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챗GPT로 대화하는 기술’ 박해선 저자 “인공지능 기술, 두려워하기 보다 시대의 파도를 뛰어넘는 발판으로 활용하며 즐겨라”

복잡한 인공 신경망의 작동 원리, 곱셈 접시 게임을 통해 쉽게 풀어 내는 방식으로 이해 도와
구글 ML GDE(Machine Learning Google Developer Expert), 클라우드 챔피온 이노베이터 활동
개발자·전문가들의 전문가, 다수의 머신러닝, 딥러닝, 인공지능 관련 서적 집필 및 번역 이어가
챗GPT는 전문가의 영역을 넘어 대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차원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챗GPT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생성형 AI(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선보인 ‘세기의 대결’ 당시도 인공지능이 바꿀 미래에 대한 전망과 예측이 쏟아지며 세상을 후끈 달궜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챗GPT는 전문가의 영역을 넘어 대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차원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온라인 기반 산업 분야는 앞다퉈 챗GPT와 연계한 서비스 모델을 선보이고 있으며, 생성형 AI를 활용해 만든 책과 그림의 완성도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인공지능이 많은 분야에서 인간이 해 오던 일을 대체할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실 그러한 우려는 이미 알파고 등장 당시인 2016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세계경제포럼은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으로 2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겨나는 대신, 7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예측을 내 놓았다. 그리고 그 예측은 챗GPT의 등장과 함께 상당 부분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공동 설립자였던 일론 머스크, 세계 4대 인공지능 석학 중 한명인 요슈아 벤지오 박사 등은 ‘잠시 인공지능 개발을 멈추고 안전장치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반면 인공지능이 인류를 위협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며 대립되는 의견을 내 놓는 석학들도 적지 않다. 이렇듯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확실한 것은 인공지능이 앞으로 진행될 인류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특이점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원리부터 제대로 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러한 물음 끝에 만난 ‘챗GPT로 대화하는 기술’은 인공지능 신경망의 작동 원리부터 머신러닝, 딥러닝 등의 개념을 일반인들의 관점에서 쉽게 풀어 낸 책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집필한 박해선 저자는 ‘전문가들의 전문가’로 일컬어지며 구글 ML GDE(Machine Learning Google Developer Expert)에 이어, 현재는 구글 클라우드 챔피온 이노베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인공지능 전문가다. 줄곧 전인공지능 관련 전문 서적들만 출간, 번역해온 그가 ‘인공지능 대중서’를 선보인 이유와 함께 이른바 ‘생성 AI 시대’에 일어날 변화를 직접 만나 들어보았다.

인공지능의 원리를 최대한 쉽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챗GPT로 대화하는 기술'을 출간한 박해선 저자. (사진=테크42)

Q 2021년까지 구글 ML GDE(Machine Learning Google Developer Expert)로 활동하셨고 지금은 구글 클라우드 챔피온 이노베이터(Google Cloud Champion Innovator)로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어떤 역할을 수행하시는 것인가요?

A GDE로서 역할은 기술 전문가, 인플루언서였어요. 커뮤니티 리더 역할도 수행하죠. 커뮤니티에 기술을 적극적으로 나누고 반대로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기술을 배우기도 합니다. 스터디 그룹을 이끌거나 컨퍼런스에 발표자로 나서거나 개발자 멘토로 활동할 수 있고요. 제 경우는 머신러닝 분야 GDE로 활동하면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DE 서밋, 텐서플로 서밋에 참석한 바 있고, 국내에서 열린 여러 커뮤니티 행사에서 발표을 맡기도 했죠. GDE로 활동하는 것은 제게 큰 영광이었지만, 조금 더 집필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그만뒀죠. 구글 클라우드 챔피온 이노베이터는 구글 클라우드와 서비스에 대한 전문가 네트워크인데 GDE를 그만 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정됐어요.  총 아홉 개의 카테고리 중에 저는 클라우드 AI(인공지능)/ML(머신러닝) 분야로 이노베이터로 활동하고 있죠. 구글 클라우드 챔피온 이노베이터는 구글 클라우드의 최신 소식을 전해 듣고 이와 관련된 기술을 무료로 배울 수 있습니다. 구글 클라우드 제품 팀과 온라인으로 미팅을 하기도 하고 기술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기도 하죠. GDE에 비해 챔피온 이노베이터는 커뮤니티에 대한 역할 부담이 없어 편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UST에서 강연하는 박해선 저자. (사진=한빛미디어)

Q 딥러닝, 머신러닝과 관련된 전문 서적도 다수 집필하거나 번역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중서로서는 이번 ‘챗GPT로 대화하는 기술’이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번 책 집필은 저자님께 어떤 경험이었나요?

A 그동안 집필하거나 번역한 머신러닝과 딥러닝에 대한 기술 서적의 독자는 대부분 프로그래머나 컴퓨터 관련 학과의 학생들이었어요. 그래서 책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가 명확하고 재현 가능해야 하죠. 이와 달리 ‘챗GPT로 대화하는 기술'은 기술적으로 모호함이 있더라도 핵심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비유를 통해 쉽게 설명하는데 초점을 맞췄어요. 기술적인 내용을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으로 비유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적절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저도 모르게 환호성이 나오더라구요(웃음). 이를테면 ‘곱셈 접시 게임’에 비유한 것을 들 수 있죠.  IT 전문서를 쓸 때와는 조금 다른 경험이었고 저 자신 역시 많은 상상력의 자극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앞으로도 비전공자를 위한 과학 도서를 더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인공지능에게 딥러닝 알고리즘을 학습시킬 때, 경사 하강법이라는 방법을 씁니다. 경사 하강법이 무엇인지, 인공지능과 곱셈 접시 게임을 하며 알아보죠. 알고 나면 너무나 쉬워서 황당할지도 모릅니다! 곱셈 접시 게임은 접시에 적힌 곱셈 식의 빈칸에 들어갈 숫자를 알아맞히는 게임입니다. 접시에는 □×□라는 곱셈 식이 적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첫 번째 빈칸에 2를 적고, 선생님이 곱셈의 결과로 10일 제시하면, 이제 인공지능은 2×□=10에서 빈칸에 들어갈 숫자를 알아내야 합니다. (중략) 이렇게 정답에 가까운 값을 점진적으로 찾아가는 기법을 경사 하강법gradient descent이라고 부릅니다. 인공지능은 곱셈 접시 게임을 많이 할수록 능숙해집니다. 인공지능의 기초적인 알고리즘인 경사 하강법은 이게 전부입니다. 쉽죠? 하지만 이런 곱셈 접시가 아주 많이 쌓이면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챗GPT로 대화하는 기술’ 中


Q 책을 쓰신 동기에 대해 “기술을 경쟁자로 삼고 두려워하기보다는, 익히고 활용하며 즐길 수 있도록”하기 위해서라고 하셨습니다. 집필 방향을 잡을 실 당시 어떤 기준을 정하신 것인지 말씀해 주신다면?

A 저자의 입장에서 급하게 소비되는 책보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읽혀서 가치를 인정받는 책을 쓰고 싶은 욕심이 커요. 최근 일반 대중들이 챗GPT를 비롯한 많은 생성 AI 서비스를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중점을 둔 책이 많이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내용을 많이 다루는 것보다는 생성 AI의 근간이 되는 기술을 잘 알고 있다는 저만의 장점을 살려 기술을 이해하고 사용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을 쓰고 싶었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프로그램 코드가 나오거나 어려운 수식이 등장하지 않아야 할 것 같았어요. 코드와 수식이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정하는데 고민을 했죠. 또 뒷 부분에는 챗GPT와 미드저니 같은 생성 AI 활용법을 다루는데요. 기술을 설명하는데 너무 많이 할애해 지루하게 만들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신경망의 원리를 소개하는 부분은 꼭 넣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이 부분을 읽어 보면 인공지능에 대한 모호한 안개가 싹 걷힐 거라 자신합니다.

박해선 저자가 집필, 번역한 책들. (이미지=한빛미디어)

Q 책 출간과 동시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여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이전부터 책을 출간하면 독자들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 받기 위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메일이나 블로그, SNS 등으로 문의를 해주시기도 하지만 카톡이 좀 더 손쉽게 소통할 수 있는 통로인 것 같아요. ‘챗GPT로 대화하는 기술’은 기존의 책과 달리 비전공자도 볼 수 있고 코드나 수식이 없어서 기본 채팅방과 분리해 새로 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간단한 도구 활용법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지만 의외로 책에서 소개하는 기술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문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적으로 인공지능에 관련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인공지능을 활용하다 보면 작동원리에 대해 궁금해 지는 게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마치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엔진과 기어에 대해 궁금하고 잘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 듯이요. 책을 읽고 궁금한 점이 있다면 주저말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찾아와 주세요.

알파고 이후 7년, 챗GPT가 여는 ‘생성 AI 시대’는?

Q 대중들이 AI에 대해 인식하고 충격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마도 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 당시 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공지능 전문가로서 저자님께서는 당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궁금한데요?

A 저는 당연히 이세돌 9단이 이길 줄 알았어요. 처음 두 번의 대국을 내리 졌을 때 정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머신러닝과 딥러닝에 대해 공부했던 덕분에 그 후로 일어나는 일들을 잘 이해하고 흥미롭게 지켜보았던 것 같습니다. 딥러닝 붐이 시작되면서 일부 미디어에서는 과장된 글이나 오해가 될만한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는데요. 이런 것들을 지켜보면서 개인 블로그(tensorflow.blog)도 시작하게 되었고 머신러닝과 딥러닝에 대한 책도 쓰게 된 것 같습니다. 조금 거창하지만 이 분야에 대해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사회와 커뮤니티에 유익한 일이라 생각했어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 사건으로 인해 이 분야를 조금 더 진지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됐다고도 할 수 있죠.

Q 지난해 말 챗GPT 등장은 앞서 알파고를 넘어선 충격과 두려움이 되고 있는 듯 한데요. 사실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도 있고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A 챗GPT를 비롯해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의 능력은 기대했던 것보다 빠르게 진보하고 있어요. 이런 언어 모델이 놀라운 것은 단순히 사람이 쓰는 것 같은 텍스트를 생성하는 것을 넘어 텍스트를 이해하고 잘 처리한다는 점이죠. 돌이켜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사실 오래전부터 텍스트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프로그램, 명령, 문서, 일정, 계산 등 컴퓨터가 처리하는 많은 데이터는 텍스트로 돼 있죠. 그리고 우리는 이제 컴퓨터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고요. 이런 상황에서 텍스트 처리가 뛰어난 대규모 언어 모델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그동안 컴퓨터를 활용했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충격입니다. 오래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가 챗봇 기술을 연구했던 것 역시 그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최근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즈 11 운영체제에 아예 대규모 언어 모델을 탑재할 것이라 발표했어요.  텍스트 처리에 뛰어난 언어 모델과 운영체제의 만남은 또 다른 세상을 열게 될 겁니다. 물론 지금의 기술이 끝이라 생각하진 않아요. 이건 2년부터 똑같이 했던 말이예요(웃음). 역사를 돌이켜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놀랍고 큰 변화가 등장해왔거든요.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온 세상을 확 바꿀 수는 없어도 이런 기술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사람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것들이 등장하리라 생각해요.

박해선 저자는 책의 필체와 같이 쉽고 편안한 말투로 인공지능 기술이 열어갈 미래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사진=테크42)

Q 생성형 AI의 등장을 두고 인터넷, 모바일에 이은 획기적인 혁신의 지점 혹은 혁명적 변화로 평가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편으로 파괴적인 혁신이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도 있고요. 저자님께서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A 확실히 생성 AI는 혁명에 가깝습니다. 오랫동안 창의적인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고집스럽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어쩌면 ‘창의'란 정의를 조금 바꾸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생성 AI가 수많은 데이터로 훈련해 새로운 글과 이미지를 생성해 내듯이 우리도 많은 책을 읽고 그림을 감상한 후에 새로운 글과 그림을 만듭니다. 그래서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란 말도 있죠. 그런 점에서 많은 데이터와 비용을 들여 훈련한 거대한 모델이 사람이 쓴 것 같은 글을 생성하는 게 어찌 보면 자연스럽게 느껴질 때가 올 것 같습니다.

챗GPT가 사람이 쓴 글을 이해하고 대답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이는 이해하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인공지능은 아직 지각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어떻게 지각을 부여할 수 있을지도 아직 모릅니다. 이런 방향으로는 너무 우려스러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반면에 텍스트를 (그리고 곧 음성도) 잘 처리하는 언어 모델에 손, 발이 생기는 문제는 다릅니다. 사람과 직접적으로 상호 작용할 수 있고 물리적으로 처리해야 할 많은 일들을 대신할 수 있을 거예요. 이로 인해 직업이 바뀌거나 일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 진짜 같은 이미지를 생성하는 인공지능은 미래의 상황을 예측하는데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해일이 밀려올 때 어느 범위까지 영향을 미칠지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물론 지금은 이미지 생성 AI가 해일의 운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지는 못하지만 인공지능에 정확한 계산 도구를 연결하는 시도가 이미 시작되고 있으니 미래에는 불가능해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방향으로든 우리의 고정 관념을 파괴한다는 데는 동의할 수 밖에 없겠네요.

Q 현재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영역이 부상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이 역시 과도기적인 분야라고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향후에는 굳이 프롬프트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온다는 것인데, 쉽게 말해 아이언맨의 ‘자비스’와 같은 방식으로 AI를 활용하는 시대가 떠오르는데요.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현 단계에서 풀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요즘 책이나 유튜브에서 생성 AI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도록 유도하기 위해 프롬프트를 조작하는 방법을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특정 도구에 크게 의존하는 직업에 대해 우려하는 편입니다. 도구나 기술은 바뀌기 쉽기 때문이죠. 생성 AI와 관련된 도구가 앞으로 엄청 많이 나올텐데 그런 도구마다 프롬프트 가이드를 준비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기존의 생성 AI도 모델이 바뀌고 업데이트되면 기존의 프롬프트가 먹히지 않을 수 있거든요. 또 일관된 프롬프트를 사용하면 깜짝 놀랄만한 결과를 발견하는 경우도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자비스’와 같이 공상 과학  영화에 나오는 인공지능은 주인공의 말을 찰떡 같이 알아듣고 일을 수행합니다. 이는 음성을 인식한다는 수준을 넘어서 구체적인 사실이나 충분한 맥락을 제공하지 않아도 인공지능이 주인공의 암묵적인 의도를 이해한다는 의미죠. 필요하다면 확인을 위해서 주인공에게 다시 질문을 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개인의 의도를 파악하려면 개인에게 맞춤화된 인공지능이 필요해요. 즉 개인의 대화에 맞춰 모델을 미세 튜닝해야 한다는 거죠. 이를 위해서는 개인 정보를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모델을 훈련할 수 있는 사회적, 기술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현재는 개인 정보를 노출하지 않으면서 개인이 대규모 언어 모델을 훈련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아마도 향후에는 이런 개인화된 맞춤형 모델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나오겠지만 그전에 개인 정보 노출과 암묵적인 의도를 잘못 파악했을 때의 안전 장치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네요.

AI인해 위협받을 직업 & 부상하는 직업

최근 OECD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경제국들이 AI 혁명으로 일자리 격변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OECD)

Q 글을 쓰거나 그림,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창작자들은 확실히 위협으로 간주하는 듯 합니다. 인공지능의 저작물에 대한 권리 등 법적인 문제도 이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수준으로 알고 있는데요. 향후에는 인간만의 영역이라는 것이 존재할까요?

A 네 물론입니다. 여전히 사람의 영역은 존재할 거예요. 우리가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도구가 많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사람의 창작으로 인정합니다. 심지어 컴퓨터 아트도 그렇죠. 새로운 도구가 나왔을 때는 어느정도 부정적인 견해가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평범한 도구로 바뀌죠. 이제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는 작곡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생성 AI를 하나의 도구로 본다면 이를 활용한 작품도 사람의 창작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생성 AI가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창작을 할 수 있다는 데 있죠. 예를 들어 생성 AI가 유행에 맞춰 재미있는 웹 소설을 마구 생성해낸다면 기존 웹 소설 창작자들을 쉽게 위협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는 비교적 가까운 시일 내에 다가올 수 있고요. 조금 더 길게 생각하면 웹툰, 유튜브 동영상 등도 생성 AI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시나리오를 생성하고 이에 맞춰 호감도 높은 가상 인간을 등장시켜 먹방 영상을 생성한다면 지금 유튜버들의 인기가 여전할지는 모를 일이죠.

그 보다 다른 문제는 사람의 창작물을 사용해 이런 모델을 훈련한다는데 있다고 봅니다. 지금의 언어 모델은 사람이 생성해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된 많은 텍스트를 활용해 훈련됐거든요. 만약 무료가 아닌 소설, 그림, 영상 등을 활용해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한다면 원 창작작의 작품을 모방한 것이라 볼 수 있죠. 하지만 무료라고 하더라도 내 글이나 그림을 사용해 모델을 훈련해도 된다고 허락한 것일까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더 논의하고 발전시켜야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최근 구글은 머신 언러닝(machine unlearning) 대회를 열기도 했는데요. 이 대회는 머신러닝이 학습한 것 중에서 일부를 지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노력이 인공지능을 올바르게 활용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어찌됐든 저도 물론이고 사람은 꼭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재미를 즐길 수 있어요. 그러니 인간만의 영역은 항상 존재할 것 같습니다.

Q 확실히 사라질 것이라고 판단하시는 직업 혹은 영역이 있을까요?

A 얼마전 맥킨지에서 발간한 생성 AI 리포트에서는 생성 AI에 많은 영향을 받을 직업으로 고객 관리, 마케팅, 세일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꼽았어요. 이런 직업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사람 대 사람의 접촉이 발생하지 않고 이루어질 수 있는 일들이라는 것이 공통점이죠.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 컴퓨터, TV 등을 통해 상품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어요. 예를 들면 은행 업무도 상당 부분 비대면이 된지 오래죠. 대면 접촉 없이 다수의 사람에게 일관된 메시지와 정보를 보내는 직업이라면 생성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컴퓨터로 많은 텍스트를 빠르게 처리하는 일이라면 대규모 언어 모델이 이를 잘 수행할 가능성이 높죠. 예를 들면 제가 하는 일 중 하나인 번역이 그래요. 하지만 시각을 바꾸면 새로운 업무로 전환하는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고객 관리 전략, 마케팅 전략 등을 수립하는 업무로 바꾸고 세부 실행은 생성 AI에게 맡길 수 있는 거죠. 또한 번역자는 독자들이 번역서의 내용을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Q 그렇다면 향후 등장하리라 보는 전문 분야, 혹은 더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 보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A 처음에는 소수의 IT 회사에만 CTO(최고기술책임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회사에 CTO와 IT 부서가 있어요. 이들은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기도 하지만 주로 기업의 기술 인프라를 책임지고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죠.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회사는 소수이지만 곧 거의 모든 회사가 인공지능을 활용해야 하는 시대가 와요. 따라서 CTO, CIO 처럼 CAIO(Chief Artificial Intelligence Officer)와 기업의 인공지능 서비스 정책과 가이드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부서가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해요. 이런 분야는 인공지능에 대한 기술 뿐만 아니라 공정성, 투명성 등에 대한 이해와 비전도 함께 필요할 겁니다.

Q MS, 구글은 물론 국내외 빅테크, 스타트업들이 이 생성형 AI 기술을 포함한 ‘초거대 AI’ 기술 선점을 위한 무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듯 합니다. ‘초거대 AI’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A 초거대 AI는 비교적 최근에 국내에서 만든 용어로 기술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의미가 명확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어떤 기준을 만족했을 때 초거대 AI인지 논의된 바가 없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도 아니죠. 이런 용어는 정책적 혹은 마케팅적인 의도가 다분히 포함되어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초거대 AI가 어느 기술의 하위 개념이거나 상위 개념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생성 AI는 단어 그대로 콘텐츠를 생성하는데 활용되는 인공지능 기술이죠. 여기에는 챗GPT처럼 대규모 언어 모델도 있지만 오토인코더처럼 간단한 모델도 생성 AI 범주에 포함되고요. 다만 진짜 같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성하려다 보니 점점 더 생성 모델의 규모가 커지는 경향은 있어요. 최근에 GPT-4에 대한 추정을 보면 약 1조 8천억개의 파라미터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말 어마어마하죠. 이렇게 큰 모델은 중앙집중적이고 큰 회사에서만 운영이 가능해요. 물론 소규모 기업이나 개인이 운영할 수 있는 생성 모델에 대한 연구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죠. 이런 모델은 규모는 조금 작지만 특정 작업, 예를 들면 프로그램 코드 생성 같은 작업에서 대규모 언어 모델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낸다고 보고 되고 있고요.

챗GPT는 AI 기술 발달 과정일 뿐이다. (이미지=픽사베이)

Q 챗GPT가 최종적인 기술이 아닌 시작이라는 점에서, 저자님 역시도 향후 AI 기술 발달 속도에 맞춘 또 다른 집필 계획이 있으실 듯 한데요?

A 아마 곧 챗GPT나 깃허브 코파일럿과 같은 도구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도서들이 등장하기 시작할 것 같아요. 프로그래머에게는 이런 현상이 약간 씁쓸할 수도 있지만 개발 생산성 측면에서 보면 도외시하기 힘들 것 같네요. 아마 저도 챗GPT나 생성 AI를 활용하려는 개발자를 위한 책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법한 기술의 발전을 배경으로 SF 소설을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제게 소설을 쓸 정도의 문학적 재능이 풍부할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다만 하드 SF(Hard SF) 소설은 이미 가능한 기술 또는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이 분야 기술을 쉽게 소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책을 접할 독자분들에게 한 마디 전하신다면?

A 미디어에서 인공지능에 대해 자주 소개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챗GPT가 유명하지만 써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더 많죠. 아직까지 우리 일상에 필수적인 도구는 아니기도 하고… 또 챗GPT를 썼다고 갑자기 업무 효율이 극적으로 높아지거나 연봉을 높일 수 있지는 않으니까요. 세상은 변화를 경제적 이득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우리에게 주입하지만 이런 거품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고 봐요. 실체가 없고 선동에 그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다만 한걸음 물러서서 세상의 변화를 관심있게 지켜보며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데 적용하고 효율적으로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리터러시를 길러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때 ‘챗GPT로 대화하는 기술'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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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란지는 현재 베타 버전 단계에서도 전 세계에 보급된 모바일 NPU의 80%에 적용 가능한 수준이다. 향후에는 아직 지원되지 않은 나머지 20%를 채워 나가는 것이 목표다. 궁극에는 NPU가 적용된 세상의 모든 기기에서 동작하는 온디바이스 AI 서비스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그 시점을 언급하며 ‘공존하는 생태계’에 대한 구상을 털어놨다.

‘로보택시 Vs. 자차 자율주행’ 미래 교통의 승자는?

자율주행차 업계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GM이 그동안 투자했던 자율주행 로보택시 기업 크루즈에 대한 투자를 전면 중단한 가운데,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로보택시 자회사 웨이모는 오히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우버는 기존 자율주행차 제조업체에서 유통업체를 전략을 바꾸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애플은 10년 공들인 자율주행차 사업 포기를 결정했으며 테슬라는 해당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마루에서 만난 사람] 문창훈 파워테스크 대표 “어떤 프로세스, 데이터라도 연동할 수 있는 기업용 업무 자동화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문 대표와 파워테스크 팀이 각고의 노력을 거듭해 선보인 ‘아웃코드’는 개발인력이 부족한 중소 스타트업, 중견기업이 맞춤형 업무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구글시트, 엑셀, 노션 등 이미 기업들이 업무에 사용하고 있는 솔루션의 모든 데이터를 각각의 워크플로우에 자동으로 연동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노코드인 만큼 직관적인 환경에서 마우스 클릭만으로 각 회사의 업무 환경에 맞춘 최적화 솔루션을 만들 수 있다.

‘X는 X’ 일론 머스크의 ‘디지털 타운스퀘어’를 탈출하라

언론인, 스포츠클럽, 영화감독과 배우 등 사회 각층 저명한 인사들이 사용자들의 X 이탈 추세에 합류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 X 내에서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반유대주의 등 증오 표현이 증가하고 도덕적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