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동윤 앙트러리얼리티 대표 “3차원 소통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합니다”

챗GPT와 모션 트래킹 기술을 접목한 ‘모션 GPT’ 올해 안에 선보일 것
창업 6분기 만에 UAE 등 글로벌 진출, 대통령 동행 경제사절단 참가 저력
카이스트 졸업 후 스타트업·중견기업 거치며 영업부터 경영·사업 전략까지 압축적 커리어 쌓아
이동윤 앙트러리얼리티 대표와 인터뷰는 UAE 출장을 몇 시간 앞두고 이뤄졌다. (사진=앙트러리얼리티)

이동윤 앙트러리얼리티 대표를 만난 것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출국을 몇 시간 앞둔 즈음이었다. UAE 출장은 가상현실, 아바타 등 실감형 콘텐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앙트러리얼리티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솔루션과 관련된 계약에 앞서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해서다.

“중동의 아랍국가들은 텍스트 메시지를 잘 쓰지 않아요. 모바일 문자 메시지로 아랍어를 타이핑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런 아랍어를 쓰는 인구가 약 4억명에 달해요. 대신 이들은 음성 통화나 영상통화를 더 선호하는 편이예요. 그러한 상황에서 저희는 비대면 소통이라는 큰 범주에서 아바타와의 3차원 소통 실감형 콘텐츠 기술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가지고 과감하게 중동 시장에 도전을 시도했고, 계약을 이어가고 있죠. 특히 두바이는 지난해 ‘두바이 메타버스 전략’을 바탕으로 메타버스 경제 규모 기준 세계 10대 도시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어요.”

이 대표의 말처럼 UAE를 비롯해 그에 속한 토후국인 두바이 등은 석유 기반 경제에서 지식 기반 경제로 전환을 선언했다. 2030년까지 세계 10대 메타버스 강국 진입과 메타버스를 통한 일자리 4만개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UAE는 지난해 9월부터 메타버스 경제부본부를 개설해 운영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앙트러리얼리티는 아랍에미레이트의 알라이스(Al Rais)그룹 및 계열사 IMS(IMS Dubai LCC)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사진=앙트러리얼리티)

이러한 상황에서 앙트러리얼리티는 지난해 11월 UAE 알라이스 그룹 및 계열사인 IMS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IMS는 중동·북아프리카 지역(MENA) 관광, 물류, 커머스 기업으로 UAE 최초의 메타버스 커머스 프로젝트를 앙트러리얼리티의 ‘웹3 소셜 커뮤니티 어나더타운’에 론칭한다는 계획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앞서 앙트러리얼리티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 상황에서 타이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지역 파트너사와 연이어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한 파트너십을 맺는가 하면 국내 대기업들을 상대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여느 ‘초기’ 스타트업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1년 10월 기술 기반 창업을 한 이후, 이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불과 6분기’를 막 지난 스타트업이 이와 같은 성과를 낸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이 대표와의 인터뷰는 그런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퇴직금을 쏟아 부어 시작… 1년여 만에 기업가치 100억 넘는 스타트업으로 

앙트러리얼리티는 지난 1월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CES 2023에서 실시간 모션트래킹 아바타 기술이 접목된 ‘어나더타운’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미지=앙트러리얼리티)

“시드 투자는 창업 후 1년 뒤에 받았어요. 그 1년 간 자력으로 살아남은 거죠. 물론 법인 설립 이후 투자를 받거나 투자를 받고 창업을 하는 방법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스타트업이라는 멋진 말을 방어막 삼아 냉철하게 사업이 집중하지 못하며 투자에 신경을 쓰기보다 먼저 매출을 발생시키며 자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후에 투자를 받고 싶었어요. 그래서 초기 자금은 그때까지 모은 제 개인 돈과 퇴직금, 기술보증기금 대출 등을 통해 마련했죠. 그렇기에 사업에 몰입해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더 높이 뛰어오르기 위해서는 밧줄을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것이 집중력을 높여 시장에 필요한 기술을 단기간에 고도화할 수 있었던 비결이죠.”

창업 1년 후 앙트러리얼리티는 2건의 기관투자 유치와 중기부 팁스 선정으로 기업가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의 말처럼 초기부터 기술력을 바탕으로 매출을 일으킨 역량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앙트러리얼리티의 올해 목표 매출액은 10억원 수준이다. 진행 중인 계약 건을 제외하고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 그 정도다.

한편으로 앙트러리얼리티가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시대적인 흐름과도 관련이 있다. 이 대표 스스로도 “일정 부분 운이 좋은 부분도 있었다”며 “엔데믹 이후 메타버스 열풍이 잦아들었지만 비대면의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흔히 메타버스라는 경험이 촉발된 것은 맞아요. 당시에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모두 메타버스를 말했죠. 올해는 상황이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비대면 수요가 발생하는 분야는 남아 있어요. 그런 영역이 저희 비즈니스 포인트가 되는 거죠. 또 저희가 보유한 기술은 단순히 비대면을 넘어 3차원 시각화 기술이 메인이기 때문에 이를 도입하려는 국내 대기업과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앙트러리얼리티의 3가지 무기

앙트러리얼리티는 ‘아바타 모션 트래킹 기술’ ‘3D 에셋 생성 기술’ ‘실시간 멀티플레이 최적화 기술’이라는 세가지 메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지=앙트러리얼리티)

앙트러리얼리티는 ‘아바타 모션 트래킹 기술’ ‘3D 에셋 생성 기술’ ‘실시간 멀티플레이 최적화 기술’이라는 세가지 메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특정 물체의 움직임을 그대로 모방해 이미지를 만드는 기술들이다. 닌텐도를 비롯해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이 역시 센서를 활용하는 등 움지임을 파악해 그래픽으로 구현하는 기술 기반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버추얼 휴먼 등에도 비슷한 기술들이 적용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들 기술이 적용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앙트러리얼리티는 소프트웨어만 설치하면 평범한 노트북의 웹캠만으로도 이용자의 움직임을 모방하는 아바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일반 동영상 조차 AI 기술을 적용, 뒷 부분과 같이 영상에서 드러나지 않은 사각지대를 모델링해 3차원 영상으로 변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문화 확산과 함께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그 영향으로 특별한 영업 없이도 각 기업과 기관으로부터 도입 문의 문의가 이어졌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투자에 의지하지 않고 기술 개발에 집중해 자생력을 갖추겠다는 이 대표의 고집이 시대적인 상황과 맞물리며 성과로 이어진 셈이다. 이 대표는 “미래에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비대면 소통의 페인포인트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앙트러리얼리티의 '어나더타운'을 통해 구현된 다양한 가상공간.
어나더타운의 아바타.

앙트러리얼리티의 기술 기반 사업화 노력은 지난해 3분기에 공식 론칭한 ‘어나더타운’으로 결실을 맺었다. 앞서 언급된 아세안 각국의 파트너사와 계약은 이때부터 줄을 이었다. 사업 기반을 마련한 상황에서 공신력 있는 VC 투자는 앙트러리얼리티의 대외적인 위상을 높이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이러한 성과는 두바이 ‘GITEX2022’ 출전, 올해 초 ‘CES 2023’ 참가로 이어졌다.

“대외적으로 역량을 인정받게 되면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인재 영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카이스트를 비롯해 카카오, 하이퍼커넥트 출신, MIT 박사급 인재들을 영입할 수 있었죠. 이를 바탕으로 기술 개발에 더 속도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동윤 대표는 최근 대통령실을 방문해 실시간 모션트래킹 AI기술이 적용된 아바타를 윤석열 대통령 앞에서 즉석으로 시연하기도 했다. (사진=앙트러리얼리티)

앙트러리얼리티가 주목 받은 또 다른 이슈는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의 UAE 방문 당시 초기 스타트업으로는 유일하게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동행한 것이다. 이 대표는 “예상치 못한 주목을 받았다”며 당시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앞서 UAE 파트너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과정에서 알게 된 현지 기관 담당자 한 분이 경제사절단 참여가 저희 기술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참여를 권하셨어요. 신청을 했는데 대통령께서 오신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됐어요. 알고 보니 굉장히 많은 기업에서 지원을 했다고 하더군요. 저희가 선정된 것이 신기할 정도였어요. 아마도 앞서 진행한 UAE 파트너사와의 계약 등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요.”

스타트업의 한계를 뛰어 넘은 비결, 압축적인 경험 덕분

카이스트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첫 사회생활부터 성공이 보장된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댄스 튜토리얼과 관련된 IT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 초기 멤버를 비롯해 몇 군데의 스타트업을 경험하며 막연한 창업의 꿈을 키웠다. 그 스스로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언급한 것은 체성분 분석 전문 브랜드에서 출발해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는 ‘인바디’에서 일하면서부터다. 3년이 안되는 재직 기간 동안 그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펼치는 중견 기업의 영업을 비롯해 기업 경영과 사업 전략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압축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대학 시절부터 인체의 움직임을 기술과 접목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또 안정적인 길을 선택하기보다 열심히 노력해 사회에 공헌하고 성공하고 싶다는 욕구도 강했죠(웃음). 그러다가 인바디를 알게 됐어요. 동문 선배님이 창업해 회장으로 계시기도 했고, 자회사 대표로 일하는 선배가 ‘열심히 노력하면 정말 많이 배울 수 있는 회사’라고 말한 것에 관심이 생기더군요. 일을 정말 많이 하는데도 불구하고 회사 칭찬을 아끼지 않으니 ‘나도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됐죠.”

지난해 말 참가한 두바이 ‘GITEX2022’에서 직접 중동 바이어를 상대로 앙트러리얼리티의 서비스를 설명하는 이동윤 대표. (사진=앙트러리얼리티)

이 대표는 당시 인바디 신입사원에게 제시되던 영업 과제 에피소드를 공유했다. 주저 없이 배정 받은 지역을 돌며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각 병원에 들어가 카달로그를 내밀었다고 한다. 당시를 돌이키며 웃음 짓던 이 대표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놀라웠다.

“다른 신입사원은 좀 당황하는 기색이 보였는데, 저는 그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한 대에 수백만원씩하는 제품을 파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죠. 배정 받은 지역에 가서 병원이고 요가 스튜디오고 닥치는 대로 들어갔어요. 4대만 팔면 됐는데, 저는 20대를 팔았죠. 역대급 기록이라고 하더군요. 그 덕분에 바로 회장님께 발탁이 돼 CEO 직속 스텝으로 일을 했어요. 거기서 인공지능(AI) 팀을 만들었고, 제가 전담을 하게 됐죠. 회장님 직속이다 보니 40, 50대 부장님들의 의견을 취합해 보고하기도 하면서 시니어 분들과 굉장히 많은 일을 했어요. 일은 많았지만, 공부도 굉장히 많이 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본격적인 창업을 꿈꾸게 됐죠.”

메타버스, 어나더타운, 그리고…

앙트러리얼리티가 대중적인 인지도를 획득한 것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알려진 ‘어나더타운’의 영향이 컸다. 제페토, 이프렌드와 같이 대기업 수준만이 선보일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스타트업이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그 기술력 또한 뒤쳐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앙트러리얼리티의 비즈니스 영역을 ‘메타버스’로 한정 짓지는 않는다.

“인체 움직임을 반영한 아바타 모션 기술, 3차원 소통 기술을 개발하다가 메타버스 키워드가 부상하면서 어나더타운 베타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기업들로부터 적용하고 싶다는 연락이 이어지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죠. 결과적으로 앙트러리얼리티에게 어나더타운은 기술 테스트베드이자 캐시카우 사업으로 지속될 거예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저희가 초기 시작한 3차원 소통 기술 고도화 역시 집중 하고 있어요. 올해 3분기에 이 기술을 SDK 형태로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한 앙트러리얼리티의 진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미지=앙트러리얼리티)

앙트러리얼리티의 진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어나더타운은 개방성을 강조한 웹3 모델을 적용해 어느 기업이든 자사 서비스에 임베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표방하는 다른 서비스에 기업들이 입점을 하는 방식과는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이용자들의 활동데이터를 분석, 3D에셋 합성기술 기반 서비스도 베타테스트 중이다. 최근 화제가 된 챗GPT를 적용한 기술 역시 공개를 앞두고 있다.

“모션 GPT라고 해서 올해 2~3분기 내에 공개할 예정이에요. 상세한 내용은 조금 더 완성된 뒤에 공개하겠지만,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텍스트 기반 생성AI인 챗GPT에 저희 모션 트래킹 기술을 접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어나더타운을 소셜 서비스로 확장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소셜 서비스를 통해 확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굉장히 많으니까요.”

앙트러리얼리티의 ‘앙트러’는 프랑스어다. 영어로는 ‘between(사이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앙트러리얼리티는 현실 벽에 부딪히는 소통의 한계를 기술로 확장하는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셈이다. 초기 스타트업으로서 앙트러리얼리티가 이뤄낸 성과는 시작에 불과하다. “다음에 다시 만날 때는 지금과 또 다른 기업을 보여드리겠다”는 이 대표의 다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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