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세계 첫 생명체(포유류) 복제의 나라 영국이 또다시 줄기세포를 이용한 혁명을 일으켰다. 영국의 의료진이 세계 최초로 태반 줄기세포 수술을 통해 2개의 심장 동맥 기형을 갖고 태어난 아기에게 더 이상 반복적 수술을 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의료진은 잘못된 동맥의 위치를 바로 잡아줄 건축 공사장의 ‘비계’ 역할을 할 선구적인 줄기세포를 만들어 2살짜리 아이의 심장 치료에 사용했다. 아기 엄마의 태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아기의 심장에 직접 주입했다. 이 수술 덕분에 올해 2살인 아기는 더 이상 성장에 따라 계속해서 개심수술을 하면서 심장 내 패치나 심장판막을 바꿔 주는 고통을 겪을 필요가 없게 됐다.
이번 성과는 지난 4월 영국 연구진이 성공시킨 줄기세포를 이용한 피부회춘 시험 성과에 이은 것이다. 당시 줄기세포를 이용한 피부회춘 성과는 시험에 그쳤지만 이번 사례는 실제 환자에게 적용돼 반복적 수술을 할 필요가 없게 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비슷한 고통을 겪는 많은 아기와 부모들에게 희망을 주는 쾌거다.
두개의 심장 동맥 위치가 잘못 놓인 기형으로 태어난 아기
영국 윌셔에 사는 핀리 팬트리라는 아기는 선천적 심장 결함을 가지고 태어났다. 폐와 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두 개의 주요 동맥이 잘못된 위치에 있었다.
생후 4일 만에 그는 주요 동맥을 정상 위치로 되돌리기 위한 첫 개심 수술을 받았다. 불행히도 이 신생아는 합병증을 겪고 심장 기능이 빠르게 악화돼 심장을 유지하기 위해 약물과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몇 주 동안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됐다.
소아외과 의사 중 상당수는 일시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심 수술을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이 패치나 대체 심장 판막에 사용되는 재료는 완전히 생물학적인 것이 아닌 인공적인 것이어서 아기가 성장과 함께 할 수 없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아기가 성장함에 따라 계속해서 패치나 대체 심장판막 재료를 바꿔주기 위해 반복적으로 수술을 해야 한다.
심장 결함은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발생하는 가장 흔한 기형 유형으로, 영국에서는 매일 약 13명의 아기가 선천적인 심장 질환으로 진단받는다. 이는 아이들이 한 번에 몇 주씩 병원에 머무르게 하는 어린 시절 동안 같은 수술을 여러 번 받아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생후 2개월 된 핀리는 한 의사 덕분에 그는 이제 윌트셔주 코샴에서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고대하며 행복한 두 살짜리로 성장해 살아가고 있다.
줄기세포의 기적
핀리의 어머니 멜리사 허드는 “우리는 태어난 지 두달 만에 그를 거의 잃을 뻔 했고 의사들이 포기했을 때 마시모 교수가 찾아와 핀리의 심장 왼쪽에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선택지가 하나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잃을 것이 전혀 없었다. 우리는 핀리에게 살 수 있는 모든 가능한 기회를 주려고 노력해야 했다”고 말했다.
브리스톨 심장 연구소의 마시모 카푸토 교수는 핀리의 어머니에게 심장 결함을 교정하기 위해 선구적인 줄기세포 ‘비계’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수술은 손상된 혈관의 성장을 돕기 위해 핀리의 심장에 직접 주입된 태반 은행의 줄기세포를 포함하는 방식이었다.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지 불과 2주 만에 가족들은 핀리의 변화를 알아차렸고, 그는 생후 6개월 되던 날 여전히 호흡기를 단 채 처음으로 집으로 보내졌다.
핀리는 더 이상 성장에 따라 시술해야 할 개심 수술을 할 필요가 없이 행복하게 성장하는 어린이가 됐다.
멜리사 허드는 “우리는 마시모에게 충분히 감사한다...우리는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핀리가 줄기세포 치료 후에 다른 삶을 살 기회를 갖게 된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한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주사 치료법이 가져다 줄 엄청난 이점
핀리가 받은 줄기세포 주사 치료법은 카푸토 교수가 나이가 들수록 아이의 심장과 함께 자랄 수 있는 줄기세포 ‘밴드(plaster)’를 개발하도록 영감을 주어 반복적 수술 필요성과 이후 병원에서의 긴 회복기를 없앴다.
카푸토 교수는 현재 영국 심장 재단으로부터 75만 파운드(약 11억 6000만 원)의 상금을 받았으며,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준비기간을 포함해 향후 2년 안에 임상 시험을 시작하게 할 것이다.
그는 “지난 수 년 동안 가족들은 우리에게 왜 그들의 아기가 심장 수술을 계속해서 받아야 하는지 물었다. 비록 각각의 수술이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그 경험은 아이와 그들의 부모에게 믿을 수 없는 양의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줄기세포 패치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줄기세포는?
줄기세포는 연구원들이 포유류의 발달을 연구하고 질병과 싸우고 인간 이식을 위한 장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한다. 줄기세포는 신체의 원료이며 분화라고 알려진 과정을 통해 좀 더 전문화된 다른 종류의 세포로 변할 수 있는 기본적인 형태의 세포다. 줄기세포는 뼈, 근육, 피부 등을 포함한 신체의 어떤 세포로도 모양을 만들고 변형시킬 수 있는 신선한 점토 덩어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능력은 이들이 최근 수십 년 동안 많은 의학 연구의 초점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배아 줄기세포로서 배아에서 자라나며, 빠르게 성장하는 유아가 태어나기 전에 형성해야 하는 수백만 개의 다른 세포 유형을 형성하는 것을 돕는다. 연구에 사용되는 배아줄기세포는 체외 수정 과정에서 나온 사용되지 않은 배아에서 추출돼 과학연구용으로 사용된다.
줄기세포는 성인들에게는 손상이나 노화로 인해 우리가 잃은 것들을 대체하는 수리 세포로 사용된다.
성인의 경우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한 종류는 뇌, 피부, 골수와 같은 완전히 발달된 조직에서 나온다. 다른 하나는 다능성줄기세포(pluripotent stem cell, 多能性~細胞)를 포함한다. 이 줄기세포는 실험실에서는 배아 줄기세포와 더 비슷하도록 바뀌었다.
이번 성과는 앞서 지난 4월 역시 영국 의료진이 줄기세포를 사용해 노화 피부를 30년전 피부로 회춘시키는데 성공한 사례를 소환하면서 새삼 줄기세포의 활용 가능성을 일깨우고 있다.
참고로 이 성과를 함께 소개한다.
줄기세포 이용해 피부노화를 30년 이전으로
지난 4월 초 영국 바브라함 연구소 과학자들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피부 세포를 재생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 노화 시계를 30년까지 되돌릴 수 있게 됐다”며 자신들의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케임브릿지 연구진은 노화 세포가 콜라겐을 생성하는 피부 세포의 특징적인 마커를 되찾았으며 자신들의 발견이 수백년 동안 여성과 남성의 꿈이었던 인간 피부의 노화 과정을 되돌릴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새로운 발견이 노화를 치료하기 위한 목표 접근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것은 재생 의학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은 38세와 53세의 사람들의 피부 세포를 30년이나 더 ‘젊게’ 만들기 위해 재프로그램 했다고 밝혔다.
이 방법은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고 이전의 재프로그래밍 방법보다 더 오래 노화 시계를 되감는다. 연구원들은 심지어 그들이 오래된 세포에서 잃어버린 기능을 부분적으로 복원할 수 있다고 했다. 연구원들은 이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자신들의 연구 결과가 결국 재생 의학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구진은 실험에서 노화 세포를 콜라겐(몸을 하나로 묶고 튼튼하게 유지하는 단백질)을 생산하는 섬유아세포라고 불리는 피부 세포와 더 비슷하게 만들 수 있었다.
사람의 피부에서 섬유아세포의 수는 나이가 들수록 점진적으로 감소한다. 이 세포들은 또한 우리가 나이가 들면서 주름이 진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세포 기능 능력이 떨어지고 그들의 DNA 청사진인 게놈은 노화의 징후를 축적한다. 재생생물학은 오래된 세포를 포함해 세포를 수리하거나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재생 생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 중 하나는 ‘유도 줄기세포(induced stem cells)’를 만드는 능력이다. 이 과정은 본질적으로 세포의 기능을 지우고 어떤 종류의 세포라도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 연구는 원래 1990년대 에든버러에 있는 로슬린 연구소에서 6살 된 양에서 채취한 젖샘 세포를 배아(胚芽·발달초기 태아)로 가져간 것에서 비롯됐다. 이 프로젝트는 성체 양의 체세포로부터 복제된 최초의 포유류인 양 돌리를 탄생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돌리의 창조는 성숙한 세포의 핵에 있는 유전자들이 여전히 배아의 전능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즉, 세포는 동물의 모든 다른 세포들을 생산하기 위해 분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노벨상 수상한 과학자 야마나카 신야 박사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박사는 지난 2007년 특정 기능을 가진 정상 세포를 어떤 종류의 세포로도 발전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줄기 세포(만능줄기세포)로 바꾼 최초의 과학자였다. IPS라고 불리는 이 방법은 야마나카 전사 인자(Oct4, Sox2, Klf4, cMyc)라고 불리는 네 가지 핵심 분자를 사용하는 방식인데 약 50일이 걸린다.
바브라함 연구소의 새로운 방법인 ‘성숙 단계 단기 재프로그래밍(maturation phase transient reprogramming)’ 연구에서는 이러한 세포를 50일이 아닌 13일 동안 야마나카 인자에 노출시켰다. 여기서 획기적 결과가 나왔다. 이 시점에서 세포가 배아줄기세포로 변하지 않고 30년 젊어진 것처럼 활기를 되찾은 것이다. (부분적으로 재프로그램된 세포들은 그들의 특정한 피부 세포 기능이 돌아왔는지 관찰하기 위해 정상 조건에서 자랄 시간이 주어졌다.) 게놈 분석 결과 세포는 피부세포 특성의 마커(섬유아세포)를 되찾았고, 이는 재프로그래밍된 세포에서 콜라겐 생성을 관찰함으로써 확인할 수 있었다.
바브라함연구원 연구원들은 회춘된 섬유아세포가 재프로그래밍 과정을 거치지 않은 대조군 세포에 비해 더 많은 콜라겐 단백질을 생산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재프로그래밍된 세포들이 참조 데이터 세트와 비교해 30년 더 어린 세포들의 프로파일과 일치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의 잠재적인 적용은 더 젊어 보일 뿐만 아니라 어린 세포처럼 기능하는 세포에 의존한다. 섬유아세포(육아(肉芽) 조직의 기본 구성 성분)는 뼈, 피부 힘줄, 인대에서 발견되는 분자인 콜라겐을 생성해 조직에 구조를 제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들은 처리된 섬유아세포가 오래된 세포보다 더 빨리 그 틈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것은 언젠가 상처를 치료하는 데 더 나은 세포를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유망한 신호다.
현재 이 연구의 다음 단계는 부분적인 재프로그래밍을 가능하게 한 정확한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지만 결국 그것은 화상 피부 치료와 같이 세포의 나이가 차이를 만드는 상황에서 세포 치료에 사용될 수 있다.
바브라함 연구소의 딜리지트 길 박사는 “우리의 결과는 세포 재프로그래밍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커다란 진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세포가 기능을 잃지 않고 회춘할 수 있으며 회춘이 오래된 세포에 어떤 기능을 회복시켜 주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을 증명했다. 우리가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에서 노화 지표의 역주행을 보았다는 사실은 이 연구의 미래에 특히 유망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IPS는 암의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이 기술은 임상 환경으로 즉시 번역될 수 없다.
연구원들은 이 새로운 방법이 근육, 간, 혈액 세포와 같은 다른 조직에도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이 연구는 향후 또다른 치료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즉, 연구원들은 그들의 방법이 나이와 관련된 질병 및 상과 관련된 다른 유전자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관찰했다. 물론 이 성공적 일시적 재프로그래밍 뒤의 메커니즘은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고 탐구해야 할 과제다.
최근 알토스 랩스 케임브리지 연구소를 이끌기 위해 이동한 후생유전학 연구 프로그램의 그룹 리더인 울프 라이크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젊음의 영약이나 늙지않는 알약 개념이 완전히 억지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이 기술은 유전자 변형 생쥐에 적용됐고 회춘의 징후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 새로운 연구는 캠브릿지에 있는 생명과학 연구소인 바브라함 연구소에서 수행됐고, 이라이프(eLife) 저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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