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자율등급제 도입, OTT업계 숙원 풀었지만… 우려점은?

[AI요약]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자율등급제 도입이 내년 4월로 확정됐다. 업계에서는 환영의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그간 강조해 온 신고제가 아닌 지정제 형태라는 점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반면 소비자단체 등은 자율등급제 적용으로 인해 청소년의 유해 콘텐츠 노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OTT 업계의 숙원이었던 자율등급제 도입이 내년 4월로 확정됐다. (이미지=픽사베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자율등급제 도입이 내년 4월로 확정됐다. 일단 업계에서는 환영의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그간 강조해 온 신고제가 아닌 지정제 형태라는 점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반면, 소비자단체 등은 자율등급제 적용으로 인해 청소년의 유해 콘텐츠 노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자체등급분류를 할 여력이 부족한 사업자들의 경우 제대로 된 분류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형평성 문제는 해소됐지만…지정제는 아쉬워

국회는 지난 7일 본회의를 열고 온라인 비디오물에 대한 자체등급분류를 허용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간 줄기차게 자율등급제를 요구해 온 OTT업계는 쿠팡플레이, 콘텐츠웨이브, 티빙, 왓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이 가입된 한국OTT협의회 명의로 성명서까지 발표하며 환영의 입장을 표명했다.

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그동안 국내 영상 콘텐츠 산업은 OTT라는 새로운 영역을 통해 K-콘텐츠 산업의 위상을 전세계에 드높이기 위한 투자와 노력을 지속해 왔으나,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전등급제’란 과도한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며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여러 부처와 국회의 이해관계 수렴 및 의견 조정을 통해 비로소 개정법안이 통과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협의회는 OTT 산업계가 신고제 도입을 요구해온 것과 달리 자체등급분류 사업자에 대한 지정제로 도입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우려가 남아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OTT 업계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이용자 감소와 경쟁 심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자율등급제 도입에 대한 요구는 더욱 거세게 이어져 왔다. (이미지=픽사베이)

그간 OTT를 비롯한 콘텐츠 사업자들은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상영등급판정을 받아야하는 ‘사전등급제’를 두고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이어왔다. 심사 인력 부족으로 인해 등급 분류를 마칠 때 까지 길게는 10일 이상 소요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콘텐츠 수급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른 등급 판정 기간은 최대 15일 이내로 정해져 있었다.

이에 따라 OTT 업계는 그간 콘텐츠 선판매, 글로벌 동시 공개 등의 중요한 이벤트 일정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토로해 왔다. 전편 공개를 하는 경우가 많은 OTT 특성 상 한편이라도 심사가 지연될 경우 공개 일정이 미뤄지는 것도 문제였다. 또 한편으로는 모바일게임,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에 자체등급분류제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 역시 일었다.

이러한 심사 지연 문제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때론 편법이 동원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다. 당시 쿠팡플레이는 방송사를 통해 방영된 프로그램을 비디오로 제작할 경우 사전 등급분류 심의를 받지 않고 사후 심의만 거치도록 한 법조항을 이용해 DMB 방송사인 QBS를 통해 ‘SNL 코리아’를 새벽 3시에 방송한 바 있다. 이러한 쿠팡플레이의 방식은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지적 받았다.  

하지만 내년 4월 자율등급제가 시행되며 OTT 업계는 이러한 편법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자율등급제가 시행되면 인기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하고 즉시 공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를테면 지상파 등에서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 판정을 받은 비디오물이라고 해도 편집된 장면을 살리는 등의 방식으로 재편집해 다른 버전으로 선보이는 식이다.

다만 OTT 업계는 지정제로 도입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는 내년 4월부터 3년간 지정제로 운영된다.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문체부로부터 ‘자체등급분류 업무운영 계획의 적정성’ ‘청소년 및 이용자 보호 계획의 적정성’ 등을 심사 받아야 한다.  

또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는 현재 OTT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자 중 심사를 거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년 이내 기간을 정해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즉 지정기간 만료 이후 재지정을 받을 시기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지정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규제는 신생 사업자의 진입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어떻게 도입되나… 우려점은?

개정안은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지정된 OTT 사업자가 제공할 수 있는 비디오물의 범위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시청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제작된 비디오물’로 정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지정된 OTT 사업자는 이 기준에 따라 온라인비디오물의 등급과 내용 정보 등을 표시하고 이를 영상물등급위원회에 통보해야 하는 의무를 따라야 한다. 이후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등급 분류를 한 내용을 사후 심사한다. 이 과정에서 분류가 잘못됐다고 판단이 될 시에는 직권으로 등급 분류 결정을 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 다만 세부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 향후 일부 내용에 변경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업계는 대통령령으로 정해지는 세부 사항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행령에 어떤 지침이 구체화돼 담기냐에 따라 체감하는 규제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체등급제 도입이라는 큰 산을 넘은 업계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법 통과에 따라 문체부는 내년 4월로 예정된 OTT 자체등급분류제 도입을 위한 준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우선적으로 하위법령 마련을 위한 미디어, 콘텐츠, 법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테스크포스를 출범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들은 제도 도입 취지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제도가 올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이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지 않도록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청소년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OTT를 비롯한 영상 콘텐츠의 선정성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미지=픽사베이)

특히 소비자단체들은 이미 자체등급분류가 시행되고 있는 게임 등에서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된 게임이 ‘청소년 이용 가능 등급’으로 유통되는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OTT 업계에서는 개정안에 자체등급분류 사업자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청소년관람가능 등급으로 잘못 분류할 경우 영등위가 등급 취소나 등급조정을 지시하고 직권으로 재분류 할 수 있다는 점. 또 해당 사업자가 영등위 조치를 이행하지 않거나 준수사항을 어길 시 사업자 지정을 취소하거나 최소 6개월의 업무정지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들며 문제 발생의 소지는 없다는 입장이다.

정리하자면 자율등급제에 대한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존재하는 셈이다. 결과는 개정안이 시행되는 내년 4월 전까지 정부와 업계가 얼마나 소비자단체 등이 제기하는 우려를 불식시키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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