에 비해 적은 ‘주말 아침’ ‘도심에서 도심’으로 가는 일반택시 호출에서 가맹택시가 배차되는 비율은 무려 8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 그렇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는 서울시의 조사에 대해 “일반 택시가 승차 거부한 비선호 콜을 포함시키는 오류를 범해 가맹택시 운행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처럼 결과를 잘못 분석한 것”이라며 “카카오 T 택시 플랫폼에 기인한 문제가 아닌, 수요공급 불일치가 심화되는 피크시간대에 기사들이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행해지는 택시 업계의 오래된 문제”라고 반박했다.

공정위는 자체 현장 조사 결과를 비롯해 서울시가 진행한 실태 조사 결과를 근거로 카카오모빌리티에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2020년 택시단체들로부터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에 대한 문제 제기를 받아들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단체들의 주장은 승객이 카카오 T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가까이에 일반 택시가 있어도 먼 거리의 가맹택시가 먼저 배차된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에 대핸 2년여 간 조사를 진행한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를 대상으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 일부 제재 필요성을 확인하고 지난 4월 카카오모빌리티 측에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보고서가 발송된 상황에서 제재는 최종 수위 결정만 남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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