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초엔 창고·공장에서 2족보행로봇이 짐 운반

미국의 2족보행 로봇업체인 어질리티 로보틱스가 짐 나르는 로봇 상용화를 선언했다.

내년 초엔 창고나 생산공장 같은 산업현장에서 두 발 달린 로봇이 사람처럼 짐을 나르기 시작한다는 얘기다. 4족 보행 로봇 이 공장 경비를 하는 것보다 더 현실적으로 인간을 닮은 로봇이 우리 주변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테크크런치,IEEE스펙트럼 등에 따르면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20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 맥코믹 플레이스에서 개막된 국제 창고 물류 전시회인 프로맷(ProMat) 행사에서 창고 및 물류 운영에서 단기에 상업적 성공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된 2족 보행 다목적 로봇인 ‘디지트’(Digit)의 최신 버전을 소개했다. 어질리티 로보틱스도 이 행사에서 짐나르는 2족 보행 로봇 기능을 시연하면서 관련 동영상도 공개했다.

개발사인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로드맵에 따르면 짐 나르는 2족 보행 로봇 ‘디지트V4’의 첫 상용화 시점은 내년 초다. 주로 창고와 공장에서 일정한 무게 이하의 짐을 사람대신, 또는 사람과 함께 나른다.

이 회사는 머리와 손이 달린 최신 이족보행 로봇 ‘디지트(DigitV4)’를 제휴사에 우선 공급한다. 그리고 1년 후인 2025년엔 일반인에게도 판매할 계획이다.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동영상에 보이는 상용화 준비를 마친 디지트V4는 물품 상지를 선반에서 잡아 옮기는 작업을 거뜬히 해낸다. 창고나 공장에서 사람대신, 또는 사람 작업자와 함께 작업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2족 보행 짐 나르는 로봇 시대를 열게 된 이 디지트V4.0과 경쟁 로봇 등 그 주변에 대해 알아봤다.

지속 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사업 진입점 될까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이족보행 로봇 ‘디지트V4’가 손의 그리퍼(집게)로 상자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이 로봇은 당장은 주로 창고에서 물품 상자를 옮기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됐다. (사진=어질리티)
디지트의 V3 버전까지는 머리부에 라이다가 달려있고 그리퍼도 단순하다. (사진=어질리티)

미국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지난 2019년 조너선 허스트 최고기술책임자(CTO)이자 공동창업자 주도로 타조에서 영감을 받은 두 발로 걷는(2족 보행) 로봇을 만들어 소개했다.

이제 이 로봇은 다리가 타조처럼 휘어지는 것만 빼면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진화했다.

이 버전에는 이전과 달리 매니퓰레이터(조작기)와 함께 머리가 달려있어 인간-로봇 인터페이스(HRI)를 수행한다.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이 2족보행 로봇의 운반 작업 기능이 지속 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를 위한 진입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디지트 V4는 이전 디지트 V3와 달리 머리 부분에 LED 눈이 달려 있어 간단한 의사표현(사각형, 또는 스마일모양 점등)도 가능하다. 좌우 센서와 카메라 성능을 개선하고 배터리 용량을 확충해 가동시간을 늘린 데다 새로운 충전도크도 만들었고 충전속도도 개선됐다.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홈페이지에서 디지트V4의 성능과 규격에 대해 “키 175cm, 무게 65kg, 최대 16kg을 옮기고, 16시간 작동시간을 가지며, 충전 필요시 자동으로 도킹스테이션으로 가서 충전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또 “비구조적 지형, 즉 풀이나 바위, 커브에서 돌아다닐 수 있다. 다양한 크기의 물건을 들어서 옮기고 내려 놓을 수 있다. 작동 경로에서 사람/장애물을 감지하고 잠시 멈추고 우회해 돌아간다. 웅크리고 앉아 있을 수 있으며, 상체를 회전하고 다른 방향을 볼 수 있다. 부딪혔을 때엔 팔, 손, 발을 사용해 균형을 잡는다”고 설명한다.

지난 2021년 소개된 디지트 버전은 “제어 시스템은 로봇에 탑재돼 있고 무선 링크를 통해 액세스할 수 있는 강력한 API를 통해 제어된다. 또한 몸통에는 두 개의 멀티 코어 CPU를 내장됐고 모듈식 페이로드 베이를 통해 다양한 가능한 폼 팩터의 세 번째 컴퓨터가 추가 인식 및 강화 학습 기능을 지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즉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트는 연구원이 아닌 사용자도 5분 이내에 작동시켜 걷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회사가 소개한 동영상에는 이 로봇의 목 뒷 부분에 있는 버튼을 눌러 작동시키는 장면도 보인다.

디지트 V 4.0은 1년 전인 지난해 4월 B시리즈 투자 라운드에서 플레이 그라운드 글로벌, DCVC, 아마존 산업 혁신펀드 등으로부터 1억5000만달러(약 1961억 원)의 자금을 투자받은 이후 등장했다.

디지트 머리의 변화

어질리티 로보틱스 디지트V4는 2019년 이래 바뀌지 않았던 머리 부분의 라이다 대신 LED를 부착하면서 좀더 휴머노이드에 가까워졌다. 최신 디지트 V4에는 앞뒤로 LED가, 즉면에 비전센서들이 달려있다. (사진=어질리티 로보틱스)
어질리티 로보틱스 디지트 V2의 모습. 머리부분에 라이다가 달려있다. (사진=어질리티 로보틱스)

최신 디지트 V4에서 시각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디지트의 머리부분 설계다.

디지트의 이전 버전에서 목위로 라이다가 장착돼 있었지만 이제는 목위에 머리같은 것이 달려있다.

디지트의 머리 디자인은 신중하게 이뤄졌는데, 디지트는 인간과 같은 머리를 연상시키려는 의도를 갖지 않았다는 점에서 휴머노이드가 아닌 2족 보행 로봇이다.

로봇의 머리는 최대한 단순화시켰다. 측면에 시각센서가 탑재됐고 전면에는 크고 깜박이는 LED 눈 한 쌍, 후면에는 세 번째 조명이 있는 빛나는 흰색 직사각형 구조로 이뤄졌다.

이 머리는 인간이 자연스럽게 디지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인간로봇인터페이스(HRI)에 초점을 두도록 했다. 따라서 여러 개의 LED로 구성된 된 눈이 사각형이나 스마일 형태로 단순한 의사를 표현한다.

손의 변화

전작 디지트V3의 손(왼쪽)과 20일 개막된 프로맷 2023에서 소개된 디지트 V4의 그리퍼 손. (사진=어질리티 로보틱스)
디지트 V4. (사진=어질리티 로보틱스)

디지트V4는 새로 설계된 손으로 물류창고 내의 물품이 담긴 플라스틱 통을 옮긴다.

이들은 특별히 인간 같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짐나르는 일을 돕기엔 도움이 된다. 이들은 일부 선반에서 상품 통을 꺼내 컨베이어 벨트로 옮기고, 결국에는 그 선반에 상품 통을 다시 갖다 올려놓는다. 인간에게는 아주 단순하고 쉬운 일이다. 다만 인간에겐 시간이 지날수록 육체적 피로가 쌓이는 일이다.

그리고 여전히 일부 창고에서는 사람들이 디지트와 같은 로봇들이 대체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게다가 많은 경우에 인간들은 점점더 이같은 짐나르는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아무도 실제로 이 일을 원하지 않고, 기업들도 어쨌든 이 자리들을 채우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디지트는 업그레이드 되기는 했지만 완성된 게 아니다. 아직 해야 할 작업이 남아 있다.

왜 2족보행 로봇을 투입하려 할까?

어질리티는 지난 2021년 포드와 협력 관계를 가져 가기로 했다. 포드는 동영상을 통해 이 로봇과 자사의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배달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한 바 있다.(사진=어질리티 로보틱스)

왜 산업현장에 2족보행이 필요할까.

2족 보행로봇인 디지트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이 로봇은 인간과 거의 동일한 작업 공간 내에서 인간과 동일한 작업을 수행한다.

이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공장이나 창고 인프라 변경없이 인간의 작업자의 작업 공간만 대체하는 게 목표일 경우에 요구되는 사항이다.

어질리티가 20일 발표 자료에서도 밝혔듯이 디지트는 많은 잠재력을 제공한다.

어질리티는 이 자료에서 “디지트는 다목적이므로 다양한 작업을 실행하고 다양한 워크 플로우에 적응할 수 있다. 한 무리의 디지트들은 현재의 창고 요구사항과 계절적 변화에 맞춰 활용성을 전환할 수 있다. 디지트는 또한 사람 중심으로 돼 있는데 이는 이 로봇이 사람의 크기와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사람을 위해 설계된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구축됐기 때문이며, 비용이 많이 드는 개조 작업 없이 기존 창고 운영 및 준공 인프라에 쉽게 배치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디지트가 이처럼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는 로봇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장점이자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어질리티의 고민은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2족보행 로봇 ‘디지트’가 다목적 로봇이라고는 하지만 가치있는 확실한 임무 수행능력은 창고나 생산현장에서 물품을 나르는 기능(사진)이다. 다양한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진=어질리티 로보틱스)

디지트가 기능상으로 분명한 하나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단점도 있다. 즉, 지금 당장 수행할 수 있는 확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가치있는 분명한 작업이 하나밖에 없다는 점이다. 즉, 디지트가 주로 짐 나르기 용도로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디지트가 대부분의 시간동안 수행할 수 있는 작업 능력(디지트의 현 주소)과 누군가가 비용을 지불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게 수행할 수 있는 작업능력(디지트의 지향점) 사이의 갭을 말해 준다.

이는 제작사의 해결 과제인 셈이다. 그것은 테슬라의 옵티머스 설계상으로 보이는 자유자재로 물건을 집을 수 있는 정밀한 손가락을 추가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어느 시점에서 다가올 로봇 양산 문제다.

어질리티는 자사에 우호적인 로봇학자들을 위해 수십, 수천대, 수만대의 디지트를 만들어 전달하고 지원해야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자사 자동차 생산라인을 옵티머스 양산에 활용할 수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그 반대쪽에 선다.

기대를 모으는 내년 초 2족 보행 로봇 상용화

연구대상이던 로봇을 현실에서 유용하게 활용함으로써 돈 버는 로봇으로 제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질리티 로보틱스가 물꼬를 트려하면서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아틀라스(사진)를 가지고 뭔가 활용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보스턴 다이내믹스)

어질리티가 연구 프로젝트에서 나온 2족보행 로봇으로 인간이 하던 일을 하게 하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또한 이를 이용해 현실에서 유용한 일을 시킴으로써 돈 벌게 해주는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이 언젠가 실현되리란 것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지만, 언제가 될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그것이 자율주행차 같은 것이라도 실현까지는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어질리티는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 대규모 로봇 제조를 시작해 내년초에 파트너업체들에게 로봇을 출하하며, 2025년엔 일반에 출시한다는 공격적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래서 어질리티 로보틱스가 이미 포드 자동차 같은 파트너와 제휴한 것은 현명한 조치로 여겨진다.

또한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이미 자사 최초의 유망 디지트V4 구매 고객들 위한 파트너 프로그램(Agility Partner Program)을 시작했다.

이같은 신속한 행보는 테슬라가 지난 9월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가격을 발표하면서도 출시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과 대조적이다. 옵티머스는 양손에 각각 9kg을 들어 옮길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디지트V4같은 안정감있는 자세를 취하지도 못했고 물건을 나르는 모습도 동영상속에서만 보여줬을 뿐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자사 2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틀라스’로 4.53kg의 물품을 들어 옮기는 모습을 시연한 바 있다.

디지트에 이어 테슬라와 보스턴다이내믹스까지 짐나르는 2족보행 로봇을 상용화할 향후 10년내 물류창고나 생산 공장 여기저기서 인간을 대신해 쉬지않고 일하는 인간을 닮은 로봇을 보게 될 것 같다.

영화속에서만 보던 인간의 모습을 한 ‘기계 노예’(로봇)의 등장 시기가 점점더 가까워지고 있다.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진화(위)와 아시모의 진화(아래). (사진=어질리티 로보틱스, 혼다)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창고에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로봇을 개발하는 회사로서 지난 2015년 설립됐다. 미국 오리건주 코발리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4월 아마존 산업혁신펀드, DCVC, 플레이그라운드 글로벌, 등이 이 회사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입했다.

2015년 설립된 어질리티는 2018년부터 고객에게 디지트 로봇을 출하하기 시작했고 2020년 포드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어질리티의 디지트 로봇은 기업의 소포를 옮기고 트랙터 트레일러에서 상거래 고객 주문품을 내리는 것을 도울 수 있다. 그들은 앞으로, 뒤로, 옆으로, 경사진 곳의 위에서 아래로, 구조화되지 않은 지형을 가로질러 걷거나 제자리로 몸을 돌리거나 앉은 채 걸을 수 있다.

지난해 데미언 셸턴 어질리티 로보틱스 최고경영자(CEO)는 “전례 없는 소비자와 기업의 수요가 직장에서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로봇에 대한 특별한 필요성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어질리티는 오리건주와 실리콘밸리의 사무실을 확장하며, 셸턴이 본사를 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새로운 허브를 열었다. 그는 이전에 리버스 3D 최고기술책임자(CTO)였고, 카네기 멜론 대학(CMU)의 로봇 공학 박사 출신이다.

셸턴은 CMU에서 현재 오리건주립대(OSU) 교수이자 어질리티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은 조너선 허스트를 만났다. 이들은 OSU에서 허스트의 제자였던 미하일 존스와 함께 어질리티사를 창업했다.

어질리티는 지난해 1억5000만달러를 투자받을 당시 약 85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인원이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년전 허스트는 자사 블로그에 “유연한 자동화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공급망 지연과 예측할 수 없는 소비자 수요 외에도 인력 부족과 창고 근로자 부상에 주목했다.

10억달러를 굴리는 아마존 산업 혁신 펀드의 캐서린 첸 대표는 투자관련 성명에서 “혼합된(인간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노동력을 위한 로봇을 설계하는 어질리티의 접근 방식은 정말 독특하고 광범위한 산업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도 이러한 방식으로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이를 따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마도 아마존이 내년초 디지트V4를 도입하는 최초의 기업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아래 네편의 동영상에서는 차례로 (1)두편의 어질리티 로보틱스 디지트V4의 모습 (2)어질리티 의 디지트 로봇 개발 진화 과정 (3)포드-어질리티 협업 택배 영상을 볼 수 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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