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5회째를 맞이하는 최신 정보통신기술(ICT) 박람회, ‘월드IT쇼 2023(이하 WIS 2023)’이 성대한 막을 올렸다.
‘세계의 일상을 바꾸는 K-디지털’을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국내외 기업은 465개에 달한다. 행사를 주최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튀르키예, 필리핀 등 국가의 주한 대사 11명과 외교관 24명을 초청해 국내 ICT 제품과 서비스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2023 ICT기술사업화 페스티벌’ ‘ITRC 인재양성대전 2023’과 동시에 개최되는 이번 ‘WIS 2023’은 나날이 관심도가 높아지는 높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확장현실(XR)을 포함 자율주행, 스마트홈, 디지털 헬스, 로봇·모빌리티 같은 융합 분야와 SW보안 분야 기술 및 신제품들이 대거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다양한 기술과 제품을 선보인 기업들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과기정통부 장관상을 수상한 ‘그래핀스퀘어’ ‘테솔로’ ‘마스오토’ ‘프록시헬스케어’ 등 4개사다. 이중 ‘그래핀스퀘어’ ‘마스오토’는 지난 1월 개최된 ‘CES 2023’ 혁신상의 주역이기도 하다. 이들 기업들이 ‘WIS 2023’ 현장에 선보인 놀라운 기술, 지금부터 소개한다.
그래핀 면상 발열체 응용한 ‘키친스타일러’ ‘라디에이터’
꿈의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은 한층의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 구조로 이뤄진 첨단 나노 신소재로 주목받아 왔다. 강철보다 200배 강하고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도도가 높지만 두께가 0.34 나노미터라는 점은 상용화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홍병희 서울대학교 화학부 교수가 지난 2012년 창업한 그래핀스퀘어는 무려 10여년의 연구개발 끝에 이 그래핀 소재를 활용한 상용화에 성공했다. 기술적 특징은 메탄가스에서 추출한 그래핀을 구리에 증착시켜 얇게 뽑아낸 후 구리를 떼어내 한층의 그래핀을 양산하는 것으로, 그래핀스퀘어는 독자적인 기술 확보는 물론 관련 장비까지 자체 개발했다.
이날 WIS 2023 현장 부스에 선보인 상용화 제품은 ‘그래핀 키친 스타일러’와 ’그래핀 라디에이터’ 등 2종이다. 내달 사용화 제품이 공개되는 그래핀 키친 스타일러는 투명 유리판에 그래핀 박막을 적용해 만든 것으로,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 다는 점, 균일한 가열로 조리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외에 ‘그래핀 라디에이터’는 상용화가 임박한 제품으로 70~80도 정도의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투명 면상 히터와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결합, 난방 인테리어 제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 제품은 올해 1월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 받은 바 있다.
현장에서 만난 신우식 그래핀스퀘어 주임연구원은 “그래핀 키친 스타일러 같은 경우, 다음달 클라우드 펀딩 방식을 통해 2000대 정도의 물량이 판매될 예정”이라며 그래핀스퀘어의 기술적 우위를 설명했다.
“제가 아는 바로는 필름형 그래핀을 개발하는 기술은 저희 회사 외에는 아직까지 개발한 곳이 없습니다. 특히 이를 가지고 상용화한 것은 최초 사례라고 해도 무방하죠. 현재는 이 기술 적용과 관련해 여러 가전 대기업과 협력을 논의 중입니다.”
완전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며 ‘화물운송 트럭’에 먼저 접목
완전 자율주행이 적용된 시대는 언제쯤 열릴까? 각 자동차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이미 기술적인 접근은 상당부분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상용화는 다른 문제다. 법과 제도, 시설 등 역시 완전 자율주행 기술에 맞춰 개정 등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스오토는 기존 비전 카메라 기술을 적용해 기존 화물 트럭에 소프트웨어를 접목하고 자율주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제시하고 있다. 2017년 처음 설립된 마스오토는 2020년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은 유인 자율주행 트럭을 활용해 국내 최초로 경부고속도로 내 '서울-부산' 구간에서 운전자의 개입없는 완전한 자율주행을 달성했다. 또한 지난해 10월부터는 국내 주요 리테일 파트너사들과 계약을 맺고 실제 물류 운송에 마스오토의 마스파일럿이 탑재된 자율주행 트럭을 투입하며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 샌드박스 1호 안건으로 특례 승인을 받아 유상으로 유인 자율주행 트럭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 받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주올림 마스오토 이사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실증을 진행 중이며 올해 3월부터 주요 리테일 파트너사들과 계약을 맺고 실제 뮬류 운송에 마스오토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된 트럭 ‘마스 파일럿’을 투입해 운송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스 파일럿은 비전 기반의 카메라 7대(내부 3대, 외부 4대)와 소프트웨어를 기존 상용 트럭에 설치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죠. 1000만원 이하의 금액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된 트럭으로 개조가 가능합니다. 저희가 집중하는 것은 ‘미들마일(middle mile·중간 물류)’이라고 해서 창고에서 창고로 향하는 구간입니다. 특히 고속도로 구간은 자율주행 트럭의 상용화가 가장 빨리 일어날 구간이라고 보고 준비하고 있죠. 우리나라는 오는 2026년 고속도로 일부 구간의 무인화를 계획하고 있어요. 그 시점에 맞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시장이 열릴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관절 로봇 ‘그리퍼’, 못 잡는게 없네?
이날 현장에서 참관객들의 관심을 끈 또 다른 기업은 테솔로를 꼽을 수 있다. 이 기업이 선보인 제품은 재질, 모양에 상관없이 다양한 물체를 유연하고 안정적으로 파지할 수 있는 델토 그리퍼 3F(delto Gripper 3F)로 세 개의 손가락이 장착돼 있다. 그 외에 델토 그리퍼 2F(delto Gripper 2F)는 최상위 방수, 방진 레벨을 획득한 그리퍼로 수중작업, 유증기 노출 환경 등 극한의 상황에서 안정적인 기능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부스에서 만난 박인호 테솔로 연구원은 “사람의 손가락과 비슷한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해 적용했다”며 “3개의 손가락이 12개의 움직임을 나타내며 100종 이상의 물체 파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는 다른 그리퍼 제품들은 10종 정도 파지가 고작이었지만, 저희는 가능한 많은 물건을 파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에 집중을 했습니다. 현재는 상용화 전 검증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죠. 세 손가락 그리퍼의 경우는 주로 서비스 업을 대상으로 타깃을 잡고 있고, 두 손가락 그리퍼는 산업용으로 개발했습니다.”
미세전류 기술을 적용한 칫솔 개발, 임상까지 완료
일반 치솔에 비해 전동치솔은 힘 안들이고 효과적으로 양치를 할 수 있는 제품으로 사랑받아왔다. 그런데 적잖이 심한 전동이 불편한 경우도 많아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면서 보다 높은 잇몸염증 개선과 플라크 제거 효과를 발휘하는 칫솔이 있다면 어떨까? 프록시헬스케어가 이날 현장에서 선보인 ‘트로마츠’는 미세전류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개념의 칫솔이다.
2019년 창업한 5년차 스타트업 프록시헬스케어는 직류와 교류를 접목한 전자기 파동(TROMATZ WAVE)을 활용해 치아 플라크(미생물막)를 제거하는 원천기술을 개발, 보유하고 있다. 전동칫솔과 달리 무자극, 무진동이 특장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칫솔 본연의 기능인 플라크 제거 뿐 아니라 시린이와 잇몸 염증, 입 냄새 제거 등에 탁월한 성능을 보였다는 점이다.
연세대 및 울산대에서 시행한 임상시험 결과 플라크 지수는 6배, 잇몸 염증은 53.6%가 개선된 것이 확인됐다. 이러한 기능은 미국 FDA를 비롯해 KC, FCC, CE, PSE, ISO9001 인증을 취득하며 인정 받았다.
현장에서 만난 백하영 프록시헬스 대리는 “일반적인 양치법으로 2분 30초 정도만 양치하면 플라크, 백태 등의 제거된다”며 “치아 교정 치료를 받는 분들께 특히 도움이 많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안전성은 어떨까? 백 대리는 무해함을 강조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고객들이 질문을 주세요(웃음). 하지만 미세전류를 통한 제품들은 이미 일상 속에서 다양하게 접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인체 인바디 제품 역시 미세전류를 이용한 것이죠. 얼굴 피부 미용 기기 역시 미세전류를 활용하고 있고요. 현재는 한국 시장은 물론 미국 지사를 통해 해외에도 공급되고 있죠.”
한편 21일까지 진행되는 WIS 2023에서는 인공지능, XR과 메타버스, 자율주행, IT 연결성 등 차세대 ICT 주요 기술 및 트렌드를 공유하는 ‘글로벌 ICT 트렌드 인사이트 콘퍼런스’와 주요 ICT 바이어와 참가기업 간 사전매칭을 통해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만들어 내는 ‘글로벌 빅바이어 수출상담회’ 등 부대행사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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