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용철 드래프티파이 대표 “게임 방송 콘텐츠 시장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모든 것이 가능한 플랫폼 만들고 있죠”

게임 방송 스트리머 대상 콘텐츠 생산·유통·소비가 모두 가능한 ‘팬덤 극대화 플랫폼’ 구축
팬덤 액티비티 강화, 스트리머에게는 온라인 에이전시 역할… 모두의 페인포인트 해결
카이스트에서 신경과학 박사 학위, e-스포츠팀 ‘뉴욕 엑셀시어’ 감독/데이터 분석 팀장으로 활약
지난해 7월 창업한 드래프티파이가 같은해 10월 선보인 ‘플레이스쿼드’ 플랫폼은 그간 게임 콘텐츠 스트리밍 시장의 페인포인트로 인식됐던 스트리머와 팬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지=드래프티파이)

글로벌 게임 산업이 다양화 된 시점은 아마도 블리저드가 1990년대 출시한 스타크래프트 이후가 아닐까? 전 세계적으로 프로게임단이 출범하고, 1020세대에게 프로게이머가 인기 직업으로 부상하는가 하면 게임 전문 중계 방송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글로벌 게임 산업은 해를 거듭할수록 높은 성장을 이어갔고, 지난해 기준 282조원 이라는 엄청난 규모를 과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프로게이머 간 게임을 중계하던 게임 방송은 자신이 게임하는 영상을 라이브 스트리밍하는 셀럽, 즉 스트리머 중심으로 진화해 왔다. 현재 글로벌 게임 콘텐츠 스트리밍 시장의 규모는 약 13조원으로 무려 1000만명의 게임 스트리머와 12억명의 시청자가 게임 방송 콘텐츠를 중심으로 연결되는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게임 콘텐츠 스트리밍 시장을 대표하는 것은 글로벌 빅테크로 꼽히는 아마존의 ‘트위치’다. 트위치는 스트리머가 자신의 게임 영상을 생중계하며 시청자들과 채팅으로 대화하는 방식의 서비스를 통해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다.

그런데 최근 이렇듯 공고한 트위치의 게임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드래프티파이다. 지난해 7월 창업한 드래프티파이가 같은해 10월 선보인 ‘플레이스쿼드’ 플랫폼은 그간 게임 콘텐츠 스트리밍 시장의 페인포인트로 인식됐던 스트리머와 팬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트래프티파이가 구상하는 플레이스쿼드의 성장 전략이다. 현재 셀럽 스트리머와 팬이 직접 인터렉션 할 수 있는 ‘스쿼드’ 서비스를 시작으로 팬덤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인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플레이스쿼드를 하나의 앱에서 게임 콘텐츠 생산·유통·소비가 모두 이뤄지는 슈퍼앱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계획을 정용철 드래프티파이 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게임 콘텐츠 생태계의 니치 마켓, 팬덤의 니즈를 공략한다

카이스트에서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정용철 드래프티파이 대표는 창업 이전 e-스포츠팀 ‘뉴욕 엑셀시어’ 감독, 데이터 분석 팀장을 맡아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사진=테크42)

“플레이스쿼드는 아이돌 팬덤 플랫폼 ‘위버스’와 같은 게임 팬덤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트위치를 비롯한 게임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는 현재 스트리머들이 본인이 사용하는 서드 파티 서비스를 배너 링크 형태로 걸어 놓고 있어요. 예를 들어 후원 플랫폼인 트윕, 투네이션, 메신저인 디스코드, 커뮤니티 플랫폼인 트게더, 편집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 채널 등이죠. 지금은 저희 플레이스쿼드 역시 시청자 참여 콘텐츠 신청을 하는 서비스 배너로 사용되고 있고요. 이것만 봐도 팬덤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희 플레이스쿼드는 이 모든 팬덤 활동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두 가능하게 하도록 하겠다는 거죠. 이게 바로 게임 팬덤을 중심으로 한 슈퍼앱으로 가겠다는 목표이기도 해요.”

즉 플레이스쿼드는 서비스 관점에서 팬덤 플랫폼을 지향하면서 행태로는 슈퍼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 대표는 이를 위한 서비스 제공 과정을 세 단계로 계획하고 있다. 첫 번째는 충성 팬덤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셀럽 스트리머들이 충성 시청자를 확보하고 그들에게 특별한 리워드를 제공하는 방식은 ‘스쿼드’ 서비스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플레이스쿼드의 '스쿼드' 서비스를 통해 셀럽 스트리머들은 자신의 팬들과 다양한 '시참(시청자 참여)'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다. (이미지=드래프티파이)

“스쿼드는 가장 최상의 팬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서비스예요. 시청자 참여 방식을 통해 스트리머가 자신의 팬 중에 일부를 뽑아 함께 게임을 할 수 있게 한 거죠. 이전까지 스트리머가 이를 직접 진행하기 위해서는 쉽지 않았어요. 비용도 많이 들고 함께 게임을 할 시청자를 뽑는 것부터 관리하고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것, 또 본인의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 등이 체계화 돼 있지 않았거든요. 이러한 문제는 시청자 참여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쉽지 않은 상황이 됐는데, 저희는 이를 원클릭으로 매칭 시켜주는 서비스인 ‘스쿼드’로 해결한 거죠.”

얘기를 듣고 보니 스쿼드 서비스는 셀럽 스트리머와 팬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도록 돕는 일종의 ‘온라인 에이전시’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정 대표 역시 이에 동의하며 기존 게임 방송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트위치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트위치는 스트리밍에 특화된 서비스예요. 팬덤을 관리하기보다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광고 수익을 얻고 서드 파티 서비스와 협력하는 형태의 플랫폼이죠. 반면 저희 플레이스쿼드는 팬덤 액티비티에 집중한 플랫폼이라 할 수 있어요. 팬덤 활동을 하기 위한 여러가지 서비스를 온보딩 시켜서 경쟁이 아닌 상생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죠.”

스트리머와 팬이 함께하는 액티비티에 집중한다는 전략은 플랫폼으로서 플레이스쿼드의 락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는 실제 높은 이용자 충성도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론칭 10개월만인 현재 플레이스쿼드를 매일 방문하는 이용자는 전체 MAU(월간활성사용자)의 60%에 달한다. 아직 이렇다할 홍보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가닉으로 유입되는 수치라는 점에서 그 잠재력이 느껴졌다.

카이스트 출신의 프로게임단 감독이 창업가로 변신한 이유는?

(왼쪽부터)오영택 드래프티파이 CTO, 정용철 대표. 경기과학고 시절 기숙사 친구이자 게임 친구였던 두 사람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드래프티파이)

정 대표의 어린 시절 꿈은 ‘프로게이머’였다.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게임의 재미를 접했고, 한 때 e스포츠 분야에서 일했던 사촌 형 덕분에 선수들의 연습실을 방문했던 경험은 지금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게임은 정 대표에게 특별한 인연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바로 드래프티파이의 오영택 CTO(최고기술책임자)다. 두 사람은 경기과학고등학교 재학 시절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를 함께하는 기숙사 게임 친구였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학국과학기술원(KAIST)에 동반 진학한 후에도, 정 대표가 프랑스로, 오 CTO가 독일로 교환학생을 떠난 시절에도 이어졌다. 이후 정 대표는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오 CTO는 취업을 하게 되며 두 사람은 한 동안 각자의 삶을 살았다. 당시 생명과학 분야에서 신경과학을 연구했던 정 대표는 자신의 분야에서 쌓은 방법론과 박사 과정 말미에 접한 AI(인공지능) 분야를 접목해 e스포츠에 적용하는 시도를 했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시도는 그의 삶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당시에는 AI를 이용해 뭘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게임을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에 적용해 본 거였어요. e스포츠는 디지털화 된 데이터가 명확하게 나오는 분야이기도 했으니까요. 제 눈에는 보이는 내용들이 있는데, 막상 그런 분석을 해주는 유튜브 채널은 없더군요. 그래서 대학원 과정에서 습득한 연구 방법론과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그것을 본 프로게임단에서 제안이 오더군요.”

여러 프로게임단에서 제안을 받은 정 대표의 선택은 평소 자신이 좋아했던 ‘뉴욕 엑셀시어’였다. 감독으로 합류한 정 대표는 이후 데이터 분석 팀장을 역임하며 AI를 이용해 전략과 훈련 방법을 제시하는 분석 서비스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이를테면 ‘덕업일치(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의 꿈을 이룬 셈이다.

“야구 등의 전통 스포츠는 데이터 기반 훈련 방식이 어느 정도 정립이 돼 있었다면, e스포츠는 게임에서 데이터를 얻는다는 게염 자체도 없었어요. 역사가 짧기도 하고, 코치나 감독들이 대부분 프로게이머 출신들이라 데이터의 중요성은 알고 있다고 해도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고 분석해야 하는지를 몰랐던 거죠. 그래서 대부분이 6~8시간 하는 연습경기를 영상 데이터로 만들고 그걸 보면서 기록한 내용으로 선수들을 코칭하는 식으로 진행이 됐어요. 너무 소모적인 작업이었던 거죠. 저는 이 데이터를 가지고 타임라인에 맞게 정리를 하고 승패를 분석하고 어떤 선수가 잘했는지, 어떤 스킬을 썼는지, 스킬의 효율은 어떻게 나왔는지를 정량화하는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이를 토대로 훈련을 하고 실제 경기에 임하니 효과가 바로 나타났죠.”

창업으로 이어진 프로게임단의 경험, 글로벌 게임 팬덤 시장을 정조준하다

우연찮은 과정을 통해 프로게이머의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만들었지만, 게임단에 소속돼 있는 탓에 사업화를 할 수 없다는 한계는 정 대표를 고민에 빠뜨렸다. 결국 선택은 창업이었다. 프로선수를 지명하는 스포츠 용어인 ‘드래프트(Draft)’에 착안한 사명을 정한 것도 초기 서비스의 영향이 컸다. 이후 드래프티파이의 비즈니스는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팬덤 비즈니스로 확장되며 현재에 이르렀다.

“구단을 나온 직후 드래프티파이를 설립하고 다른 구단을 대상으로 셀링을 시도했죠. 실제 계약을 한 중국 구단에서는 이 서비스를 활용해 획기적으로 성적을 올리는 성과도 거뒀어요. 그렇게 창업 후 매출도 발생했죠. 하지만 문제가 있었어요. 게임 별로 서비스를 적용해야 했고, 하나의 게임만 너무 심도 있게 서비스할 경우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들었죠. 그래서 그때까지 진행한 서비스는 홀드해 놓고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해 현재의 플레이스쿼드를 론칭하게 된 거예요.”

현재 시청자 참여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플레이스쿼드 플랫폼의 서비스는 게임 방송들을 정제해 팬들에게 보다 쉽고 빠르게 다가갈 수 있는 피드 형태의 커뮤니티 기능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그 외에도 장기적으로는 팬덤 굿즈 판매 등 시청자 액티비티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분야가 플레이스쿼드 서비스 고려 대상이다.

정 대표는 곧 도입되는 커뮤니티 기능과 'AI 하이라이트 자동 편집'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설명했다. 이러한 계획은 팬덤 서비스의 확장과 연결 돼 있다. (사진=테크42)

“첫 단계로 충성 고객층을 구축하고 나면 두 번째로 할 일은 고객 수 자체를 늘리는 것으로 보고 있어요. 현재는 시청자 참여 서비스 외에 플랫폼에서 스트리머와 팬 간에 인터랙션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지만 커뮤니티 기능이 도입 되면 유의미한 고객 증가가 일어나리라고 보고 있어요. 이 때는 내년 초 출시될 ‘AI 하이라이트 자동 편집’ 서비스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거예요. 스트리머 입장에서는 편집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팬들에게는 좋아하는 스트리머의 게임 방송 하이라이트 영상을 빨리 접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것까지 가능해지면 현재 게임에 집중된 팬덤 서비스를 더욱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시킬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이 계획들이 실행에 옮겨질 즈음이 되면 현재 플레이스쿼드에 적용한 후원 시스템에 더해 멤버십 구독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이 더해진다. 정 대표가 언급한 목표는 2025년 매출 70억원, BEP(손익분기점) 달성이다. 허언이 아닌 현 시점 기준 데이터로 나온 실현 가능한 목표다. 즉, 드래프티파이의 도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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