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배터리가 궁금하다]② 배터리 수명 저하시키는 5대 요인

지난달 초 중국의 한 부두에 있는 버려진 컨테이너에서 발견된 전기차 3대가 화제가 됐다. 이 차량들은 테슬라의 첫 모델인 2010년형 로드스터 신차로서 13년전에 컨테이너 안에 버려진 것이었다가 현 주인에 의해 발견돼 입찰에 부쳐지게 됐다고 한다. 미 경제뉴스 사이트 비즈니스 인사이더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 수리 전문 업체인 ‘그루버 모터 컴퍼니’ 판매를 중개한 이 차량 가격이 무려 9억원이 넘어 화제가 됐지만 사람들의 또다른 관심사는 과연 이 차의 배터리가 작동될지 여부였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교체해야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주변에 전기차가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사람들이 중고 테슬라나 다른 전기 자동차 브랜드를 구매하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 수명은 큰 관심사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치의 50~70%를 차지하는 리튬이온 블랙박스다. 배터리가 방전되면 자동차도 ‘죽는’ 게 현실이다. 과연 전기차 주행거리와 사용 수명은 어느 정도 되는지, 전기차 배터리는 어떻게 소진되는지, 어떻게 하면 수명저하를 최대한 늦출수 있는지, 대표적 자동차들은 배터리 수명에 대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최근 미국 전기차 커뮤니티인 리커런트가 이같은 의문을 해결해 줄 자료를 공개했다. 이 커뮤니티는 1만5000명의 회원들이 보유한 전기차를 대상으로 리콜 상태, 소유자 자체 보고서 및 종종 교체 이벤트를 나타내는 차량 범위의 비정상적인 점프를 관찰해 시간 경과에 따른 배터리 교체를 추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닛산 리프, 벤츠 모델S, 테슬라 모델 3,BMW i3, GM 쉐비 볼트 전기차의 배터리에 대해서도 평가하고 있다. 특히 거의 10년 동안 운행중인 닛산 리프와 테슬라 모델 S의 구형 모델에 대한 정보는 주목할 만하다. 이 사이트 보고서 내용은 일부 제조사 및 모델 연도의 제한된 데이터여서 도로 위를 달리는 모든 전기차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기차 수명을 관찰해 볼 수 있는 소중한 데이터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전기차와 전기 배터리에 대한 궁금증을 3회에 걸쳐 알아 본다.


[전기차 시대, 배터리가 궁금하다]① 도대체 전기차 배터리가 뭐길래

[전기차 시대, 배터리가 궁금하다]② 배터리 수명 저하시키는 5대 요인

[전기차 시대, 배터리가 궁금하다]③ 생각보다 오래간다···5개 모델 평가


배터리 성능 저하에 대해 궁금한 것들

전기차 배터리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성능저하를 보인다. (사진=위키피디아)

배터리 성능 저하는 배터리 수명 주기의 일반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항상 발생하는 게 정상이다.

대부분의 전기 자동차는 다른 가정용 기기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배터리인 고전압 리튬 이온 배터리에 의존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시간경과에 따른 자연스런 노화현상, 즉 캘린더 에이징을 시작한다.

이는 주행거리에 영향을 미친다. 배터리 과학에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는 휴대폰과 노트북을 사용하면서도 알아차릴 수 있는 부분이다. 전기차 운전자가 운전하지 않더라도(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터리 전력과 효율이 서서히 저하된다.

좀더 자세히 살펴본다면 자연적 배터리 성능 저하를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이 있다. 그것은 물리적, 화학적 반응이 더 빨리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배터리 노화의 5대 주범은 ▲열 ▲극저온에서의 사용 ▲극단적인 충전 상태 ▲급속 충전 ▲사용과 기계적 스트레스다.

따라서 이를 제어하면 급속한 배터리 노화(성능 저하)를 늦출 수 있다. 배터리에 대한 화학 반응의 물리적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화학 반응 속도를 높이지 않도록 이를 피하는 게 대응책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최신 전기차에서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 이 가운데 많은 부분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지만 그같은 요인을 모두 이해하는 것이 좋다.

좋은 소식은 전기차 배터리가 생활속에서 사용하고 있는 다른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하며 보증된 수명 그 이상을 보장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다.

배터리 성능 저하를 가져오는 5가지 요인을 자세히 살펴본다. 이를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하는데 최소한 네가지는 가능하다.

전기차 배터리는 열에 약하다. (사진=위키피디아)

초기 닛산 리프 전기차의 배터리는 리튬 배터리의 수명에 대해 중요한 것을 가르쳐 주었다. 이 배터리들은 열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프 배터리는 활성 냉각수가 없었기 때문에 더운 기후에서 전기차는 예상보다 더 빨리 성능저하를 보였고 많은 배터리를 교체해야 했다. 비록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닛산의 초기 실수로부터 배우고 배터리 팩에 열 관리를 설치했지만 여전히 배터리는 가능한 한 시원하게 유지해야 더 오래 지속되는 게 사실이다.

모든 전기차의 열 관리 시스템이 동일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차를 그늘에 주차하고, 충전하기 전에 차를 식히고, 더운 기후에 사는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차를 식혀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열은 에너지의 한 형태이고 전기차 소유자들이 시스템에 더 많은 에너지를 더하면 화학적, 물리적인 반응이 더 빨리 일어난다.

배터리의 경우 열은 2차 반응을 더 빨리 발생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열은 양극에 있는 금속들이 전해질로 용해돼 더 빨리 쓸모없게 만든다. 또한 열은 양극의 원자 배열을 변화시켜 잠재적으로 용량 손실이나 높은 저항, 또는 둘 다 초래할 수 있다.

열로 인해 구성 요소를 함께 고정하는 바인더 같은 배터리의 다른 구성 요소가 마모될 수도 있다. 바인더는 누출되지 말아야 할 곳으로 스며들어 리튬을 차단하거나 양극과 음극을 손상시킬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고온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복잡한 컴퓨터 시스템과 열 제어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열은 배터리 수명과 관련해 항상 문제가 된다.

요즘같은 여름에는 특히 열에 차량이 뜨거워지지 않게 하는 게 좋다는 얘기다.

극저온

전기차 배터리는 열에도 약하지만 극저온에도 약하다. (사진=위키피디아)

배터리의 성능은 뜨거운 대기온도는 물론 극저온에서도 감소한다. (우리는 가솔린 엔진 차량에서도 추운 겨울에 배터리 방전이 자주 일어나는 것을 경험한다.)

온도는 에너지를 측정하는 척도이므로 바깥 기온이 차다면 전체적으로 에너지가 적어 사용 가능한 전력이 줄어든다.

또한 낮은 온도에서는 음극, 양극 및 전해질 내부의 리튬 반응 및 이동이 더 느려진다. 리튬이 음극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 더 어렵고 양극과 반응하는 리튬을 지탱해 줄 에너지가 더 적어진다.

마지막으로 음극과 양극은 리튬을 수용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리튬이 도금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며, 이는 배터리 성능 저하로 이어진다.

물론 대부분의 최신 전기차에는 배터리 열 관리 시스템이 장착돼 있어 배터리 팩을 예열해 이러한 저온에 의한 배터리 열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예열용 전원 연결이 어려운 전기차라며 배터리를 데우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가 배터리 자체에서 발생한다. 이는 배터리 사용에 따른 배터리 노화가 더 많이 발생하게 만든다. 어느 쪽이든 기온이 낮아지면 노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따라서 겨울철에 추운 곳에 차를 두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극한의 충전 상태(Extreme State of Charge)

배터리 방전깊이를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안정적 충전 대역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배터리 수명저하 방지에 도움이 된다. (사진=리커런트)

방전 깊이에 유의해 배터리의 충전상태를 안정적 대역으로 유지하는 것은 배터리 수명저하 방지에 도움이 된다.

방전 깊이는 충전과 충전사이에 얼마나 배터리를 사용했는지를 말한다. 예를 들어 100kWh 배터리를 사용하는 경우 방전 깊이가 80kWh이면 배터리 용량의 80%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험실 연구에 따르면 배터리 셀은 방전 깊이가 낮으면 훨씬 오래 지속되며, 배터리가 화학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50% 대의 충전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다. 즉, 충전하기 전에 배터리의 50%를 사용하는 대신 배터리의 20%를 사용하고 충전한 다음 30%를 사용하는 것이다.

원리가 뭘까.

배터리는 화학적 위치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기 때문에 작동한다. 그것은 공을 떨어뜨려 땅에 떨어지기 전의 위치 에너지와 매우 비슷하다.

공은 높이 올라갈수록 가장 많은 중력 위치 에너지를 가진다. 마찬가지로 배터리는 모든 리튬이 충전되고 음극에 있을 때 가장 큰 전위 에너지를 가진다. 이 상태에서 리튬은 매우 높은 반응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되었을 때 본질적으로 덜 안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높은 화학 전위 에너지는 화학적 부반응(副反應)에 대한 리튬의 손실을 촉진할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반응은 리튬 도금 반응이다. 이는 리튬이 탄소층 사이를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음극 위에 퇴적될 때 발생한다. 배터리가 충전 및 방전될 때마다 이 순수한 리튬층이 팽창할 수 있다. 그것은 양극이나 음극으로 들어가는 다른 리튬 이온의 능력을 차단한다. 따라서 이는 리튬을 소비해 배터리의 용량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리튬의 이동을 어렵게 해 저항을 증가시킨다. 이것이 파워 감소의 원인이 된다.

가장 극단적인 상황에서 이 리튬 도금은 반대편 노드에 도달해 단락을 유발해 덴드라이트라고 불리는 나뭇가지 모양의 가시들을 형성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축적돼 배터리를 손상시킨다.

하지만 그것만이 높은 잔존 용량 상태에서 성장하는 유일한 것은 아니다.

SEI 층은 화학적 전위 에너지가 가장 높을 때 더 커진다. 이 층이 성장함에 따라 더 많은 리튬이 소비돼 리튬을 에너지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어떤 활성 리튬이 남아 있든 간에 더 두꺼워진 SEI 층을 통과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면 배터리가 불안정해지고 저항이 높아질 수 있다.

이 저항증가는 주차장 빈공간이 들어차면서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대기줄이 늘어나고, 운전자들이 더욱더 빈 주차공간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배터리의 저항은 충전 상태(잔존용량)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배터리를 바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매우 높거나 매우 낮은 충전 상태를 피하는 것이 과도한 성능저하를 막는데 가장 좋다. 충전량이 높거나 낮은 리튬 이온 배터리를 보관하면 제품이 손상될 수 있다.

지속적 급속 충전(Fast Charging)

전기차 배터리 성능저하를 막는 데는 급속충전보다 완속충전이 좋다. (사진=위키피디아)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은 리튬 이온과 전자를 배터리 셀 안에서 움직이는 물리적 과정이다. 충전 속도가 빠를수록 물리적 과정이 더 강하게 일어나고, 전지 소재에 물리적 스트레스나 미세 손상이 더 많이 발생한다. 직류전압 급속 충전과 같이 매우 높은 전압의 충전에서는 열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배터리 수명에 이상적이지 않다.

DC 급속 충전은 비유하자면 베이컨을 두장 깐 치즈버거를 먹는 것과 같다. 도로 여행시에는 괜찮지만 매일 급속 충전하는 것은 피하는 게 가장 좋다. 대부분의 배터리는 일반 레벨 2 또는 220V 충전용으로 제작된다.

급속 충전은 배터리에 매우 높은 전압을 인가함으로써 이뤄진다. 전압이 높을수록 음극에서 양극으로 오가는 전자와 리튬 이온에 더 많은 힘이 가해진다. 리튬 이온이 양극에 들어갈 수 있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양극에 도착하면 리튬 도금이 발생할 수 있다. 리튬이 양극에 들어가기가 훨씬 더 어려운 저온에서 특히 그렇다.

최근 전기차는 때때로 고전압 충전을 하도록 설계됐지만 매일 낮은 전압 충전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사용 및 기계적 응력(Usage and Mechanical Stress)

앞서의 요인들이 배터리의 조기 성능 저하에 훨씬 더 많이 기여하지만, 실제로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도 성능 저하에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리튬 이온을 배터리의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부담스러운 과정이며, 2차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기회다.

연구에 따르면 배터리가 더 심하게 방전될수록 열화가 더 빨리 발생한다.

리튬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는 것은 팽창과 수축으로 인한 기계적 응력을 유발할 수 있다. SEI 층의 균열은 추가 리튬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양극과 음극의 균열은 배터리 역학의 단절, 재료 손실, 또는 저항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배터리를 더 공격적으로 오래 사용할수록 이러한 스트레스는 더 많이 쌓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기차를 사용하거나 즐기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일상적인 사용과 긴 드라이브를 포함해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대적인 전기차용으로 제작된 배터리 팩은 500회 충전 및 방전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고 운전자가 15만마일(약 14만km)을 달릴 수 있게 해 준다.

비교하자면 휴대폰 배터리는 사람들이 새 것을 사는 것을 고려할 수 있을 정도인 2년 안에 충분히 열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휴대폰 배터리는 종종 하루에 한 번 완전히 충전되고 방전된다. 이는 2년 동안 약 730 사이클에 해당한다. 전기차 배터리는 평균적으로 1000 사이클 이상 지속되도록 제작된다.

그렇다면 자동차 배터리가 휴대폰 배터리처럼 성능이 저하될까.

자동차 배터리는 휴대폰이나 노트북에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배터리지만 오래 가도록 설계, 제작 및 유지 관리된다. 일반적으로 연간 1~2%의 범위 저하가 발생하며, 차량이 장기 사용 상태에 들어가는 첫 5만마일(약 8만km)이 되면 더 빠른 속도로 성능저하기 이뤄진다.

이 중 일부는 전기차 배터리 수명 최적화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귀결된다. 또 일부는 자동차가 열, 고전압 및 극단적인 충전 상태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에 따라 달라진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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