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스 밋업 현장 “불확실성의 시대, 초기 핀테크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전략은?”

김기영 블록오디세이 대표, ‘스타트업 혹한기’라 하지만… 초기 핀테크 스타트업에게 기회는 있다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CVC, AC... 초기 스타트업들이 고려할 점은?
핀테크 스타트업, 성공적 투자 유치 조건은 ‘시장, BM, 사람, VC와의 핏, 그리고 탄탄한 사업계획서’
핀테크 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다양한 혁신이 지속되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핀테크 분야의 지난해에는 다사다난했다. 우선 마이데이터사업이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해 말 기준 마이데이터 사업자 수는 52개를 기록하고 있다. 누적 가입자 수도 5480만명에 달했다. 놀라운 것은 마이데이터 브랜드 평판은 기존 금융사들이 선두를 기록했지만, 정작 앱 고객 확보 순위는 토스와 카카오뱅크가 대부분의 금융사를 따돌리며 1위와 3위를 기록했다.

말이 많았던 조각투자 역시 뮤직카우 등 업계가 금융당국의 증권성 판단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나가며 제도권 편입을 시도하고 있다. 조각투자의 대상 자산 범위는 음원, 미술품, 명품, 부동산을 비롯해 확대되는 상황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올해 역시 핀테크 분야는 지속적인 혁신의 흐름에 놓여 있다. 지난달 19일 6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는 토큰 증권의 발행·유통 규율체계'를 의결하고 이를 위한 증권성 판단원칙과 토큰 증권의 장외 발행 및 유통플랫폼 구축계획을 발표했다. 이제까지 국내 발행이 금지된 증권형토큰공개(STO; Security Token Offering) 시장이 열린다는 기대감 속에 증권사들은 STO 프랫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금융사를 비롯해 빅테크 계열의 핀테크사들 외에 핀테크 스타트업계가 처한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미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내에도 그 여파가 미치며 투자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혹한기’로 불리는 현 시점에서 업계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핀테크 분야 역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고 있다.

그렇다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계에서 이제 막 첫 발을 내디딘 초기 스타트업, 스케일링업 단계의 스타트업들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지난 1일 한국엔젤투자협회가 진행한 ‘팁스 밋업_핀테크’ 행사에서 연사로 나선 김기영 블록오디세이 대표는 선배 팁스기업으로서 ‘초기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전략’을 주제로 현재 시장의 움직임과 스타트업들이 주목해야할 것들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블록체인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다

팁스 밋업 강연자로 나선 김기영 블록오디세이 대표. 김 대표는 블록오디세이의 초기 단계부터 함께한 엔젤 투자자이자 사외이사로서 지난해 초 최고전략책임자(CSO)로 부임했고, 이어 7월에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사진=테크42)

블록오디세이는 블록체인 인프라 기술 스타트업이다. 유통이력 관리, 정품인증, 대체불가토큰(NFT)발행·관리, 동산 금융,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B2B 블록체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세계 최초 이중 보안을 갖춘 QR코드로 정품 인증시스템을 만들며 주목 받았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대한민국 물류 유통을 비롯해 IP(지식재산권) 인증에 혁신을 가져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중고차, 킥보드 업체 등과 동산담보대출 분야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블록오디세이는 ‘스타트업 혹한기’라 불리는 상황 속에서도 36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앞서 지난해 초에는 베트남 지사를 설립하는 등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서며 기술 고도화 및 서비스 확장을 추진 중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블록오디세이가 지난해 말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와 초기 스타트업 발굴을 위한 자회사로 ‘벤처오디세이’를 설립했다는 것이다. 목적은 모회사인 블록오디세이와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와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지원이다.

이를 주도한 김기영 대표는 블록오디세이의 초기 단계부터 함께한 엔젤 투자자이자 사외이사로서 지난해 초 최고전략책임자(CSO)로 부임했고, 이어 7월에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CSO 재직 당시부터 IR, M&A, 신사업 등 전사적 기업 전략 업무를 담당하는 Crop Dev팀을 신설하고 국내 블록체인 분야에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전략적 투자 및 M&A를 주도하기도 했다. 그러한 김 대표의 목표는 ‘한국 최초의 블록체인 상장사’가 되는 것이다.

시장 상황 ‘쉽지 않다’ 하지만 ‘초기 투자’만은 예외

김 대표는 강연을 통해 어려운 시장 상황이 초기 스타트업에도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테크42)

강연 서두, 시장의 현황과 트렌드를 짚은 김 대표는 ‘어려운 상황이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고금리를 비롯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모험자본에 배치되는 자산이 확연히 줄어들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2021년과 지난해 유니콘 탄생 숫자를 비교해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2021년 4분기 기준 탄생한 유니콘이 140여개 수준이었다면 지난해 4분기 등장한 유니콘은 19개에 불과하다. 다만 김 대표는 이러한 시장 상황이 초기 스타트업에도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쉽지 않은 시장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점은 그 와중에 초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는 거예요. 이는 실제 유입되는 금액이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하게 봤을 때 초기 투자 비중은 66% 정도인데 이는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파악됩니다. 국내 역시 글로벌 현황과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죠. 한국 역시도 전체 VC(벤처 투자사)의 스타트업 투자 금액 자체는 감소하고 있지만, 초기 투자에 집행되는 절대액은 상승세를 띄고 있거든요.”

이어 김 대표는 기업공개(IPO) 추이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전반적인 시장 위축으로 인해 IPO에 나선 회사의 숫자는 줄고 있지만, VC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은 여전히 IPO를 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자체는 분명히 침체돼 있어요. 투자 역시 많이 이뤄지진 않고 있죠. 하지만 벨류에이션의 임팩트가 가장 적은, 즉 인플레이션에 큰 데미지를 받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의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다만 그렇기 때문에 중기나 후기 스타트업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위기라고 할 수 있죠.”

스타트업을 기반 CVC 활발한 움직임, AC도 마찬가지

김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이 VC 등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을 시 얻게 되는 장점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했다. (이미지=김기영 대표 발표 자료)

김 대표는 최근에 포착되는 또 다른 트렌드로 ‘스타트업을 기반으로 하는 CVC의 활발한 움직임’을 꼽았다. 직방의 경우 투자 법인인 ‘브리즈 인베스트먼트’를 운영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블록오디세이 역시 자회사로 벤처오디세이를 설립하며 이러한 움직임에 참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스타트업들이 본인의 창업 노하우와 오퍼레이션을 통해 얻은 전문성, 산업에서 갖고 있는 지식 등을 바탕으로 초기 투자 영역에 발을 디딘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초기 투자 영역에서 활발한 투자 주체로 꼽는 또 다른 집단은 액셀러레이터(AC)다. 대표적으로는 국내 AC 최초로 상장 준비에 돌입한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들 수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지난 8년 간 기술 스타트업 276개사에 투자해 5년 이상 생존율을 95%로 끌어올린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스타트업 기반 CVC, 그리고 AC 등의 초기 스타트업 투자 트렌드를 언급한 김 대표는 이어 이들이 진행하는 투자 패턴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이어갔다.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 패턴은 우선 ‘티켓 사이즈’ 즉 투자금액에서 작게는 1000~2000만원부터 많게는 2억원~3억원 수준이 집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일반적인 경우는 대개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가 집행되고 있다”며 “1억 이상은 예외적인 케이스로,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는 경우를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핀테크 스타트업이 투자를 잘 받기 위해서는?

그렇다면 초기 스타트업 그 중에서도 핀테크 분야에서 투자를 잘 받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김 대표는 이를 크게 네 가지로 꼽았다. 첫 번째는 시장이다. 이는 VC업계 출신으로 스타트업 대표가 된 김 대표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각각의 분야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시장의 거대한 흐름을 이기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해요. 단적으로 100억짜리 시장이 있고, 10조짜리 시장이 있다고 한다면 100억짜리 시장의 마켓쉐어를 100% 가져간다고 해도 100억이 전부죠. 그런데 10조 짜리 시장에서는 1%만 확보한다고 해도 1000억이 되요. 스타팅 포인트가 완전히 달라지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초기 스타트업은 타깃하는 시장이 얼마나 매력있고 성장할 수 있느냐를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그가 꼽은 두 번째 고려사항은 ‘비즈니스 모델(BM)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는 스타트업의 BM이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서냐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은 한정된 리소스를 통해 가장 맥시멈한 아웃풋을 뽑는 조직”이라며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더욱 ‘내가 어떤 문제를 풀고 싶으지’를 명확히 해야 VC, AC 등에 더 잘 어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초기 핀테크 스타트업이 투자를 잘 받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네 가지로 꼽았다. (사진=테크42)

다음으로 김 대표가 꼽은 것은 ‘사람의 중요성’이다. 유의미한 성과를 가지고 일을 진행시키기 어려운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자 관점에서는 해당 스타트업의 성장성을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결국 집중하는 것은 스타트업의 구성원이라는 말이다. 김 대표는 “이 구성원들이 해당 문제를 풀기에 적합한 인력인지가 굉장히 중요한 고민 요소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어 마지막 네 번째 조언으로 ‘정답은 없다’고 털어 놨다. VC 저마다 선호하는 영역이나 팀이 있기 때문에 회사가 좋다고 무조건 투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김 대표는 “정답은 없다는 말은 각 스타트업 역시도 자사와 핏이 맞는 VC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라며 “자사가 만들어가는 사업 영역을 프렌들리하게 볼 수 있는 VC를 대상으로 투자 유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죽어도 블록체인 사업에는 투자하지 안겠다는 곳들은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제시해도 안되는 거예요. 결국에는 핏이라는 말로 귀결될 수밖에 없죠. 그렇기 때문에 초기 스타트업들은 본인들의 성향과 잘 맞는 VC를 찾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어 김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네 가지 요소를 잘 담아낸 탄탄한 사업계획서가 필요하다”며 “과감할 필요가 있다”고 말을 이어갔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어필할 수 있는 정량적, 적성적 데이터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시장과 BM, 사람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감하게 비전을 제시하고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VC는 말 그대로 모험 자본이에요. 결국은 높은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큰 수익을 추구하는 입장이죠. 이러한 VC들이 2~3배의 수익을 위해 투자하진 않아요. 10배, 100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스타트업을 찾고 투자하는 것이 이들의 본질이죠. 그렇기 때문에 초기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사업계획서를 쓸 때 미래에 대한 계획치나 목표치를 다운 사이즈하지 말고 최대한 야심차게 플랜을 가져가는 것이 VC와 커뮤니케이션할 때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어요.”

김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경우 너무 기술이나 프로덕트에만 매몰되지 말고 자본과도 친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자들 모두 사람을 모으는 것과 자본을 조달하는 것을 대표의 역할로 꼽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김 대표는 ‘운을 모으는 노력’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강의 주제와는 좀 다르지만, 결국 운도 중요한 것 같아요. 운칠기삼이 아니라 운구기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스타트업에게는 운도 중요하죠. 그런데 이 운을 모으는 것도 노력으로 가능해요.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게 그러한 노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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