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에서 만난 사람] 김가현 뉴즈 대표 “세상의 모든 지식·정보를 담은 숏폼 콘텐츠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만들고 있어요”

새해가 됐지만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라고 불리는 시기는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에도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이 새로운 유니콘을 꿈꾸며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미래 창업가와 사회혁신가를 육성하는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아산나눔재단의 플랫폼, 마루(180/360)에 입주한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는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다. 이를 통해 어려움 속에서도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스타트업의 오늘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김가현 뉴즈 대표는 아나운서, 방송 PD, 기자 등을 거쳐 유명 크리에이터로 경험을 쌓았다. 이러한 경험들은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뉴미디어 스타트업 뉴즈에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다. (사진=뉴즈)

1분 남짓의 시간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다만 이는 싫증을 느낄 새도 없는 시간이기도 하다. 숏폼 영상은 그러한 짧은 시간에 몰입도를 극대화시키는 방식으로 새로운 미디어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틱톡이 촉발한 숏폼 영상 콘텐츠의 영향력은 현재 유튜브의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으로 이어지며 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뉴즈는 이러한 숏폼 영상 콘텐츠의 특성을 활용한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며, 스타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세로영상 예능 콘텐츠 등의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뉴미디어 스타트업이다. 뉴즈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많은 숏폼 플랫폼에서 유익한 정보성 콘텐츠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즈는 이러한 미디어 전략 덕분에 지난 2012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클린콘텐츠 캠페인공모전’에서 대상과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뉴즈의 탄생 배경은 흥미롭다. 김가현 대표는 IT기자 시절 우연찮게 대박을 기록한 숏폼 콘텐츠로 정보 콘텐츠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후 그녀는 Z 세대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꿀팁과 같은 생활정보는 물론 메타버스, 블록체인과 같은 새로운 테크 정보를 다루는 숏폼 크리에이터의 삶을 선택했다.

기자의 노하우를 적용해 정확한 정보를 취재하고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는 방식은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방식은 전문가를 초빙한 라이브 방송으로 이어졌다.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활용해 Z세대의 고민을 상담하기도 하고, 찬반 투표나 토론과 같은 시도를 하기도 했다. 구독자들의 요구에 따라 점차 다루는 주제를 넓혀가며 각 분야 전문가들을 크리에이터로 섭외하게 됐고, 이는 다시 숏폼 교육 전문 MCN(멀티채널네트워크) ‘메이저스’ 론칭으로 이어졌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일들이 불과 3년여 만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뉴즈의 도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마루360에서 만난 김가현 대표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언급했다.  

세상을 향한 넘치는 호기심으로 쌓은 삶의 필모그래피

뉴즈의 시작에 얽힌 스토리에 앞서, 짧은 기간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김 대표의 지난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녀는 도전적인 삶의 시작점을 대학시절로 꼽았다.

고등학교 1학년 당시 3~5등급을 오가던 그녀는 대입이 현실화되기 시작하며 막연히 ‘연세대학교’를 목표로 정했다. 성적과 동떨어진 목표에 친구들과 선생님의 반응은 “네가 어떻게 거기를 가냐”는 것이었다. 이를 악물고 공부했고, 그렇게 모두가 핀잔을 줬던 목표는 현실로 이뤄졌다. 전공은 신학과를 택했다. 당시를 떠올린 그녀는 “모태 신앙이었던 이유도 있고,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성경의 말씀 안에서 꿈을 찾아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돌이켰다.

“등교를 할 때 지하철 2호선을 탔는데 학교와 집 위치가 끝에서 끝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지하철 무료 신문이 있었는데, 그렇게 매일 신문을 보게 되면서 막연히 ‘나도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다양한 정보를 접하면 접할수록 하고 싶은 것도 점점 많아 지더군요.”

그때부터일까? 그녀는 마음먹은 것을 반드시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복수전공으로 신문방송학을 택했고, 연극부, 밴드부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하며 축제 무대에는 보컬로 나서기도 했다. 하나 둘 이어지는 새로운 경험은 차곡차곡 그녀를 채워갔다. 그렇게 대학생활이 마무리될 무렵, 진로를 고민하던 그녀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전남 CBS 아나운서 공채’ 공고였다.

그녀는 “신학을 전공한 크리스천으로서 아나운서가 되는 것은 꿈을 가장 최적화 시킬 수 있는 길”이었다며 “마침 앞서 4~5년간 공채 모집이 없었던 전남 CBS 아나운서 공고가 뜨니 기회처럼 느껴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전남 CBS 아나운서 재직 당시 김가현 대표. (사진=김가현 대표)

졸업 전부터 아나운서로 입사한 그녀는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는 삶 속에서 문득 ‘한번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젠가 생각했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꼭 한 번 걷고 싶었다. 적어도 한 달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렇게 고민 끝에 사직서를 냈다.

“다른 많은 친구들이 유학이나 어학연수 등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지만, 제 경우는 졸업과 동시에 일을 시작해 그런 기회가 없었어요. 아나운서라는 일은 정말 좋았지만, 그때만 해도 3년차 아나운서가 한달을 휴가를 쓴다는 것은 어려울 일이었어요.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했으니 한 번은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과감해졌죠(웃음).”

그렇게 도착한 스페인에서 그녀는 레온에서 출발하는 300km의 코스를 선택했다. 겨울이라 사람도 잘 만날 수 없는 길을 하루 30~40km씩 걷는 강행군에서 그녀는 삶의 방향성을 찾는 경험을 하게 된다.

“로밍도 안 해가서 종이 지도만 보면서 길을 걸었어요. 괜히 지도에도 없는 길을 개척해 가겠다는 욕심이 생겨 질러가기도 했는데, 한날은 길을 잃어 어디인지도 모르는 길을 헤매게 됐어요. 공교롭게도 눈이 허벅지까지 쌓인 길을 걸어야 했고, 해도 짧아 덜컥 겁이 났죠. 순례길을 걷는 이들을 위해 설치한 이정표 조차 눈에 묻혀 안보이더군요.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은 순간에 다행히 누군가 방향을 알려주기 위해 눈 위에 남겨 놓은 표시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걸 보고 길을 찾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명확해 지더군요.”

이후 그녀는 본격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서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경력을 쌓은 아나운서의 길도 있었지만, 그 보다는 제작 현장의 경험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시 인턴부터 시작해 라디오 PD, KBS 우리말 겨루기 외주 제작사 막내 PD로 혹독한 제작 환경을 경험하며 2년의 시간을 보냈다. 이후 IT 매체 블록인프레스 기자로서 살아간 2년의 경험은 그녀의 삶을 창업으로 이끈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CBS 아나운서를 거쳐 라디오, 방송 PD, 기자로서의 삶을 이어갔다. (왼쪽 위 시계방향) 마이크노보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홀딩스 대표 인터뷰 당시, 마이클 애링턴 테크크런치 창업자 인터뷰를 하는 김 대표. 기자시절 유튜브 영상 제작. 올해의 기자상 수상 당시 (사진=뉴즈)

“기자 생활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느꼈던 깨달음을 가장 구체화했던 시기였어요. 집중했던 주제는 블록체인이었어요. 당시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 시장이 요동을 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묻지마 투자를 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매우 불투명하고 제대로 된 전문가가 없는 분야이기도 했죠. 그러다 보니 ‘내가 진짜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해 보자’고 결심하게 됐어요.”

결심하면 실행에 옮기는 기질은 기자가 되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첫 인터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테크, 블록체인 분야에서 누구나 알 만한 인터뷰이 섭외에 나섰다. SNS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고 이메일로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출근 첫 주에 김진화 코빗 창업자 섭외에 성공했다. 이를 시작으로 이후 그녀는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창펑,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에릭 라이, 테크크런치 공동창업자 마이클 애링턴 등 블록체인, IT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단독 인터뷰를 연이어 해냈다.

숏폼 콘텐츠에서 발견한 가능성, 뉴즈로 만들어가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기자 시절 그녀는 테크 분야 유명인을 인터뷰 할 때 영상과 함께하는 유튜브 인터뷰를 도입했다. 한국이 블록체인 신흥국으로 부상하며 다양한 행사가 열렸고, 여기에 방한한 전문가를 기다려 바로 카메라를 들이밀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테크크런치 공동창업자 마이클 애링턴의 단독 인터뷰의 경우, 코인텔레그래프 등 외신에서도 인용할 정도였다. 그런 활약 덕분에 그녀는 2019년 블록체인 업계에서 선정하는 최고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적잖은 성과가 이어지며 보람도 맛봤지만, 당시를 떠올리던 그녀는 “해소되지 않은 갈증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매체의 한계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인공지능과 관련된 용어가 가득한 기사들은 제목부터 어렵게 여겨져 접근성이 떨어졌다. 그래서 유튜브를 도입한 것이었지만, 기자 일과 유튜브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숏폼 콘텐츠는 모든 고민을 해소하는 열쇠가 됐다. 결과적으로 뉴즈의 스토리도 그렇게 시작됐다.

“당시 틱톡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던 친구의 말을 듣고 ‘1분 정도면 부담없이 할 수 있겠다’ 싶어 블록체인을 설명한 영상을 만들어서 올렸는데, 올리자마자 조회수 1만건을 기록하더군요. 그 다음에 업로드한 ‘SNS에서 프라이버시 지키는 꿀팁’은 틱톡 주간 조회수 톱 4까지 올랐죠. 제 뒤로 5위가 JYP(가수 박진영)였어요.”

틱톡 세로광고제 수상작. 김 대표는 광고제에서 받은 상금을 보호종료아동을 지원하는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했다. (이미지=뉴즈)

그녀의 콘텐츠는 당시만해도 가수, 예술가 등이 춤을 추거나 노래하는 콘텐츠가 대세였던 숏폼 영상의 인식을 바꿔 놓는 계기가 됐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으로 이어지며 인터뷰이로 만났던 미래학자 정지훈 박사,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창업을 해보라며 투자까지 제안했고, 크리에이터인 김태용 EO 스튜디오 대표 또한 법인 설립 직후 투자했다.

그렇게 2020년 3월 뉴즈 법인 설립 이후 김 대표는 테크를 주제로 한 다양한 숏폼 정보 콘텐츠를 선보이며 19만 팔로우를 보유한 크리에이터가 됐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제까지 스스로의 삶이 그랬던 것처럼 김 대표는 ‘경험을 통해 빠르게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방식을 뉴즈 비즈니스 확장에도 고스란히 적용했다.

“Z세대의 문법에 맞는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기자 시절 각 분야에서 쌓은 전문가들을 크리에이터로 양성하면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창업 이듬해인 2021년 1월 숏폼 교육 전문 MCN 메이저스 네트워크를 론칭했죠.”

방송인 오상진 씨와 함께한 김가현 대표. 김 대표는 오상진 씨와 함께하는 예능 콘텐츠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뉴즈)

현재 뉴즈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아카데미 모델, 기업들의 숏폼 콘텐츠 마케팅 컨설팅, 광고 비즈니스다. 이제까지 장동선 뇌과학자, 정지훈 미래학자, 오상진 아나운서 등의 유명인을 포함한 300명의 크리에이터를 양성했고, 70명의 소속 파트너 크리에이터의 팔로워는 77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크리에이터 파워 덕분에 LG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이고 페덱스, 유니버설뮤직, 소니픽쳐스 같은 글로벌 기업과 광고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Z세대의 관심을 필요로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인공지능 챔피언십 라이브’ 국토교통부 ‘스마트 국토 엑스포’ 등의 라이브도 진행하며 B2G 비즈니스 사례도 만들어가고 있다. 그간의 성과를 설명하던 김 대표는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콘텐츠가 있다”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털어 놓기도 했다.

“저희는 기본적으로 제작, 즉 프로덕션 모델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요. 이를 기반으로 틱톡코리아, 방송인 오상진 씨와 함께 오리지널 예능 콘텐츠를 기획했고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에요. 숏폼 콘텐츠를 넘어 라이브를 통한 롱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시도하는 거죠.”

김 대표는 재테크 채널 신사임당을 운영한 바 있는 주언규 PD, 디쉐어 현승원 의장과 함께 마루 입주사를 비롯해 업계 관계자를 위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세미나 ‘포 크리에이터(For creator)’ 개최하기도 했다. (이미지=뉴즈)

한편 김 대표는 마루360에 입주하자 마자 입주 스타트업에게 요구되는 ‘페이잇포워드(Pay it Forward, 다른 동료 창업자들을 지원하고 돕는 문화)’ 정신을 실천하기도 했다. 재테크 채널 신사임당을 운영한 바 있는 주언규 PD, 디쉐어 현승원 의장과 함께 마루 입주사를 비롯해 업계 관계자를 위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세미나 ‘포 크리에이터(For creator)’을 진행한 것이다. 이어 김 대표는 마루에 입주한 각 스타트업의 스토리를 활용한 브랭딩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 외에도 올해를 시작하는 뉴즈의 계획은 다양하다. 그 중에는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엔젤투자 이후 매출이 발생하며 진행하지 않았던 투자유치 계획도 있다. 자사의 전문가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모든 숏폼 채널에 올리고, 한국을 넘어 해외로도 확장시키는 계획도 고민하고 있다. 정확한 시기에 대한 언급을 피했지만, 뉴즈, 그리고 김 대표가 지나온 이제까지 과정을 봤을 때 그러한 계획들이 실행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듯하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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