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시대 흐름에 올라탄 반도체주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이를 테면 엔비디아형(GPU 주도형)기업은 급상승세, 인텔(CPU주도)형은 급하락세를 보이며 극과 극을 달렸다. 지난 24일 발표된 그래픽칩(GPU) 제조업체 엔비디아의 분기(2∼4월) 실적, 그리고 다음분기(5~7월) 예상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자 시장은 주가 24% 급상승이라는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업계 최초로 시총 1조달러(약 1330조원)에도 다가섰다. 반도체 전문 업체들 가운데 GPU나 AI 빅테크 협력 업체들이 동반 상승세를 기록했다. 반면 인텔로 대표되는 CPU 기업은 주가 급락을 감수해야 했다.
엔비디아가 AI시대를 맞아 CPU반도체가 지고 GPU 반도체가 뜬다는 강력한 신호를 재확인시켜 주었다. 엔비디아가 증시 분석가들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분기 호실적을 낸 배경, 강점, AI시장과 칩 시장 경쟁 상황 등을 지난주 급등·급락한 AI 관련주와 함께 살펴봤다.
엔비디아, “올해 기록적 한해 될 것”···시장이 뜨겁게 반응했다
엔비디아가 충격적일 정도로 강력한 미래 전망을 보고한 지난 24일 장마감 후 거래에서 시가총액이 1조 달러 가까이로 급등하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젠슨 황 CEO는 회사가 “거대한 기록적인 한 해”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매출이 증가한 이유는 이 회사의 그래픽칩(GPU)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인데, 이는 구글, MS,오픈 AI같은 AI애플리케이션에 동력을 제공한다.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동안 데이터 센터의 AI 칩 수요에 힘입어 110억달러(약 14조 6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분석가의 추정치 71억5000만달러(약 9조5000억 원)를 크게 넘겨버렸다.
젠슨황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발화점은 생성 AI였다. CPU 확장 속도가 느려지고 가속화된 컴퓨팅이 앞으로 나아갈 길임을 알고 있으며, 이에 따라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컴퓨터 제조 방식에 있어 뚜렷한 변화에 올라타고 있으며 이 덕분에 데이터 센터용 칩 부품 규모가 1조 달러(약 1330억 원) 규모의 시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 역사적으로 컴퓨터나 서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중앙 프로세서 또는 CPU였다. 그리고 그 시장은 AMD를 주요 라이벌로 하는 인텔이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는 AI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면서 그 중심이 GPU로 바뀌었고 최첨단 시스템은 CPU 하나에 무려 8개의 GPU를 사용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현재 AI GPU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젠슨황 엔비디아 CEO는 “과거 데이터 센터는 주로 파일 검색을 위한 CPU로 구성됐다면 미래에는 생성 데이터가 될 것”이라며 “데이터를 검색하는 대신 일부 데이터를 검색하지만 대부분의 데이터는 AI를 사용해 생성해야 한다. 따라서 수백만 개의 CPU 대신 훨씬 적은 수의 CPU를 사용할 수 있지만 이는 수백만 개의 GPU에 연결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기본적으로 한박스 내에서 AI를 교육하기 위한 AI 컴퓨터인 엔비디아의 DGX 시스템은 엔비디아의 고급 H100 GPU 8개에 CPU는 2개만 사용한다.
구글의 A3 슈퍼컴퓨터는 인텔 하이엔드 제온 프로세서 한 개와 엔비디아 H100 GPU 8개를 결합해 만들어진다. 엔비디아 1분기 데이터센터 사업이 14%나 성장한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이는 AMD의 데이터 센터 사업부 제자리걸음 성장이나 인텔의 AI 및 데이터 센터 사업부의 39% 감소와 크게 대비된다.
또한 엔비디아의 GPU는 많은 CPU보다 더 비싼 경향이 있다. 인텔의 최신 제온 CPU는 정가로 1만7000달러에 이르지만 엔비디아의 중고시장에서 엔비디아 H100은 4만달러에 팔린다.
수요가 더 많은데다가 가격까지 높으니 매출이 늘지 않을 도리가 없다.
AI칩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주중 주가 24% 상승에 이어 AMD도 11% 상승세를 기록했다. AMD는 CPU를 생산하는 동시에 크게 뒤진 시장 점유율로 엔비디아를 추격중이며 이른바 개별, 또는 독립형 GPU 전문업체다.
엔비디아형 기업들도 떴다
하늘 높은줄 모르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비결은 AI훈련용 데이터센터와 AI 슈퍼컴에 최적화된 그래픽칩(GPU)이다. 컴퓨터용 칩 시장이 GPU 위주로 전환되면서 그 반대편에 있는 인텔 같은 CPU 중심 기업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게 된다.
엔비디아의 실적은 이 회사를 반도체 업계 최초로 시총 1조달러에 육박하는 회사로 만든데 이어 AMD, 브로드컴, 마벨 같은 일부 반도체 회사는 동반상승 호재로, 인텔 같은 전통적 CPU 제조업체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마벨(Marvell Technology) 주식은 지난주 44.97% 상승한 65.51달러가 됐다. 마벨은 AI훈련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반도체 솔루션 공급업체다.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등 최근 뜨는 AI 빅테크들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이 회사의 제품 솔루션은 크게 5개 엔드마켓용으로 제공된다. 여기에는 데이터센터 연결(DCI) 솔루션, 엔터프라이즈 네트어킹, 통신 인프라, 소비사, 자동차 및 산업분야가 포함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두고 있다. 1995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2023년 현재 7,000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1만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2023 회계연도에 59억 2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브로드컴 주식도 지난주 19.06% 상승한 812.73달러가 됐다. 이 회사는 AI 슈퍼컴퓨터들을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데이터 센터, 통신, 엔터프라이즈 및 임베디드 네트워킹 애플리케이션의 데이터 이동을 관리하기 위한 반도체 솔루션을 제공한다.
브로드컴은 미국의 광범위한 반도체 및 인프라 소프트웨어(SW) 제품 설계, 개발, 제조업체로 꼽힌다. 이 회사 제품은 데이터 센터, 네트워킹, SW, 광대역, 무선, 스토리지 및 산업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매출 규모는 332억 달러다.
이밖에 TSMC의 주가도 12% 상승했다. 이 회사는 자체 칩을 설계한 후 섬세하고 기술적인 제조 공정을 TSMC에 의존하는 많은 반도체 회사들에게 칩을 제조해주는 핵심 업체로 부각되고 있다.
CPU 중심 기업 인텔과 퀄컴은
엔비디아의 폭발적 매출 수익이 한참 뒤에서 추격하는 AMD같은 GPU 경쟁사는 부정적 시각속에도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광범위한 주가 상승 랠리에서 빠진 것은 AI 붐 이전부터 어려움을 겪어온 인텔이었다.
인텔로 대표되는 CPU 제조업체들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인텔 주식은 장 막판에 약 5.5% 하락하며 마감됐다.
모바일 칩셋을 제조하는 퀄컴은 장 초반 1.3% 하락했다가 이날 오후 손실을 만회한 뒤 26일 6.39% 상승한 110.35달러로 마감해 선방했다.
반도체시장 주력, 어느새 CPU→GPU
다양한 범위에 걸친 반도체 업계 주가 등락의 시사점은 반도체 시장의 초점이 전통적 컴퓨터 칩에서 벗어나 AI용 GPU 제조업체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GPU 기업은 스타트업과 기존 IT업체들이 앞다퉈 AI 플랫폼을 구축함에 따른 기업 수요 급증세의 수혜주였다. GPU는 오픈AI의 챗GPT와 구글의 바드를 가동하는 데 도움을 준 대규모언어모델(LLM)과 다른 AI 기술 뒤에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기업들은)수백만 개의 CPU 대신 훨씬 적은 수의 CPU를 갖게 될 것이며, 하지만 이들은 수백만 개의 GPU에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는 그 반대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지키느냐, 깨느냐...날로 치열해지는 AI 칩 시장 경쟁
엔비디아 호실적이 가져다 준 쇼크는 향후 AI 칩 시장을 가열시키며 더 치열한 경쟁으로 이끌 것이다.
AMD는 특히 게임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GPU 사업을 하고 있고 뒤늦게 가세한 인텔도 자체 GPU 계열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들은 특별히 새로운 AI용 만들기에 가세하고 있다. 퀄컴과 애플 같은 모바일 중심의 회사들은 언젠가는 거대한 서버 팜(데이터센터)이 아닌 사용자의 주머니에서 실행될 수 있도록 그 기술을 계속해서 밀어붙이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은 자체 AI 칩을 설계하고 있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하이엔드 GPU인 H100은 현재 챗GPT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는 기업들의 선택을 가장 많이 받는 칩이다. 이 칩은 수 테라바이트(1테라=1조)의 데이터를 처리해 교육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나중에 AI 모델을 사용해 텍스트,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예측을 수행하는 ‘추론’이라고 부르는 과정을 실행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그리고 엔비디아가 아성을 유지하느냐, 경쟁사가 이 아성을 깨느냐가 향후 반도체 시장 주도권 전쟁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분석가들은 엔비디아가 AI 애플리케이션에 모든 GPU 하드웨어 기능을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독점 소프트웨어(SW)를 제공하고 있어 AI 칩 부문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젠슨 황은 지난 24일 자사의 소프트웨어(SW)를 복제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분석가들과의 통화에서 “모든 SW와 모든 라이브러리, 모든 알고리즘을 엔지니어링하고 이들을 프레임워크에 통합 및 최적화한 다음 단일 칩이 아니라 전체 데이터 센터의 아키텍처에 맞게 최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상하는 AI의 위협
한편 AI 오남용에 따른 여론 호도 등의 위험성도 점점도 명백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 국방부 인근에서 AI가 생성한 것으로 보이는 폭발 장면이 담긴 가짜 사진이 퍼지면서 잠시나마 미국 증시가 급락했다가 돌아오는 사태가 발생했다.
국립실종착취아동센터는 아동 착취자들이 가짜 아동 성적 학대 콘텐츠를 공유하고 적발을 피하기 위해 생성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 인사 분석 회사는 새로운 AI 도구가 여성 고용에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벤처 투자가들 중 일부는 AI에 의해 끝날지도 모르는 투자에 대비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 UBS 분석가들은 AI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지적 재산 유출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시장에 매우 파괴적임을 보여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회사 앤트로픽은 유해한 콘텐츠 생산에 덜 조작되는 AI 봇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4억 5000 달러를 모금했다고 말했다. 틱톡은 타코라는 이름의 자체 AI 챗봇을 테스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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