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시그넘이라는 사명은 우울함을 의미하는 ‘블루’와 신호를 의미하는 ‘시그널’의 라틴어 ‘시그넘’을 조합한 것이다. 말 그대로 사람들의 우울한 신호를 가장 먼저 알아채고 해결해 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와 같은 의도는 하루콩의 디자인 콘셉트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윤 대표는 “무겁고 우울한 느낌보다는 밝고 귀여운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그런 느낌을 반영해 사내 아이디어를 통해 서비스 명도 ‘하루콩’이라고 지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블루시그넘이 하루콩에 이어 새롭게 선보인 라이트아일랜드 역시 나름의 의미를 담았다.
“라이트아일랜드라는 서비스명은 빛이라는 것을 굉장히 중요한 메타포(은유)로 삼고 있어요. 하루콩으로 자신의 감정 상태를 자각하게 된 사람들을 위한 것이죠. 즉 심리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혹은 가지 말아야 할지를 알려주는 길잡이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예요. 그래서 영문 서비스 명도 그런 의미를 담아 ‘라이트하우스(등대)’라고 지었죠.”
셀프케어 심리테라피 ‘라이트아일랜드’로 얻어 낸 CES 2023 참여 기회
현재 오픈베타 서비스 중인 라이트아일랜드는 셀프케어 심리테라피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사용자의 취향과 성향, 그리고 지금 겪고 있는 심리적 문제에 따라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된다. 채팅 형태의 심층 트레이닝 콘텐츠를 이용하며 게임과 같은 액티비티와 과제를 데일리 퀘스트로 받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라이트아일랜드는 블루시그넘이 의미 있는 2023년을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성과를 이미 만들어 내고 있다. 윤 대표와 블루시그넘 직원들은 이 라이트아일랜드를 내세워 지난 7월 서울디지털재단이 진행한 ‘제3회 스테이지 유레카’에 도전했고, 영어 IR피칭 끝에 10개사에게 돌아가는 CES 참여 기회를 얻었다. 이미 본격적인 미국 진출을 위해 뉴욕에서 진행되는 Mind The Bridge사의 엑셀레이팅 프로그램에도 참여 중인 블루시그넘으로서는 내년 정식 론칭을 앞둔 라이트아일랜드의 글로벌 시장 반응을 알아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출국을 일주일여 앞둔 이날, 윤 대표는 벌써부터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CES 2023에서의 계획을 털어 놨다.
“우선은 B2C 서비스로 먼저 선보이는 만큼 라이트아일랜드와 관련된 일반 이용자들의 의견과 피드백을 받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고 있어요. 또 이후 B2B 서비스로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현지의 기업 파트너, 고객 발굴 인터뷰도 최대한 많이 진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저희 팀이 이런 세계적인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첫 경험이니 만큼 많이 보고 배워서 다음 진행될 전시 준비에 반영하려고 해요.”
윤 대표의 말을 들으며 한편으로 B2B 서비스로 확장을 계획한다는 라이트아일랜드가 더욱 궁금해 졌다. 윤 대표에게 우선 B2C 서비스로서 구체적인 기능과 함께 B2B 서비스로 확장할 계획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예를 들면 똑같이 불면증을 겪고 있다고 해도 20대 사회 초년생 여성이 겪는 불면증과 50대 갱년기인 여성이 겪는 불면증은 굉장히 다른 양상일 수 있어요. 해결 방법도 물론 다르겠죠. 이제까지 나온 명상 앱 등은 워낙 일반적인 내용을 제공하고 있어 그런 차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요. 저희 라이트아일랜드는 그 차이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서로 다른 콘텐츠로 해법을 제시한다는 것이 특징이죠. 일단 중점을 두는 것은 B2C 모델이에요. 개개인이 구독료나 이용료를 내고 라이트아일랜드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죠. B2B 모델로 확장하는 것은 서비스가 좀 더 고도화되는 단계에서 고려하고 있어요. 복지 차원에서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는 기업이 주요 고객이죠.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상담사가 있고 그 분들을 연결시켜 주는 서비스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명상 앱과 같은 셀프케어 서비스를 직원 복지로 제공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저희는 그런 점을 고려해서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라이트아일랜드의 B2B 모델을 확장하려 해요.”
라이트아일랜드의 다음 스텝은 ‘디지털 치료제’
블루시그넘이 구상하는 라이트아일랜드의 최종 목표는 다름 아닌 ‘디지털 치료제’다. 디지털 치료제는 게임,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챗봇,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활용해 과잉행동장애(ADHD), 치매, 뇌전증, 강박장애 등의 질병을 예방‧치료‧관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코로나19 이후로는 ‘코로나 블루’에 대응하는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미 수조원 대로 평가받고 있는 시장 규모는 연평균 19.9%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오는 2026년 약 96.4억 달러(약 12조 2765억원)로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부터 디지털 치료제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오는 2024년까지 총 289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윤 대표는 “지금 당장 디지털 치료제로 고도화 시킨다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사업 확장의 계획 중 하나”라며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이미 미국에서는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디지털 치료제가 생겨나고 있지만, 저희가 보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어요. 이를테면, 앱의 형태를 크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예를 들어 미국에서 승인된 디지털 치료제를 실제 의사들이 처방한다고 해도 환자들이 끝까지 사용하는 비율이 굉장히 낮다고 알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이 발생하고 있죠. 그런 점에서 저희는 당장 뭔가를 증명하는 임상을 하기보다, 서비스 고도화에 중점을 둬서 실제로 라이트아일랜드를 이용한 사람들이 우울증 등의 증상 개선을 경험하는 결과를 얻는 것에 집중을 하려 해요. 그래서 우선 B2C 모델에 집중하겠다는 것이죠.”
이러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블루시그넘은 라이트아일랜드 오픈베타 출시 이후 유입되는 이용자 반응을 체크하며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중점을 두는 것은 ‘이용자 체류시간’이다. 반응에 따라 필요한 기능을 업데이트하며 점차 체류시간이 늘어나는 효과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블루시그넘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콘텐츠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용자들의 정서상태나 생활환경을 파악해서 그에 기반해 더욱 최적화된 맞춤형 콘텐츠를 다시 제공하는 것이 라이트아일랜드의 프로세스라 할 수 있어요. 그 말은 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앱이 이용자를 이해하고 있다는 거죠. 그런 이해가 쌓이고 쌓이면 이용자는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자신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통해 심리테라피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스미듯 자연스럽게 락인(Lock-in)이 되는 거죠.”
그 외에도 라이트아일랜드, 다시 말해 글로벌 버전의 ‘라이트하우스’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는 든든한 우군이 있다. 이미 글로벌 확장성을 입증한 ‘하루콩’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일본 등을 비롯해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은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도 하루콩은 입소문을 타며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하루콩의 이용자를 라이트하우스와 연계하는데 성공하기만 한다면, 짧은 시일 내에 유의미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윤 대표는 “하루콩의 다국어 서비스 모델은 라이트하우스에도 적용을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라이트하우스는 현지화가 더 중요한 서비스이니만큼 우선은 영어와 한국어 버전에 집중하며 점진적으로 각 국가에 맞는 콘텐츠를 현지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행착오는 있지만… 블루시그넘만의 문화 만들 것
블루시그넘은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집중하는 한편으로 초기 스타트업으로서 드물게 기업 문화와 제도를 만드는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창업 멤버 모두 학부시절 시작한 스타트업인만큼 전문 경영인 혹은 엑셀러레이터의 자문을 구할 법도 하지만, 시행착오를 좀 겪더라도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가 남다르다. 윤 대표는 “굉장히 자율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조직이 됐으면 좋겠다”며 말을 이어갔다.
“자율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계속 갖고 가겠다는 것이 저희 계획이에요. 그에 맞춰 문화나 제도를 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요. 물론 채용을 비롯해 여러 가지 면에서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스템을 잡아 나가고 있죠.”
함께 자리한 이상아 COO의 말에 따르면 블루시그넘은 회사 커리어 페이지를 통해 전 팀원의 인터뷰를 공개하고 있다. 원칙은 ‘최대한 솔직하게’다. 이 COO는 “직무적인 역량과 팀플레이어인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미션에 대한 공감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채용 프로세스를 설명했다.
“회사와 관련해 부풀려 좋은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정작 입사 후 기대와 다르면 더 안 좋을 뿐이죠. 그래서 채용과 관련해 지원자와 통화를 할 때는 꼭 팀원들의 인터뷰를 읽어 보시라고 하고 있어요. 어떤 팀원과 어떻게 일하는지, 또 어떤 생각으로 서비스를 만드는지를 아는 것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다시 말해 지원자 중에 저희와 ‘결’이 맞는 사람을 찾는 과정인 셈이에요.”
CES 2023에 라이트아일랜드를 선보이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블루시그넘의 계획들은 그 외에도 다양하다. 윤 대표는 “번아웃 등 심리적인 문제로 힘들어하는 이용자가 저희 서비스를 접하고 좋아졌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며 “이용자에게 진정한 가치를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새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사만의 노하우를 쌓고 있는 블루시그넘의 지금 행보라면 그러한 목표 달성은 무난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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