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편- 윤정현 블루시그넘 대표 “언젠가부터 심해진 감정기복의 이유, ‘감정 기록’으로 알려드려요”

하루의 감정을 기록하는 ‘감정 기록 앱’ 하루콩, 미국 앱스토어 ‘오늘의 앱’ 선정
누적 다운로드 300만 이상, MAU 60만 기록,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
서울대학교 동문이 뭉쳐 창업한 스타트업, 목표는 SaaS형 ‘디지털 치료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장기간 이어진 생활 방식의 변화는 이전에 없던 단절과 스트레스를 만들어 내며 ‘코로나 블루’라는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장기간 이어진 생활 방식의 변화는 이전에 없던 단절과 스트레스를 만들어 내며 ‘코로나 블루’라는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여파가 현재에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어떤 이들은 자구책으로 명상이나 자가 진단 앱 등을 통해 극복하는 노력을 이어 가기도 한다.

그러한 서비스 중에서도 하루콩 서비스는 하루의 감정 변화를 기록하고 그 패턴을 확인해 스스로의 정신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앱으로 최근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여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누적 다운로드 300만을 넘긴 하루콩은 영어를 비롯해 9개국어를 지원하는 다국어 서비스로 미국을 비롯한 일본, 프랑스에서 오늘의 앱에 선정되는 등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미지=블루시그넘)

영어를 비롯한 9개 국어를 지원하는 다국어 서비스라는 점도 하루콩의 특징이다. 덕분에 하루콩은 이용자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서비스 명 데일리빈(DailyBean)으로 출시 10개월 만인 올 1월 다운로드 100만건을 넘은 것에 이어 최근에는 300만건을 돌파했다. 170여개 국가에서 유입되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월 60만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일본과 프랑스에 이어 올해 미국 구글 앱마켓에서 ‘올해를 빛낸 일상생활 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루콩 개발·운영사인 블루시그넘은 2019년 11월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서울대학교 동문으로 구성된 창업 멤버들은 대학시절부터 창업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경험을 쌓았다. 물론 학내 프로젝트가 아닌 공식적인 첫 창업은 블루시그넘이 최초다. 아직 30대를 경험하지 못한 20대 창업 멤버들의 도전은 여느 기업과는 다른 그들만의 공식을 적용하며 이뤄지고 있다.

세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아이디어, 휴학까지 불사하며 창업 감행

블루시그넘 사무실 풍경. (사진=테크42)

블루시그넘의 첫인상은 산뜻함으로 다가왔다. 화이트 톤의 단일 공간에 탁 트인 통유리 너머 외부 풍경이 여느 회사의 업무 공간과는 다른 독특함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 공간 만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표정도 사뭇 밝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대학 캠퍼스의 한 공간에 와 있는 듯한 느낌… 그도 그럴 것이 블루시그넘의 창업은 멤버들이 모두 학부생이었던 시절에 이뤄졌다. 심지어 윤정현 대표는 미처 4학년을 채 마치지 못하고 휴학을 한 상태다.

스스로 “결심하면 바로 실행에 옮겨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라고 소개한 윤 대표는 “워낙 이것저것 활동을 많이 하다보니 (채워야 할) 학점이 많이 남았다”며 블루시그넘의 창업하기까지 과정을 털어놨다.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서 경영학과 로봇공학을 전공한 윤 대표는 창업을 결심한 계기로 2019년 여름 진행한 1인 가구를 위한 반려 펭귄로봇 ‘퐁퐁이’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꼽았다. “졸업 전에 뭔가 유의미한 것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1~2학년부터 알고 지낸 선·후배를 설득해 진행하던 프로젝트였다. 그렇게 뭉친 이들이 현재 블루시그넘의 최아영 CTO와 표재우 CDO다.

(왼쪽부터) 블루시그넘 표재우 CDO, 윤정현 대표, 최아영 CTO. (사진=블루시그넘)

“최아영 CTO가 제 한 학번 위 선배였고, 표재우 CDO는 한 학번 아래 후배였어요. 제 경우는 소셜 로봇이나 인공지능에 계속 관심이 있었고, 최 CTO는 통계학과 심리학 전공, 표 CDO는 전기정보공학부를 전공한 소프트웨어 개발자였죠. 그렇게 셋이 뭉쳐 사람과 교류하는 목적의 펭귄 로봇을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저희 세대, 또 코로나19에 직면한 사람들의 심리적인 문제를 살펴보게 됐죠. 그것이 하루콩 개발의 시작이 됐던 것 같아요.”

본격적인 창업 준비는 개발을 완료한 펭귄 로봇을 공대 학생 대상 전시에 출품한 후 시작됐다. 윤 대표는 당시를 “스며들 듯이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떠올렸다. 그 과정에서 현재 피플팀 팀장으로 블루시그넘만의 팀 문화와 사업 전략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이상아 COO도 합류했다. 윤 대표와는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함께 공부한 사이다. 윤 대표는 이 COO를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이 COO는 이미 삼성전자 인사팀에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자리한 이 CCO는 “어머니의 반대가 좀 있긴 했다”며 블루시그넘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상아 블루시그넘 COO. (사진=블루시그넘)

“윤 대표와 3주 연속으로 토요일에 만나 점심을 먹었어요(웃음). 당시에 컨설팅 분야에 경험을 좀 더 쌓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윤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일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심리 문제 해결과 관련해 기술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고요.”

‘번개불에 콩 볶았다’… 사업계획서로 시드 투자 유치, 서비스 출시까지 한달 소요

블루시그넘은 2019년 11월 법인을 낸 후 사업계획서만으로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시드 투자를 받은 후에는 2주 간의 기획을 거쳐 한 달만에 하루콩 개발을 완료했다. 이후 다시 2주간의 심사 기간을 거쳐 정식으로 하루콩 서비스를 론칭했다. 기획부터 론칭까지 두 달이 채 안 걸린 셈이다. 윤 대표는 “하루콩은 초기에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빨리 실행하고 실험하면서 고쳐 나가는 경험을 많이 했던 서비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구글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구글 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Google for Startups Accelators)’ 선정 된 직후 윤정현 블루시그넘 대표(가운데)와 직원들. (사진=블루시그넘)

이후 블루시그넘은 올해 1월 스프링캠프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구글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구글 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Google for Startups Accelators)’ 선정에 이어 지난 8월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투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되는 등 연 이은 성과를 올렸다. 그렇게 조달한 총 금액은 20억가량이다.  

그 사이 하루콩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됐다. 특징적인 것은 사용자의 90% 이상이 여성이고 그 중 15~25세 연령층이 60%를 넘는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2020년 무렵 우울증 치료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한 집단과 일치해, ‘코로나 블루’가 20대 여성층에 더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블루시그넘이 하루콩 다음으로 선보인 심리테라피 서비스 '라이트아일랜드(글로벌 서비스명 'LIGHT HOUSE'). (이미지=블루시그넘)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 외에도 사람들이 처한 사회적 스트레스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블루시그넘은 하루콩을 넘어 향후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에 돌입했고, 최근 첫 결과물인 심리테라피 서비스 ‘라이트아일랜드’의 오픈베타 버전을 선보였다.

하루콩이 하루의 감정 기록을 통해 자신의 심리상태와 변화를 스스로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라면 라이트아일랜드는 저마다 다른 심리적 문제의 특징에 따라 채팅 형태의 심층 트레이닝 콘텐츠를 통해 자가 치유(셀프케어) 할 수 있는 서비스인 셈이다. (2편에서 계속)

>>[인터뷰] -2편- 윤정현 블루시그넘 대표 “CES 2023에서 글로벌 심리테라피 서비스 선보일 것”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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